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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에너지 협력과 미국의 트럼프 변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7년01월31일 17시09분

작성자

  • 백근욱
  • 영국 옥스포드 에너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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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超)불확실성의시대와도널드트럼프변수

 

최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2017년국제정세전망'에서 아이켄그린 버클리대교수가 최근 발표한 '초(超)불확실성의시대(The Age of Hyper-Uncertainty)'를 인용하여 2017년이 지독한 예측불가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켄그린은 2017년이 갤브레이스의 명저 불확실성의 시대 발간 40주년임을 상기하며 그가 내년에 똑같은 책을 쓴다면, 오일쇼크로 불확실하다고 했던 1970년대는오히려 '확실성의 시대'라고 적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2017년 국제관계 변수의 불확실성은 강력히 예측되고 있지만, 한발 더 깊게 들어가 국제관계와 에너지 역학관계에 따른 불확실성과 그 여파에 대해서는 눈에 띄는 논의나 예측을 찿아보기가 어렵다.

 

국제관계와 에너지 지정학 관계의 대표적 사례로는 1980년대말 구소련 붕괴의 결정적 기여 요인으로 미국의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이 구소련으로 들어가는 외화규모를 대폭줄이기 위해 1980년대 지속적으로 구사한 저유가 정책이 지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자(CEO)인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한 카드를 꺼내 들었을 때,아웃사이더인 트럼프가국제 에너지 지정학의 또 다른 판도라 상자를 열어, 달리 말해, 러시아 카드를 활용해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자 함을 읽을수 있었고, 이로 인해 아마도에너지 지정학의 새로운 예가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든다. 

 

미국이 1970년대에 중국과의 관계정상화를 통해 중국카드를 통한 러시아 견제를 시작한 지44 년만에 러시아카드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고 나선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동아일보 (2016년 12월 30일자) 기사는 1972년 2월 14일 미국 백악관에서의 역사적인 연설을 상기시켜주었다. 제2차 세계대전후 미국 대통령 최초의 역사적인 중국방문을 앞둔 리처드닉슨 대통령에게 미-중관계정상화의 산파역인 헨리키신저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이 “지금 우리는 소련(옛러시아)을 바로 잡고 훈육하기 위해 중국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미래엔 그 반대가 될 수 있습니다. 20년쯤뒤 당신의 후계자(미국대통령)가 당신만큼 현명하다면 그땐 중국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전략을 펴게 될 것입니다” 라고 말했다. 20년이 아닌 44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예지적발언’이 도널드트럼프 대통령당선인의 ‘친(親)러시아, 반(反)중국행보’와 맞물리고 있다. 

 

중-러 에너지 협력이 도널드트럼프변수에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영향을 받게될 것인가는 2017년의 확실한 관심사가 될 것이다. 대서양 양안에서 미국과 영국외교팀이 소망한 것은 대륙강국 중·러의 화해 내지 협력보다는 지속적 대립관계였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곳이 남중국해이며, 중국은 그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우호적 중립에 머물거나 친중국으로 공조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크림반도를 합병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경제제재 조치에 직면하여 완전히 고립될 당시 숨통을 열어준 계기가 2014년 5월의 빅딜, 즉 연38 bcm규모의 동 시베리아 가스의 대(對)중국 수출협약이다. 원래 계획되지 않았던 협약이 성사된 것은 앞을 내다본 중국의 통 큰 투자였다.  중-러 에너지 협력은 이후 2015년 소강상태에 들어갔고, 중국은 러시아가 유럽과 아시아의 스윙 공급자가 되어 양 시장을 동시에 위협하는 상황을 허락하지 않기 위해 러시아가 그토록 소원하는 알타이 가스 수출의 길을 계속 견제하고 있었다.

