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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법, 자발적 선제적 기업재편 과감히 뒷받침해 줘야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1월28일 14시38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8시56분

작성자

  • 장석인
  •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 선임연구위원

메타정보

  •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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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원샷법)’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수년간 정부 내 다양한 검토를 거쳐 지난해 7월초 결국 의원 입법으로 제안된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소위 원샷법이 최근 경제단체의 경제활성화 서명운동 전개 등의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여야간 합의를 거쳐 1월 임시국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참으로 어렵고 험난한 과정을 거쳐 마련된 법안이니 만큼, 당초 법안마련의 취지대로 국내기업들의 선제적, 자율적인 사업재편의 활성화 여건을 조성하고, 상시적 기업 구조조정 시스템을 정착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 마지않는다.

 

 

 

  이번에 국회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기업 활력 제고 특별법안’의 핵심 내용은 기업들이 공급과잉 분야에서 과잉을 해소하거나 신성장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사업재편을 추진한다는 포괄적 요건을 충족하면, 기업의 소규모 분할과 합병 등의 사업재편의 절차를 간소화하여 신속한 사업재편이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상법과 공정거래법 상의 핵심 규제들을 크게 완화하거나 이 특별법으로 그 적용을 유예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기업의 사업재편에 수반되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개발 등 사업의 혁신활동 촉진을 위한 세제, 금융, 연구개발, 고용안정 등의 지원을 강화하고 기업의 자발적인 사업재편을 초진하기 위한 사업재편심의위원회 등 사업재편 촉진체계 구축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제안된 법안의 국회 상임위 논의 과정의 쟁점 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동 법안이 과연 실효성 있게 우리 기업들의 신속한 사업재편을 도울 수 있을지 적지 않은 의구심이 든다. 특히 법 적용에 있어 대기업 일괄 배제론과 특정 업종에 대한 제한적 적용, 기업 경영권 승계를 위한 특혜시비와 기업지배력 강화에 악용될 가능성 논란, 향후 급변하는 기업 여건 하에서 선제적 사업재편을 신속히 추진해야 할 경제계의 동 법안에 대한 상하반기 두 차례의 건의 내용, 그리고 무엇보다도 동 법안이 정부와 국회에서 논의를 거듭하고 있는 동안 국내 유수 대기업간 사업 교환 등 국내 기업 구조조정 역사상 전례가 없던 자발적, 선제적 사업재편이 이미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동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발효되어도 과연 국내 기업들이 여전히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와 심의과정을 거쳐 사업재편을 적극 추진할 것인지 염려가 된다.

 

 

 


“특정 업종이나 기업규모 제한 없앤 것은 그나마 다행”

 

  비록 마지막 여야 합의 과정에서 그간의 논란에 되어온 대기업과 재벌기업의 경영권 승계악용 가능성, 특정 업종에 제한적으로 적용하자는 논의를 없던 것으로 하여 특정 업종이나 기업규모 등 동법의 적용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한 원안을 야당이 그대로 수용한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최종 확정된 법안의 시행령이 마련되어 실제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게 될 경우에 또 다시 재벌이나 대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와 동 법안의 악용소지에 대한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번 임시국회 통과를 위한 여야 합의과정에서 야당은 원안 수용의 전제로 동법의 적용기간을 당초 5년에서 3년을 단축하고, 양당 지도부와 10대 재벌과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통해 대기업의 황포방지 약속을 받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대기업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편, 동법의 국회통과를 촉구하는 대한상의와 전경련, 중소기업중안회  등 국내 주요 경제단체계의 지난해 상하반기 두 차례 동법안 제정과 논의내용에 대한 건의 내용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동법의 적용 및 지원 대상을 과잉공급 산업분야의 기업으로 제한하지 말고, 당초 법안 마련의 취지대로 정상 기업들이 신사업 진출, 핵심역량 강화를 위해 사전적, 선제적 주진하는 사업재편을 보다 쉽고, 신속하게, 그리고 적은 비용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제널럴 일렉트로닉스(GE)가 아직 우량사업의 하나인 가전사업을 중국 하이얼에 매각하고,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딩, 빅데이터 등의 신기술을 활용, 소프트웨어기업으로 발빠르게 사업재편을 하는가 하면, 삼성이 야심차계 시작한 의료기기 산업에서 꾸준히 인수대상을 물색해 왔으나, 괜찮은 회사가 나오면 GE, 필립스, 지멘스와 같은 기업들이 더 빨리 인수하는 등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글로벌기업과의 사업재편 경쟁에서 크게 밀리는 국내기업이 적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면 크게 수긍이 가는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

 

 

 


과잉공급 업종한정은 ‘부실기업 정리’ 제도로 전략

 

