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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Ⅰ. 대한민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

 

1. 육면초가(六面楚歌)의 대한민국: 총체적 복합 위기  

 우리나라는 총체적이고 복합적인 위기에 처해있다. ▲정치 몰락 ▲안보 불안 ▲외교 실패 ▲경제 침체 ▲사회 양극화 심화 ▲국민통합 실종 등 이른바 육면초가라 부를만 하다.

 

2. ‘칠무정치(七無 政治)’에 빠진 대한민국 

 특히 우리의 정치는 혼돈 그 자체라 해도 무방할 만큼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정치는 정책이고, 미래이고, 책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대한민국에는 이런 정치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름하여 칠무정치(七無政治)라 붙여본다.

 ① 정쟁만 있고 정치는 없다

 ⇒정치는 정책이다. 정치는 미래다. 정치는 책임이다.  

 ② 공학만 있고 철학은 없다 

 ③ 대표만 있고 책임은 없다

 ④ 리더만 있고 리더십은 없다 

 ⑤ 비판(선동)만 있고 대안(정책)은 없다

 ⑥ 계파만 있고 국익은 없다  

 ⑦ 극단과 배제만 있고 대회와 타협은 없다  

  

Ⅱ. 각종 현안에 대한 분석 및 전망

 

1. 한국 대선에 대한 전망

 

선거는 과학이다. 과학이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에 대해 경험적 근거를 통해 그 원인을 찾아내어 설명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에서는 설명과 예측은 동일하다. 어떤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들을 찾아내면 그것을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이런 과학적 탐구의 기저에는 관찰을 통해 규칙적인 패턴을 찾아내는 것이다. 

한국 대선에선 몇 가지 중요한 패턴이 발견된다. <표1>은 92년부터 5차례 대선에서 집권당의 대선 성적표를 분석한 것이다. 3번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고, 2번은 실패했다. 여당의 재집권 모델에서 발견된 특징은 미래 권력의 중심인 대선 후보가 현직 대통령을 제치고 주도권을 행사했을 때 가능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92년 대선과 2012년 대선에서 집권당의 김영삼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현직 노태우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압도했다. 한편,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은 2001년 11월 새천년민주당 총재직을 내려놓고 대선 불개입을 선언하면서 대선 후보들에게 정치적 공간을 만들어줬다. 그 후 故조세형 의원이 특대위 위원장을 맡아서 국민참여경선제도를 도입해 전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영남 출신 노무현 후보를 선출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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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선을 관통하는 핵심 포인트는 ‘10년 정권 교체 주기설’(10 year’s pendulum)이 이번에도 통용되는가 여부이다. 1988년부터 1998년 10년간 보수(노태우-김영삼),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진보(김대중-노무현),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보수(이명박-박근혜)가 정권을 차지했다. 최근 미국에서도 정권 교체 8년 주기설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가장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스윙 주(swing state)인 오하이오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피로감(fatigue)이 쌓이면 지지를 바꾼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피로감  가설’이 2017년 대한민국 대선에서 통용될지 지켜봐야 한다. 

한국 대선에서는 크게 다섯 가지 경험적 법칙이 작동한다.

 

(1) 시대정신의 법칙 

 

지난 2002년 대선직후 한나라당의 소장 개혁파들은 한결같이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시대정신에 졌다’고 진단했다. 92년 대선에서의 시대정신이 군부통치 종식이었다면, 97년 대선에서는 ‘여야 간 수평적 정권교체’였다. 2002년 대선에서는 ‘변화와 개혁’이 이것을 대신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시대정신이란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당대 가장 긴박한 현안을 풀려는 문제의식과 고민이 담겨 있는 열린 성격의 것이다.”고 정의했다. 여기에는 국민들이 절실히 원하고 있지만 한 번도 이룩하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이 숨겨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대정신은 시대과제와 분명 다르다. 

