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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마크롱 정부 출범: 경제 활성화, 독일과 협력으로 EU혁신 이끌어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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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5월15일 16시34분
  • 최종수정 2017년05월15일 16시34분

작성자

  • 신용대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前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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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지난 5월 7일 실시된 프랑스 대통령 선거 2차 결선투표는 친(親)EU성향의 중도·독립 후보인 만39세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반(反)EU성향의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를 물리치고 제25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결선투표에서 마크롱 후보는 총 유효투표 3,134만 표 가운데 66.1%인 2,070만 표를 얻어, 33.9%인 1,064만 표에 그친 르펜 후보를 1,000만 표 이상 크게 앞섰다(<표 1> 참조).


이번 프랑스 대선에 나타난 특징은 ①올랑드 대통령이 현직으로는 처음으로 연임을 위한 출마 포기, ②공화당(우파)과 사회당(좌파)의 양대 정당의 예비선거에서 유력 후보가 잇따라 탈락, ③선거 캠페인 중에 당초 유력시되던 공화당 피용 후보의 금전 스캔들(Penelopegate)의 발각에 따른 인기 추락, ④사상 처음 보수와 혁신의 양대 정당의 후보가 결선투표에 진출하지 못하는 등 이례적인 상황이 전개되었고, 마지막으로 극우 反EU성향의 후보를 배제하고 중도 親EU성향의 후보를 선택하였다.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 마크롱 후보의 당선은 국민전선의 르펜 후보를 중심으로 프랑스의 EU탈퇴를 주장하는 포퓰리즘 정당들의 약진으로 프랑스와 유럽의 장래에 대한 우려와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 줄 불확실성 요인을 제거하였다는 데에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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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부를 통한 사회자유주의적 경제정책 공약

 

마크롱 대통령이 제시한 주요 정책은 ①세출 삭감(공무원 감축과 의료비 억제 등 5년간 600억 유로), 감세(법인세율인하 및 주민세 페지 등), 공공투자 활성화(직업 훈련·환경·의료·농업 등에 5년간 500억 유로), EU의 재정규율 준수, ②법인세율 인하(33.3%→25%)와 기업의 사회보장 부담경감을 통해 기업의 활력 제고, ③실업보험제도의 전국화를 통해서 사회안전망 강화, 주당 35시간 노동제를 기업이나 지역별로 유연하게 운영 및 취업촉진책의 강화로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것 등이다(<표 2> 참조).

 

 규제완화와 자유무역으로 중기적인 성장 동력을 높이는 동시에 안전망과 취업 촉진을 추진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사회자유주의적(공정한 사회를 중시하는 자유주의 노선) 발상과 북유럽형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flexibility)을 추진한다. 이와 같은 마크롱의 정책방향은 국민전선의 르펜의 정책과는 크게 다르기 때문에, 외부환경의 악화와 경제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면 개혁의 고통으로 국민의 불만이 표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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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정부의 등장으로 프랑스의 EU탈퇴(Frexit)의 위협은 일단 사라졌지만, 결선투표에서 마크롱에 투표한 유권자의 대부분은 극우정부의 등장을 우려한 차선의 선택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국민전선은 최근 당의 온건화를 추진하였지만, 많은 프랑스 국민들의 극우에 대한 알레르기적인 반응에는 뿌리가 깊다. 르펜 후보의 패배에는 선거전 종반 극좌 성향의 메랑숑 후보의 약진(1차 투표에서 19.6%의 지지 획득)도 있다. 르펜 후보로서는 2차 결선투표 진출을 확정한 후, 다양한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책의 온건화를 추진하였다.

 

하지만 저소득계층의 구제와 반(反)EU 입장에서 메랑숑 후보와의 차별화에 실패한 것도 패착의 하나가 되었다. 선거기간동안 르펜 후보의 급진적 정책은 유권자들의 위기감을 고조시킨 부분도 있다는 평가다. 결선투표의 투표율은 75.2%로 196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고, 백지투표·무효표를 던진 비율도 11.8%로 이례적으로 높았다. 1차 투표에서 절반의 유권자가 反EU적인 정책을 내거는 후보에 투표하고 절반 이상의 유권자가 재정규율보다 소득 재분배를 중시하는 후보에게 투표한 것은 마크롱의 입장에서는 앞으로 정책운용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경제 활성화를 통한 고용확대가 마크롱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할 이유다.

 

프랑스 경제 활성화로 독일경제와의 격차축소가 당면한 최대의 현안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경제구조의 개혁을 통하여 독일과의 격차를 축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프랑스와 독일이 유로화를 공통의 통화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 경제가 계속 성장이 부진한 가운데 실업이 증가하고 경상수지 악화가 이어진다면 동일한 금융정책을 지속하는데 의문이 제기되는 동시에 유로화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최근 프랑스 경제가 호전되고 있지만, 그동안 독일 경제와의 격차가 꾸준히 확대되어 왔다(<그림 1> 참조). 독일은 2005년 후반이후 실업률이 급격히 하락하고, 경상수지는 2000년 적자에서 2005년 이후 큰 폭의 흑자로 전환하였다. 반면 프랑스는 장기간 높은 실업률을 보이는 가운데, 경상수지는 2008년 이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예상하건대, 마크롱 정부는 올랑드 정부와 비교하면 경제상황의 개선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프랑스에서는 고용 확대를 위해서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경우 재정규율이 손상될 우려가 있어, 고용확대와 재정지출 확대 사이에서 균형의 유지가 필요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투자은행 출신으로 금융시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정책을 변경할 경우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감안하면서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의회의 장악여부와는 별개로,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경제학계의 중진이 경제정책의 브레인을 맡고 있으며, 프랑스국립행정학교(ENA) 출신으로서 프랑스내의 인맥이 정책실행에 상당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정의 축소기조아래 고용의 확대를 어떻게 조화시켜 갈지는 앞으로 지켜볼 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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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실질GDP성장률은 전년대비 %, 실업률은 경제활동 인구대비 %, 경상수지는 GDP대비 %, 
자료: Eurostat자료에 기초하여 필자 작성

