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정부 속 보수파’ 김광두 부의장 인터뷰, "구조조정, 개혁정책 빨리 내놔 기업이 움직일 여건 마련해야" [출처: 중앙일보] ‘진보 정부 속 보수파’ 김광두 부의장 인터뷰, "구조조정, > News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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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70)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캠프’에 전격 합류했다. 당시 화제가 된 건 그가 이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알려졌던 인물이라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5개월이 지나면서 그의 목소리가 궁금하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청와대나 정부에 몸담은 다른 경제학자들과 달리 비교적 객관적인 평가와 조언이 가능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는 인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KT 광화문빌딩 내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실에서 본지와 단독으로 만난 김 부의장은 “구조조정과 구조개혁 정책이 빨리 나와야 한다”며 “규제 완화 등 기업이 움직일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입에서는 ^혁신 포트폴리오 구축 ^가치재 투자 확대 ^플랫폼 정부로의 진화 등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인터뷰는 김종윤 경제부장이 했다. 다음은 김 부의장과의 일문일답. 

 

Q.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출범했고, 혁신성장이 강조되고 있다. 혁신성장의 내용이 궁금하다.  


“세부적인 개별 정책에 대한 얘기보다는 큰 틀에서 자유롭게 얘기하고 싶다. 아직 큰 흐름에서 볼 때 반드시 해야 하는 것, 즉 한국 경제의 체질개선에 대한 얘기가 제대로 안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비전은 ‘공정’과 ‘혁신’, ‘사람 중심 성장’이다. 공정한 질서가 만들어지면 과거 불공정한 행위로 이익을 얻었던 기업만 빼고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그다음으로 추진된 것이 소득주도 성장인데 아직은 소득주도라기보다는 ‘임금주도’의 측면이 강하다. 최저임금 인상과 인상분의 정부 보전 등의 효과는 내년 하반기쯤 가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이 혁신이다. 흔히들 혁신을 기술 혁신으로만 생각하는데, ^원가절감 ^신제품 제작 ^사업구조 및 경영조직 개편 등이 모두 혁신이다. 혁신이 있어야 기업의 성장과 임금의 지속적 상승, 고용 증대가 가능하다. 그러니 공정, 소득주도 성장, 혁신은 모두 별개의 것이 아니라 정해진 수순에 따라 추진되는 정책이다.” 

 

 

Q.‘사람 중심 성장’의 내용은 무엇인가.

 

“한국처럼 소득이 1인당 3만 달러에 근접하면 삶의 질이 중요해지면서 사람의 능력을 더 높여주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의 능력이 높아져야 소득이 오른다. 혁신도 마찬가지다. 기술과 사람이 더해져야 제대로 된 혁신이 된다. 아무리 좋은 기술 가져와도 소화해서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소득과 일자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도,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도 사람의 능력이 향상돼야 한다. 사람의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가치재(價値財·merit goods)에 대한 투자다. 가치재 중 사람과 관련된 것들이 교육·훈련·재교육·건강·의료·문화체육·환경 등이다.  종합하면 큰 비전 속에 정책 패키지가 있고 그 안에 도구들이 있는데 그 도구들이 차례 차례 나오고 있다. 혁신까지 나왔고 이제 사람, 가치재에 대한 투자가 나올 차례라고 보면 된다.” 

 


Q. 잠시 언급했듯이 경제 구조개혁,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번 정부에서는 아직 이와 관련된 얘기가 없다.

 

“이제 나와야 한다. 공정이든 혁신이든 사람투자든 경제체질의 개선 없이는 제대로 논의될 수 없다.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유연성 부족이다. 경직돼 있다. 정치적 의사결정의 경직화가 대표적이다. 법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규제다. 뭘 하나 하려 해도 규제 때문에 어렵다. 부실기업 구조조정도 문제다. 해결과정이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정부가 아직까지 말을 못 꺼내고 있다. 한계기업이나 망할 수 밖에 없는 기업들은 망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기업이 그 자리에서 자본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다. 오래된 물이 고여있으면 새 물이 못 들어온다. 기업 구조조정은 경제흐름을 유연하게 만드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하다. 교육·공기업·금융 등 기존 질서를 바꿔야 하는 영역들도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다. 되도록 빨리 경직성을 완화해주는 개혁이나 구조조정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Q. 일자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우리의 고민은 50~60대 일자리는 느는데 20~40대 일자리는 준다는 점과 일자리가 생기는 분야가 주로 숙박·음식·도소매·건설업이라는 점이다. 반면 선진국은 주로 전문 서비스업에서 일자리가 나온다. 이런 구조를 탈피하고 전문서비스업의 일자리 창출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도 혁신투자와 사람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Q. 정부 내에서 혁신에 대한 언급은 많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이제 막연하게 혁신하자고만 해서는 안 된다. 혁신을 하기 전에 우리 산업이 반드시 가져야 할 지적재산권(IP)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에 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파악하고, 연구개발·기술협력·금융·인재육성 등 구체적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혁신도 보편적 접근은 의미가 없고, 맞춤형으로 접근해야 한다. 맞춤형이 되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부터 알아야 하는데 한국에는 그런 걸 하는 곳이 없다. 싱가포르의 RAHS(Risk Assessment and Horizon Scanning·데이타를 기반으로 국가의 위험 요소에 대한 평가와 환경 변화를 탐지하는 국가위기관리 시스템)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한 뒤 한국의 위험요인들을 평가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파악해야 한다. 그러려면 사람, 전문인력을 키워야 한다.”  

