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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금융회사 지배구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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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2월22일 16시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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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여러가지 그림자

 

자본주의 체제국가는 과거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 체제국가와 비교되더니 요즈음은 모든 국가가 자본주의체제임을 전제로 그 안에서 시장자본주의국가와 국가자본주의국가로 구분되는 듯하다.  그러한 분류법에 따라서 우리의 경제를 살펴보면, 우리는 과거 국가자본주의하에서 국가보증하의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이 국제자본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하여 조달한 자본을 국내기업들에게 공급하고 은행의 지배주주로서 유동성의 공급을 통제하던 시대가 있었다.  금융이란 즉 은행이었고 금융회사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금융기관은 정부조직의 일부로서 금융당국의 행정행위 대상으로조차 인식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사경제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커져가면서 금융당국이 사경제를 규율할 수 있는 능력에 한계가 드러났고 결국은 환란을 맞이하였고 지난 세기말부터 금융규율시스템의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게 되었다.  금융기관의 구조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설립되었으며 예금자보호대상이 확대되면서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회사라는 개념이 싹트기 시작한다.  또한, 금융당국은 적정자본과 자산건정성 이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인적·물적 결합체인 회사의 내부 의사결정과정과 현실적 작동과정에 대하여 주목하기 시작한다.  미국에서 firm theory를 배웠고 corporate governance를 연구한 경제학자들이 기업지배구조라는 우리말을 만들어서 이를 금융기관의 중요한 규율대상으로 지적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금융에서  국가자본주의가 아닌 시장자본주의의 그림자가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 사이에는 여러가지 그림자가 있다.  

 

증권회사와 지배구조

 

금융의 핵심인 자본시장에서 직접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주체인 상장법인이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하여는 어떠한 지배구조를 가져야 할 것인가가 논의의 출발점이었다.  이와 더불어 자본시장에서의 중요한 intermediary인 증권회사는 또한 어떠한 지배구조를 가져야 할 것인가라는 이슈가 증권거래법이라는 하나의 법에서 포괄되기 때문에 증권회사의 지배구조 역시 덩달아서 논의되었다.  감사는 회사에서 은퇴한 자들이나 공직을 그만둔 자들이 잠시 대접받다가 나가는 자리 정도로 작동하였다면 이를 개혁하느니 보다는 차라리 없애 버리고 미국처럼 독립된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 내부의 위원회를 만들어 보자는 주장과 사후적인 감사보다는 사전적인 내부적 통제시스템의 확립을 강제하여 보자는 주장이 채택되었다.  그리하여 증권회사는 상장여부와 관계없이 준법감시인이라는 직함을 가진 임원이 하나 늘고 사외이사와 이들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이사회 내부의 위원회로서 설치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상장법인과 증권회사가 새로운 법적인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지출하여야 하는 비용을 고려하여 자산 기준으로 예외를 인정하였다.  새로운 정책수단을 채택함에 있어서 비용은 효과와 대비하여 논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효과를 어떻게 측정할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는 어떠한 유인책이 있을지에 대한 논의보다는 비용측면만이 강조됨으로써 그 이후 기업지배구조는 법이 강제하는 귀찮은 비용발생요인으로 인식되고 말았다.    

 

은행 등 여타 금융기관으로의 확대

 

기업지배구조가 금융기관의 준법경영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증권회사 뿐만 아니라 여타의 금융기관에서도 동일한 메카니즘의 채택이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다만, 이사회내 감사위원회가 은행이라는 거대조직의 상시감사를 수행하거나 지휘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회의때문에 감사위원이라는 중간적 조직이 인정되었다.  감사위원은 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석하며 감사위원회 위원이기도 하지만 상근이라는 점에서 감사위원회의 위원인 다른 사외이사와 구별된다.  이러한 기본 구조는 은행, 저축은행, 여전업, 보험사로 일률적으로 확대되었고 다만 적용대상의 범위에 있어서 또는 사외이사의 수에 있어서 자산액기준의 차이만을 두게 되었다.  금융당국의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태도는 미국에서 하는 것을 비슷하게 따라서 하되 기업의 비용측면을 고려하여 점차적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금융기관 지배구조의 핵심인 감사위원은 상근임원으로서 사외이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보수를 받는 까닭에 금감원을 그만 두고 로펌에서의 고문 즉 사건브로커로 자리를 옮기지 못한 자들의 선호직장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고 따라서 저축은행 사태의 간접적 원인이 되었다.  저축은행은 수신기관으로서 여타의 금융기관과 구별되지만 이러한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모든 금융기관의 지배구조를 일률적으로 접근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법규정에서 모범규준으로의 변형

