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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위협적인 북한 미사일의 패러다임 변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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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3월04일 18시20분

작성자

  • 장영근
  •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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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북한은 2017년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마감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최고 수뇌부가 결심하는 임의의 시각과 임의의 장소에서 발사할 것이라고 위협도 했다. 북한은 지난 2월 12일 ICBM은 아니지만 새로운 형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를 수행했다. 그렇다면 연초 발사를 공언했던 ICBM과 이번에 발사한 IRBM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새로운 기술을 선보인 북극성-2 IRBM


  북극성-2형이라 명명된 이 미사일은 고체추진제를 사용했다. 이는 작년 8월 시험발사에 성공했던 고체추진제 북극성-1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확장형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6개월 만에 개발하여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고체추진제 미사일을 사용하면 액체추진제와 달리 추진제 주입을 위한 시간이 불필요하여 발사준비시간이 최소화될 수 있다. 이는 아군의 감시정찰자산에 발사징후가 노출될 위험이 매우 낮다는 뜻이다. 북한은 이를 통해 군 작전운용의 신속성 및 생존성을 담보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더욱 위협적인 무기체계가 되는 셈이다. 한편 이번 북극성-2 미사일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

 

무한궤도식 이동식발사차량(TEL)


  첫 번째는 바퀴가 아닌 탱크와 같은 무한궤도로 움직이는 이동식발사차량에 탑재되었다는 것이다. 러시아 SS-14 미사일 발사차량과 비슷한 형상이다. 무한궤도 차량은 산악지형과 같은 험악한 지형에서도 이동성이 우수하지만  지금까지 사용했던 차륜형 이동식발사차량이 UN의 대북제재로 인해 해외로부터 구매가 어려워 자체 개발한 탱크 형태의 발사대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냉발사체계의 지상용 미사일


  두 번째는 지상용 미사일로서는 처음으로 냉발사체계(Cold Launch System) 기술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냉발사는 발사관 내에 장착된 미사일을 압축가스 등을 이용하여 일정 고도로 밀어낸 후 공중에서 점화하여 발사하는 방식이다. 냉발사는 화염제어를 위한 공간이 불필요하고 작은 공간에서도 발사가 가능하다. 노출된 공간에서 발사하는 열발사체계(Hot Launch System)와 달리 연소 직후에 실패해도 이동식발사대를 파괴하지 않도록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북한이 작년 8월에 성공적으로 발사했던 북극성-1 SLBM도 수중 잠수함으로부터 냉발사체계로 발사되었다.

 

고도를 낮추고 탄두질량을 늘인 의도적인 북극성-2 IRBM 고각발사


  세 번째는 작년에 발사한 무수단미사일이나 북극성-1 SLBM처럼 사거리를 고정하는 대신 고각발사 방식으로 최대고도를 높여 발사했다. 중장거리급의 미사일을 거의 수직으로 발사하는 고각발사를 하였다면 최대정점고도는 1천km 이상 고도에 도달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군 정보기관에서 발표된 최대고도는 550km에 불과했다. 이 도달된 정점고도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의도적으로 정점고도를 낮추기 위해 탄두질량의 무게를 상당히 증가시켜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필자가 분석한 바로는 이번 북극성-2 IRBM 고각발사에서 탑재한 탄두질량은 약1.6~1.7톤 수준인 것으로 추정[그림 1]된다. 북한은 작년 6월 무수단미사일 고각발사에서 1,400km 이상의 정점고도에 도달함으로써 ICBM의 재진입 속도 및 환경을 모사하는 시험비행을 수행하였다. 따라서 이번 북극성-2 IRBM에서는 비행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정점고도를 극단적으로 높이지 않도록 제한된 고각발사를 수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미사일공학 기초이론에서 수직으로 고각발사를 하는 경우 대략 정점고도는 정상궤적발사 시 사거리의 1/2 정도를 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수단엔진의 한계


  한편 2016년 내내 북한은 여덟 차례에 걸쳐 고에너지 액체추진제를 사용한 무수단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하지만 오직 한 번만 발사에 성공했다. 주변 국가와의 외교적 마찰과 실패 시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고각발사를 시도했다. 고각발사는 군 운용성 측면에서는 실효성이 낮으나 특수한 경우에 수행하는 발사궤적이다. 이러한 연속적인 무수단미사일의 발사실패는 북한이 러시아 R-27 SLBM으로부터 역설계를 통해 개발한 무수단엔진의 한계성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고체추진제 미사일의 진화

(북극성-1 SLBM → 북극성-2 IRBM → 북극성-3(?) ICBM)


  최근 들어 북한이 20년여 동안 추진해왔던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의 개발방안은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은 무수단 기반의 액체추진제보다는 고체추진제 로켓을 탑재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3월에 길이 3~3.2m, 직경 약1.3m 정도의 대형 고체추진제로켓에 대한 지상연소시험을 성공했다. 이어서 바로 8월에 길이 약9m, 직경 약1.35m 정도의 제원을 갖는 2단 고체추진제 북극성-1 SLBM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그림 2]. 그리고 올해 2월 12일 북극성-1 SLBM과 거의 유사한 길이에 직경만 약30cm 정도 확장한 북극성-2 IRBM을 다시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이 두 유형의 새로 개발된 고체추진제 미사일의 성공적 발사로 인해 북한 당국은 엄청나게 고무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토록 목메고 있던 ICBM 개발의 숙제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2월에 발사한 북극성-2 IRBM은 같은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가칭 북극성-3(?) ICBM 시험발사를 위한 바로 전 단계의 기술검증용 시험발사로 추정할 수 있다.