2017년 대선에서 부각될 시대정신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공정, 통일, 통합, 정치 정상화(협치) 등이 시대정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대정신에 맞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후보가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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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구도와 연대의 법칙 

 

선거는 구도다. 구도가 어떻게 짜지느냐가 핵심 변수다. 1987년 대선에서 야권이 분열되어 ‘1노(盧)3김(金)’이 경쟁하면서 집권당인 민정당의 노태후 후보가 36.6%의 득표로 통민당의 김영삼 후보(28%)와 평민당의 김대중 후보(27%), 공화당의 김종필 후보(8.1%)를 제치고 승리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제3지대론이 부상하면서 다자 구도로 치러 질수 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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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선에서도 야권연대가 이뤄질 것인가?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 대선을 치러야 하는 문제의식이 있다”면서 총선 당시 나온 야권 후보 단일화를 대선을 앞두고 다시 내놓았다. “내년 1월부터 야권 통합 운동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 대표는 “통합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국민의 당을 음해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KBS·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 조사에서 “현 정국을 해결하기 위한 더불어 민주당의 노력”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64%)가 '잘하고 있다'(30%)보다 훨씬 많았다. 국민의 당에 대해서도 부정 평가(58%)가 긍정 평가(31%)의 두 배 가량이었다. 최순실 게이트 이전에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1.2%인 반면, 현재는 31.0%로 차이가 없었다. 국민의 당은 탄핵 이전엔 12.4%, 현재는 15.9%로 낮은 수준이었다. 이런 조사 결과들이 말해주는 함의는 “민심은 야당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개헌이 야권의 이합집산을 불러 올수 있다. 개헌을 반대하는 문재인 세력과 개헌을 찬성하는 비문 세력이 향후 충돌하면서 호헌파와 개헌파로 양분될 가능성이 커졌다. 

새누리당 비박이 신당을 만들고 친박을 배제시킨 채 보수가 헤쳐 모여하면 반기문 사무총장의 행보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할 것이다.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김무성 전 대표가 “신보수와 중도가 손잡고 좌파 집권을 막고 국가 재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반기문 총장과의 연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개헌을 연계로 한 ‘빅텐트론’이 급부상할 것이다. 반 총장은 내년 1월 귀국 후 ‘독자행보 → 신보수와의 연대 →비문 연합’이라는 큰 틀 속에 보폭을 넓혀갈 것이다. 다만, 새누리당이 재창당 수준으로 쇄신해도 연대할지는 미지수다. 

 

☞ 양자 대결 구도가 만들어 지면 ‘대선 결과는 승자는 52%, 패자는 48%를 득표할 것이다.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총결집을 하고, 세대는 2030 대 5060으로 양극화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 정치 실험의 법칙

 

단언컨대, 대한민국 대선에서 ‘대망론’도 ‘대세론’도 없다. 현재의 대선 지지도는 언제 뒤바뀔지 모른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열광과 환멸의 주기가 너무 짧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11월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는 4%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2년 3월 광주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노풍이 점화되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불어 닥친 ‘고건 현상’은 고 전 총리의 대선 출마 포기로 소리 없이 사라졌다. 한국 대선 판에서는 언제 어디서 무슨 바람이 불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새로운 정치 실험을 하는 세력이 승리했다. 92년 대선에서 3당 합당, 1997년 DJP 연대. 2002년 노무현․정몽준 연대 등은 파격적인 정치 실험이었다. 87년부터 6차례 대선에서 다양한 지역과 인물을 중심으로 연대가 있었다. 하지만 한반도 해보지 않는 정치 실험이 있다. 영남과 호남의 연대이다. 아래 <표4>의 제4시나리오가 이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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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최첨단 소통 수단 선점의 법칙    

 

유권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최첨단 기제를 누가 선점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했다. 1997년 대선에서는 TV 토론, 2002년 대선에서는 인터넷, 2012년 대선에서는 카카오 등에서 강세를 보인 후보가 승리했다. 2017년 대선에서는 SNS를 지배한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표5>는 지난 1차 촛불 집회부터 6차 집회(10월 25일-12월 5일)때 까지 SNS에서 나타난 대선 후보별 버즈량과 연관어를 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타파크로스는 이 기간 동안 매스미디어, 트위터, 블로그, 커뮤니티, 페이스 북에서 약 3억 건의 자료중 1,600만 건의 빅 데이터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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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프레임의 법칙

 

대선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시대정신이 반영된 이슈를 토대로 자신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만드는 후보가 승리한다. 대선의 이슈는 미래지향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 한국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와는 달리 정부 실정을 비판하는 것에 기반을 두는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가 아니라 미래에 누가 국가를 잘 이끌어 갈 것인가를 기준으로 '전향적 투표‘(prospective voting)를 한다는 것이 선거의 기초적인 상식이다.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후보는 ’특권과 차별이 없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외친 반면, 패배한 이회창 후ㅗ는 ‘부패정권 심판론’을 외쳤다. 한편, 어려운 투표(hard voting)보다 쉬운 투표(easy voting)을 유도하는 이슈를 제기한 후보가 승리한다. 