 

금융기관의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여 지면서 지배구조의 외연이 단순히 임원에 대한 통제와 감시시스템의 구축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의 주주 전체의 이익과 임원의 이익을 일치시키고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사회시스템의 일부로 확대되었다.  나아가 기업의 회계분식, 세계적 대형금융기관의 단기적 실적주의, 글로벌 세계경제의 정책공조 필요성 때문에 외국에서의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는 바로 우리나라에서의 논의로 전이되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개별 금융산업에 대한 규율법규와 감독규정에서 금융기관의 지배구조를 자세하게 정하고 또한 수시로 변경하기에는 행정적 부담이 너무 방대한 현실을 대처하는 방안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금융당국은 법규정이 아닌 모범규준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배구조가 법규정으로 입법화할만한 중요한 규범이 아니라고 인식하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국에서 거래소규정이나 best practice, governance code로서 지배구조를 규율하는 현실도 감안한 듯하다.  또한 금융기관은 법규범의 형식에 관계없이 금융당국의 바람을 거스를 수 없다는 대한민국의 전통과 현실을 전제로 한 것일 수도 있다.  모범규준의 좋은 점은 단순히 독립적 사외이사의 감시체계만이 금융기관 지배구조의 모든 것이 아니며 지배구조란 컴퓨터의 운영프로그램과도 같은 포괄적 개념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만든 것이다.  모범규준의  나쁜 점은 지배구조란 법도 아닌 것이 그 성격이 모호하지만 할 수 없이 지켜야 하는 것 정도로 인식하게 만든 점이다.  또한 지배구조문제는 모범규준에 나와 있는 것만 형식적으로 지키면 되는 것이며 그 이외의 것들은 고민할 필요가 없이 금융당국 내지 정치권과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배구조 문제는 금융당국도 무엇인가 당당하지 못한 것이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최고경영자 승계의 문제

 

상호금융을 제외하고 은행은 지배주주가 있을 수 없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금융기관이다.  그러나 은행은 우리나라 금융기관 자체이기도 하다.  은행연구원은 없으며 금융연구원만이 있을 뿐이다.  은행연합회는 법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는 민법상 사단법인이지만 정부의 축복으로 개인신용정보를 독점적으로 관리하여 왔고 그 대가로 정부는 회장의 임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현실때문에 은행장 내지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승계문제는 은행의 장래를 위한 경영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가들간의 끊임없는 권력다툼에 유사하였다.  미국의 시스템을 받아들여 다수의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앉아 있지만 이들의 전문성은 둘째로 치고 독립적으로 은행의 전략과 경영방향에 대하여 의사결정을 내릴 능력과 의사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최고경영자의 승계문제는 이사회의 중요한 권한이자 의무이지만 시스템의 확립은 고사하고 승계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미리 논의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은행의 최고경영자 승계를 들러싼 권력투쟁은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여전히 금융기관이지 금융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국제금융사회에 공표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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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건전성의 문제

 

미국에서 시작된 주택저당채권의 부실로 인한 국제적 금융회사의 도산과 매각은 전세계 금융기관의 부실과 경제불황으로 이어졌고 각국의 금융당국으로 하여금 새로운 금융정책방향을 논의하게 만들었다.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의 자본적정성과 유동성 기준을 강화하고 공적자금의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안 사전적 청산계획의 제출을 요구하자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시장에서 자본의 가치를 포함하여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금융정책의 대전제에 대하여 의문이 제기되었으며 따라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포함하여 금융당국의 금융시장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외국에서 경제시스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금융회사 전반에 관하여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을 주기적으로 심사하고 겸임을 보다 제한적으로 허용하며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 지배구조면에서의 강화된 간섭정책이 도입되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 대불황의 파도에서 비교적 자유로웠지만 나라밖의 분위기에는 민감할 수 밖에 없었다.

