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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에서 시작된 살충제 달걀 파동이 우리 사회를 강타해버렸다. 자질이 의심스럽던 신임 식약처장의 안심해도 된다는 말도 처음부터 믿을 것이 아니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는 새 정부의 호언장담도 빛이 바래버렸다. 양계장에서 생산된 달걀의 95.7%는 멀쩡했고, 1,239개 산란계 농장 중에서 살충제로 오염된 달걀을 생산한 농장은 52개뿐이었다. 전문성이 부족한 정부가 과잉 대응으로 불안을 증폭시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뿐이 아니다. 살충제 달걀의 위해성에 대한 식약처의 어설픈 발표도 설득력을 잃어버렸다. 보건의학 분야의 전문가 단체인 환경보건학회와 의사협회가 식약처의 발표에 반발했고, 정치권과 언론도 식약처의 ‘먹어도 된다’는 표현을 희화화시켜 버렸다.

 

  살충제로 오염된 달걀이 처음 확인되고 보름 가까이 지났지만 소비자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갑자기 증폭된 생리대 파동으로 언론의 관심을 벗어나기는 했지만, 달걀의 소비는 반 토막이 나버렸고, 산지의 달걀 가격도 폭락해버렸다. 달걀을 많이 사용하는 제빵업계도 흔들리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 겨울 조류독감(AI) 파동에서 헤어나기도 전에 불거진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자칫하면 양계산업이 통째로 흔들리게 된 셈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장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인 닭고기와 달걀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다. 정부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국민 건강과 식탁을 지켜주는 노력을 해줘야만 한다.

 

무너져버린 살충제 관리제도

 

  살충제 달걀 파동은 농식품부의 살충제 관리 시스템의 붕괴에서 시작된 것이다. 살충제는 특성상 작물이나 가축의 종류에 따라 사용과 잔류농도의 범위가 법으로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다. 닭의 경우에는 진드기와 이의 제거 등을 위해 비펜트린을 비롯한 14종의 살충제의 사용이 허가되어 있고, 사용이 허가된 살충제에 대해서는 식약처가 고시한 ‘잔류허용기준’이 정해져 있다. 달걀이 살충제로 오염된 과정은 명백하다. 지난 폭염 기간에 밀집사육을 하는 산란계 농가에서 닭의 산란율을 떨어뜨리는 진드기와 이를 제거하기 위해 살충제를 사용한 것이 문제였다. 사료와 깃털에 묻었던 살충제가 몸속으로 흡수되었고, 결국에는 달걀까지 오염시키게 된 것이었다.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에서 드러난 농식품부의 살충제 관리 현실은 참담했다. 애완동물과 가정용 바퀴벌레 제거제로 허가된 피프로닐을 비롯해서 농작물용 살충제로 허가된 에톡사졸·플루페녹수론·피리다벤·클로로페나피르·테트라코타졸 등 6종의 살충제가 전구의 산란계 농가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었다. 농약상에서 살충제를 임의로 조제·배합해서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고, 수의사들도 가축이나 가금류에 허용되지 않은 살충제를 양계장에 추천해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농피아에 농락당한 친환경 인증 제도

 

  농식품부의 ‘친환경’과 ‘동물복지’ 인증 제도도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1,239개 산란계 양계장에 대한 전수조사에서 살충제 사용이 확인된 52개 양계장 중 59.6%인 31개 양계장이 농식품부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아 ‘합성유기농약’의 사용이 금지된 양계장이었다. 잔류허용기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살충제가 검출된 친환경 인증 농가도 37개나 되었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683개 산란계 농장 중 10%가 인증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는 뜻이다. 심지어 살충제·항생제의 사용은 물론 밀집사육도 허용되지 않는 92개 동물복지 농장 중 2곳에서도 사용이 금지된 DDT가 검출되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기대와 달리 정부의 직불금도 받지 못하고, 달걀 판매 가격도 싼 일반 산란계 농장들이 살충제를 더 적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인 일이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장은 정부로부터 연간 최대 3천만 원의 직불금을 지원받을 뿐만 아니라 생산된 달걀을 40%나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동물복지 달걀의 가격은 일반 달걀의 2~3배나 된다. 물론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유기합성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사료와 사육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노력에 대한 사회적 대가다. 친환경·동물복지 농가의 도덕적 해이는 농피아의 놀이터로 변해버린 64개 민간 인증기관의 부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

