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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남북관계 전망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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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1월09일 17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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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으로의 회귀?

 

 2016년 남북관계는 최악이었다. 지난 1년간 당국간 회담은 물론이고 교류협력, 이산가족상봉, 심지어 민간차원의 인도적 지원도 전무했다. 북한의 핵보유 의지와 우리의 불용원칙이 충돌하면서 남북관계는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이 긴박하게 대립했던 시기보다도 긴장은 고조되었다. 남북 간 대화채널이 완전히 끊기면서 지난 연말 우리 정부는 동해상에서 표류하던 북한선박과 선원에 대한 송환의사를 판문점 확성기를 통해 구두로 북측에 통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냉전시기와 다름이 없다.  

남북관계 파탄의 일차적 책임은 당연히 북측에 있다. 지난해 북한은 연초부터 4차 핵실험(1.4)과 장거리 미사일발사(2.7)로 의도적으로 한반도를 긴장상황으로 몰아갔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교류의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 폐쇄(2.10)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었고, 국제사회도 유엔 안보리결의안 2270호(3.2)라는 강력한 대북제재에 나섰다. 

 

 어쩌면 북한은 강경한 대응을 예상했는지 모른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당국은 내부결속을 강조하면서 70일 전투(2.23-5.2)와 200일 전투(6.1-12.15)라는 주민총동원 체제로 맞섰다. 지난해 5월 북한의 7차 당 대회는 이렇게 의도된 엄중한 대내외적 상황아래 열렸다. 

 

 7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은 당 ‘제1비서’라는 과도기적 직책을 폐지하고 새로 신설한 ‘당 위원장’직에 취임한다. 나아가 헌법 개정을 통해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스스로 ‘국무위원장’ 자리에 오른다. 김정은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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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 강의 위태로운 한반도 

 

 북한은 7차 당 대회를 마치자 곧바로 남북군사회담을 제의하는 등 파상적인 대남 평화공세에 나섰다. 박근혜 정부는 대화를 선택하는 대신 사드배치(7.8)를 결정한다.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 해결에 올인한 것이다.

 

 사드배치 결정으로 북한은 핵무기를 담보로 그간 누려오던 한반도 안보의 주도권을 상실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11월에는 탄핵정국에도 불구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비핵화 의지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김정은도 한치의 양보 없이 강 대 강으로 맞선다. 8월에 잠수함 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하고, 8월과 9월에는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 1,000km 안팎의 노동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했다. 북한은 마침내 5차 핵실험(9.9)을 강행했다. 북한은 4차, 5차 핵실험을 통해 증폭 핵분열탄 수준의 핵탄두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나아가 북한의 핵개발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2020년까지 약 1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미국이 응징에 나섰다. 북한 군부와 거래한 단둥의 홍샹그룹에 대한 자산몰수에 착수하고,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국제사회는 중국의 동참아래 안보리 결의안 2321호(11.30)로 대응했다. 북한석탄 수출을 총량적으로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2321호로 북한의 외화수급은 연간 7억 달러 감소가 예상된다.    

 

 2016년에는 북한인권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심화되었다. 서울에 유엔인권 사무소가 개설되고, 거물급 외교관인 태영호를 비롯한 해외거주 북한주민들의 국내입국도 크게 늘었다. 9월에는 북한인권법 시행에 따른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립 등 후속조치들이 차례로 취해졌다. 

 

 12월에는 유엔총회에서 12년 연속으로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되었다. 이번 결의안에는 “리더십이 실제적으로 통제하는 기관에 의해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라는 표현이 담겨 김정은이 인권유린의 최고 책임자이자 처벌대상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상반기 위기관리가 중요

 

 2017년 남북관계는 기본적으로 어둡다. 1년 넘게 모든 대화가 단절된 가운데 북핵 문제가 남북관계 전반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면전환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기에는 당국 간 신뢰수준이 너무 낮다. 

 

 한반도 정세를 구조적으로 제한하는 미중관계도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새 판짜기에 들어갔다. 적어도 올해 상반기는 지나야 미국의 한반도 정책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탄핵정국으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동력도 사라졌다. 대선시기마저 불확실하며, 대선과정에서 대북정책 노선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위기관리가 중요하다. 북한은 2월말에 실시될 연례적인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반발하여 한반도에 긴장을 의도적으로 조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2월초에는 개성공단 중단 1주년을 맞게 된다. 북한은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을 박근혜 정부에게 강하게 물을 것이다.

 

 북한의 김씨 일가와 관련한 행사들도 상반기에 집중되어 있다. 북한은 소위 ‘꺾어지는 해’를 맞는 김정일 75회 생일(2.16)과 김일성 생일(4.15)을 계기로 결속력과 리더십을 과시하기 위해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강한 유혹을 받을 수 있다. 반면에 올해 상반기를 잘 넘기면 6.15와 8.15를 기점으로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전략적, 실용적 접근이 필요

 

 북한은 올해 남북관계를 어떻게 가져가려 할 것인가? 기대는 금물이지만 올해 신년사 메시지는 일단 나쁘지 않다. 지난해 북한은 “내외 반통일 세력의 도전을 짓부시고 자주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가자”는 원론적인 구호를 앞세웠다. 

 

 반면 올해 신년사는 파국에 처한 남북관계를 수수방관하지 않겠다면서 개선의지를 반복해서 강조한다. 이는 탄핵정국 이후 새롭게 출범할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한국 정치상황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에게 올해 북미관계는 버거운 과제이다. 자국 중심주의로 무장한 새로운 미국을 상대하기 위해서도 남북관계를 대화국면으로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다. 현재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정보가 크게 부족하다.

 

 동북아 정세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험을 수반하는 모험전략을 피하고 우선은 미국의 반응을 예의주시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북한으로서도 합리적이다. 섣부른 도발은 중국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기습적으로 도발할 가능성은 늘 상존한다.

 

 만약 트럼프 취임시기를 앞두고 북한이 6차 핵실험 또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행한다면 올해 남북관계는 물 건너가고 북미관계의 첫 단추도 잘못 꿰게 된다. 트럼프 당선자는 북한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준비가 마감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하자, 곧바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민감하게 반응한 바 있다. 

 

 2017년 1월 현재 한국의 정치상황은 매우 불안정하다. 탄핵국면이 종료되고  새로운 리더십이 출현하는 과정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도 우려된다. 사드배치 등을 둘러싼 친북/반북 논쟁이 색깔론으로 번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북한은 이러한 틈새를 노려 각종 대화제의를 비롯한 평화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핵문제라는 현 남북관계의 본질이 변하지 않는 한 국면전환은 어렵다. 진보적인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북핵문제가 더욱 악화된 상황에서 개성공단 재개와 같은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명분이 필요하다. 

 

 나아가 어느 세력이 집권하더라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학습효과가 작용하여 대북정책이 극단으로 치우칠 가능성은 적다. 지금부터라도 다수의 지혜를 모아 전략적, 실용적 접근으로 남북 간 현안을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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