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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데이터강국으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7년06월13일 16시31분

작성자

  • 김진형
  • KAIST 명예교수, 전 인공지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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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IT강국이라는 주장이 불편하다. 20년전 초고속 인터넷을, 또 무선통신을 남보다 먼저 설치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러한 투자가 국민의 편익이나 신산업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냐고 물으면 난감해 진다. 혁신의 도구인 소프트웨어의 우리 산업은 황폐하고, 산업에서 소프트웨어의 활용 수준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더구나 새로운 IT환경인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들먹이면 우리의 상황이 부끄럽기 그지 없다. 전 세계적으로 대세가 된 클라우드의 사용에 우리는 눈 감고 있다.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데이터 트래픽 비중이 OECD 국가들은 80% 이상인데 반하여 우리나라는 2% 미만이다. 

 

클라우드 우선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 공무원들이 문서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 IT강국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클라우드 상에서 문서를 띄워놓고 공동 작업하는 것이 선진국의 대세이지만 우리 공무원들은 각기 나 홀로 작업한 문서를 이메일로 주고 받는 비효율을 당연시한다. 

 

선진국에서는 정보기관들도 상용 클라우드를 사용한다는데 우리 정부 기관들은 클라우드라면 질겁을 한다. 컴퓨터와 보안기술을 몰라서 나오는 근거 없는 불안 때문이다. 개인 PC에서의 작업이 클라우드상에서의 작업보다 더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집에서 운용하는 발전기가 한국전력에서 공급하는 전기보다 더 안정적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IT강국의 공무원들이 어찌 이런 구식 정보시스템에 매여 있을까? 

 

우리의 전자정부 시스템은 2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단순한 정부 정책 홍보나 민원처리 수준의 수동적 대민 서비스가 고작이다. 찾아가는 맞춤형으로 대민 서비스로 격상시키는 것은 물론, 정부 정책의 수립에 있어서 데이터와 정보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세종시에 정부의 일부 부처가 내려가 있는 상황이지만 스마트워크와 화상회의가 활성화 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정부 내 “협업시스템” 구축하여 하나의 전자정부로서 부처간 칸막이를 허무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는 데이터 기반의 국정 운영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데이터 기반의 국정 운영 체계의 구축이 필요


복잡하고 빠른 변화를 가져오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정부 의사결정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데이터를 분석하여 미래를 예측하고, 중거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데이터로 정책을 검증하는 능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는 분출하는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고 타협하기 위함이다. 합리적으로 의사를 결정함은 물론, 그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면서 국민과 소통하여야 한다. 

 

다행히도 클라우드, IOT등 새로운 정보인프라의 확산으로 데이터 수집이 용이해졌다. 또 데이터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과학적 방법론이 크게 성숙했다. 이것이 관료들이 직관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체제와 관행을 데이터 기반 체제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이다. 

 

관 주도로 민간을 이끌기 보다는 민간과의 협치가 바람직하다. 민간의 창의력을 활용하여 정책을 입안하고 민간의 협조를 얻어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하여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깔아 주고,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보다 유용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적극적인 공공데이터의 생산과 개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는 공공부문에서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개발하고, 이를 민간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민간에서 제안한 정책이 현실성이 있고 고도화 될 것이다.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면 민간이 이를 활용하여 산업을 일구고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것이다. 특히 근래에 주목 받고 있는 인공지능 산업도 데이터 기반형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양질의 데이터 확보는 어려운 문제다. 국가에서 나서서 도와주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적극적인 공공데이터 개방 정책과 국가DB 구축 사업의 강화가 바람직하다.

 

문화 예산의 상당 부분을 문화 분야 멀티미디어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이미 조선왕조실록을 국역하여 인터넷 상에 개방함으로써 사극 드라마나 영화의 융성을 경험한 바 있다. 이에 더해 고전 무용, 전통 판소리, 한국화, 고고학 출토품의 디지털 자료 등을 적극 구축하여 개방한다면 또 어떤 놀라움이 일어날까?

 

국가 R&D 사업비의 상당액을 연구용 공용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투입하는 것은 연구 효율을 높인다.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하여는 한국인의 언어, 신체, 음성, 표정, 동작, 건강 등에 대한 정밀 데이터가 필요하다. 한국의 지형, 기후, 동식물, 풍물, 토지, 농작물 등등의 국가 DB 사업도 지속하자. 세종대왕 이후의 모든 한글 문서의 전자화를 추진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 하다. 특히 국가 R&D 사업 결과 등은 공개 소스코드, 공개데이터로 사회적 자산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정보보호 제도 보완


과도한 “개인정보 보호”가 데이터의 공유와 활용에 있어서 장애 요인이 되고 있어 이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 여러 선진국의 개인정보보호 정책은 개인정보의 비밀유지 차원에서 산업육성 및 사회적 편익을 증대하기 위한 활용 강조 추세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개인정보보호 정책은 개인의 권리 보호 측면이 강하다. 

현행 법규는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때 정보 주체의 사전 동의를 요구한다. 그러나 비식별화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없을 때는 예외로 한다. 그러나 다른 정보와 결합하여 개인이 식별될 경우에는 법적 규제와 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는 비식별화하여 공개된 이후에 벌어질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공개한 사람에게 책임 지운다. 기업에서는 비식별화를 해서 사용했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에서는 재식별화가 가능하다고 기소했다. 상황이 이러니 대부분의 기업이 빅데이터 활용을 기피한다. 

 

이러한 불분명한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비식별화 기술의 불완전성을 이해하고, 업무에 따라 요구되는 재식별화의 난이도 수준을 명확히 법제화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이 안심하고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고, 따라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산업이 시작될 수 있다. 

 

개인정보의 보호와 산업적 활용을 조화시키고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방안으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강화해 자신의 개인정보를 판매하도록 허용함으로써 데이터 브로커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자발적으로 개인정보를 개방하자는 민간운동, 즉 Personal Information Commons의 전개도 바람직하다.

 

국가 데이터 책임자가 필요하다


정보화와 데이터에 관련된 국가 정책을 총괄하는 NCDO(Nationaal Chief Data Officer) 제도를 운용하는 것을 검토하기 바란다. NCDO는 공공데이터를 민관협치가 가능할 수준으로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집단지성을 이용하여 국민이 참여하여 정책과 의견을 제시하는 디지털 정부(Digital Government) 구축을 책임지게 된다. 이에 더해 공공은 물론 민간의 데이터 생산 및 활용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즉 국가정보화 기획, 공공데이터 전략 및 개인정보보호 정책 수립, 인터넷 및 데이터 산업의 육성 업무 등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전략을 제안하는 임무도 NCDO의 업무로 할 수 있다. 데이터 기반으로 입법하고자 하는 정책의 영향평가 등을 수행함으로써 시민의 불평 이전에 정부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정부신뢰 제고에 한 몫을 할 것이다. 

 

이제 IT강국의 허상을 버리고 내실 있는 데이터 강국으로 나아가자. 유용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잘 관리함으로써, 정부에서는 부처간의 칸막이가 허물어 지고, 근거기반 정책이 가능하며, 집단지성을 통한 민관협치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국민들은 데이터를 이용한 혁신을 일상화하여 풍요로워 지는 모두의 데이터 강국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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