 

여기서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남중국해에 대한 설명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일국의 영해를 벗어난 해역에서의 상업 및 군사 활동은 항해의 자유에 속한다고 보지만, 중국은 동 수역은 공해(公海)와 다르기 때문에 해당국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며, 특히 각종 군사활동은 금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국 간 입장 차이는 근본적으로 해양 국가와 대륙 국가 간 이익 마찰로서 타협이 쉽지 않다. 2010년대에 들어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가장 많은 대치 국면 혹은 충돌을 겪은 국가는 필리핀과 베트남이었다. 필리핀의 경우, 2016년 7월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로 15건의 소송에 대해 중국에 ‘완승’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동 판결은 중국의 영해권 주장의 주요 근거인 구단선(九段線, nine-dash line)의 역사적 연원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중국으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결과였다. 그러나 중국의 반응은 단호했다. 상설중재재판소의 결정을 바로 거부했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철도 및 항만 건설 등에 아세안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므로,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쉽사리 바뀔수 없다. 무엇보다 중국의 석유 및 가스 해외 공급의존도 증대가 중국으로 하여금 말라카해협과 남중국해 공급선에 대한 중요성을 절대적으로 높여 놓았기에 중국의 남중국해에 대한 입장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러시아의 대(對) 중국 인도카드 변수

 

중-러 에너지 협력은 2016년 두가지 중요한 변화를 목도했다. 그 첫째는 중국에 대한 러시아의 태도 변화였다. 러시아가 2000년대 Eastern Siberia Pacific Ocean (ESPO) oil pipeline 때 활용했던 중국-일본 경쟁 카드처럼, 처음으로 중국에게 인도카드를 과시함으로서 중국시장에만 대책없이 의지하는 상황을 허락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2016년3월, 러시아의 국영석유사 로스네프트 (Rosneft)는 동 시베리아 석유자산의 지분을 인도에너지회사 컨소시엄에 판매하는 데 동의했다. 인도의 국영 석유회사 ONGC 가 포함된 세개 기업 컨소시엄은 Taas-Yuriakh유-가스전29.9%의 지분을 취득했고, Vankor 유전의 23.9% 지분을 취득했다. 문제는 당시 중국의 북경 가스그룹이 지분인수를 위해 실사 마지막 단계에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로스네프트가 인도 컨소시엄에173mt의 석유와 콘덴세이트, 그리고 115 bcm의 가스를 보유한 Verkhne-Chonsokye 유-가스전 대신, 북경 가스그룹이 실사를 마무리하고 있던 167mt의 석유와 콘덴세이트, 그리고 181 bcm의 가스를 매장한 Sredne-Botuobinskoye 유-가스 및 콘덴세이트전의 일부인 Taas-Yuriakh유-가스전을 인도 컨소시엄에 할애하여Taas-Yuriakh유-가스전 자산을 먼저 매입하도록인도 컨소시엄이 강요당했다고 지적해도 무방한 이유이다. 유가 폭락과 미국-유럽의 제재로 인해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였으므로,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이고르 세친 (Igor Sechin)이 주도하는 로스네프트의 최고 경영진은 러시아 대표 석유회사의 부채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막중한 압력을 받았으며, 따라서 그 자산을 급히 판매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었다. 이는 왜 인도 컨소시엄과의 성급한 거래가 선행되었는 지를 간접적으로 설명해 준다. 

 

이에 더하여,모스크바가 암시하고자 한 것은 러시아의 아시아 중시정책이 중국 시장에만 달려 있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이는 석유분야 사업에 있어선 설득력있는 사례일 지 몰라도, 가스 분야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왜냐하면 인도 컨소시엄은 중국이 제공하는 파이프라인 가스시장을 제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로스네프트는 2016년 3월 인도 컨소시엄과의 섣부른 계약을 우선시 함으로써 중국의 가장 큰 가스 소비자들을 거의 잃을 뻔했다 (물론 이는 로스네프트가 가스프롬이 건설하는 Power of Siberia 1 가스 라인에 대한 제 3자 사용권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는 왜 북경 가스그룹과의 예상치 못한 Verkhne-Chonskoye 계약이 2016년 6월 발표되었는 지 설명해준다. 그 이유는 로스네프트가 북경 가스그룹이 제공하는 대규모 가스시장을 잃는 것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엄격히 얘기하자면, 북경 가스그룹과의 Verkhne-Chonskoye 계약은2016년 4월 말, 중국 개발은행이나 수출입은행등 중국의 정책 은행들로부터의 120억 달러 대출 덕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러시아는 베이징 당국의 지지를 받는북경 가스그룹을 위해 Taas-Yuriakh의 대안을 찾아야 했다. 그것이 120억 달러 대출의 힘이었다. 

