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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 이대로 좋은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7년10월29일 17시23분
  • 최종수정 2017년10월29일 19시07분

작성자

  • 이상근
  •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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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최근에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137개 국가 중 26위에 중국은 27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11위를 정점으로 10년째 국가경쟁력이 하락하는 사이에, 중국은 우리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이는 비록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의 주도해 왔던 ICT, 자동차, 정유, 조선과 같은 중후상대산업이 성장세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왜 이렇게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는지에 대해 누구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필자는 다소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산업연관분석(Industrial Linkage Effect)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각 나라의 중앙은행이나 세계은행(World Bank), OECD에서는 정기적으로 산업연관표(I/O 테이블)를 발표한다. 산업연관표는 일정기간동안 한 국가가 경제 내의 특정 산업이 생산하는 재화와 용역이 다른 산업들 또는 부문들 간에 어떻게 분배되고, 또 생산을 위하여 다른 산업이나 부문들의 생산물이 각 산업으로 얼마나 투입되는가를 작성한 표이다. 산업연관표를 이용하여 산업간 상호연관관계를 수량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산업연관분석(inter-industry analysis) 또는 투입산출분석(input-output analysis)이라 칭한다.

 

각 산업의 생산유발효과에서 산업평균 유발효과를 나눈 것을 산업간 연쇄효과라 한다. 연쇄효과에는 전방연쇄효과 및 후방연쇄효과가 있으며, 각 산업 간의 상호의존 정도를 나타낸다. 전방연쇄효과는 한 산업의 발전이 그 산업의 생산물을 중간투입물로 사용하는 타 산업을 발전시키는 효과를 말한다. 예를 들면, 금속산업의 금속제품을 투입물로 하는 조선업, 자동차산업, 건설업 등 발전하는 것을 금속산업의 전방연쇄효과라 할 수 있다.

 

후방연쇄효과(backward linkage effect)는 어떤 산업의 생산증가가 그 산업의 생산증가에 필요한 중간재나 원료를 공급하는 다른 산업을 활성화 시키는 것을 말한다. 즉, 어떤 산업의 생산물에 대한 최종 수요가 한 단위 발생할 때, 원자재 산업부문에 미치는 상대적인 영향의 크기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자동차 생산에 공급하는 금속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금속산업은 원료인 광업이나 이를 운반하는 운송산업이 활성이 활성화시킬 것이다. 광업이나 운송업의 활성화를 바로 후방연쇄효과라 한다. 

 

일반적으로 전방연쇄효과가 1보다 큰 산업은 중간재로 널리 사용됨으로써 산업전반에 대한 전방효과가 상대적으로 높고, 후방연쇄효과가 1보다 큰 산업은 완제품 및 최종재로 활용되어 산업 전반에 대한 후방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산업이다. 전•후방연쇄효과를 두 축으로 하여 각 계수값 1을 기준으로 한 나라의 산업을 4개의 산업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전•후방연쇄효과가 모두 1 이하인 산업군은 다른 산업과 연계가 강하지 않아 독립된 산업으로 간주될 수 있다. 둘째, 전방연쇄효과는 1보다 크지만 후방연쇄효과는 1 이하인 경우는 타산업의 수요에 의존하는 산업군이다. 셋째, 전방연쇄효과가 1보다 작지만 후방연쇄효과가 1이상인 경우 타산업의 공급에 의존하는 산업군이다. 마지막으로, 전•후방연쇄효과가 모두 1보다 큰 산업군은 전반적으로 타산업에 의존하는 산업군이다.

 

어떤 산업의 후방연쇄효과가 타 산업들보다 크다면, 산업의 생산 확장을 고려해 볼 때 해당 산업의 산출량 증가를 도모하는 것이 그로 유발되는 전체 경제의 생산 활동 견지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에, 어떤 산업의 전방연쇄효과가 타 산업들보다 크다면, 전체 생산 활동에 대한 지원 혹은 공급의 관점에서 해당 산업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논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산업의 전•후방연쇄효과가 모두 크다는 것은 해당 산업의 최종수요 변화가 다른 산업에 영향을 크게 미치며, 다른 산업들의 전반적인 경기 변화에 의해서도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임을 의미하고, 이러한 산업은 경제 체계 내의 핵심 산업(key industry)이라고도 부른다.

 

최근까지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것은 ICT, 자동차, 정유, 조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ICT산업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총 부가가치(GVA)에서 ICT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 국가 평균 5.5%에 이르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두 배 수준인 10.7%로 OECD 국가 가운데 ICT 산업의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또한 한국의 ICT 제품 수출규모는 전체 7%를 차지하는 세계 4위 수준이다. 한국 내 ICT 제조업 GDP는 1970년 4.3%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엔 26.0%에 이르렀다.