 

대규모기업집단의 독과점체제강화문제

 

대규모기업진단에 대한 공정거래법상의 규율정책이 회사법상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하여 경영자에 부과하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 이외에 무엇을 목표로 하는 것인가에 관한 논란은 차치하고 경제력 집중에 대한 유의미한 정책인지에 대하여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 이유는 대규모기업집단에 대한 규율이 효과면에서 별로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을 포함하여 대규모기업집단은 우리 경제의 산업 전반에 걸쳐서 시장구조를 독과점체제로 이행시키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과거 중장기적 경제발전계획에 따라서 특정 산업분야에의 집중적 투자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대규모기업집단 내부의 거래관계에 기인한 것이라는 설명때문에 더 우려되는 바이었다.  그리하여 대규모기업집단 자체에 대한 강화된 규율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공정경쟁당국이라면 우선 금융당국만이라도 금융회사에 대한 지배구조 강화를 통하여 금융업에 종사하는 대규모기업집단이 개별 기업의 경쟁력이 아닌 대규모기업집단 내부의 거래를 통하여 금융산업구조를 독과점으로 몰고 가는 것을 지연시킬 필요성이 인식되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지배구조법”) 국회 통과 및 시행 

 

금융당국과 국회는 우리 금융산업 전체를 포괄하는 지배구조규범의 확립을 위하여 수차례 모범규준과 법률초안의 형태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물위로 떠 올리고 있었고 그리하여 국회와 사업자단체에서 수차례 논의가 있었다.  그러던 중 2015년 마침내 국회에서 지배구조법 최종안이 통과되었다.  시행의 파장을 고려하여 시행일은 2016.8.1.로 잡았다.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이 있었다.

 

첫째, 국회가 법률안을 통과시켰다는 사실 그 자체이다.  금융당국과 국회의 지난 수년간의 노력의 결실이다.  수년이 걸렸다는 점은 우리 정치의 서글픈 현실이다.  하지만 지배구조가 중요한 금융정책목표의 단계로 올라갔다는 점에서 중대한 발전이다.  

 

둘째, 금융회사 전체를 그 적용대상으로 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회사가 법명에 처음으로 들어가면서 금융기관이 금융회사로 공식적으로 그리고 포괄적으로 인식된 것이다.  지배구조가 비용이 드는 규율임은 틀림없지만 업계의 로비에 설득당하여 적용범위를 단순한 자산기준으로 정한 것은 금융당국의 한계이다.  금융회사의 사업특성에 대한 고려, 예보보험료나 금감원분담금에서의 차별적 취급 등을 통한 경제적 유인과의 결합 등을 고려하여 지배구조에 대한 인식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셋째 가장 엄격한 지배구조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회사법에서 정하고 있는 대규모상장회사의 지배구조 변화의 방향을 제시한 점이다.  물론 금융회사 나름의 규율필요성 때문에 지배구조법에 추가된 조문도 많지만, 이사회의 권한· 이사회내 위원회 구성·사외이사의 독립성 등 상장회사 일반에 확대적용될 수 있는 지배구조의 새로운 지평선을 제시한 부분도 상당하다. 