 

 

야말LNG가스대출 (loan for gas)

 

둘째는, 상기한 소위120억 달러의 가스대출 (loan for gas)과 자연히 직결되어 있다. 중국이 대규모 원유대출 (loan for oil)은 수시로 진행해왔지만, 가스대출에 대해선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중국은 중-러가스협력 강화의 일환으로 야말LNG 개발관련 가스를 위한 대출(loan for gas)계획을 획기적으로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2016년4월29일, 야말 (Yamal) LNG 는 중국수출입은행(Export-Import Bank of China 혹 China Exim Bank) 및 중국개발은행 (China Development Bank)과 15년간93억유로, 98억위안 상당의 신용거래에 합의했다. 기업성명서에 따르면, 대출을 위한 이자율은 건설기간에는 EURIBOR6M +3.3%가 적용되고, 야말LNG의full commissioning 이후에는 EURIBOR 6M +3.55%와 SHIBOR 6M +3.3% and 3.55%가 각기 적용된다. 이 파격적 대출은 미래를 위한 일종의 보이지 않는 투자였다. 남중국해의 영토분쟁이 심화될 경우, 중국 지도부는 파이프라인가스와 북극지역으로부터의 LNG공급의 역할을 높이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통해 중-러가스협력 또한 상당수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LNG나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입된 가스의 역할증대는 중국의 가스확장과 함께 향후 몇년간 계속이어 질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 투자자들은 야말LNG 프로젝트에서 통합29.9%의 지분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상류부문 지분할애를 거부하는 가스프롬과 달리 야말 LNG 대주주 노바텍은 상류부문 지분투자를 허락했다.) 2015년에 체결된 계약에서 중국 실크로드펀드 (Silk Road Fund)는 동 프로젝트에서 14억 달러에9.9%의 지분을 확보했고, CNPC는2013년 20%의 지분을 확보했다. 남아있는 이해 당사자들은 노바텍/Novatek (50.1%), Total (20%)이다. 총괄 275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는 상기한 중국의 국영정책은행들의 도움으로 서방제재의 영향을 면할 수 있었다. 그 120억 달러의 가스대출은 야말 LNG의 생명선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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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출처 : Michael Bradshaw, Warwick Business School. 

 

야말LNG 프로젝트의 3개 LNG 트레인은 2020년까지 연간 1,650만 톤(mtpa)을 생산하는 것으로 전망되며, 첫번째 5.5 mtpa 트레인은 2017년 수출이 시작되는 것으로 계획되고 있다. 거의 96%의 향후 물량은 장기 계약에 따라 사전 매각되었다 (Total社에서 4.0 mtpa, CNPC社에서 3.0 mtpa, Novatek社에서 2.4 mtpa, 스페인Gas Natural Fenosa社에서 2.5 mtpa, Gazprom M&T 에서 2.9 mtpa). 이러한 물량의 대략 86%는 아시아태평양 시장으로 수송되는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러시아의 북극지역 LNG 가 향하는 시장은 아시아 지역이고, 동시에 미국이 눈독 들이는 사활이 걸린 시장이다. 아시아의 LNG시장이 러시아 및 미국이 각각 추진하는 아시아 중시 정책의 전쟁터가 될 것이라고 보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무기력한 한국정부의 창의성없는 대응방식

 

