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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두 경제자문회의 부의장-조선일보 인터뷰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7년11월25일 19시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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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두
  •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GFIN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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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사이클 끝나면 뭘 먹고 살아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 

“산업구조조정 등 경쟁력 강화 논의 보이지 않아” 걱정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김광두(70)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24일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같은 경제정책과 관련해 “서두르는 측면이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며 “기업들이 대단히 움츠려 있다. 공정거래 정책도 일부 불공정 재벌을 목표로 해야지 전체 대기업을 위축시키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한때 박근혜 전 대통령 ‘경제 과외 교사’라 불렸으나, 관계를 끊고 국가미래연구원 발전에 진력하고 있었으나,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 영입돼 공약을 만들던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헌법상 대통령 경제 자문 기구이고 위원장은 대통령이다. 그는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창조 경제’와 문재인 정부의 ‘혁신 성장’은 이론적으로는 다르게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앞뒤가 분할이 잘 안 되는 거의 같은 개념”이라며 “혁신이라는 것은 5년 단위로 접근하면 바람직하지 않다. 장기적으로 봐야한다”고 했다.

 

-문재인 캠프에서 현 정권 경제 기조인 ‘사람 중심 경제’의 초안을 마련했다.

 

“그간 기업이 경제에서 제일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를 사람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존중으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사람에 대한 투자증대로 사람의 능력을 높여 소득과 일자리를 늘려주자는 것이다.4차산업혁명 과정에서는 기업경쟁력도 사람의 능력이 좌우한다."

 

-문 대통령은 ‘혁신 성장’을 강조하는데 박근혜 정부 ‘창조 경제’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다.

 

“창조 경제는 경제의 흐름에서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에 중점을 두는 것이고, 혁신 성장은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보다는 사업화, 융합, 산 쪽에 중점을 둔다.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동일한 개념이라고 본다.”

 

-정부는 혁신 성장을 뒷받침할 1조4000억 원 규모의 벤처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 경제 펀드도 성공 못 했다. 돈을 전달할 기업을 제대로 정하려면 선진국형 벤처캐피털 리스트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미흡하다. 10조를 써도 지원받은 돈이 떨어지면 문 닫는 기업들도 많다. 5년 단위로 성급하게 보고 실적주의로 접근하면 안 되고, 벤처 캐피탈리스트 양성과 같은 정책의 하부 구조부터 탄탄히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첫째 정책으로 내세웠지만 성적이 좋지 않다.

 

“지금 경제 거시 지표가 좋은 것은 반도체, 석유화학, 정유 산업 등이 주역인데, 고용 유발 효과가 제한적이라 일자리는 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돈을 쓰는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가 늘고 있긴 한데, 고용이 늘어나는 연령을 보면 60대 여성이 1등이다. 20대와 40대의 고용은 감소하고 있다. 고용구조는 악화되고 있다. 당분간 일자리 전망이 좋아질 것 같지 않다. 

반도체 사이클이 끝난 후 우리나라가 뭘 먹고 살아야 할지,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부분의 산업 경쟁력도 강해야 하는데 현재 산업구조조정 등 산업경쟁력강화에 관한 논의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3000여개의 부실기업에 230조의 자금이 고여 있다. 상시적 구조조정으로 이 자금이 유망 성장 부분으로 흘러가야 한다.

 

-‘규제프리존법’의 국회통과를 청와대가 반대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4차 산업혁명 관련 규제는 다 풀겠다고 했다. 환경이나 위생, 건강 등에 관한 독소 조항을 걷어내고 규제프리존법은 통과시켜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자유와 창의 없이 혁신은 어렵다.

 

-최저임금이 인상됐다.

 

“소득 불평등 구조가 심하니 어려운 분들을 도와주는 것은 사람 중심 경제와도 연결된다. 일시적으로는 재정의 도움으로 인상이 가능하다. 문제는 지속 가능하냐는 점이다.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노동 생산성을 올려주려는 노력과 병행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조치가 안 보인다. 만약 기업이 생존을 위해서 고용을 줄이거나, 해외로 나가면 마이너스 효과가 나올 수 있다.”

 

-비정규직 역시 정규직화 하겠다고 한다.

 

“저임금이나 차별받는 노동자에게 잘해주는 것은 좋은데, 기업의 부담 능력이 없으면 초가삼간이 무너진다. 한마디로 정규직으로 만들라는 것보다 그에 필요한 절차와 과정이 뭔지 잘 살펴보아야 하는데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 시장과 정부의 관계가 중요한데, 현재까지는 기업이 대단히 움츠려 있고 정부는 매우 강하다. 초고속의 기술변화 시대에 기업이 대응하려면 자율과 창의가 중요한데 이런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에도 대통령 지지율은 고공 행진 중이다.

 

“현 정권의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는 내년 하반기쯤부터 성적표가 나올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인기는 소탈하고 서민적인 인간적 매력에 더해, 혼란스러운 야당들의 상황 때문 아닌가 싶다.믿을 만한 대체 세력이 없다는 인식을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

 

-문 대통령 장점은 무엇인가.

 

“일단 잘 듣는다. 최종 결정을 어떻게 내리느냐와 상관없이 일단 열린 자세로 잘 듣는다. 전임 정부에서는 청와대 비서실장조차 대통령 만나기가 힘들었다는 것 아닌가.”

 

김 부의장은 다음 달에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내년 초 의장인 문 대통령 주재로 첫 번째 자문 회의 개최를 준비 중이다.<끝>

 

 

※ 이 글은 지난2017년11월25일(토)자 조선일보에 실린 박국회 기자의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인터뷰 내용을 전재(轉載)한 것입니다. 다만 조선일보지면에 싣지 못한 일부내용을 추가했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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