 

 넷째, 금융당국의 준비태만이다.  국회 통과후 1년의 준비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시행에 필요한 세부규정의 제정을 미루어 오다가 7.30. 시행령을 통과시켰다.  지배구조는 정관의 개정부터 시작하여야 하며 이에 기초하여 그 하위규범이라고 할 수 있는 이사회규정이나 위원회규정이 개정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금융회사는 정관의 개정에는 주주총회의 소집이 필요하고 이는 돈과 시간이 드는 만큼 내년의 정기주총으로 미루고 일단 그 하위규범부터 고쳐나감으로써 정관에 위반한 하위규범의 시행을 그것도 8.1.이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시행하기 시작하였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모두 지배구조는 여전히 귀찮은 간섭일 뿐이라고 인식이 남아 있는 듯하다.

 

지배구조문제로 발생한 우리의 현실

 

박근혜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은 개인적인 친분에 기초하여 공권력의 행사나 국가적인 사업수행에 영향력을 행사한 자들과 공모 내지 이들을 방조하여 국가권력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와 헌법상 위임된 공권력의 목적을 훼손하였다는 협의로 수사대상이 되면서도 왜 자신의 행위가 범죄행위가 되는지 아직 명확한 인식이 부족한 듯하다.  사실 대통령은 자신의 참모조직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고 이들과 행정부처 내지 당과의 관계 역시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청와대 내 참모조직 내지 위원회를 어떻게 조직하는지는 법의 적용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공적인 조직 외에서 개인이 영향력을 행사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현 상황은 대통령의 권한행사방법과 관련된 지배구조가 원인인 셈이다.

 

정당간 이견 내지 정당내 파벌 역시 현재의 우리 정치현실의 커다란 원인으로 지적된다.  정당이 우리나라의 앞으로의 바람직한 장래에 대한 이견때문에 생긴 것이라기 보다 과거 일정 시점에 이 세상에 태어난 지역때문에 생겨난 것이라면 이들에게 우리나라의 장래를 논하게 할 수는 없다.  정당내 파벌이 특정 개인과의 친소관계 내지 이에 기초한 호가호위를 위한 것이라면 역시 이들 파벌의 결정에 우리나라의 장래를 맡길 수 없다.  따라서, 정당의 기본구조가 무엇이며 이들은 어떻게 집단적 의사를 결정할 것인지에 관한 지배구조의 확정이 필요할 것이다.

 

권력과 가장 거리가 있는 학교도 마찬가지 상황인 것같다.  적지 않은 대학에서 거의 매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서로 이견을 노출하면서 싸우고 있다.  대학 본부는 본부대로, 각 단과대학은 단과대학대로, 교수를 뽑는 것부터 조그만 학교건물 짓는 것까지 의견이 다르며 이를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으니 비대위를 구성하여 충돌하고 있다.  혹자는 먹고 살 것이 없을수록 더 패싸움을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며 그래서 후진국과 대학에서 늘 권력다툼이 가장 치열하다고 한다.  학칙이 매년 개정될 수도 있지만, 관련 학칙을 제대로 만들어 놓고 이들간 권한의 범위를 명확히 하면 조금 나아질 수도 있으리라.  

 

신영자 롯데그룹 창업자가족은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인 롯데쇼핑에 입주한 기업으로부터 매장관리의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거액의 뒷돈을 받은 협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왜 자신의 행위가 죄가 되느냐고 항변하였다고 한다.  자신이 창업, 운영하는 기업에 입주하여 장사를 하고자 하는 자가 수없이 많은데 그중에 한 기업이 돈을 가져와서 부탁을 하니 너그러이 돈을 받고 입주시켰기로서니 무엇이 잘못이냐는 것이다.  롯데쇼핑이 100% 자기 기업이라면 횡령이 아니라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롯데쇼핑은 공개기업으로서 그 주식이 거래소에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거래되며 따라서 그녀가 받은 돈은 개인의 돈이 아니라 기업의 돈이다.  그녀는 아직 자신이 창업, 경영하는 기업이 더 이상 개인의 기업이 아니라 상장기업으로서 국민의 기업인지를 모르는 것이다.  그녀의 지위 때문에 그녀의 무지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임원의 권한 행사를 감시하여야 할 이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대표적 대기업의 경영자나 회장이 대통령이 권유 내지 강요한 공익법인의 설립에 참여하면서 수십억 내지 수백억의 재산을 출연하였다.  이들의 행위는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죄가 아니다.  다만, 대통령의 강요행위에 응한 범죄행위의 피해자일 뿐이다.  보다 명확한 사실이 밝혀지면 이들의 죄과를 판단할 수 있겠지만, 대기업의 경영자 내지 회장이 마음대도 수십억의 회사돈을 새로 설립되는 재단에 출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대기업의 경영자가 강요죄의 주체가 아닌 객체라는 사실이, 기업내부에서 실제 출연행위를 집행한 자들이 침묵하였다는 사실이 모두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중대한 질문이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이 그렇게 노력하였던 국가적 목표로서의 법치주의의 확립과 건전한 자본주의는 하루아침에 길거리의 휴지조각이 되어 버렸고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우스개거리로 전락하였기에 모든 국민들이 그렇게 분노하는가 보다.  기업도 국가도 지배구조 시스템이 붕괴한 것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전망