 

☞ 단언컨대, 대한민국 대선에서 ‘대망론’도 ‘대세론’도 없다. 현재의 대선 지지도는 언제 뒤바뀔지 모른다. 지난 2001년 11월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는 4%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2년 3월 광주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노풍이 점화되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불어 닥친 ‘고건 현상’은 고 전 총리의 대선 출마 포기로 소리 없이 사라졌다. 한국 대선 판에서는 언제 어디서 무슨 바람이 불지 아무도 모른다. 5대 경험적 법칙을 잘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선거 전략을 짜는 후보가 승리한다. 

 

Ⅲ.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야 하나?

 

1. 더 나은 삶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

 

OECD는 해마다 주거, 소득, 고용, 공동체 활동, 교육, 환경, 시민 참여, 건강, 삶의 만족도, 안전, 일과 삶의 균형 등 11개 부문을 평가해 국가별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발표한다. 항목별로 0~10점까지 점수를 준다. 최근 OECD가 발표한 ‘2016년 더 나은 삶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 38개국 가운데 하위권인 28위이었다. 지난 2012년 24위를 기록한 이후 2013년 27위, 2014년 25위, 2015년 27위 등으로 하위권을 유지했으나 올해 더 떨어진 것이다. 전체 11개 항목 중 9개 항목에서 지난해보다 순위가 떨어졌고 그중 대기오염, 저녁이 없는 삶, 건강, 공동체 관련 지수가 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우리 사회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새로운 패러디임을 구축해야 한다. 

 

패러다임(paradigm)은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이론적 틀이나 개념의 집합체라고 정의된다. 그러나 어떤 집단이 갖고 있는 생각의 틀(방식)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 어떤 한 개개인이 주어진 조건에서 생각하는 방식 또한 패러다임이라고 말한다. 이런 패러다임이란 말은 라틴어 "파라디그마"에서 유래한 단어로써 원래는 과학용어이었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모델, 관념, 지각(知覺), 시각, 준거의 틀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 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본다면 패러다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세상을 볼 때 시각적인 감각에서가 아니라 지각하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관점에서 이 세상을 보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해서 '사고의 틀' '관점'을 의미한다.  패러다임을 처음 제시한 사람은 미국의 과학사학자이자 철학자인 토마스 쿤(Thomas Khun)이다. 그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1962)에서 처음 제시했다. 쿤에 따르면, 과학사의 특정한 시기에는 언제나 개인이 아니라 전체 과학자 집단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된 모범적인 틀이 있는데, 이 모범적인 틀이 패러다임이다. 그러나 이 패러다임은 전혀 새롭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자연과학 위에서 혁명적으로 생성되고 쇠퇴하며, 다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된다. 쿤은 이러한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즉 하나의 패러다임이 나타나면, 이 패러다임에서 나타나는 갖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계속 연구·탐구 활동을 하는데, 이를 정상과학(normal science)이라고 한다. 이어 정상과학을 통해 일정한 성과가 누적되다 보면 기존의 패러다임은 차츰 부정되고, 경쟁적인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난다. 그러다 과학혁명이 일어나면서 한 시대를 지배하던 패러다임은 완전히 사라지고, 경쟁관계에 있던 패러다임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따라서 하나의 패러다임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고, 항상 생성·발전·쇠퇴·대체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따라서 그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패러다임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발전, 대체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한국에는 두 개의 패러다임이 존재했다. 하나는 박정희 패러다임(산업화)이고 또 다른 하나는 김대중 패러다임(민주화)이다. 박정희 패러다임의 특성은 첫째, ‘관료적 권위주의 체제’(Bureaucratic authoritarianis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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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용어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정치학자 오도넬(O' Donnell)이 발전시킨 개념으로 군사 쿠데타를 통해 출현한 민중배제적 군부지배 체제를 말한다. 오도넬은 사회 경제적 근대화 과정에서 산업화의 진척, 민중부분의 정치적 활성화 증대, 공공 및 민간관료집단에서의 전문기술관료의 역할 증대로 체제변화를 가져 온다고 주장한다(김호진 1993, 135). 

