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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ICBM은 게임 체인저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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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7월19일 17시23분

작성자

  • 김태우
  • 前 통일연구원 원장, 前 국방선진화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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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탄(ICBM)을 쏘았다. 금년들어 11번째의 미사일 발사다. 조선중앙TV는 “화성-14형 대륙간탄도로켓이 정점고도 2,802km, 비행거리 933km, 비행시간 39분 등을 기록했다”고 밝히고 “세계 그 어느 지역도 강타할 수 있는 당당한 핵강국이 되었다”고 선언했다. 이제 북한의 ICBM 능력은 기정사실이다. 이번에도 정상 각도로 발사되었다면 7,000km 내외의 비행거리가 나왔을 것이 확실하며, 미국의 전문가들도 화성-14 미사일의 성능을 좀 더 개선한다면 미 본토를 타격할 사거리를 가질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바야흐로 가난한 말썽국가 북한이 아시아의 미 군사기지들을 타격권으로 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s)에 더하여 군사적 초강대국의 상징인 ICBM까지 보유하게 된 것이며, 이에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파워가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인가에 관심을 표하고 있다. 즉, 북한의 미사일 파워가 미국의 안보정책, 동맹정책, 아시아정책 등에 변화를 강요할 수 있는지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은 너무나 명백하다. 북한의 ICBM이 게임 체인저가 되도록 방치하는 경우 미국은 물론 동맹과 관련국들이 치러야 하는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도록 반드시 막아야 한다.     

 

 ICBM을 포함한 북한의 미사일 파워가 게임 체인저가 될 만큼 강력해진다면, 당장 한국과 일본에 제공하는 방위공약과 핵우산의 신뢰성이 감소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파워가 미국의 아시아 기지들과 본토를 실질적으로 위협할만큼 강력해진다면, 유사시 동맹국을 위한 미군의 전개를 억제하고 북한의 핵사용을 좀 더 용이하게 만들 것이다. 이는 미국 국민이 “동맹국을 돕기 위해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 핵공격 위협을 무릅써야 하는가” 그리고 “동맹국을 공격한 북한을 응징하기 위해 워싱턴과 로스엔젤레스가 핵공격 위협을 받아야 하는가”를 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북한의 강력한 미사일 파워는 동맹국들을 취약하게 만들뿐 아니라, 미국의 동맹정책을 혼란 속에 빠뜨리고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위를 크게 손상시키는 괴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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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맥락에서 북한 전문가들은 중국의 향후 행보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북한의 위험한 핵미사일 게임을 중단시키기 위해 미국이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중국의 협력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게임을 주로 신냉전 차원에서 다루면서, 다시 말해 북한의 핵․미사일 파워가 중국에게 있어 경제적․외교적 부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을 잠식하는 전략적 자산이기도 하다는 점을 의식한다. 이 때문에 중국은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비공식적으로는 평양정권의 생존을 돕는 이중플레이를 계속해왔다. 이런 배경에서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괴물’이 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한 치명적인 제재(crippling sanction)를 거부해왔고, 중국의 이중적 자세는 지난 4월 역사적인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이후에도 달라진 것이 별반 없다.

 

 그럼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북한의 미사일 파워가 게임 체인지로 발전하는 것은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도 결코 이롭지 않다. 중국이 북한의 ‘악마놀음’을 두둔할수록 북핵으로부터 위협을 느끼는 역내 국가들은 중국으로부터 멀어질 것이며, 반북 국제여론이 커지는 것이 비례하여 중국이 원하는 국제적 리더쉽을 득할 가능성도 멀어질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중국이 중화패권(中華覇權) 의식을 바탕에 둔 팽창주의 대외기조로 주변국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일을 계속한다면,  궁극적으로 동아시아의 안보질서는 중국에게 호의적이지 않는 것으로 재편될 것이며, 거기에는 한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의 자위적 핵무장과 그로 인한 핵확산 도미노의 가능성도 포함된다. 때문에 조금만 관점을 바꾸어 본다면, 중국에게도 북한의 핵미사일 파워가 게임 체인저로 둔갑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및 미국의 동맹국들과 협력해야 할 이유들이 많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위험한 핵미사일 게임은 북한정권 스스로에게도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이 위험스런 게임을 끌고 갈수면 갈수록 미국이 북한이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등장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극단적 행동을 취할 이유들이 축적되고, 중국과 러시아의 생각을 달리하거나 한국과 일본의 인내심이 고갈될 가능성도 높아지며, 이와 함께 고립과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는 북한주민의 불만도 높아질 것이다. 즉, 북한정권이 핵무기와 미사일의 고도화를 고집할수록 스스로의 생존을 위협할 외폭(explosion)과 내폭(implosion)의 가능성도 축적되어 간다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평양정권은 자신들이 포화점(saturation)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하고, 한국의 진보적 정부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핵해결을 중시함으로써 자신들에게 비교적 안전한 출구를 제시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매주 미사일을 발사하는 중에도 6월 29-30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화의 문을 개방해 두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북한이 ICBM을 발사한 직후인 7월 6일 베를린 선언을 통해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비핵화 의지를 보여준다면 앞장서서 북한을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평양정권은 한국정부의 이러한 제안이 외폭와 내폭을 모면할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북한정권은 “지금이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곱씹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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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7월19일 17시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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