 

지배구조법이 시행되면서 금융회사들은 앞다투어 회사내부의 규정을 개정하였다.  내년 정기주총에서는 많은 금융회사가 정관을 개정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금융회사는 세계적으로 가장 완벽한 지배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고 앞으로의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지배구조법에서 계열사와의 거래는 빠져 있다.  이는 여전히 개별 금융법규에 나누어져 있다. 지배구조는 단순히 하나의 기업에서 주주와 경영자간 이해관계의 일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아가 기업집단 내부의 거래관계에 대한 절차적·실체적 규율을 통하여 이해상충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계열사 거래도 지배구조법에 포괄하였으면 한다.  우리 경제의 대규모기업집단 현실을 감안할 때 이에 대한 보다 철저한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금융지주회사 시스템을 통하여 금융그룹의 발전을 촉진하고자 하는 정책적 목표를 저해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다.

 

둘째, 지배구조법의 집행메카니즘을 보다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제시대에 외국의 다양한 지배구조시스템을 고려하여 우리의 금융회사에 적합한 지배구조를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현실에 적합하지 아니한 가장 복잡하고 엄격한 지배구조를 요구하고 이를 어긴 경우에 엄격한 행정벌을 부과한다고 하면 지배구조법이 현실과 동떨어진 또 하나의 법전상 법에 불과한 지위로 추락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 시행하여 나가면서 금융회사의 자산규모나 업무의 성격상 준수하기 어려운 것들은 폐기하거나 다른 유인책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지 무조건 처벌할 것은 아니다.  

 

셋째, 지배구조면에서의 금융회사간 경쟁을 촉진시킬 필요가 있다.  지배구조를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대로 따라가면 되는 귀찮은 규정이라고만 인식하지 말고 이를 통하여 서로 경쟁하여야 할 중요한 분야라고 인식시키면 금융회사는 지배구조에 대한 자발적 고민을 시작할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법은 지배구조의 최소한이며 금융회사가 보다 나은 지배구조를 고안할 여지를 남겨주어야 할 것이다.  임원의 성과급이 그 대표적인 예로서 지배구조법이 얼마나 자세하게 규정할지에 대한 정도의 완급에 대하여 고민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지배적 지위에 있는 소위 금융공공기관의 지배구조 문제이다.  국가자본주의의 그림자를 조금 더 벗어나서 보다 시장자본주의로 넘어가야 할 때인 것은 맞는 것같은데, 그렇다고 시장에만 맡겨서 경제적 약자의 자본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하면 시장자본주의의 문제점 중 하나인 빈부의 격차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금융공공기관의 비효율성 내지 자의성을 통제하지 아니하면 결국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책은행, 보증기관을 포함한 금융시장의 인프라를 어떻게 설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인지에 관하여 개별적인 기관의 지배구조뿐만 아니라 시스템 전체로서의 지배구조에 대한 정책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국 많은 금융공공기관을 일부라도 민영화하여 우선 경영실태를 공개, 통제받도록 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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