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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최순실게이트는 축복이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12월01일 15시48분
  • 최종수정 2016년12월02일 15시58분

작성자

  • 박희준
  •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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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지난 반 세기 동안 우리는 가난을 극복하고 경제적 부흥을 이루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리고 2014년 국민총생산 기준으로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사회가 추구해온 성장 중심의 패러다임은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용인되는 비윤리적인 문화를 양산했으며, 우리 사회 구성원을 극심한 경쟁 속으로 몰아 넣었다.

 

 정치권은 정권을 잡기 위해 정당의 이념적 가치도 무시한 채 어떤 세력과도 손을 잡기 일쑤였고, 정권을 지키기 위해 부적절한 거래를 통해서 정치자금을 모금했으며, 시장 또한 불공정한 거래를 통해 부를 축적하려는 주체들로 넘쳐난다.  그리고 그러한 비정상적인 과정은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되고 결과에 가리워져 용인되어왔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비윤리적인 병폐들은 결국 최순실 게이트라는 괴물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나 국정을 파탄 내고 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기에 이른다.

 

 

쏠림 현상으로 또 다른 괴물을 만나지 않기를…


상처받고 분노한 시민들은 매 주 토요일마다 시내에 모여 촛불을 들고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의 퇴진을 외치고 있다. 지난 수 주간 진행되어 온 평화적인 촛불시위를 통해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는 시민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다수의 국민은 절대 선(善), 그리고 현 정권과 현 정권을 지지하는 소수 세력은 절대 악(惡)으로 여겨지는 이분법적인 구도가 만들어 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서 보여진 현 정부의 무능과 부패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에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감정적인 접근과 쏠림 현상은 또 다른 괴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성장은 절대 선이라고 믿었다. 우리 사회에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구성원의 목소리가 좀 더 컸더라면, 그리고 성장을 통해 일궈낸 성과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이전부터 있었다면, 오늘 날 우리가 겪고 있는 수많은 사회 갈등이 좀 덜하지 않았을까?

 최순실 게이트 만큼이나 두려운 것은 쏠림 현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한다고 해서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서 보여진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일시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문제의 곁가지에 감정적으로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다시는 최순실과 같은 괴물을 마주하지 않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사회 전반에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현 정권과 현 정권에 대한 견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국회의 출범은 우리의 손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잊지 말고 다 함께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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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우리의 자화상은 아닌지? 자신부터 돌아봐야…


너도나도 헬조선을 외치면서" 이게 나라냐"며 성토하지만, 이번 최순실 게이트라는 괴물이 우리 자신의 모습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고 벌하기는 쉽다. 하지만 누군가의 잘못을 자신에게 투영해 반성의 계기로 삼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자신과 가족의 이익을 위해 취업, 승진, 입학, 계약 등과 관련된 청탁을 주변 지인들에게 한 적은 없는지, 그러한 청탁을 외면한 지인들에게 서운한 감정을 가진 적은 없는지, 입시에 매몰되어 자녀들이 타인을 배려하고 사회 구성원로서의 책무를 다하도록 교육하는 것을 등한 시 하지는 않았는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아마도 우리 대부분은 자신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서 알게 모르게 타인의 행복을 침해하고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자신의 눈 속에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도 타인의 눈 속에 티끌은 보는 것이 우리이기 때문이다.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도덕적으로 한 단계 성장할 때 앞으로 어떤 정권도 국민을 우습게 보고 국민에게 상처 주는 일이 없을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축복으로 만들어야…


이전에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가끔씩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걸음이 느린 영혼에 대한 배려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걸음이 느린 영혼이 내 육신을 쫓아오지 못할까 봐 기다려준다는 것이다. 11년 간 <이코노미스트>지의 한국 특파원을 지낸 다니엘 튜터가 저술한 책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의 제목은 우리나라의 지난 반세기를 적절하게 묘사한 듯 하다. 압축적인 경제 성장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얻었지만 지나친 경쟁과 성과 중심의 문화에 매몰되어 원칙과 행복을 잃어가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스스로 우리의 문제를 자각하고 있었지만 멈추는 것이 두려워 임시방편으로 문제를 덮어두며 폭탄돌리기 게임을 해왔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당분간 조금 덜 성장하더라도 우리 모두가 고통을 인내하며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우리 사회 전반의 부조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 그래서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중시되고, 원칙이 서는 사회를 만들어야 우리가 좀 더 행복해 질 수 있다. 제발 최순실 게이트가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을 가져다 주는 축복이 되기를 기대해본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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