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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만 끌어내리면 다 인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12월11일 18시21분
  • 최종수정 2016년12월11일 18시55분

작성자

  • 황희만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대우교수, 前 MBC 부사장,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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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바람 앞에 꺼질 듯 춤을 추던 연약한 촛불이 일을 저질렀다. 촛불 하나가 둘이 되고 또 끝없이 이어져 도도히 흐르는 강물이 되니 국회도 국민의 명령을 어길 수 없었다. 사실상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민의 소리로 국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가결 시켰다.  이번 탄핵은 국민의 뜻이 아니었던 '노 무현 탄핵'과는 성격이 다르다. '노 무현 탄핵' 은 국민이 원치 않았기 때문에 국회에서 의결이 됐지만 최종 헌재판결이 나온 후에 그대로 옛날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이번은 대통령의 잘못을 분명히 국민들이 지적했고, 국회의 탄핵의결을 이끌어냈다. 물론 헌재의 결정이 어떻게 나올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상황이 다른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 탄핵결정의 최종심판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헌재의 결정이 어느 방향으로 가든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며 우리는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는지 갈 길을 찾아야 한다.

 다음 정권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생각해야 할 때인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총리도 물러나야한다는 소리를 내놓고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을 지켜보자는 태도가 가장위험하다며 촛불이 꺼져서는 안 된다고 외치는 사람도 있다. 또 국가 안정을 위해 빨리 차기 정권을 수립해야 한다고 서두르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맞장구를 치는 언론은 또 숨 가쁘게 경마식 보도에 소란을 떨고 있다. 대권후보 지지도 추이와 함께 누가 누구와 합종연횡할지 정치 공학적 분석을 하며 대선을 방불케 하는 법석을 떨고 있다. 

 

 촛불시위 스타로 떠오른 이재명 성남시장이 과연 제자리걸음인 문재인 전 대표를 제치고 야권 대선후보로 뛰어오를지 분명 흥미진진한 관전거리이다. 안철수 대표는 어떻게 활로를 개척할 것인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새누리당 이름이 결국에는 없어지고 새로운 당이 나올 것이고 그것이 제 3지대로 이동할지 아니면 비박들이 나와서 아예 처음부터 제3지대에 둥지를 틀지 어떤 형태로든 변화할 것은 틀림없다. 이런 새누리당의 움직임도 지켜볼 대목이다.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에 귀국하면 창당을 할지도 관심사임에는 틀림없다. 이에 언론이 경마식 보도를 마다할 이유가 없겠다.

 

 그러나 언론은 물론 정치권은 집권 시나리오 보다는 최순실 국정농단이, 대통령의 헌정농단이 왜 일어났는지 차분히 정리해 보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해 보아야 할 때이다. 나라 장래를 위해서 대통령 탄핵 못지않게 중차대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흥미위주로 빠지고 또 정략적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정치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나라장래가 보이는지 아니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생각에 가득 차있는 것인지 안타깝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개헌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최순실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우리나라 대통령제의 폐해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이문제가 제기됐다. 권력집중은 집중된 힘만큼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순수 대통령제를 하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과연 우리도 민주화된 사회에서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대통령제를 계속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해 여러 얘기들이 표출되었다.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자는데 공감대가 형성돼가고 있는 현실이었다.

 

 그것이 내각제이든 이원 집정부제이든 한번 생각해보자는 의견이 수없이 제기돼왔다. 그런데 정작 예상됐던 대통령제의 폐해가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으로 인해 극명하게 들어났는데 이제 그냥 지금의 대통령제로 가자는 얘기가 야권에서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이판에 후다닥 권력을 잡겠다는 생각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지난 1987년 개헌당시 개헌실무 작업 참여자들은 실제 개헌에 걸린 시간은 두 달여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6.29 선언이후 개헌을 하고 그해 안으로 대통령선거까지 마쳤다. 물론 당시에는 직선제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말도 있다. 지금 상황도 많은 사람들이 개헌문제를 제기해왔기 때문에 공감대는 충분히 만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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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출신의 정세균 의장은 국회의장에 취임하면서 제일성(第一聲)으로 개헌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내심 환영했다. 물론 박대통령은 지금이 그럴 때냐며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위야 어찌 됐던 박근혜 대통령도 드디어 개헌문제를 끄집어냈다. 야당은 최순실 사건을 덮기 위한 술수라고 일거에 거절했다. 

 

 박근혜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을 당했다. 이젠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을 말할 계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개헌이 그렇게 필요하다고 제기했던 사람들은 대통령이 중심이 아니라 국회가 중심이 돼서 개헌을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혹자는 현행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자신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 같은 사람만 아니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을 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필자는 오래전 김대중 대통령이 첫 각료회의를 주재하는 자리를 취재기자로 지켜보았었다. 이날 김대통령은 "대통령 관련 뉴스를 보면 모두 조용히 앉아서 대통령의 말만 적느라고 정신이 없는데, 이제는 그러지 말고 서로 토론하며 국정을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그 이후 대통령주재 회의가 대화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뉴스화면을 통해 국민들에게도 그렇게 전달됐다. 그러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소리 소문 없이 옛날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대통령은 말씀하시고 장관이나 수석은 받아 적고, 뉴스 화면은 아주 자연스럽게 옛날로 복원됐다. 

 

 대통령 본인은 자연스럽게 토론하고 싶지만 절대권력 앞에서 누가 말을 하는가?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될 당시의 일이다. 당시 청와대 경제비서관에게 "왜 진즉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보고하지 않고 이렇게 대책 없이 당하게 됐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김영삼 대통령이 복잡한 경제문제만 꺼내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대통령 앞에서 경제문제를 꺼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불평 않고 따르고 받드는 게 잘나가는 관리이고 그 길이 출세하는 길이라고 여기는 관리가 대부분이다. 대통령한테만 힘이 모이니 주변으로 사람이 모이는게 관료들 뿐이겠는가.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자이니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도 실력자가 되고 실력자와 가까워지기 위해 부나비들이 들끓는다. 돌이켜 보면 대통령의 아들들이, 대통령의 형님들이 위세를 부렸고, 그 주위에 사람들이 꼬이지 않았던가. 

 

 그래서 현행 헌법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효율적으로 견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좀 고쳐보자는 것이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현 정국에서 호흡을 조절하고, 조금 늦더라도 좀 더 탄탄한 국정운영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어 차기 정권이 출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최종판결은 헌재에 맡기면서 좀 더 이성적으로 나라 일을 생각해 보는 성숙한 사회로 발전돼가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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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2월11일 18시21분
  • 최종수정 2016년12월11일 18시55분

댓글목록

Dhdh님의 댓글

Dhdh

황희만씨 사과하세요
아들인 황태하가 저한테 한행동(낙태강요 폭력을써 손목을다치게함 잦은 언어폭력)에 대해 사과를 요구합니다.
최소한의 사과면 되는데.아들이나 부모나 감추기에만 급급 대단하네요.
그리고 아들인 황태하가 미국 영주권을 얻기위해 진행하고있는 위장결혼은 불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