지난 12월말 한국언론은 한국정부가 미국산 셰일가스를 추가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 배경은 대미 무역흑자를 줄여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응하고, 환율조작국 지정도 피하면서 미세먼지 문제까지 해결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다. 한국은 애초 내년부터 가스공사가 연간 280만톤씩  20년 동안 미국산 셰일가스를 도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SK E&S와 GS EPS가 2019년부터 각각 연간 220만톤과 60만톤을 수입할 예정이다. 2019년 이후에는 연간 560만톤을 수입하는 셈인데, 이 규모를 추가로 확대할 지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이 소식은 미국 LNG 개발 및 수출업자들에겐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로 간주될 것이다. 물론 헨리허브 (Henry Hub) 가격을 바탕으로 한 미국 LNG의 가격은 훨씬 경쟁력이 있고 최종종착지 조항에 대한 제약도 없지만, 과거 한국가스공사가 비싼 카타르 LNG에 과도하게 의존하여 재정적인 부담을 감수해야 했던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이는 너무 기회주의적인 접근방식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한다.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러시아의 연간 38 bcm 용량의 대(對)중국 POS 1 파이프라인 가스 수출은 중국에서의 가스시장 선점유율을 확실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으로의 LNG 수출을 강화하게 된 이유는 러시아의 중국 북부지역 가스시장이 러시아의 파이프라인 가스공급으로 완전히 도배되기 전에 어느 정도 공략해보겠다는 의도 때문이다. 2016년 7월, ‘로어 48(lower 48)’ 이라 불리는 미국 본토 48개 주에서 생산된 첫 액화천연가스 선박이 중국으로 향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며, 이는 파나마운하의 확장이 미국으로 하여금 아시아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잠재력이 큰 LNG 구매국에게 가스를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가장 최근 신호였다. 1969년 이래 LNG를 알래스카에서부터 아시아로 수출해 온 미국은 적어도 1973년까지는 직접적으로 중국에 선박을 통해 운송하지 않았다. Royal Dutch Shell의 Maran Gas Apollonia 탱커는 루이지애나에 위치한 셰니에르 에너지(Cheniere Energy) 사의 사빈패스(Sabin Pass) LNG수출 공장에서 가스를 선적했으며, 7월 하순에 운하를 통과하여 멕시코의 서해안 북서쪽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Shell은 그 선박의 목적지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에너지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Genscape사의 LNG 전문가들은 그 선박의 목적지가 중국임을 확인했으나 이는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빈패스가 2016년2월 가스수출을 시작한 이후, 20개의 선박이 탱커용량을 기반으로 동 시설에서부터 65.9 bcf(1,35 mt)의 가스를 끌어 올렸다. 2016년3월부터 7월까지 사빈패스에서 생산되는 가스는 남아메리카, 인도, 중동, 그리고 유럽으로 수송되었다. 2019년까지 미국은 매년 약6천만톤 가량의 LNG를 끌어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파나마운하 확장과 미국의 대아시아LNG 수출증대 

 

미국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 EIA) 웹사이트는 새롭게 확장된 파나마운하 (Panama Canal)가 최대 39bcf LNG 수송 용량을 바탕으로 현 국제 LNG 탱커의 90%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파나마운하 확장 전에는, 최대 0.7bcf의 용량을 보유한 가장 작은 LNG 탱커30척(현 국제 선단의 6%)만 운하를 통과할 수 있었다. 이러한 확장은 미국 멕시코만 연안인 걸프만 (Gulf Coast) 에서부터 아시아 주요 시장까지의 수송 시간과 LNG 선박 운송 비용을 줄이고, 과거 지역화된 LNG 시장에 추가 진입의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LNG 무역에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다. 일본, 한국, 중국, 타이완을 포함하는 동북아시아 4개국의 집합은 국제 LNG 수입의 2/3 가량을 차지한다. 

 

파나마운하는 멕시코만(Gulf of Mexico)을 따라 흩어져있는 수출공장과 아시아 사이의 기존 16,000마일의 거리를9,000 마일(14,484 km)로 좁혀 미국의 생산자들로 하여금 세계에서 가장 큰 가스소비시장 중 하나에서 보다 나은 경쟁을 하도록한다. 미국 걸프만에서 파마나 운하를 통과하여 일본에 이르는 수송 과정의 항해 시간은 아프리카 남부지역 인근으로의 34일 간의 항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때 걸리는 31일보다 빨라져 20일 가량으로 단축된다. 이러한 수송시간 절감에 더하여, 파나마운하 이용은 수송비용 또한 감소시킨다. 파나마운하 관리청 (The Panama Canal Authority)은LNG 선박에 새로운 요금구조를 제시하여 운하를 통과하는 추가적인LNG 수송, 특히 왕복수송을 장려하고자 한다. 평균3.5 bcf의 LNG 선박에 대한 파나마운하 통과비용은 왕복항해인 경우 백만영국열량단위(mmbtu) 당 0.20 달러 정도로 추정되며, 이는 아시아 북부지역국가들에 이르는 왕복항해 비용의 약9~12% 정도를 나타낸다. IHS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걸프만에서 파나마운하를 통과해 아시아 북부지역까지 운항되는 선박들에 대한 왕복항해 비용은1 mmbtu 당0.30달러에서 0.80달러 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수에즈운하 통과비용 보다도 낮고 아프리카 남부지역 끝까지 운항하는 비용보다도 1 mmbtu당 0.20달러에서 0.70달러 가량 낮은 가격이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과LNG수출카드 