 

6월 초 하원선거에서 과반의석 확보 실패하면, 동거정부(cohabitation) 출범 불가피

 

최근 당명을 바꾼 ‘공화국 전진!(La République en Marche!)’은 전체 577개 선거구에서 후보를 내세우고 있으나, 후보자 절반이 정치 경험이 없는 일반시민이며, 또한 절반이 여성후보이다. 정당 보조금도 없는 상황에서 정치자금도 제한되고 의원 경험도 없는 후보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각 선거구에서 효과적인 선거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현직 의원과 오랫동안 선거구에서 정치 활동을 해 온 다른 후보와의 경쟁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 조직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쟁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공화국 전진이나 마크롱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중도 정당 민주운동의 획득 의석이 의회의 과반수에 이르지 못할 경우 ①사회당이 마크롱 지지로 돌고 공화국 전진을 중심으로 한 중도 좌파 정권을 발족하거나, ②공화당과 사회당의 중도계 의원이 마크롱 대통령 아래에 결집하여 새로운 중도 정권을 발족하거나, ③공화당에 총리와 중요부처 포스트를 할애하여 공화당 주도의 동거정부(cohabitation, 대통령의 출신 정당과 의회의 다수파가 엇갈리는 상태의 정부)를 발족하거나 또는 1개 이상의 정당과 연정(coalition)을 생각할 수 있다.

 

①과 ②의 경우는 마크롱 대통령이 제시한 정책을 수행할 수 있지만, 공화당이 의회의 다수파를 차지하는 ③의 경우는 공화당 성향의 정책에 궤도수정을 강요당할 수 있다. 공무원의 대폭 삭감, 부가가치세(VAT) 인상, 연금 지급개시 연령의 인상, 해고 규제완화 등 피용 후보가 내세웠던 정책이 포함될 경우, 르펜 후보와 메랑숑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의 절반 가까운 현상불만계층의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독립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됐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주류 정당과의 협력하는 모양은 비판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의회 운영이 어려울 경우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제도와 선거제도의 개정에 착수할 수도 있다. 이는 시민 참여와 의회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양대 정당에 유리한 결선 투표제를 고쳐 비례대표 선거제도의 도입을 의미한다. 그러나 자칫 선거제도의 개정은 다음 선거에서 국민전선의 의석 획득을 용이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수밖에 없다(국민전선은 1986년 비례대표제로 치러진 총선에서 최다인 35석을 획득, 그러나 결선투표제 아래에서의 다른 선거에서는 최대 2석 획득). 6월의 하원선거에서 과반의석 확보를 통한 안정적인 정권의 발족 여부가, 프랑스의 중기적인 정치안정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 5년 후에 제2, 제3의 르펜이 출현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프랑스·독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EU혁신 추진해야

 

프랑스에서 마크롱 정부의 출범은 그동안 다소 불확실하였던 프랑스와 독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복원하여 EU의 혁신을 위한 정책과제들을 적극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오스트리아 대선, 올해 3월 네덜란드 하원 선거, 그리고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 보여준 대로 반(反)EU 성향의 포퓰리스트 정당의 승리가 잇따라 저지된 것은 EU의 혁신이라는 목표를 실현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어 온 유럽의 정치 불안이 상당부문 해소되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추가 지원 협의가 좌초되었던 그리스 부채처리문제도 7월 거액의 국채 상환을 앞두고 지원 재개에 상당한 진전을 이룬 상태다. 또한 9월의 독일의 연방의회 선거에서 메르켈 총리의 4연임이 유력시 되고 있는 것도 EU혁신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근 지방선거에서 메르켈이 이끄는 기민당이 승리하고,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은 득표율이 6%수준에 머물렀다. 만일 슐츠 전 유럽의회 의장이 이끄는 중도 좌파정당인 기민당이 집권하더라도 EU결속 강화를 위한 노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포퓰리스트의 다음 표적이 되는 이탈리아에서 집권 민주당 당수의 연임을 결정한 렌치 전총리가 가을 총선 실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선거제도 개정의 어려움, 예산 심의일정 등을 감안한다면 내년 봄 국회 임기만료에 맞춰 총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전체적으로 EU가 브렉시트 이후 탈퇴도미노 우려에 의한 해체의 불안에 떨 필요는 당분간 없을 것 같다. 당장은 EU가 올해 최대의 정치적 위험들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여, 유럽을 둘러싼 시장 참가자의 관심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축소(tapering)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국과 탈퇴 협상에서 EU가 협상력을 높여 영국에 대해 더욱 강한 자세로 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EU는 프랑스·독일의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유로존 개혁을 위한 은행동맹의 완성 등 장기과제를 추진하면서, 그동안 현안으로 남아있는 난민유입관리와 유럽의 대외안보 및 국방 등에 관심을 돌릴 것이다. 마크롱 정부의 출범으로 EU가 정치적 불안의 긴 터널에서 벗어날지 궁금하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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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5월15일 16시34분
  • 최종수정 2017년05월15일 16시34분
  • 검색어 태그 프랑스 대선, 에마뉘엘 마크롱, 마린 르펜, 동거정부(cohabitation), 프랑스·독일의 협력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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