 둘째는 지원 분야를 과잉공급 업종에 한정하는 것은 기업의 선제적 사업재편을 유도하려는 특별법의 입법취지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사실, 지원 대상을 과잉 공급분야 기업으로 제한하면 기업 활력 제고가 아닌 부실기업 정리제도로 전략할 수 있으며, 사실상 정부가 해당 업종을 과잉공급분야라고 낙인을 찍는 부정적 효과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경제와 기업의 글로벌화와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 밸류체인(GVS, gloval value chain)의 참여 정도 등을 감안할 때 특정시점에서 공급과잉 여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신기술의 융합 등으로 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실에서 융복합 업종의 경우 동일 업종 판단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도 지원 대상을 과잉공급업종으로 제한하지 않고 모든 기업의 광범위한 사업재편을 지원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일본은 합병, 회사설립, 영업양수와 같은 사업재편 뿐만 아니라 설비 도입, 저탄소에너지절약 재품생산 등과 같은 신사업 진출 투자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최근 국내기업 구조조정에 있어서 전례가 없던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기업의 사업재편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 중인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삼성그룹이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방위산업 부문 계열사와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정유화학 부문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빅딜'이 진행되었는가 하면 금년초에는 모바일기업 카카오가 디지털 음원서비스‘멜론’으로 유명한 로엔엔터테니먼트를 국내인터넷기업 인수사상 최대금액인 1조 8,700억 원에 인수하는 등 기업의 자발적 사업재편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간섭이나 세제 감면 등의 지원 없이도 자사에 유리한 사업구조를 목표로 과감한 사업교환을 하는가 하면 유망벤처기업의 인수합병 등을 통해 성장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투자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국내기업의 사업재편은 절박하고, 시간이 없을 뿐 아니라 신속하고 전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국내기업이 특별법에 의한 사업재편을 추진할 경우 사업재편 지원신청 과정에서 공급과잉 업종과 한계 기업 또는 한계사업이라는 낙인을 찍게 되고, 민간합동심의위원회의 심의와 상법과 공정거래법상의 각종 요건을 충족하는 등 최소 2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점 등이 기업의 특별법 활용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에 마련되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에 대한 논의는 지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위기로 세계경제의 저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당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의욕적으로 입법 작업을 추진하였지만, 동 법안은 상법, 세법, 공정거래법, 중소기업사업전환촉진법 등에 대해 특례를 정하는 것인 만큼 관련부처간의 의결조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난항을 거듭하다가 위원장의 사임과 동시에 검토도 중단되었던 것이다.

 

 

 


부작용 우려 없지 않지만 시행결과 엄밀히 모니터링한 후 재검토

 

  당시 논의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수차례에 걸쳐 시행된 우리나라의 기업 구조조정은, 공급과잉 업종에서 M&A나 빅딜, 설비폐기 등 주로 기존 핵심 주력사업 분야의 철수(exit)에 주력한 것으로 산업 내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 추구 차원의 상시적 기업 성장과정을 의미하는 미래지향적 구조조정에 관한 논의나 법제도에 관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에 착안한 논의였다. 다행이 이번의 특별법 논의의 시작은 사후적 강제적 구조조정보다는 사전적, 미래지향적 신사업 진출을 위한 사업개편을 염두에 둔 논의로 출발했으나, 여전히 그 대상을 공급과잉분야의 기업으로 제한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례를 규정한 법률의 특성상 일반기업의 모든 사업재편에 대해 확대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우려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특혜시비를 낳을 수 있고, 특히 공급과잉분야가 대기업보다는 중소 중견기업 업종에 많다는 정책적 고려가 있었다는 점도 일견 이해가 가고 납득이 되지만 향후 특별법의 시행결과를 엄밀히 모니터링한 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이처럼 여러 가지 제약 하에 추진하게 될 특별법에 의한 기업의 사업재편 지원제도가 실효성 있는 제도로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제 법제도의 운영에 있어 입법취지에 부합되도록 제도 운영의 묘를 살려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法 운영의 묘를 살려 핵심 주력사업 고도화에 역점 둬야

 

 구체적으로는 최근 국내기업들이 이러한 법제도적 장치의 도움 없이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목적과 실태를 모니터링 하여 향후 특별법의 신속한 법 개정과 제도운영에 있어 현실반영이 필요하다. 작금의 글로벌기업과 국내기업들의 사업재편은 공급과잉의 문제해소 차원의 사업개편 보다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불리는 ICT, 바이오,나노,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의 융합시대에 새롭게 전개되는 비즈니스 기회와 새로운 시장 선점을 위한 사업개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세계경제가 저성장이 뉴 노말(new normal)이 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으므로 기업의 사업재편의 지원에서 있어 정부의 역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과거와 같이 공급과잉과 같은 시장실패 영역의 보완 차원의 정부개입 보다는 적극적이고 민간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불확실한 분야에  대한 과감한 선제적 투자와 함께 기업의 투자리스크를 제거하는 기업환경을 조성해서 기업의 과감한 선제적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규제와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사전적, 자발적 선제적 기업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법과제도가 마련된 만큼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새롭게 보다 더 확장된 개념을 정부와 국회, 기업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의 기업구조정이 주로 사후적 기존 핵심 주력사업 분야의 철수(exit)에 주력한 것이었다. 산업 내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 추구 차원의 상시적 기업 성장과정을 의미하는 사전적 구조조정의 의미를 크게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치열하게 전개될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글로벌 리더로서의 위상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기존 핵심 주력사업을 고도화해야 한다. 또한, 미래 신성장동력 분야에 조기에 진출함으로써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성 확보를 위한 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긴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산업 및 기업의 구조조정은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적 처방보다는, 경제위기 이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 대처 차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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