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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이다,대한민국을 구하라!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7년03월15일 07시10분

작성자

  • 유연채
  • 前 KBS정치부장,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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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대통령이 탄핵됐다.헌정사상 초유다.탄핵은 국민의 명령이었다.국민을 대신해 국회가 탄핵을 소추했고 헌법재판소가 심판을 끝낼때가지 국민들이 함께 했다.광장으로 나가 기도했고 최후의 심판 까지 단 한번도 압도적인 탄핵찬성 의지를 바꾼적이 없다.헌재가 응답했다.8대0 전원일치,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이라 판단했다.국민주권주의의 가장높은 가치를 확인했다.국민들이 권력을 위임한 대통령을 해고 했다.국민들은 승리했다.

 

국민들은 또 명령한다.이제는 나라를 구하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라고.가지 않으면 안되는 길이다,거스를수 없는 숙제다.국민,정치인,대권주자,우리 모두가 스스로에게 던져야할 소명이다.새로운 대한민국은 대통령 파면이 출발점이다.그리고 승복과 통합으로 시작하는 일이다.그런데 지금 이를 거부하는자 누구인가?탄핵결정을 받아들일수 없다며 태극기집회는 아직도 아스팔트를 떠나지 않고 있다.급기야 그 위에 피를 뿌리고 말았다.가장 우려했던 사태,그동안 맞은편 촛불집회와도 어떤 물리적 충돌 없이 잘 견뎌왔는데 결국 레드라인을 넘어섰다.

 

누가 이들이 야구방망이를 들게하고 가슴에 비수를 품게하는가? 처음엔 광장으로 나오는것 조차 부끄러워 했던 그들,샤이(shy)보수,샤이 박근혜 였다.쉐임(shame)박근혜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탄핵이 종점으로 가면서 불쌍한 박근혜를 살리자고,나라를 지키자고 나선 그들이다.그리고 청와대에 정직상태로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더 많은 그들을 불러냈다.이제 그들은 차벽을 넘으려 한다.이 과정서 사망자가 나왔다.더 이상은 안된다.태극기를 내려놓지 않고 분노를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들,이들을 일상으로 돌려보내야 한다.이 일을 할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대통령직을 내놓은,그러나 그들 마음엔 언제나 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결자해지(結者解之)다.백퍼센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공약했지만 국민을 반(半)으로 갈라논 대통령,양쪽이 차거운 손을 비비고 악수를 하도록 호소하는것은 그가 마지막으로 풀어야할 도리요 최소한의 책무다.그러나 그 스스로가 승복하지 않으면 설득이 불가능한 일이다.

 

아름다운 승복은 한때 박근혜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2007년 한나라당 대선경선에서 이명박후보에 패한뒤 행한 그 감동적인 연설을 우리모두는 기억한다. “저 박근혜 경선패배를 인정합니다.경선결과에 깨끗이 승복합니다.오늘부터 저는 당원의 본분으로 돌아가 정권교체를 이루기위해 백의종군하겠습니다...경선과정의 모든일을 이제 잊어버립시다.하루아침에 잊을수 없다면 며칠,몇날이 걸려서라도 잊읍시다” 이 승복 연설로 박근혜는 5년뒤 18대 대통령이 된다. 

 

10년전의 승복을 본인만 잊은것일까? 청와대를 떠나는 순간까지 전직대통령은 국민앞에 끝내 작별인사 조차 안했다.삼성동 사저로 귀환해 집안으로 들어간뒤에야 민경욱 전 대변인을 통해 대독한 말은 충격적이다.진실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언젠가는 밝혀질것이라 했다.헌재판결은 거짓이고 그래서 불복한다로 읽혀졌다.지금까지 믿고 성원해준 국민들게 감사하고 소명을 다하지못해 죄송하다고 했다.탄핵을 반대해온 일부 국민들에게만 전한 인사말로 들렸다.사저앞에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환하게 미소지으며 셀카찍고 악수하고..,탄핵이후의 첫 모습으로 보기엔 참으로 뜻밖이었다.앞으로 내가 어떻게 검찰수사를 감당하는지를 지켜봐주고 응원해달라는 메시지로 보였다.반면 국민통합을 호소하는 의미는 어느 행간에도 찾을수 없었다.친박의원들이 모두 사저앞에 집결했다.이제부터 삼성동 진지(陣地)를 중심으로 친박과 태극기 를 움직여 대선을 흔들것같은 예감,대선정국은 더 불안해질 것임을 예고한다.떠나는자의 아름다운 뒷모습은 없었다.승부사 박근혜는 변하지 않았다.보수의 환골탈태가 필요한 이시점에 오히려  결집을 도모하려는 것이라면 끝내 보수의 분열을 넘어 보수를 궤멸시키지 않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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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87년 직선제 개헌이후 처음으로 51,6%의 과반득표로 당선된 대통령,이제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물러난 대통령이 됐다.헌법을 중대하게 위반하고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죄다.내가 정말 그 정도의 죄를 졌나 ? 받아들이기 어려울것이다.그러나 그는 헌법수호를 최고의 책무로 대통령선서를 한 사람이다.승복은 박근혜 시대를 마감하는 유산이 돼야한다.아무리 버티려 해도 박정희-박근혜시대는 함께 종언을 고하고 있다,20년이상 부녀대통령이 이어온 거대한 대한민국의 정치유산은 역설적이게도 구체제(ancien regime)를 바꾸고 새 시대를 불러오는 반동과 전진의 변증법적 역사였다.박정희는 민주화를 부르고 박근혜는 시민혁명을 완성시켰다 한다.정-반-합(正-反-合),박근혜 전 대통령이 승복과 통합이란 유산으로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가 왔다.그렇게 해야 대한민국은 더 행복해지고 더 밝은 미래로 나아갈수 있울것이다. 