 

미국 오바마정부에서 국무성 아시아-태평양지역 차관보를 역임한 컬트 캠벨(Kurt Campbell)은 2013 년 차탐하우스에 기고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미국정부는 외교정책의 주요 요소들을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변경하고 해당지역이 아닌 다른 많은 파트너국가들에게도 같은 정책을 취할것을 독려하는 거대한 국가프로젝트의 초기단계에 있었다. “전략적중심축 (strategic pivot)” 혹은 재균형으로 알려진 이러한 정책은8년전 추진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21세기 정치, 경제 및 역사에서 가장 큰 몫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쓰여졌다는 인식을 전제로 하고있다. 이러한 국제지정학적 역학관계의 전환과 자국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져다주는 이익을 위해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지역과 보다 강화된 외교, 경제, 개발, 개인 및 안보적 관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에너지외교는 태평양지역 국가들사이 경제정책에서 점점 더 큰 역할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국제에너지 역학관계는 공급과수요의 지리적 차원뿐 아니라, 국제에너지믹스(energy mix) 차원에서 급변하고 있다. 대체에너지, 비전통가스,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와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증대 등은 지정학적에너지 공간을 재편하고 있다. 미국이 거대 에너지 자급국가에서 수출국가로 변화하면서 에너지외교는 에너지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분야에서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을 위한 가장 중요하고도 효과적인 도구는 대규모 미국산LNG를 아시아 가스 수요자들에게 공급하는 것이다. 미국 LNG의 대 아시아 수출카드의 시발점은 2001년 셰니에르 에너지(Cheniere Energy)가 발표한 12억 달러 투자를 토대로 한 루이지애나(Louisiana) 지역 내4개의 LNG 수입 터미널 건설 계획이다. 그로부터 7년 뒤, 2008년 4월 사빈패스(Sabine Pass) LNG 수입 시설 개시와 함께 소키(Souki) 회장과 Cheniere의 비전은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2001년과 2008년 사이에, 미국 천연가스 관련 예측은 가스 부족에서 공급 과잉으로 바뀌었다. 따라서Cheniere는 10년전 계획했던 바와 완전히 반대되는 LNG수출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2010년 9월, Cheniere는 미국 에너지부(The US Department of Energy)에 LNG 수출 허가를 신청한 첫번째 기업이었다. 2011년 말경, 소키(Souki) 회장은 지금은 Shell이 소유하고 있는 당시 BG 그룹에 20여년 간 80억 달러의 LNG를 판매하는 계약이 체결되도록 애썼다. 

 

2020년까지 미국은 호주와 카타르 다음으로 세계에서 3번째로 큰 LNG 생산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액화 용량의 4.0 bcf/d 이상을 아시아 시장과 20년 장기 계약을 맺고 있으며, 그 중 3.2 bcf/d는 일본, 한국, 그리고 인도네시아와 계약되어 있다. 모든 계약된 물량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한다고 가정할 때, 미국 에너지정보청 분석에 따르면 운하를 통과하는 LNG 선박은 2021년까지 연간 550척 이상이거나, 하루에 1~2척의 선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對)중국 러시아 카드와 그 이해상충 변수

 

