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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00일, 그 이후’와 소통의 기획, 소통의 결과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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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9월03일 17시20분
  • 최종수정 2017년09월03일 18시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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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나갔다. ‘100일 지지율‘은 한 정권이 안착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다. 문 대통령은 78%(한국갤럽 조사)였다. 김영삼 대통령의 83%에 이어 2위다. YS보다는 낮지만, 정권 초기에 터진 광우병 파동으로 가장 저조한 지지율을 보였던 이명박 대통령(21%)는 물론이고 노무현 대통령(40%)보다도 2배나 높은 지지율이다. 문 대통령 정부가 안착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이 80% 내외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그의 ‘적극적인 소통행보’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은 듯, 문대통령은 국민 속으로 적극 들어갔다. 그리고 이를 잘 알리는데도 성공했다. 출범 초 국민들은 문대통령이 수석비서관들과 커피 잔을 들고 청와대 경내를 웃으며 산책하는 사진을 보고 열광했다. 신문과 방송에서 보던 선진 미국정치와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을 연상케 했던 그 모습은, 시작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보지 못했던 파격 소통이 계속됐다. ”세상이 달라진 것 같다“는 국민들의 생각이 ‘100일 78% 지지율’을 만들어 냈다. 

 

이런 문 대통령의 성공적인 소통행보의 중심에는 ‘탁월한 기획자’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이 있다. 정치에서 실체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다. 그는 선거에서 승리하고 출범 이후에도 지지율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여당에게는 ‘소중한 존재’가, 반대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야당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취임 100일을 맞아 준비되었던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대국민 보고대회’의 중심에도 탁 행정관이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하는 조짐이 보였다. 특히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중가요가 흐르는 가운데 전국에 생중계된 대국민 보고대회 행사가 그랬다. 찬사와 비판이 극단적으로 엇갈렸던 여당과 야당들의 반응이야 예상했던 대로라고 하자. 한 진보언론은 “청와대 수석도, 각부 장관도 심지어 비서실장조차도 대통령을 만날 수 없었고,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시대에 살던 우리들로서는... 또 다시 “이게 나라다”를 말하게 된다“(미디어스)라고 높게 평가했고, 한 보수언론은 ”행사 사회자는 "어디서 질문이 나오고 어디서 답변이 나올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방송 시나리오에는 어떤 질문자가 무슨 질문을 하고 누가 어떤 답변을 할지 이미 정해져 있었다“(조선일보)며 ‘홍보쇼’라고 비판한 것도, 예측 가능했다고 치자. 하지만 중립적이거나 호감을 표현했던 몇몇 언론들에서 이번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들의 관심을 보여주는 시청률도, 주요 방송사들이 일제히 생중계를 했지만, 매우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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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00일은 ‘허니문 기간’이다. 갓 결혼한 신혼부부들처럼, 주로 장점이 서로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그 허니문 기간이 지나가면, ‘생활’이, ‘현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서서히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얘기다. 

정치는 중간지대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다. 그걸 보수와 진보로 표현하건, 우파와 좌파로 표현하건, 각각의 핵심 지지층은 자신의 정당이 무얼 하든 지지한다. 승부는 자신을 중도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쪽의 차지다. 

지난 100일, 그 중간지대의 마음을 정부여당이 얻는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5년 내내 그럴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누가 집권을 하든, 원래 정치가 그렇다. 여기서 정부여당이 기억하면 좋은 단어가 있다. ‘과유불급’이다. 옛말치고 틀린 말 없지 않은가.

 

탁 행정관의 거취에 대한 논란은 사실 그의 임명 직후부터 있었다. 하지만 그건 문 대통령의 ‘선택’의 문제다. 대통령이건 CEO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단지 그 선택에 책임을 지면된다. 그러니 탁 행정관이 특정 자리에서 사퇴를 하건 안하건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설사 사퇴를 한다 해도 비상근으로 자문을 계속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가 어디에서 일하던, 정부와 여당이 그의 ‘비중’을, 그에 대한 ‘의존’을 줄일 때가 온 듯하다. 아쉽다 해도 할 수 없다. 과한 ‘소통의 기획’은 자칫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가끔은 그의 ‘기획능력’이 필요한 때가 오겠지만, 이제 과하면 국민들은 식상해 한다. 그러곤 마음을 닫는다. 순간이다. ‘소통의 기획’이 아니라 ‘소통의 결과물’로 승부할 시점이 왔다.

 

‘기획’이 힘을 썼던 정권 출범 초기는 지나갔다. 그리고 우리 앞에는 안보(북핵), 경제(복지), 교육(수능 절대평가)이라는 세 개의 무거운 과제가 ‘결과물’을 내놓기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북핵, 한미동맹 등 안보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세련된 연출이 아니라,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문 대통령의 묵직한 목소리가 필요한 ‘출범 100일, 그 이후’가 시작됐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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