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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을 걷어내고 엄중한 안보상황에 대비하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12월28일 11시09분

작성자

  • 김태우
  • 前 통일연구원 원장, 前 국방선진화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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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를 겪으면서 국민은 너무나 많은 혼란을 느끼고 있다. 사태의 본질은 당연히 비선 세력의 국정농단과 대통령의 개입 여부이지만, 국민은 그 말고도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사태의 발화점이 최순실 사단 내부의 불화였는가, 전현(前現) 정부 간의 파워게임이었는가, 아니면 박근혜 정부를 겨눈 언론의 칼날이었는가? 국회가 대통령 탄핵을 의결하여 헌법재판소에 판결을 요청했는데도 왜  ‘즉각 퇴진’이나 ‘탄핵 무효’를 요구하는 시위가 그치지 않는가? 광장 민주주의나 민중혁명으로 모든 것을 뒤집고자 함인가? ‘대통령 탄핵’ 시위에 “이석기 석방하라”는 피켓이 등장하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궁금증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사태에서 후일 역사에 기록될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대통령도 잘못하면 끌어 내리는 한국식 민주주의의 만개(滿開)일까,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누구도 살아남지 못하는 언론 권력의 막강함일까, 아니면 대선에 함몰되어 나라의 장래도 헌법절차도 안중에 없었던 정치권의 민낯일까?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법절차와 역사의 평가에 맡기고 제 자리로 돌아와야 할 때이다.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를 흔들지 말라 

 

 지금 한반도와 주변의 안보정세는 매우 엄중하다. 한국은 경제‧군사적 성장을 배경으로 주변국들을 압박하는 중국, 과거사 반성을 생략한 채 보수화‧재무장을 서두르는 일본, 초강대국 복귀를 위해 군사력 재건에 열중하는 러시아 등에 포위되어 있다. 동북아는 미‧중 간 패권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미‧러 및 중‧일 간에도 자존심 경쟁이 전개되는 신냉전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거기에 더하여, 북한은 핵무력를 앞세우고 한국을 겁박하고,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미국의 동맹정책에는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으며, 중국을 통해 북한 문제 해결을 모색하려는 한국의 외교 노력은 종주국(?)의 지위를 요구하는 중국의 오만 앞에 좌초하고 있다. 경제성장의 정체와 내부 분열로 한국의 왜소화‧주변부화‧고립화는 가속화되고 있지만, 연봉이 1억 원에 가까운 사람들이 붉은 띠를 두르고 광화문을 점거하는 사태는 이어지고 있다. 얼마나 더 망해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이렇듯 십년 후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대선을 둘러싼 부산할 뿐, 대한민국의 왜소화‧주변부화‧고립화 흐름을 차단하기 위한 절박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그것도 부족한지 황교안 총리의 권한대행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박근혜표 대외정책’들을 뒤집으려는 기류가 드세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원칙있는 대북정책, 북핵 제재, 사드(THAAD) 배치 결정, 북핵 대비 군사적 억제, 한일 군사정보협력협정 등은 날로 엄중해지는 안보여건 속에서 국가생존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취해진 조치들로서 협력의 상대방이 존재하는 대외정책들이다. ‘선거를 통한 국민의 선택’이 아닌 방법으로 이 기조들을 갑자기 뒤집는다면, 한국 외교는 신뢰를 잃을 것이고 한국은 외교적 고아로 전락할 수 있다. 

이런 시기에 정치권이 황교안 권한대행의 업무를 제약하고 국회출석을 요구하는 것도 전혀 탐탁하지 않다. 진정 국정의 공백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군통수권에 한 순간의 공백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중시한다면, 오히려 황 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대행하도록 권장해야 마땅하다. 지금은 정치권이 당장의 대선만을 의식한 정략적 언행을 삼가고 십년 후를 위한 정책비전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그것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국정을 책임지는 방법이다. 

  

 선거혁명은 국민에게 주어진 역사적 임무 

 

국민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역사적 임무를 수행할 각오를 해야 한다. 탄핵에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지금은 진행 중인 헌법절차를 차분하게 지켜봐야 하며, 당장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조급증을 낼 필요도 없다. 조만간 역사가 밝혀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까지 헌법이 정한 권한대행 체제를 존중하면서 차분히 특검의 수사결과와 헌재의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 그것이 선진국민의 자세다.

그리고는 헌법절차에 따라 때가 되면 적어도 안보와 국가정체성 문제에 있어서는 공감대를 공유하는 ‘애국 보수’와 ‘애국 진보’로 구성되는 정치권을 만들어내야 한다. 선거혁명을 통해 호가호위(狐假虎威)와 기득권에 연연해왔으면서도 마치 보수적 가치들을 대변해온 것처럼 행세하는 ‘가짜 보수’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면서도 진보인사로 행세해온 ‘위장 진보’를 청산해야 한다. 유권자 국민이 깨어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동북아의 변방국가로 전락할 운명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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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2월28일 11시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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