 

이런 관료적 권위주의 체제(B-A)의 특성은

 첫째, 민주배제정책의 강화이다. B-A 체제 이전까지 정치에 활발하게 참여했던 민중 부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이들을 정치, 경제적으로 배제한다. 

둘째, 대의기제 형해화와 조합주의 기제 강화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행정부이 시녀로 전락하고, 이익집단의 활동도 억압되며, 언론 활동도 통제된다. 더 나아가 국민 대중과 이익집단의  이익 표출행위는 친정부의 성향의 조합주의 기제에 의해 조정된다. 또한 국가위기의 심각성을 과대선전하면서 사회 통합을 도모한다. 

셋째, 국가지본주의 체제(state capitalism)를 지향했다. 국가는 원칙적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국가가 직접 생산 수단을 소유하거나, 지본과 금융에 대해 강력한 통제권을 행사한다.

 넷째, 사화문제의 탈정치화이다. 여러 가지 제도적 수단을 동원하여 노동, 인권 등 사화 문제들을 탈정치화시킨다. 국가는 사회 문제들과 이에 연관된 쟁점들을 사화 질서의 회복과 경제의 정상화를 저해하는 비합리적인 요구라고 간주한다(김호진 1993, 142-143).  

 

박정희 패러디임의 중심축인 산업화 담론의 저항담론으로써의 민주화 담론이 김대중 패러다임을 주도했다. 따라서 김대중 패러다임은 박정희 패러다임의 대척점에 있다. 민주대 반민주, 대중 대 재벌, 민족(통일 대 체제(통일), 호남 대 영남의 대립 구도 속에서 형성지고 지속되었다.  김대중 패러다임의 체제 특성은 ‘민주적 권위주의’ 체제이다. 민주주의를 지향하지만 군부 독재체제와 저항하는 과정에서 권위주의적 행태를 유지했다. 

정치적으로 권력이 김대중 개인에게 집중되고 집권이후에도 민주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보다는 청와대가 모든 정치 과정을 주도하는 권위주의적 통치 행태를 보였다. 즉, 제도화된 권력(institutionalized power structure)보다는 여전히 ‘개인화된 권력 구조’(personalized power structure)가 지배적이었다. 

김대중 패러다임은 2002년 진보 세력의 정권재창출을 계기로 노무현 모델로 진화했다. 노무현 모델의 핵심은 ‘대립적 (계도적) 민주주의 체제’이다. 참여 민주주의를 지향한다고 했지만 “대한민국은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굴욕의 역사”라는 부정적 역사 인식과 함께 사회를 대립과 갈등으로 몰고 갔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가진 자(주류)와 못가진자’(비주류), ’친미 대 반미’, ‘중앙(집중) 대 지방(분권)’, ‘불균형 발전’ 대 ‘균형 발전’을 대립 축으로 사회 변혁을 시도했다. 특히, 권위주의에 종지부를 찍고 지역주의 구도를 타파하려는 정치 실험을 주도했다. 이런 정치 실험은 일부는 성과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실패했다. 박효종 교수(2011)는 김대중 패러다임과 노무현 모델에 기반한 ‘민주정의 순수화 과정’은 평등을 고양하고 참여를 활성화하며 투명성을 제고시키지만 동시에 포퓰리즘과 자유 방임, 권위 부재, 법치와 질서의식 실종, 조국애의 붕괴, 거리 정치 등 타락과 변질, 계급성과 부패를 불러 왔다(박효종 2011, 291-292). 

 

한국 정치의 뉴 패러다임의 핵심은 3P(Polarization. Populism, Power-oriented) 중심의 ‘대결적 민주주의’를  3C(Compromise, Cooperation Consensus) 중심의 ‘합의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것이다.   


2. 개헌 논의에 대한 견해 

 

(1) 개헌(권력구조 개편) 관련 세 가지 본질적 질문

 

대한민국 대선은 개헌 논의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대선 때가 되면 각종 개헌 논의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지난 1997년 대통령 선거 때는 ‘내각제 개헌’이 공약으로 제시되었고,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여야 후보 모두가 “임기 안에 국민의 뜻을 모아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집권 후 4년 중임제와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문재인 후보도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대해 이미 국민 공론이 모아졌고 부통령제도 도입할 수 있다”며 이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서 개헌만큼은 집권 초에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성했던 개헌 논의는 새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소리 없이 사라진다. 대선에선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들이 겉으로는 개헌의 필요성에 동의하지만 집권 후에 강력한 통치를 위해 개헌 논의에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국회 차원에서 개헌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가령,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2008년 18대국회 전반기 의장(김형오) 자문기구로서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가 구성되었고, 국회의원 186명이 의원연구단체인 미래한국헌법연구회를 발족시켰다. 19대국회 전반기엔 강창희 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회도 설치되었다. 

