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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거래소 설립을 통한 문화산업 자본화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7년08월31일 17시48분

작성자

  • 김시범
  • 국립안동대학교 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캐릭터학회 회장 / 창조산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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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강제로 재개봉’된 영화가 있다. 미국에서 2010년에 개봉된 영화 ‘플립(Flipped)’은 국내 영화관객들의 개봉 요청에 의해 이제 국내에서도 개봉되어 삼십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았다. 이러한 현상은 영화관객들의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통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며, 이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대한민국헌법 제1조 2항)의 정신에도 부합한다. 즉, 영화를 즐길 문화 권리는 관객에게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개봉되는 영화의 선정과정에 관객의 적극적인 의사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소수의 전문집단에 의해 창작되고 유통되는 문화콘텐츠를 일반 대중이 수동적으로 향유하고 소비하는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문화콘텐츠의 소비층인 대중이 문화콘텐츠 생태계에서 능동적인 참여를 하고 있다. 

 

‘창작소비자(Prosumer)’라는 용어의 등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창작자와 소비자의 경계도 무너지고 있다. 문화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기술이 발달하고, 장비 및 기기들의 대중화와 함께 일반대중이 창작한 문화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들이 생겨나면서 창작소비자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창작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문화콘텐츠의 흥행여부를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에 사업투자자들은 과거에 좋은 성과를 올린 창작자들을 선호한다. 때로는 제작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야 하기에 창작자가 기획한 의도를 충실하게 수행하기 쉽지 않다. 순수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공공자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자금으로 그 규모가 제한적이며, 때로는 위정자의 정책적 방향에 따라 지원되는 작품이 결정되기도 한다. 이미 제작된 문화콘텐츠는 적절한 가치평가를 받을 수 없어서 금융지원을 제대로 받기도 어렵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문화산업의 생태계를 위한 자본화 방안으로 ‘문화콘텐츠거래소’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문화콘텐츠거래소는 문화콘텐츠 창작자들이 ‘문화상품’단위로 거래소에 등록하여 지분을 증권화하여 투자소비자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이 거래소가 설립되면 문화콘텐츠를 향유하고 소비하는 일반대중이 직접 자신이 원하는 ‘작품’에 투자하는 ‘투자소비자 (Invesumer ; investor와 consumer의 합성어)라는 문화콘텐츠산업의 새로운 자본가집단이 탄생될 수 있다.

 

이 문화콘텐츠거래소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통해 문화산업의 자본화에 도움이 된다.  

 

도전적인 새로운 문화상품이 제작된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는 초기 기획창작자가 콘텐츠기획안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콘텐츠기획안이 작품으로 완성되기를 원하는 일반인이 그 콘텐츠기획안에 투자를 한다. 기획안이 작품으로 제작되면서 그 지분의 가치는 변동될 것이며, 완성된 초기 콘텐츠가 대중의 호응을 받아 검증되면, 증자를 통해 조성된 자금으로 대형 콘텐츠가 제작될 수 있다. 초기에 실험적인 소형 콘텐츠에 투자한 투자소비자들은 경제적 이익과 함께 자신이 원했던 작품을 향유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기존의 대중자금모금(crowd funding)방식을 확대하여 작품제작에 참여한 투자소비자들의 자금을 증권화하고 유통할 수 있도록 하는 거래소이다. 

 

 

재무적 투자자의 출구전략이 쉬워진다. 문화계정 콘텐츠 펀드는 그 존속 및 운영기간이 제한되어 있어서 재무적 투자자의 관점에서 매력적이지 않다. 캐릭터, 애니메이션 등과 같은 문화콘텐츠는 수십 년에 걸쳐 수익이 창출될 수 있다. 문화콘텐츠 펀드에 참여하는 재무적 투자자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회수되는 문화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는 것을 꺼린다. 하지만, 문화콘텐츠거래소에서 이들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되면, 더 많은 재무적 투자자들이 문화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문화산업의 민주경제화를 이끌어낸다. 문화콘텐츠를 소비하고 향유하는 일반대중이 스스로 소비할 의향이 있는 문화상품을 결정하고 그 제작에 필요한 자본형성에 참여하는 것이다. 문화상품의 흥행에 따른 경제적 수익을 문화상품 제작에 참여했던 투자소비자가 공유하게 된다. 물론 흥행실패에 따른 경제적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공공지원사업에 의존하는 일부 좀비 창작자들을 방지하고, 특정단체 또는 기업을 편파적으로 지원하는 부작용도 차단할 수 있다. 심사평가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한 문화콘텐츠나 공공지원금을 받지 못한 순수문화예술작품도 거래소에서 투자소비자들의 자금을 통해 제작될 수 있다. 

 

문화콘텐츠 가치평가의 근간이 마련된다. IBK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 등에서 문화콘텐츠 사업자들을 위한 금융지원을 하고 있으며, 문화콘텐츠 가치평가방법을 개발하기 위하여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문화콘텐츠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가치를 계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부동산 감정평가도 주변의 거래시세를 참고하고 있는 것처럼, 문화콘텐츠도 문화콘텐츠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사례들이 축적되면 문화콘텐츠 가치평가도 용이해질 것이며, 이러한 가치평가가 이루어지면 문화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와 대출도 활성화된다. 

 

 

이제 문화콘텐츠의 소비자인 일반 대중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금을 투자하여 스스로 소비할 문화콘텐츠 창작을 지원하는 자본가의 역할을 하는 ‘투자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완성된 문화콘텐츠의 가치도 지속적으로 평가되고 거래될 수 있는 문화콘텐츠거래소 설립을 추진하여야 한다. 이 거래소가 정착되면, 모든 국민이 문화산업의 주인이 되어 국민이 원하는 문화콘텐츠를 제작하고 소비하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함께 공유하는 바람직한 문화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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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8월31일 17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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