2017년 미국 트럼프행정부 출범으로 미국과 중국간 패권다툼이 격화될듯하다. 만약 트럼프가 미국 메이저 엑손회장 렉스 틸러슨의 국무장관 지명을 관철시켜 미국의 대중국 러시아 카드 활용이 본격화되면 우선 당장에는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이해상충의 변수가 생각밖으로 크게 나타날 것이다. 러시아는 한편으로 엑손에 러시아 북극지역 상류부문 투자 관련 호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를 실제적으로 와해시킬 수는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로 유럽시장으로의 가스수출과 관련하여 미국과의 경쟁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러시아의 관점에서 미국의 아시아시장으로의 LNG 공급은 러시아의 아시아 중시 정책에 매우 큰 위협이었으며, 결과적으로 크레믈린으로서는 중국과의 거대 파이프라인 가스 공급계약에 집중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만일 러시아가 보다 높은 가격을 지지하고 유럽에서의 시장 지분을 놓으려 한다면, 미국의 LNG 수출 용량은 75%에 달할 수 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셰일오일에 대해 한 것처럼 러시아가 시장지분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낮출 경우 미국의 가동률은 40%에 머무를 수 있다. 러시아는 내수가 감소하고 아시아에 대한 LNG 프로젝트가 원하는 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 이상으로 유럽을 필요로 한다. 유럽연합(The European Union)은 가스프롬의 가스 판매의 약 80%를 차지한다. 2013년에서 2015년까지, 가스프롬 보고에 따르면 평균 가스 생산 비용은 2013년 1MMBtu 당 1.2달러(미국달러)에서 1MMBtu 당 0.84달러로 떨어졌으며, 가스프롬은 미국 LNG 전망을 저지하기 위해 저렴한 가스로 유럽에 들어가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포화상태의 유럽 가스 시장은 러시아의 가스 수출 시장 확장을 편안하게 맞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트럼프의 대통령당선으로 미국과 중국의 본격적인 무역전쟁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도 사평(社評)에서 “트럼프의 나바로 지명은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치겠다는 신호”라며 나바로는 대만에는 우호적인 인물로 많은 중국인은 그를 반(反)중국 학자로 간주한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대중 강경파인 나바로 교수가 미국 통상정책의 ‘황제’로 등극할 것으로 예고된 날 그의 지휘를 받게될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를 가짜제품 판매와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악덕시장'(Notorious Markets)' 업체로 분류했다. 중국을 상징하는 간판기업을 5년만에 블랙리스트에 다시 올렸다. 

 

환구시보등 관영언론은 중국의 경제보복 카드로 보유중인 미국채를 매각하거나 애플의 아이폰과 보잉사 항공기 구매제한,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제 등을 거론하고 있다. 주광야오(朱光耀) 중국 재정부 부부장(차관급)은 최근 공개포럼에서 중국과 미국간 무역전쟁이 발발해 양패구상(兩敗俱傷, 쌍방이 다 패하고 상처를 입음)하는 것을 막아야한다며 미국의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9월 발표한 미-중 무역전쟁 시나리오 보고서 내용을 상세히 인용했다. 여기에 언급되지 않은 것은 중국의 3 대 국영석유회사 (중국석유CNPC, 중국석화 SINOPEC, 중국해양석유총공사 CNOOC)들은 미국LNG 수입을 거절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미국LNG의 대아시아 수출증대에 있어 크나큰 장애요인이 될것이며, 자연히 유럽시장에서의 러시아 가스 (파이프라인과LNG) 수출과 미국의 수출 경쟁을 강화시켜 궁극적으로 가격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다. 

 

덧붙여 중국은 미국의 아킬레스건이 무엇인지 아주 정확히 알고 있다. 비록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2014년 6월 정점을 친 3.99 trillion 달러에서 2016년 11월 3.05 trillion 달러까지 내려와 화폐전쟁에 대해 예전보단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겠으나, 천문학적인 부채규모에도 불구하고 터무니없는 달러주도 세상을 영위하고 있는 미국의 독주세대는 달러의 비중이 크게 타격받는 순간이 되돌이킬수 없는 때라는 것이다. 중국은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달러의 결제비중 약화에 베팅을 할것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은 상황을 배제할수 없는 것이다. 