무려 29년 만에 국회에서 개헌 특위를 설치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탄핵 정국에 이어 개헌론이 수면 위로 급부상할 것이다. 그런데, 개헌은 우리 사회가 처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가 될 수는 없다. 더구나, 국회에선 소수독재가 정당화되는 국회선진화법이 여전히 작동되고 있고, 집권당은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고, 여야가 계파 갈등에 함몰되어 있으며, 진영의 논리에 빠져 극단과 대립의 정치가 판을 치고 있는데 개헌을 한다고 무엇이 바뀌겠는가.

 

그런 차원에서 개헌과 관련해 세 가지 본질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첫째, 1987년 체제이후 30년이 흘렀다고 꼭 개헌을 해야 하나? 그렇다면 2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미국은 왜 개헌을 하지 않나. 안경환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도 “한 나라의 근본법은 마치 재산, 수입, 물가에 따라 세율을 조정하듯 수시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국정의 근본 원리를 담은 문언은 손대지 않고 해석과 운용을 통해 그 정신을 살려나가는 것, 바로 이것이 헌법재판의 원리이기도 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둘째, 대한민국 정치에서 국정 혼란과 정치 실패의 원흉이 1987년 체제의 산물인 ‘5년 단임제’때문인가? 5년 단임제로 인해 대통령이 국민의 의사와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자의적이고 독단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는가. 국정 운영과 정치 실패는 헌법(제도) 때문만이 아니라 운영(리더십)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점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셋째, 분권형 대통령제와 4년 중임제가 만병통치가 될 수 있나? 분권형 대통령제가 채택되면 권력이 분산돼 그동안 존재하지 않던 협치가 생겨날 것이라는 주장은 순진한 생각이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국회가 뽑은 총리가 수시로 충동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4년으로 하고 같이 선출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한국적 특수 상황에 비춰볼 때 대선과 총선을 같이 실시하면 항상 여대야소가 출현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제의 제1원칙은 ‘견제와 균형’이다. 선거주기를 맞추면 이런 대원칙이 유명무실해 질수 도 있다. 

 

(2) 효율적인 개헌 논의의 조건 

 

향후 개헌 논의는 진정한 민의를 품고 생산적이며 국민의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권력구조(정부형태, 통치형태, 통치 권력구조, 통치구조: 국가권력 조직과 국정 운영의 기본 틀 및 방식) 개편에만 치중하면서 정치 공학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지난 수년간 정계, 학계, 언론계, 시민 사회에서 논의된 개헌의 핵심은 권력구조 변경이었다. 헌법은 ‘국가의 기본 법칙으로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국가의 정치 조직 구성과 정치 작용 원칙을 정하는 최고의 규범’이다. 헌법은 역사와 정신이 녹아 있는 문서다. 따라서 헌법은 정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편의적으로 활용하는 정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개헌이 권력을 나누기 위한 정치 개편의 도구로 전락하는 순간 개헌의 순수성은 사라지고 정쟁만이 판을 치게 된다. 그동안 개헌을 주장하는 여러 정치인들의 기대와 속셈이 달라 개헌 논의가 공염불로 끝났다. 

여야의 내부적 이해관계 때문에 향후 개헌 논의는 ‘4년 중임제’와 ‘이원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간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문제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권리를 규정한 기본권 조항은 무시한 채 이런 식의 권력 나눠 먹기 식 개헌 논의를 하면 결국 1987년 체제를 극복할 수 없다. 최근 의회 권력이 지나치게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과연 그럴까? 정치와 국회가 정부를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는 행정 독주적 사고에 빠진 사람에게는 그렇게 비칠 수도 있다.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가 국민의 편에 서서 여야가 함께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어야 건강한 정부를 만들 수 있다. 

