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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검찰개혁 그리고 죄수복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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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6월19일 17시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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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정부의 주요요직 후보자에 대한 국회에서의 인사청문회 이후 보고서 채택여부를 놓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온통 난리다.  사실 국회의원들 뿐만 아니라 동종직종에 종사하는 자들의 지지선언, 여론조사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들이 난리다.  정말 그럴만한 사안인가?

 

    공익실현을 위하여 일하여야 할 공무원의 자격에 관하여는 우선 법에서 정하고 있다.  이러한 형식적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을 전제로 해당 공직을 잘 수행할 만한 지식과 경험, 능력이 있는지의 여부와 나아가 사회자의 지도자로서 타인의 모범이 될 만한 인격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검증하고자 미국의 제도를 참고하여 우리 국회에서의 청문회 제도가 채택되었을 것이다.  후자의 경우 공직자의 자질과 관련하여 법규의 준수 여부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공직자가 법을 지키지 않았다면 국민들에게 법규를 지킬 것을 요구하고 또한 법규를 어긴 국민들을 처벌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세법을 준수하였는지 여부가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모로부터의 또는 자식들에 대한 상속증여관련 세법이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주로 음주운전, 허위전입신고, 병역의무회피 등이 보다 큰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법에 대한 태도로 따지자면 도로교통법, 주민등록법, 병역법 등 행정법규의 위반이기는 하지만 이들 모두 엄청난 범죄행위이다.  그러나 한편 실제 국민들이 얼마나 준수하는지 여부를 살펴보자면 이들 모두 빈번하게 행하여지고 있는 또는 과거에 행하여졌던 위법행위로 보인다.    

 

법원공무원인 판사의 경우에는 정치적인 사건에 대한 판결을 따지고 들고 교수의 경우 표절시비를 건다.  이들은 일종의 윤리적 판단의 문제로서 법규준수여부에서 한걸음 나아간 시비이기도 하다.  과거 권위주의적 정권하에서 판검사를 한 자는 모두 고위직에 임용될 수 없다면 여당국회의원을 한 자들도 마찬가지이며 자기가 쓴 글을 다른 글에서 일부 반복하는 것을 자기표절이라는 이름으로 단죄한다면 학자를 공직에 임용하지 말자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들린다. 

 

모두가 인정하는 문제는 이들 개개 기준의 적정성보다는 인사청문회제도가 지나치게 당파적 이해관계 내지 국회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자의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인 공직자 후보에게는 지극히 관대하며 야당은 여당의 공직자 임용에 대하여 모든 힘을 다하여 반대 내지 지연시킴으로써 정부를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것이 현실이다.  법치주의를 실현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관인 국회가 법치주의의 반대명제인 자의주의에 따라서 인사청문회를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기준을 만들자, 비공개로 하자는 등의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비공개는 인사청문회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고 또한 자의적 운용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  일응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필요하나 기준의 중요한 요소로 고의는 대부분의 범법행위가 고의에 의한 행위이니 때문에 적절하지 못하고 차라리 범법행위 내지 비윤리적 행위의 유형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공직의 성격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과거 일정한 시점 이후의 행위에 국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기준을 만듬에 있어서 한두가지 추가로 고려할 점은 우선 판단의 대상을 공직자 후보자가 아닌 이들의 가족 전반으로 확대시키지 않기로 합의하는 것이다.  현재의 운용실태는 개인의 자유에 기초한 근대사회의 전제를 부인하는 연좌제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공직자의 이해상충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여 공직자로서의 자격여부를 판단받기 전에 이를 모두 공개하도록 하며 나아가 공직자로서 근무하면서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할 사안을 미리 정하여야 한다. 후보자가 공직을 그만 둔 후에 또는 자신의 직업으로서 영리활동에 종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러한 영리활동이 공직자로서의 활동에 영향을 주어서는 아니되며 따라서 공직자의 공직활동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영리활동을 모두 공개하여야 한다.    