 

 

통일된 한반도의 장기 이익을 위한 선택 

 

결국 세계 최강대국들이 자국 이익 중심으로 외교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동맹이란 개념이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그 최강대국들간에 샌드위치가 되어있는 한반도의 장래를 미국이익 우선을 노래부르는 트럼프정부에 맹목적으로 의지하는 것이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통일된 한반도 장래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차기 정부는 제대로 분석 평가하고, 정말 심각하게 한국의 장래이익을 염두에 둔 대안들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2017년 1월1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가 마감 단계라고 말하자마자, 2일(현지시각) 트럼프 당선인은 즉각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트럼프 당선인은 아직 구체적인 북핵 해법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의 발언을 종합하면 트럼프의 해법은 중국을 때려 북한을 압박한다로 요약된다. 중국을 때리든 설득하든 북한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미국이 생각하지 못하는 카드를 차기정부는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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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출처 : 중앙선데이, 2014년 5월 25일. 

 

그 대안들 중의 하나를 끝맺음하는 화두로 던져보고자 한다. 차기정부 대외정책의 최중요 어젠다 중 하나는 분명 북한의 핵개발완료 저지와 한반도의 통일문제이다. 어떠한 상황하에서도 미국과 한국이 중국의 도움없이 북한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반드시 차기정부는 중국에 최소한의 신뢰를 가져다 줄 이니셔티브를 미리 제시해야 한다.  2016년 미국 LNG 수출이 시작되었고, 2017년 올해 러시아의 북극동토에 토대를 둔 야말LNG수출이 시작될 것이다. 중-러 가스협력에 토대를 둔 Power of Siberia 1 가스수출이 동시베리아로부터 중국 발해만 지역으로 2020-2021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기 전에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산동반도와 경기도를 잇는 황해 해저 파이프라인이 건설되면, 한반도와 중국발해만 지역을 잇는 원형가스파이프라인 건설의 첫번째 단계 작업이 완료되어 북극과 동시베리아로부터 중국에 공급되는 LNG와 파이프라인 가스를 한국과 중국이 스왑형태나 협력형태로 활용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진작 2012 년 봄 중국석유회장이 한국석유공사 사장에게 이 제안을 했었지만, 이명박정부나 박근혜정부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한국의 뒤늦은 화답은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의2016 년4 월1일 조선일보 인터뷰를 통해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이 인터뷰에서 이승훈 사장은 “가스공사가 해외 가스전 개발 등에서 세계적 기업이 될 때까지는 국내 독점권이 유지돼야 한다”며 “이후에는 가스공사를 국내와 해외 부문으로 나눠 해외 부문은 민영화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 간 서해 해저(海底)에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6년 3월 중국 국영 가스회사 CNPC 사장에게 제안했다… (한·중 양국이)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스를 주고받게 되면 가스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도입 단가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서해 가스 파이프라인이 부설되면 한국은 '에너지 고도(孤島)'에서 탈피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LNG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더구나 북한에 가로막혀 러시아나 중국 등 대륙을 통한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이 막혀있다”고 언급했다.

이사장은 또한 "한·중 간 파이프라인이 연결되면 한국이 가스가 넘쳐날 때 중국에 수출할 수 있고, 반대의 경우엔 중국으로부터 도입할 수 있다”고 첨언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가스 가격을 낮춰달라'고 하면 중동 산유국들이 '공급을 끊겠다'고 위협할 수 있었지만, 파이프라인이 부설되면 이런 협박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공사의 화답논리는 한.중해저파이프라인의 경제적 입장에 포커스를 맞추었지만, 한반도 통일문제와 연관지어 이야기하자면, 한.중 해저파이프라인 건설은 한.중.러 파이프라인 협력의 문을 열어 전통적 한.미.일 안보동맹에 더하여 한.중.러 파이프라인 내지 에너지협력동맹의 시대를 열어 한국으로 하여금 통일된 한반도를 위한 진정한 의미의 중간자적 입장을 취할수 있게 한다. 차기정부가 동전의 뒷면을 바라보는 혜안으로 이 화두를 받을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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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1월31일 17시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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