 

 대통령의 탄핵을 부른것은 의회권력이 견제와 감시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스스로도 함께 오만했기 때문이다.탄핵에선 승자도 패자도 없다고 국회소추단장은 말했지만 탄핵과정을 대결과 선동으로 이끈 주체가 바로 정당과 정치인들임을 부인할수없다.그 치유의 책임도 이제 정치가 감당해야한다.촛불과 태극기를 넘어서는 화쟁(和諍)의 길을 제시하고 모든논쟁과 갈등을 녹이는 용광로의 역할을 해야한다.과연 그럴 준비와 의지는 있는것인가?  행여 탄핵의 결과를 전리품인양 대선표심으로 이어가 편가르기에 쓴다면 나라를 절단낼 일이고 그것이야말로 탄핵감이다.

 

대한민국은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에 있다.탄핵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는 하나 내부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외환(外患)의 파고가 한반도를 삼킬듯이 덮치는 형국이다.중국의 사드보복은 완전히 우리를 깔보는 수준이고 일본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며 대사까지 철수시킬만큼  무례하다.미국의 트럼프 새정부까지 FTA 재 협상과 환율조작국 카드로 보호무역주의 칼날을 들이댄다.한국이 동네북이 된 틈을 타 북한 김정은은 한층 고도화된 미사일 시험발사로 한반도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우리는 위험하고 국가의 자존심은 모욕당하고 있다.탄핵정국속에 국격이 허물어지고 외교 안보 경제의 컨트롤타워가 흔들려 나온 결과다.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한다.탄핵에 이어지는 대선은 그 출발점이고 시험대다.60일안에 치러질 조기대선이다.시간이 많지않다.그래서 더 절대절명이다.대한민국이 모두가 승자가 되는 대선이 되지않으면 실패는 또 반복될것이다.국민들은 더 이상 속지않을것이다.탄핵을 거치면서 이미 거짓된 정의와 국민위에 군림하는 권력과 법치,조롱당한 국민주권주의를 아프게 학습하고 심판했기 때문이다.누가 나라를 구할 리더인지,우리를 행복하게할 리더쉽이 무엇인지를 가려낼것이다.탄핵에 이은 제2의 심판이 얼마남지 않았다.

 

더 나은 나라로 가는데 <박근혜체제이후>를 짜는 제도개혁이 없다면 허망할것이다.그런점에서 탄핵 최종심판에서 제시된 헌재의 보충의견은 새로운 각성을 준다.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도 단순히 대통령의 파면여부를 판단하는 문제도 아니고 대한민국이 지향해야할 헌법적 가치와 질서의 규범적 표준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리고 비선조직의 국정개입,대통령의 권한남용,재벌의 정경유착같은 정치적폐습을 청산하는 과제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이를 가능하게 하기위해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는 권력구조개혁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시간이 짧다하여 대세론만으로 이 나라의 미래에 올라탈수는 없을것이다,민주주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대토론과 공론장이 펼쳐저야 한다.

대연정론,개헌론,경제민주화,동반성장,공정사회등 권력구조와 정책에서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 고민하고 국민의 선택을 도와야한다.국정농단 권력사유화로 망가진 공동체와 공동선의 회복은 다음정권의 가장 시급한 과제여야 한다.이를 이루지 못한다면 다음 대통령은 정말 ‘승자의저주’에 빠질지도 모른다.지금과 다른나라,더 좋은나라를 바라는 국민적 열망은 얼마나 큰 것인가? 그러나 인수위 과정도 없이 개문발차하듯 가야하는 새 정권은 얼마나 힘에 부칠것인가? 최대한의 동의와 소통과 상생이 절실하다.박근혜 정권은 출발부터 그것을 배제해 결국 탄핵의 씨앗을 키웠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으로 ‘새로운 대통령의 시대’는 더 큰 갈망과 의미로 다가온다.탄핵의 겨울동안 우리는 너무 고통받았고 분노했고 목말랐다.5월,만물이 소생하고 만개하는 그 계절의 여왕에 우리에게 장미꽃을 선물할자 누구인가? 메마른 동토에 푸른 새싻을 키울자 누구인가? 그는 백마탄 초인이 아니고 권력의 아래로 내려와 국민의 명령을 받기위해 엎드리는 ‘새 대통령’이어야한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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