 

절차와 관련하여 개선될 점을 지적하자면 후보자는 아직 공직에 임용된 것은 아닌 만큼 해당 부처의 공무원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권리도, 사무실이나 차량을 제공받을 권리도 없다.  후보자는 자신의 지식·경험과 자신의 비용으로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인사청문회에 홀로 또는 가족과 함께 나와야 한다.  여태까지는 후보자가 지명되면 그 순간부터 해당 부처는 많은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하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작업을 지원하고 나아가 청문회장에도 조직폭력배의 하수인처럼 줄줄이 뒤에 앉아 있는데 이는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또 한가지 인사청문회에서 툭하면 시비가 되는 것중 하나는 자료제출의 범위인 바, 현재 필수제출자료와 임의제출자료의 구분을 없애고 후보자는 법규에서 제출하여야 할 자료를 자세하게 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경우 그러한 거부행위 자체가 형식적 자격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정함으로써 임의제출자료의 불충분을 가지고 시비를 하는 사태를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여 보인다.  또한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를 기초로 거짓이나 은폐를 확인하는 것이 기본적인 절차이어야 하며 온갖 소문과 제보에 기초한 gossip 확인절차이어서는 아니 된다.  인사청문회가 지극히 제한된 시간동안 개최되는 우리의 현실에서 형식적이고 말단지엽적 사실확인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할애되는 것을 보면 우리 국회 나아가 우리 정치시스템의 효율성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게 된다.

          

검찰개혁

 

지난 수십년동안 논의되고 있는 법무부 내지 검찰의 개혁은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 고위층에 대한 수사의 어려움, 검찰과 경찰의 역할분담, 검찰내부의 부패방지 등 여러 가지 측면이 있지만 핵심은 검찰의 중립적인 법집행의 확보인 듯하다.  크게 보면 법은 모든 행정부처, 경찰, 검찰, 법원에 의하여 집행되지만 검찰의 범죄에 대한 수사와 법원에 대한 공소제기는 가장 엄중하고 공식적인 법집행인 까닭에 이의 독점은 독점 자체로서 언제나 시비거리이다.  늘 시비가 걸리는 이유는 한편으로 정치인들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결국 정치적인 고려없이 중립적으로 법을 집행하지 못한 검찰 자체의 책임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를 막기 위하여 형사소송법상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을 통하여만 수사를 지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지만 이 규정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법률가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최근 미국에서의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FBI 국장, 지검장 간 혈투이다.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을 내 보낸 후에 Comey FBI 국장에게 FBI가 수사중인 전 안보보좌관 Flynn과 러시아간 접촉내용에 대한 수사를 중단, 종결시킬 것을 부탁하였고 FBI 국장은 Flynn이 좋은 사람이라고만 말하여 간접적으로 거절한 후에 대화내용을 메모로 작성하여 놓고 있다가 해고된 후 이를 NYT에 유출시켜서 특별검사 Mueller의 지명을 유도했다.  법무부장관 Sessions는 자신이 FBI의 조사대상에 포함되자 동 사건에 대한 회피를 결정하였고 Bharara Manhattan 지검장은 대통령의 전화메시지에 회신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 이를 거절하였다가 해고되었다.  사실관계에 관하여 서로 이견이 있지만 Comey FBI 국장이나 Bharara Manhattan 지검장의 판단은 대통령이 수사가 진행 중인 특정사안에 대하여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 내지 위법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에서의 논란은 대통령이 특정 사안에 대하여 의견을 표명하는 행태, 검찰출신 청와대 비서관들이 직간접으로 검찰권 행사에 관하여 검찰과 논의하는 행태, 검찰이 선거사범의 조사와 관련하여 자발적으로 정치세력의 판도에 따라서 수사권이나 공소권을 행사하는 행태,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안은 수십년이 걸리는 검찰이나 법원의 우리의 행태와는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법제도가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을 파악하면 해결책이 저절로 나온다는 주장도 있지만 모든 문제가 그렇지는 아니하다.  검찰의 탈정치화 내지 정치적 중립성은 청와대 비서관이나 장관을 바꾸고 정치검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이 출발점이기는 하지만 보다 지속적이고 시스템적 제도도 구비되어야만 가능하여 보인다.  법무부를 탈검찰화하는 일은 출입국관리에서 일부 시행되었지만 그 범위를 확대, 국제적인 업무나 민상사상의 입법업무에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이들 업무는 일선에서 잡범 수사업무를 담당하던 검사가 2-3년 배우다가 승진하고 나가면서 후배검사에게 넘겨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검찰 내부의 인사와 징계를 위하여 실제 독립성을 지니고 결정권을 가지는 독립적인 위원회가 설치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문화적 분위기상 위원회 제도가 제대로 운용되기는 쉽지 않지만 임명절차나 권한면에서 독립성을 보장하고 정치권의 관여를 배제한다면 점진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또한 검찰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외부의 기구도 바람직하며 그런 필요상 공수처의 설치도 고려하여 볼 만하다.  법원과 검찰의 권위 나아가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지난해 몇몇 변호사들에 대한 재판절차로 인하여 최저점에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도 검찰이 검찰 자체, 나아가 검찰을 떠나서 변호사를 하는 자들에 대한 자체점검과 제도정비부터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   