 

특히 산업연관관계분석에서 ICT산업은 전•후방연쇄효과가 2009년을 기점으로 중국과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특히 전방연쇄효과보다는 후방연쇄효과가 급격히 떨어졌다. 이는 최근 발표된 한국은행의 보고서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ICT 기업의 해외생산 비중은 79.3%로, 전체 제조업 평균(18.7%)의 4배를 넘는다. 주요 경쟁국인 일본(2014년 기준 30.7%)의 배 이상 수준이다. 이는 ICT 기업의 해외생산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계시장 개척, 제조비용 절감 등의 목적으로 중국, 베트남 등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특히, 2010년 이후에는 디스플레이나 휴대폰 조립 가공 등과 관련된 일자리가 해외로 많이 진출하여 생산 비중은 크게 차이 나지 않더라도 고용 부분이 많이 줄어들었다. 2011년 76.3%, 2012년 81.7%, 2013년 80.6%, 2014년 79.2%, 2015년 79.3% 등 70~80%대이지만, 일본의 경우 20~30%대로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산업공동화현상을 초래하여, 국내의 지방 제조기반 약화, 산업구조 단순화, 양질의 일자리 부족 현상 심화 등, 심각한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해외생산 확대는 내수 부진과 직결된다. 해외 생산거점의 제조비용이 국내보다 크게 낮고 핵심부품의 현지조달 여건도 개선되면서 지방 ICT 제조기반의 경쟁력이 점차 약화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대기업 핵심부품의 해외생산이 본격화된 2012년 이후 ICT 기업의 국내 투자 활력도 대체로 둔화했다. 대구•경북, 대전•충남에서 ICT 기업의 2014~2015년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수익성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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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자동차 산업의 경우의 산업연쇄효과는 한중일 3국 국에서도 한국이 제일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한국의 자동차산업의 비중이 해외생산은 50%를 넘고 있다 2016년말 현대차는 270만대 양산능력의 중국을 비롯하여, 약 65%가 해외 생산이고 35%만 국내 생산이다. 기아차는 역시 작년 멕시코 공장 준공으로 해외생산이 국내생산보다 많은 55%로 예상된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자동차는 70% 이상이 해외 생산을 하게 될 것이다. 해외생산의 확대는 국내 관련 부품공장의 해외이전을 촉진하여 궁극적으로는 역외의 생산유발효과를 증대시키고 국내 생산유발효과를 축소시키게 된다. 이것은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승수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됨으로 선순환적 경제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할 것이다. 

 

이외에도 현재 우리 자동차 산업은 악재가 누적되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자국이익 우선주의의물결로 환율문제와 통상임금문제, 사회전반에 걸쳐있는 고비용 저생산성, 그리고 매년 연례행사처럼 일어나는 노사분규 등이다. 일본 도요타는 65년간 노조파업이 없었다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이미 65년 전 이미 심각한 노사분규로 경쟁력약화로 이어져 전체가 공멸한다는 공동체의식이 있었던 것이다.

 

현재와 같은 노동시장의 비효용성이 지속된다면 영국이나 스웨덴과 같이 자국산 자동차를 더 이상 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아래 그래프와 같이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타 산업에 비치는 영향이 점점 줄어들게 되다면 정부정책의 우선과제에서도 밀리게 될 것이다. 지금 자율자동차나 전기자동차와 같이 앞으로 연구개발해야 할 많은 분야가 있지만 모두의 관심에서 벗어난다면 자동차 산업은 궁극적으로 섬유나 방직산업처럼 시나브로 사양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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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산업이란 석유(원유와 석유제품을 포괄적으로 지칭)를 대상제품이나 소재로 하는 산업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상류부문(Upstream)과 하류부문(Downstream)으로 구분된다. 상류부문은 원유의 탐사•시추•개발•생산까지의 단계를 말하며, 하류부문은 그 이후의 단계, 즉, 원유 수송•정제•석유제품 판매•기타의 단계를 의미한다. 

 

석유산업의 경우, 후방연쇄효과는 중국이 한중일 3국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은 산유국으로 정유산업이 발전하게 되면 유전이나 석탄을 채굴하는 상류부문의 광업의 발전을 동반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저유가로 인한 원자재가격의 하락으로 수출물량의 증가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석유산업의 전방연쇄효과가 2점대를 형성하고 있어 석유산업은 타 산업의 발전의 중간재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2008년 이후 중국에 비해 전방연쇄효과가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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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산업의 후방연쇄효과는 2007년 중국에 역전된 상황에서 그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이는 2007년 이후부터 중국의 조선 산업의 발전 속도가 우리나라보다 빠른 것이라 판단된다. 2015년 글로벌 조선산업의 위기 속에서 중국의 조선이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는 것은 후방연쇄효과를 통해 관련산업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의 조선산업이 저임금을 무기로 글로벌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나. 이미 10년전부터 우리나라보다 후방연쇄효과가 높은 것으로 보아 이미 상당한 학습효과를 통해 기술부분에서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조선 산업의 전방연쇄효과는 대부분이 1보다 작지만 우리나라가 중국이나 일본보다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선업을 통한 해운운송업이나 해상보험과 같은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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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일본과의 경쟁은 필연적이다. 그래서 산업생태계를 살필 때도 항상 양국의 상황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때 ‘국가경쟁력 글로벌 톱10’ 진입을 노렸던 우리로써는 올해 세계경제포럼 국가경쟁력 조사에서 137개 국가 중 26위에 머문 것은 가의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중국이 우리의 턱밑(27위)까지 쫓아왔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후진적 금융시장, 과도한 규제,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국가경쟁력을 후퇴시키고 있다.

 

특히, 세계경제포럼은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노동부문으로 알려졌다. 주요 평가 항목 12가지 중 ‘노동시장 효율’은 73위였다. 특히 노사 간 협력(130위), 정리해고 비용(112위) 등이 세계 최하위권이었다. WEF는 “한국은 선진국 중 드물게 지난 10년간 순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평가 항목에서도 불균형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시장의 낮은 효율성이 국가경쟁력 상승의 발목을 잡는 만성적인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급격한 임금 상승도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대기업의 초임 평균임금이 일본보다 약 40%나 높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의 양극화 문제를 안고 있는 현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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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7년10월29일 19시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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