  고체추진제 이동식 ICBM은 완전히 새로운 형상 및 크기의 ICBM을 개발하는 방안과 개발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KN-14 형상 및 제원에 기반한 미사일을 고려할 수 있다. 필자는 이동식 KN-14 형상에 기반한 고체추진제 북극성-3 ICBM을 가정하여 성능을 분석하였다. KN-14의 길이는 17m, 직경은 1.9~2.0m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1단 로켓의 길이는 8.5m, 2단 로켓의 길이는 4.5m로 추정하여 사거리 성능을 추정하였다. ICBM 본체의 직경이 1.9m인 경우 탄두질량 550kg에서 12,200km, 탄두질량 750kg에서는 사거리가 10,300km 수준으로써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그림 3]되었다.

 

불가사의한 북한 고체추진제 로켓기술의 진화


  북한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고체추진제 로켓기술을 획득한 비결은 무엇일까. 전술한 바와 같이 고체추진제 로켓의 구조는 액체추진제 로켓에 비해 단순하여 쉬운 기술 같지만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제작 등의 측면에서 상당한 시행착오를 요구하는 기술이다. 아마도 최소 10년여 전부터 무수단 액체추진제 로켓과 병행하여 고체추진제 로켓개발을 은밀하게 진행해서 상당한 기술축적을 이루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이미 오래 전부터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북극성-2 IRBM과 동시에 이동식 ICBM용 고체추진제 로켓을 개발하였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북한이 아직도 이란과 미사일 기술연계를 가지고 있다고 의심하는 전문가도 있다. 즉, 스커드나 노동미사일처럼 액체추진제 기반의 미사일 기술은 북한이 이란에 제공하고, 반대로 고체추진제 미사일 기술은 이란이 북한에 제공한다는 설이다. 하지만, 이란은 ‘사질(Sajiil)’이라는 2단 고체추진제 미사일을 아직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초부터 개발을 시작했지만 아직도 완성된 고체추진제 미사일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물론 이러한 개연성은 충분히 존재하지만 증거는 찾기 어렵다. 정말 북한의 대형 고체추진제 미사일 기술은 불가사의가 아닐 수 없다.

 

향후 북한 탄도미사일의 진화 방향


  향후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모두 고체추진제를 사용한 미사일로 교체 및 대체될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1천여기 정도가 전력화 배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재래식 엔진 기반의 중·단거리미사일인 스커드 및 노동미사일은 북한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할 때 아주 점진적으로 고체추진제 중·단거리미사일로 교체될 것이다. 두 번째, 작년에 8차례나 시험발사를 시도했던 고에너지 액체추진제를 사용하는 무수단미사일 IRBM도 신뢰성 확보만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고체추진제 북극성-2 IRBM으로 신속한 교체가 예상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한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 중인 이동식 ICBM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만일 고체추진제 기반의 북극성-3(?) ICBM 시험발사에 성공하고 지속적으로 개량을 통해 신뢰성을 높인다면 당연히 기존 액체추진제를 사용하는 무수단엔진 기반의 이동식 ICBM을 완전히 포기하고 고체추진제 기반 ICBM으로 갈 것이다. ICBM 개발에 목을 매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적어도 당분간은 액체추진제 ICBM과 고체추진제 ICBM을 병행 개발하는 방안도 고려할 것이다.[그림 4]

 

액체로부터 고체추진제 미사일로의 패러다임 변화


  이들 고체추진제 기반의 탄도미사일은 기존의 액체추진제 기반의 탄도미사일에 비해 군 작전운용 측면에서 상당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효율성과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고체추진제 로켓은 효율성이 높아 액체추진제를 사용하는 동일한 크기의 미사일에 비해 더 나은 사거리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 최근 액체추진제 미사일 강국으로 알려진 러시아와 중국도 대다수의 ICBM과 SLBM을 고체추진제 미사일로 대체하고 있는 추세이다. 

  결국 액체추진제에서 고체추진제 미사일로의 전환은 북한 미사일의 능력 및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북한 미사일 무기체계에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혁[그림 5]을 가져올 것이다. 이동식 KN-14 ICBM에 고체추진제 로켓을 탑재한 미사일은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사거리 성능을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미국으로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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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550km의 최대고도를 얻기 위한 탄두질량의 분석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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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북극성-1 SLBM, 북극성-2 IRBM, 그리고 가칭 북극성-3 ICBM의 형상 및 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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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고체추진제를 사용한 이동식 ICBM KN-14의 사거리 성능 시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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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고체추진제 북극성-2 IRBM 기술 진화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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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북한 탄도미사일의 패러다임 변화(액체에서 고체추진제 탄도미사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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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3월04일 18시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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