 

둘째, 개헌 못지않게 뒤틀리고 왜곡된 정치 과정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정치 개혁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특히, 국회와 정당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대통령은 삼권분립 원칙을 지키면서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고, 국정 운영을 청와대에서 내각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정당은 의원들이 소신과 양심에 따라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강제적 당론을 폐지하고, 만악(萬惡)의 근원인 공천 제도를 혁신해 계파 정치를 종식시켜야 한다. 국회는 갈등 지향적 운영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무엇보다 특정 정당의 동의가 없으면 어떤 법안도 통과하기 어려운 소수 독재의 전형인 국회 선진화법을 우선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셋째, 새로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총체적인 개헌이 되어야 한다. 시대정신을 반영하려면 권력구조 개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 권력구조 개편을 넘어서 기본권과 지방 분권, 선거구제 개편 등으로까지 논의가 확대돼야 한다. 87년 체제이후 약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시대는 바뀌었고 생명 존중, 환경 존중 등 국민의 기본권에도 변화가 생겼다. 특히, 평등권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양성평등이란 성별에 의해 차별받지 않고 누구나 보편적 인간으로 권리를 갖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여성들이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차별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또는 남녀가 자유롭게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사회구성원으로 모든 영역에 평등하게 참여하고 동등하게 대접받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2000년에 남녀 동수법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헌법에 “의원 선거와 선출직에 남녀의 평등한 진출”을 규정했다. 분권과 평등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에 맞게 선거 제도도 변화되어야 한다. 승자 독식과 지역패권 정당 체제의 원흉인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

 

넷째, 개헌 논의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행돼야 한다. 

 

개헌 논의를 종결 시점, 내용과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시한부로 추진하면 실패하기 쉽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주자들이 대선 공약으로 개헌을 걸게 하고, 차기 정부에서 개헌을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어떤 방식의 개헌을 채택하든 차기 정부가 개정 헌법을 적용할 경우 새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가령 개헌을 통해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면 새로 원(院) 구성을 해서 총리를 뽑아야 한다. 현재의 국회는 해산이 불가피하다. 또한 4년 중임제를 도입해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선출 주기를 맞추려면 새 대통령의 임기를 줄이거나, 20대 국회의원이 임기를 절반 정도 줄여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이런 이유들 때문에 개헌 논의는 앞으로 뜨겁게 달궈질 가능성이 크지만 동상이몽이 되고, 동시에 일장춘몽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개헌과 관련해 시간을 갖고 길게 호흡하면서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3. 정치 개혁의 완성 

 

국회 운영 제도와 절차. 그리고 의원들의 인식에서 대 변화가 있어야 한다. 첫째, 극심한 입법 교착으로 점철되고 있는 국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원내 교섭단체 중심의 합의제 국회 운영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더불어 소수독재를 정당화시키고 있는 국회 선전화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회는 문을 열어 놓고 공전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다. 무쟁점 법안도 정치적인 이유로 신속하게 처리되지 못했다. 국회법 제33조(교섭단체) ①항에 따르면, “국회에 20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국회법 50조 ①항엔 “위원회에 각 교섭단체별로 간사 1인을 둔다.”로 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법 제5조의2(연간 국회운영 기본 일정 등) ①항이다. “의장은 국회의 연중 상시운영을 위하여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의 협의를 거친다.”고 되어 있다. 이런 국회법 규정에 따라 모든 국회 의사일정은 원내 교섭단체들 간의 합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여야 중 어느 한쪽이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않으면 국회가 파행되는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국회가 5개월간 법안 하나 통과시키지 못했다. 의사일정마저 협상의 대상이 되다 보니  국회가 전체적으로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일이 속출했다. 잘못된 합의의 덫에 빠져 있는 국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일정을 미리 지정하는 캘린더식 요일제 운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회 운영 날짜를 여야 협상을 통해 임의적(arbitrary)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질 날짜에 자동적(automatic)으로 개최되도록 하는 것이다. 가령, 매달 국회가 열리는 날을 열리는 날이 정해지고, 월·화·수요일엔 상임위원회, 목요일엔 본회의를 여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국회 운영의 불확실성을 제거될 수 있다. 

