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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蘇秦)이냐, 장의(張儀)냐’는 오롯이 그의 몫이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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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2월02일 17시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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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근
  •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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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한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요즘 장안의 최고 화제는 합종연횡(合縱連衡)이다. 다들 알고 있는 사자성어로 작금의 우리 현실정치를 너무나도 잘 반영하고 있다. 이 단어는 중국 전국시대의 최강국인 진(秦)과 연(燕)·제(齊)·초(楚)·한(韓)·위(魏)·조(趙)의 6국 사이의 외교 전술의 용어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장의(張儀)와 함께 귀곡자(鬼谷子)에게 가르침을 받은 소진(蘇秦)은 처음 진나라의 위협을 느낀 연(燕)나라의 문후(文侯)에게 6국간의 합종(合縱)이 제후국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설파하여, 이를 받아들이게 하였다. 다시 연나라와의 협상물을 바탕으로 조(趙)·한(韓)·위(魏)·제(齊)·초(楚)의 여러 나라를 설득하는 데도 성공하여, 기원전 333년 연나라에서 초나라에 이르는 남북선상(南北線上)의 6국의 합종(연합론)에 성공하였다. 이 공로로 6국의 상인(相印:재상의 인장)을 가지게 되었고, 스스로를 무안군(武安君)이라 칭하여 위세를 떨쳤다. 당시 소진의 6국에 대한 설득논리는 “진나라 밑에서 봉황의 꼬리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닭의 머리가 되자(宁做鸡头不做凤尾)”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위나라 장의(張儀)는 “합종은 일시적 방편에 지나지 않으며 진을 섬겨야 한다”고, 6국을 돌며 설득하여 진을 중심으로 6국과 개별적인 동맹을 맺도록 하였다. 이것을 연횡(대세론)이라 한다. 그러나 진은 연횡을 성공시킨 뒤에는 차례로 제후국을 멸망시켜 중국 최초의 통일 국가를 건설하였다. 장의는 연횡의 공적으로 진나라 혜왕때에 재상을 지냈고, 혜왕이 죽은 뒤 실각하여, 위나라로 피신한지 1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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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에 있어 호사가(정치평론가)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누가 소진이 될 것이고 누가 장의가 될 것인지에 있다.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를 통해 연합론(합종)을 이루어 낼 것인가 아니면 밴드왜곤 효과(Bandwagon effect)를 통해 대세론(연횡)에 편승할 것인가는 소진이나 장의와 같은 책략가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우리나라의 현 정치상황에서 소진도 장의도 될 수 있는 분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아닌가 평가하고 있다. 현재 형국을 보고 있자면 연합론을 추구하는 국민의당, 바른정당, 심지어는 새누리당까지도 김 전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또한 대세론을 추구하는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김 전대표의 표의 확장성과 경제민주화라는 상징성을 평가하여 묶어두려 하는 형국이 중국의 전국시대와 너무나도 흡사하다. 

 

하지만 오늘날 합종연횡에 하나 더 고려해야 할 사항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시대의 특징인 쏠림 현상(Tipping Effect)과 그네효과(Swing Effect)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먼저 쏠림 현상에 대해 말하자면, 디지털 제품이라는 것은 아날로그와 달리 물리적이지 않은 것이 많다. 예를 들면 온라인게임, 전자상거래, 온라인 트레이딩, 온라인 커뮤니티와 같은 공간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24/7서비스(연중무휴)를 제공하고 소통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수한 한 제품이나 서비스(특정후보)가 시장의 점유율(대세론)을 독식(형성)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위, 3위 업체(후보)가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게 되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었던 현대, 대우, 기아의 자동차 산업의 3강체제, 삼성, LG, 대우전자의 가전시장의 3강체제 등 과점의 형태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 왔으나, 지금은 최고의 특정업체가 시장을 지배하는 승자독식현상(Winner takes it all)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 다른 특징은 그네효과(Swing Effect)이다. 즉, 승자의 지위를 오래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MS(대세론)가 소프트웨어 시장(여론)을 완전 장악할 것 같았지만 대체재의 등장으로 오늘날은 iOS(새로운 제3의 인물)가 대세를 점하고 있다. 즉, 하나의 제품이 쏠림 현상을 통해 일시적으로 시장을 장악할 수는 있지만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고, 제품생산에 대한 추기 비용이 거의 0에 가까워 대체재의 등장이 용이해 새로운 시장의 지배자(game changer)가 나타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누구나 다들 알고 있듯이 싸이월드의 이용자는 프리챌을 거쳐 페이스북으로, 라이코스의 이용자는 야후로 다시 구글로, 네이트온은 카톡으로 라인으로, 소비자들은 순식간에 편이성과 유용성을 갖춘 대체재로 전환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채 이동해 버렸다.      

 

지금 호사가들은 연합론을 성공시킬 자가 누구인지, 대세론을 설파할 자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많지만, 정작 국민들은 현명하고 차분하다. 오직 시대정신을 반영할 수 있는 인재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려운 경제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체재를 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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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2월02일 17시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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