 

 

Q. 인재육성은 짧은 시간에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투자를 경기부양과 연결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교육 투자가 경기부양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연결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전국에 30~40년 이상된 교육시설이 많다. 화장실이나 책상·걸상, 교육기재자, 교사들의 커리큘럼과 지도방식 등이 모두 옛날식이다. 이런 걸 바꾸는데 투자하면 건설 기자재 및 교육 소프트웨어 투자가 되니까 경기부양도 되면서 교육의 질도 높일 수 있다. 안전, 환경, 의료도 마찬가지다.” 

 

 

Q.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3%로 전망했지만 국내에서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한국 경제가 성장률을 높이려면 무엇을 개선해야 하나.

 

“시중 컨센서스는 2.8% 정도다. 먼저 체질개선, 즉 체질의 유연성 확보가 중요하다. 이를 통해 투자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정부 규제와 노사 관계의 두 가지 문제를 풀어야 한다. 국회에서 법이 쉽게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행정부는 우선 시행령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먼저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기존 법령을 되도록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노사 문제는 노동자와 기업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시각에서 정책이 나왔다면 이제는 기업인들이 힘을 낼 수 있게 기업환경을 개선하는 쪽의 얘기가 많이 나와야 한다.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으면 산업경쟁력이 높아질 수 없다.” 

 

 

Q. 질의 :아직 5개월 밖에 안됐지만, 박근혜 정부와 비교했을 때 현 정부 들어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현장 행정하시는 분들은 정확히 느끼겠지만 우리 같은 아웃사이더는... 다만 한가지 분명한 건 문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차이는 소통이라는 점이다. 박 전 대통령은 폐쇄적 경향 때문에 소통에 문제가 있었고. 문 대통령은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다. 항상 자기 문을 열어두는 사람이고 많이 듣는다. 비서실장이 언제든지 집무실에 노크하고 들어갈 수 있다고 하지 않나.”

 


Q. 문 대통령을 돕게된 게 그런 이유 때문인가?

 

“그게 본질은 아니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개혁과 보수가 함께 가야한다. 개혁적 보수의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일단 거기에 동의했다. 지나치게 진보적인 것들을 개혁적 보수 입장에서 진화시킬 수 있으면 그게 국가 화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미 국가미래연구원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화’라는 모임을 만들어서 화합 노력을 해왔던 만큼 그 취지에 공감했다. 그리고 우리 국가 경제가 어렵다. 표면적으로는 반도체가 잘 되고 있지만 구조가 취약하다. 반도체 빼고는 체질이 다 약하다. 이대로는 정말 어렵다. 오랫동안 경제전문가로 활동했으니 내가 갖고 있는 아이디어가 나라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이 분(문 대통령)이 좀 남의 말을 듣는 거 같다는 생각도 했다.” 

  

 

Q. 재계 일각에서는 대통령 주변에 한 쪽 방향만을 특히 강조하는 인물들이 많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과 얘기해보면 기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어느 정부든 색깔이 있는 것이고, 그 색깔에 따라 정책의 순서가 정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 동안 공정과 노동자 중심의 정책을 폈고, 이제는 기업 쪽으로 갈 때가 됐다고 판단한다. 상징적인 게 혁신 성장과 4차산업혁명에 대한 강조다.”   

 

 

Q. 정부는 누구의 편을 드는 것보다 '반칙을 하면 엄격히 처벌한다'는 정도의 규정과 체제를 확실히 잡으면 되지 않을까.  

 

“대형 노사 분쟁 사안이 터지면 이 정부의 원칙이 분명히 보일 거다. 나는 분명히 정부가 법치주의 정신에 따라 처리할 것으로 본다. 정부에 따라 원칙을 미리 선언하는 경우가 있고 큰 사안이 생겼을 때 처리 과정에서 원칙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 정부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다만 정부 자체가 유연하고 유능해야 한다. 현재 우리 정부는 칸막이 정부다. 부처 간에도 유연하지 않고, 부처 간 중복된 사안에 대해서는 협조가 안 된다. 이 칸막이 정부를 플랫폼 정부로 바꿔야 한다. 공무원이 하는 모든 작업 결과, 모든 정책보고서를 하나의 ‘클라우드’에 다 띄워야 한다. 컴퓨터로 작업하면 자동으로 클라우드에 결과물이 올라가도록 해서 기획재정부 공무원이 고용노동부의 작업 결과물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문 대통령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대통령도 그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동의하더라.” 

 

*이 기사는 2017년 10월17일자 중앙일보 기사를 재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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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0-17 17:36:00 최종수정 2017-10-17 17: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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