둘째, 무쟁점 법안 신속 처리제도, 상임위 세분화, 법안 소위 복수화 등 국회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개혁에 나서야 한다. 과거에는 테러방지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일부 쟁점법안 탓에 대부분의 법안 통과가 가로막혔다. 쟁점을 둘러싼 여야 지도부의 힘겨루기 탓에 정상적인 상임위 운영이 방해받기 일쑤였다. 그 대신 ‘2+2’ 또는 ‘3+3’과 같은 지도부의 비공식 밀실 협상에서 '법안 패키지 딜'이 남발됐다. 그 과정에서 쟁점 법안과 전혀 상관없는 법을 끼워 넣기 식으로 처리하는 일이 빈번했다. 이런 기형적이고 후진적인 막장 정치를 막고 입법 교착 상태의 장기화를 먹기 위해 ‘국회 운영 플랜 B’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여·야 간 합의가 정기간 이뤄지지 않는 경우 국회의장이 국회 운영에 관하여 일정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국회 본연의 위상을 살리면서도 국회가 절도 있고 체계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 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국회법 개정을 통해 국회 윤리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국회 윤리위를 국회의장 직속으로 하고 위원회의 과반이상을 외부  인사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윤리심사자문아 나니라 실질적인 윤리 조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윤리위의 실효성과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국회 본회의에서 2/3이상의 반대가 없을 경우 무조건 채택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 조속한 징계관련 안건심사를 위하여 단계별 활동기한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정책협의체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안철수 국민의 당 상임 대표는 기업 구조 조정과 관련,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산업구조개혁 청사진을 함께 만들자"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가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월 2회 이상 전원위원회를 개최하여 여야 간에 생산적인 정책경쟁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행 국회법상 전원위원회는 특정 안건을 전제로 하는 것인 점을 고려할 때 국회법 개정이 필요하다. 

다섯째, 국회 예결산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영국 의회가 왕으로부터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생긴 것처럼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것이 국회의 존재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예산 심의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그런데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국회가 정부 예산에 대한 심의를 11월 말까지 마치지 못하면 12월2일 본회의에 자동 회부되도록 되어있다. 이 때문에  예산의 졸속 심의가 이루어졌다. 예산 심의를 강화하기 위해 국회선진화법도 개선해야 하지만 예산심사 절차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 현행 2단계(상임위 예비심사→예결특위 종합심사)를 3단계(예결특위의 지출한도 등 총량심사→상임위 예비심사→예결특위 종합심사)로 바꿀 필요가 있다. 예산편성단계부터 국회가 다음연도 예산안에 대한 논의를 하고  국회의 실질적인 재정 통제권을 강화해야 한다. 

여섯째, 입법 절차 개선을 통한 입법영향평가를 강화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늘고 있는데 이는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라 볼 수 있으므로, 법률의 합헌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규제 영향평가, 합헌성 평가 등 입법절차에 관한 엄격한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법 또는 별도의 법률로 정하거나, 국회규칙으로 정하는 방안이 제시될 수 있다. 

 

사르토리는 정당의 수와 이념을 기준으로 삼아 정당체계를 유형화했다. 균열의 정도에 따라 ‘합의적 정당체계’(consensual party system)와 ‘분열적 정당체제’(polarized party system or fragmented party system)로 구분했다. ‘합의적 정당 체계’란 정당간의 균열 및 대립구도가 심하게 표출되지 않는 경우이다. 따라서, 국가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서로 다른 정당 구성원들간의 대화와 타협이 용이하고, 당론보다는 의원 개인의 자율성이 보장된다. 반면, ‘분열적 정당체계’란 정당간 대립구도가 이념, 세대, 지역 등으로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정당 구성원들 간의 배타성이 심화되고 의원 개개인의 자율성보다는 당론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한국의 경우,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한국의 정당체계는 마치 봉건시대의 영주를 연상케 하는 각 지역의 상징적 인물이 확고한 지역적 기반을 바탕으로 정당이 구성되었다. 이전의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가 퇴색되고 그 자리를 지역주의가 차지하는 이른바 지역 패권 정당체제가 조성되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정당 운영과 공천제도의 개혁이 필수적이다. 비대화된 중앙당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당 대표 체제를 종식시켜 원내 중심 정당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고 의원들이 양심과 소신에 따라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46조 2항을 의원들은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아야 한다. 의원들의 인식도 바꿔 권력과 계파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 줄을 서야 한다. 국회의원의 최대 특권은 오직 국민을 위한 법안을 만들고, 국민의 혈세인 예산이 잘 쓰여 지도록 감사하는 것임을 가슴이 깊이 담아 의정 활동에 임해 주길 주문한다. 더 이상 최악의 국회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대표(representation)와 책임(responsibility)간의 조화가 잘 이뤄지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4. 시대정신에 충실한 지도자에 의한 국정 운영 

 

