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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 예산, 성과가 안 보인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7년12월12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17년12월14일 11시15분

작성자

  • 김원식
  • Georgia State University 객원교수, 건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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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지난 6일 국회에서 통과된 2018년도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예산은 내용면에서나 결정과정이 과거 어떤 예산 심의보다 혼란스러웠다. 특히 양당제 국회가 다당제화하면서 각 당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고 예산일정에 쫓겨서 더 누더기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국정은 완전히 주먹구구식임을 다시 한 번 보였다. 이러한 행태가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는 더 이상 성장이나 선진화, 더 나가서 안정된 통일국가는 꿈도 꾸지 못하게 된다. 예산은 국정 현황과 정책, 그리고 그 성과를 한눈에 샅샅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울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선 고용증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6월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을 반영한 2017년도 추경은 비록 11조원에 불과했지만 목적 자체는 고용시장 침체에 따른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공무원 정원을 2575명을 늘이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도 고용 개선 소식이 감감한 상태이다. 이제는 정책 스탠스를 전환할 때가 된 것 같다. 

 

국회를 통과한 2018년도 예산은 내년에 중앙 공무원 9475명을 추가 증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국회에서 논의되지도 않은 지방공무원 1만5천명 증원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실질적으로 거의 2만8천명의 증원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공무원고용이 소득주도의 마중물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마중물의 파급효과는 민간부문이 만든다. 민간부문의 고용이 위축되면 마중물은 그냥 하수구로 직행하고 만다. 이미 기업들은 내년에 고용을 축소할 예정이거나 일부는 고용계획을 전혀 세우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성과급 폐지 등으로 노동집약적인 중소기업이나 영세상공인들은 인건비 상승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입과 관련되어 법인세 인상도 고용을 위축시키기는 마찬가지다. 과세표준 구간 3천억원 이상 법인에 대하여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게 되었다. 이는 그나마 고용을 늘일 수 있는 투자가 가능한 대기업들의 고용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의 노동조합은 내심 비정규직을 회사 밖으로 완전히 밀어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더 엿보인다. 결과적으로 기업과 노조는 정규직 임금인상과 고용의 현상유지를 타협할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정부는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35%에서 20%로 인하함에 따라 이제 곧 각국의 법인세 인하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대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내외적으로 치명타를 입게 된다.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법인세 인하를 다시 요구하면서 단기적으로 기업 쪼기기나 분사로 수익을 조정하면서 법인세 부담을 회피하려 할 것이다.  

 

둘째,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 현재 소득양극화의 문제는 단순히 노동시장 내의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격차에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혹은 비정규직 제로를 모든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소득양극화의 심화는 고소득 정규직 근로자와 소득이 없는 장기 실업자 간의 소득 격차가 주요 요인일 수 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좋은데 고용주는 이미 고용을 줄이고 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취업을 앞둔 청년들이고 노인근로자들이다. 이들은 낮은 임금으로도 고용이 어떻게든 오래 유지되기를 원한다. 선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울역의 노숙자들, 일세 내는 쪽방촌 주민들을 방치한 채 양극화를 논하면 안 된다. 

 

셋째, 국가부채 문제가 더 심화될 것이다. 2016년 현재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의 40% 수준이나, 국가가 보장한 채무규모는 이미 1400조원이 넘었다. 국가채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공무원과 군인연금에 대한 채무다. 이들에 대한 보험료를 지금보다 30% 이상 대폭 인상하지 않으면 정부는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한다. 적자구조인 공무원연금의 개혁 없이 공무원을 증원하면 국채를 또 더 발행해야 한다. 그리고 어차피 국민들이 세금으로 스스로 정부가 부담할 수밖에 없을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의 적자, 그리고 노인들에게 생존 기간 동안 약속한 기초연금에 들어가는 세금도 국가부채에 추가되어야 한다. 지금은 공무원 증원보다 공무원연금개혁에 더 집중할 때다. 4차산업혁명의 결과로 의료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지금도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있기 때문에 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리스나 베네수엘라가 파산에 이른 것은 근본적으로 대외적 경제여건에 대응할 수 없는 부채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다. 1998년 IMF사태를 맞은지 10년이 지났다. 지금 또 다른 버전(version)의 IMF 위기가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의 취약한 산업 및 재정 구조나 1400조원의 가계부채로 맞을 위기는 1998년도와 같이 ‘금모으기’나 ‘대량 해고’로 해결될 성격의 것이 전혀 아닐 것이다.   <ifs P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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