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법원개혁과 대통령의 신의 한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7년08월28일 17시08분
  • 최종수정 2017년08월30일 09시54분

작성자

  • 나승철
  • 법률사무소 리만 대표변호사, 前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메타정보

  • 48

본문

 

필자는 당초 문재인 정부의 법원 개혁 의지에 대해 반신반의 했다. 법원 개혁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후보의 공약 중에 법원 개혁과 관련해서 눈에 띄는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기자로부터 더불어민주당은 법원에 우호적이고, 자유한국당은 검찰에 우호적인 경향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번째 대법관 임명도 대법원의 기존 경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재연 변호사가 대법관으로 임명되었지만, 조재연 변호사 역시 과거 판사 경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에 대해 큰 기대를 갖지 않았다. 대법원장은 관행적으로 전직 대법관 중에서 나오는데, 대통령의 법원개혁 의지 자체가 약하다면 이미 대법원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대법원장으로서는 법원 개혁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이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처음엔 이것이 어떤 상황인지 판단이 서질 않았으나 잠시 후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 나왔다. 대법관으로서의 업무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을 대법원의 수장인 대법원장으로 지명한 것이다. 검찰개혁보다 법원개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온 필자조차 대법관을 안 거친 대법원장은 생각도 못해봤던 것이다. 관행이란 것이 그렇게 무섭다. 그런데 그 관행이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간단히 깨져 버렸다. 법원 개혁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분명한 의지가 느껴지는 인사였다.

 

김명수 법원장의 이력을 보고서는 더욱 놀랐다. 최근 판사회의를 주도하며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법관 블랙리스트’ 사건의 추가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초대 회장이 바로 김명수 법원장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법관 블랙리스트’ 사건의 추가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초대 회장을 대법원장으로 지명한 것은, 한마디로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무언의 질책으로 볼 수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새 대법원장 후보자의 이름을 듣고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을 것이다. 대법원장 퇴임 후 ‘법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추가조사가 이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양승태 대법원장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올지 모른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그동안 법원의 관료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심지어 ‘제왕적 대법원장’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그러한 부분을 비판해 왔으므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는 법원의 보수화, 관료주의를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1c328835c28392de6959e8c131291b1a_1503900
 

다만, 그가 ‘현직’ 법원장 출신이라는 점에서는 우려도 있다. 법관들은 ‘사법의 독립’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은 그동안 ‘사법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면서 법원 외부로부터의 견제에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심지어 같은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들의 ‘법관평가’에 대해서도 상당수 법관들은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사법권 역시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견제는 필요하다.

 

 ‘사법의 독립’이 ‘사법의 무책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의 제도 아래에서라면 법관은 아무리 상식에 반하는 판단을 내려도 국민들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법관을 선거로 선출하자거나 사법평의회를 도입하여 법관 인사권을 법원으로부터 독립시키자는 제안은 모두 국민주권적 관점에서 사법권도 견제를 받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현직 법원장 출신인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과연 그러한 문제의식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법원 내부에서 법관의 독립을 확보하는 데에만 적극적이고, 법원 외부로터의 견제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결국 법원 개혁은 반쪽으로 끝났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명수 법원장을 대법원장으로 지명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번 정부에서는 개헌까지 추진한다고 하니 새로운 대법원장의 주도 하에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과감하고도 통 큰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48
  • 기사입력 2017년08월28일 17시08분
  • 최종수정 2017년08월30일 09시54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