국가미래연구원과 동아일보가 최근 의미 있는 여론조사(2016년 7월 28일-8월 9일)를 실시했다. 상투적인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벗어나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을 찾기 위한 시도였다. 현재 각종 언론 매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차기 대선 후보 관련 지지도 조사는 인기 조사 성격이 강하다. 통상 인지도가 높고, 정치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으며, 특정 지역에 기반이 있는 후보들의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단순 지지도 조사로는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나, 대한민국이 어떤 미래를 만나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시대정신을 정확하게 읽고 시급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번 조사가 의미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경제 분야 전문가 300명과 정치·사회 분야 전문가 222명 등 총 522명이 참가했다. 정확하고 가치 있는 여론조사의 제일 조건은 타당성(validity)있는 설문 항을 만드는 것인데 이번 조사의 문항 설계와 분석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수차례 회의를 거쳐 완성했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국가미래연구원·동아일보 조사결과, ‘일자리 창출’(41.8%)과 ‘공동체 회복’(18.4%)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민주적 국가구조 확립’(8.8%), ‘불평등 완화(8.6%), ’저출산 고령화 회복‘(8.2%), ’경제 민주화‘(7.5%)가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이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가치로 공정(47.1%)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그 다음은 혁신(15.7%), 정의(13.8%), 통합(15.5%)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조사 결과가 주는 함의는 “공정한 경쟁 속에서 혁신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느냐, 정의를 바로 세워 국민을 통합시킴으로써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느냐”가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현재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고 혁신의 발판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 등 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국가미래연구원과 동아일보 조사 결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해보면 몇 가지 특성이 발견된다. 

첫째, 전문가들의 이념 성향에 따라 시대 과제에 대한 명백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령, 보수(43.2%)와 중도 성향(43.9%) 성향의 전문가들은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전문가들은 “민주적 국가 지배구조”(24.4%)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진보의 시각은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 구조를 바꿔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 논리다. 내년 대선에서 진보와 보수간에 경제 살리기 해법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내년 대선에서 일자리 창출과 격차 해소 외에 ‘민주주의 논쟁’이 크게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둘째, 핵심 가치 면에서도 진보와 보수 간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진보는 공정(46.3%)과 정의(31.7%)를 크게 강조한 반면, 보수는 공정(37.3%)과 혁신(23.0%)에 비중을 두고 있다. 정의에 대한 비중은 11.5%에 불과했다. 한편, 중도에서는 공정(51.2%)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높은 가운데, 혁신(13.7%)과 정의(12.6%)가 비슷했다. 이런 조사 결과가 주는 함의는 진보와 보수에 따라 공정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진보는 공정한 분배를 강조하지만 보수는 공정한 경쟁에 큰 비중을 둘 수 있다. 내년 대선에서 공정을 둘러싼 여야 간, 이념 간에 극심한 대립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전문가들 조차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반드시 이룩해야 할 과제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적다. 가령,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북 화해(1.5%), 기회균등(1.3%), 복지 강화(1.0%)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낮았다. 일자리 창출과 공동체 회복 등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에 비중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만나야 할  미래 가치에 대한 비중이 너무 낮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여론주도층인 전문가 집단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비전화시키는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넷째, 이념성향별로 시대정신 구현을 가로막고 있는 대상에서 큰 차이가 있다. ‘누가 시대정신 구현을 가로막고 있느냐’는 질문에 절반 이상인 54.8%가 ‘정치인’을 꼽았다. 이어 대통령(15.7%), 이익집단(11.1%), 재벌(7.7%) 순이었다. 그런데 진보층에서는 가장 많은 39.0%가 대통령을 지적한 반면, 보수층에선 그 비중이 7.9%에 불과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5년 평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일어날 전망이다. 대선이 미래가 아니라 ‘잃어버린 10년”등과 같은 과거로 돌아갈 경우 선거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조사에선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전문가들의 10명중 8명(77.8%)이 ‘현재 우리 사회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언제부터인지 우리 내부에서는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퍼져가고 있다”며 “우리의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기 비하와 비관, 불신과 증오는 변화와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왜 많은 국민들이 좌절하고 분노하는 지에 대한 원인 규명과 성찰이 없었다. 분명, 국민의 열망이 담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인물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다. 그런데, 진정한 시대정신이란 예리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과제와 비전일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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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2-25 18:11:00 최종수정 2016-12-26 13: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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