 

죄수복

 

필자는 80년대 미국 law school에서 일본법 세미나를 들으면서 일본내 재일동포의 범죄에 관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피고인이 죄수복을 입고 재판정에 들어오는 것을 본 학생들의 반응이 아직도 기억난다.  피고인의 무죄추정원칙이 일본헌법에 있는지 여부에 관한 질문에 강의를 진행하던 일본 변호사는 시원치 않은 영어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답변이라며 무어라 주절거렸다.  사실 주제는 재일동포의 법적 지위에 관한 논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필자의 전문분야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의 피의자 내지 피고인의 복장에 늘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최근 일부 피의자 내지 피고인은 평상복을 입고 수사 내지 재판에 임하는 사진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진정한 의미의 무죄추정의 법리가 실현되는 것같아서 기쁘다.  그런데 그 어떤 언론보도나 법률가도 그 기준에 대하여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구치소장 내지 형무소장의 재량인지, 아니면 피의자 내지 피고인의 연령이나 성별, 사회적 지위에 관한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지 궁금하다.  대규모기업집단의 경영자나 고위 공무원에게만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이 기회에 모든 구속 피의자 내지 피고인은 본인이 원한다면 평상복을 입고 수사나 재판에 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여 주어야 할 것이다.  그 많은 헌법재판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중요한 논점에 관하여는 아무도 헌법재판을 제기하지 않는지도 의문이다.  아직도 우리는 무죄추정의 원리를 헌법에 있는 원리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죄수복을 입고 재판을 받는 자를 무죄로 추정하려면 법률가들도 상당한 상상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법률가를 포함하여 수사대상에 오르는 것만도, 기소가 된 것만으로도 몹쓸 놈이라고 판단할 충분한 근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내용을 채우는 개혁을 하자

 

  우리 국민 모두가 소위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출발을 원하는 듯하다.  그러나 새로운 출발은 과거를 부정하고 외국의 새로운 제도를 받아 들이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외국의 제도는 형식상의 허울에 불과하고 실제 원하는 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가 그 좋은 예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통제, 국회에서 주요한 공직자 후보자에 대한 청문절차를 통하여 능력과 인격을 검증하자는 원래의 취지가 실제로는 정치적인 패싸움으로 전락하였기 때문이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정하고 있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피고인의 무죄추정의 원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검찰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며 이를 법이 보장하고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하며 피고인의 무죄추정의 원칙과 무관하게 구속된 피의자나 피고인이 죄수복을 입고 국민의 앞에 서고 있다.  진정한 개혁은 시스템내에 built-in되어야만 지속적으로 순기능이 가능할 것이다.  시스템의 일부로서 일관된 규정을 만들어 놓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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