  

논란만 증폭시켜버린 위해성 평가

 

  시중에 유통 중인 달걀에 대해 27종의 농약 성분에 대한 잔류허용기준의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식약처의 전문성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피프로닐의 처음 검출된 8월 14일까지 식약처는 달걀의 잔류허용기준이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다고 공언했었다. 전국의 산란계 농장에 대한 전수 조사를 마친 후에 내놓았던 ‘위해성 평가’는 꺼져가는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고 말았다.

 

  ‘최대로 오염된 계란을 하루 동안(ARfD) 1~2세는 24개, 3~6세는 37개, 성인은 126개까지 먹어도 위해하지 않고, 평생 동안(ADI) 매일 2.6개를 먹어도 건강에 큰 문제는 없다’는 공식 발언이 문제였다. 발언의 내용은 문제가 없는 것이었다. 가장 심하게 오염된 달걀을 126개나 먹더라도 급성 독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없고, 장기간에 걸쳐 매일 2.6개의 달걀을 먹더라도 만성 독성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먹어도 위해하지 않고, 건강에 큰 문제는 없다’는 표현은 어설픈 것이었다. 실제로 환경보건학회는 식약처가 ‘만성’ 독성을 무시했다고 반발했고, 의사협회는 ‘먹어도 된다’는 표현에 시비를 걸었다.

 

  그러나 식약처의 발표 중에는 명백하게 만성 독성에 대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었다. ‘평생 동안 매일 2.6개를 먹어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가 만성 독성을 뜻하는 부분이었다. ‘먹어도 된다’라는 표현에 대한 시비는 지나친 것이다. 이미 소비자에 의해 소비된 것이 분명한 살충제 달걀에 대해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식약처의 의도였다. 정치권과 언론이 식약처의 발표를 왜곡해서 시비를 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 단체까지 식약처의 표현을 문제 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었다.

 

  식약처와 농식품부의 살충제 잔류량 검사에도 허점이 보인다. 식약처는 달걀 5개의 내용물을 한꺼번에 검사했고, 농식품부는 무려 10개 달걀의 내용물을 모두 모아서 검사를 했다. 더 많은 수의 달걀을 검사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검사 방법이다. 살충제의 잔류 여부를 판단하는 목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잔류허용기준을 확인하는 목적으로는 적절하지 않은 검사 방법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잔류량의 농도가 20%나 10%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의 위해성 평가를 납득하기 어려운 진짜 이유가 따로 있다는 뜻이다.

 

오리무중인 DDT의 출처

 

  일부 동물복지 농장에서 검출된 DDT 문제는 심각한 사안이다. 달걀과 닭고기에서 검출된 DDT의 오염 수준은 크게 심각하지 않다. 그러나 DDT는 1979년부터 국내에서 수입‧생산‧유통‧소비가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는 살충제다. 과거에 사용했던 DDT가 토양에 잔류한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분명한 확인이 필요하다. 사용이 금지되고 38년이 지났는데 닭과 달걀을 오염시킬 수준의 DDT가 토양에 남아있다는 주장은 일반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전국의 모든 토양에 대한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 만에 하나 불법으로 DDT가 유통‧소비되고 있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당연히 출처를 분명하게 밝혀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장기간 토양에 잔류하고 있던 DDT와 새로 살포한 DDT를 구별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도 찾아야 한다.

 

쉽지 않은 대안

 

  살충제 달걀의 간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밀집사육’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산란계 농자의 환경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산란계는 생후 6개월경부터 약 1년 동안 산란을 한 후에는 도축되어 생후 1~2개월에 삼계탕이나 프렌차이스 튀김용으로 사용되는 ‘육계’(수첫)와는 다른 목적의 닭고기로 소비된다. 달걀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A4 한 장의 크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0.05제곱미터의 ‘배터리 케이지’에서 사육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당장 밀집사육을 금지할 수는 없다. 치솟을 달걀과 것이 분명한 닭고기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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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8-28 10: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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