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금리정상화와 한국 금융정책의 과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11월28일 16시25분
  • 최종수정 2016년11월28일 16시25분

작성자

메타정보

  • 45

본문

       

‘트럼프 텐트럼’으로 요동치는 국제금융시장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로  국제금융시장이 이른바 ‘트럼프 텐트럼’(Trump- tantrum)을 보인지도 2주가 지났다. 미국 금리를 위시한 주요국제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미 달러화가 여타 국가들의 통화들에 대해 급속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당초 미 연준에 의한 금리정상화계획은 이미 시장에서 예견되어 온 것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당선자의 선거공약에 언급한 경제정책들로 미국내 금리상승이 빨라질 것으로 시장이 반응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불안정한 움직임이 커졌다.

 

 미국 장기국채 금리는 당선자발표전일(11월8일)과 비교하여 11월24일현재  10년물의 경우 1.86%에서 2.35%로, 2년물의 경우 0.85%에서 1.12%로 각각 0.49%p와 0.27%p가 상승하였다. 또한 그동안  역사적인 저금리수준을 유지하던 유럽 및 일본의 장기국채들의 금리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에따라 한국의 국채금리도 빠른 상승세를 보여 10년물의 경우 1.71%에서 2.18%로 0.47%p가 상승하여 같은 만기의 미국 채권금리와 비슷한 상승폭을 보였다(표1 참조).

   

c79db877d8a6a213e73aaa9e0859cab1_1480317
                 

 미 달러화는 국제외환시장에서 유로화, 엔화 등 주요통화에 대해 급속한 강세를 나타내었다. 특히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상승으로 국제포트폴리오자본이 신흥시장국에서 빠져 나와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몰리면서 멕시코, 브라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등 신흥시장국의 통화가치가 급락세를 보였다.  한국 원화도 11월9일~24일동안 달러당 1,135원에서 1,180원으로 3.8%가, 중국 위안화는 달러당 6.79위안에서 6.92위안으로 1.9%가 각각 가치하락을 보였다.

                     

   

미국 금리의 상승세 전환에 대해 각국은 정책 대응에 부심

 

  과거 1980년대초 라틴 아메리카국가들의 외채위기, 1994년의 멕시코 페소화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등이 미국내 금리의 상승세 전환과 이에 따른 미달러화의 추세적 강세현상이 맞물려 진행된 시기에 발생한 점을 상기하면서 일부에서는 금융위기의 재현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각국은 나름대로의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멕시코는 미국 금리의 상승에 대응하여 즉각 기준금리의 인상(0.5%p)을 단행하였다. 반면에 일본은행은 11월17일 플러스금리로 돌아 선 일부 중장기국채금리를 다시 제로금리이하의 일정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1~5년물국채를 무제한 매입할 계획을 밝힌 바 있고 유럽중앙은행도 국내 물가목표 미달 및 경기부진을 이유로 현재의 확장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 졌다.    한편 개방소국의 하나인 뉴질랜드는 미국 트럼프대통령당선자의 향후 정책방향이 자국내 경기위축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여 미국 금리의 상승세전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책금리를 기존의 2%에서 1.75%로 내리는 금융완화정책을 단행하였다.

 

 한국은행도 11월21일 장기 국채금리의 빠른 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하여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조원규모의 국채 단순매입에 나섰다. 문제는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이다. 일부 해외 투자은행들은 이번 사태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신흥국으로 경제개방도가 높은 한국을 지목하고 있다. 미국내 금리정상화과정에 부응하여 금융긴축모드로의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지만 일각에서는 한국경제가 당면한 국내외 경제환경의 악화로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2%대의 저수준에 머물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1,3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수준을 감안할 때 금리 정상화과정에서 초래될 충격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한국은행의 책무가 무거워짐을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당선자의 통화관련 경제정책 조정여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

 

  트럼프당선자의 선거 공약에 나타난 경제정책들은 상호상충되는 부분들도 적지 않아서 향후 이들 정책들이 재조정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그는 현재의 저금리수준의 지속을 비판하는 한편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확대를 공약 하고 있으나 재정지출의 확대로 인플레와 금리가 더욱 상승할 경우 적극적인 재정 정책의 확장이 어려워 질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미 연준이 금년 12월의 정책금리 인상에 이어 대체로 내년중에만 정책금리가 2 ~ 3회 추가인상될 것으로 언급되고 있는데 이러한 충격을 여타 국가들이 감내하기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발표된 IMF의 금융안정보고서(2016.10월)에 의하면 그동안 엄청찬 규모로 늘어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의 저성장세 고착으로 선진국내 은행들의 약 25%가 만성적인 부실채권과 수익성 악화로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중국, 한국을 포함한 다수의 신흥시장국들도 비금융부문의 과다채무에 직면해 있다. 최근의 ‘트럼프 쇼크’로 이미 주요국 국채들의 마이너스금리가 빠르게 플러스금리로 바뀌고 있는 등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정책효과는 순간적으로 국경을 넘어 전파되기 

때문에 이들 국가들이 급작스러운 금리인상충격으로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의 불안이 고조될 경우 미국경제에의 부정적 반향효과(repurcussion effect)도 클 수 밖에 없다.  

 

c79db877d8a6a213e73aaa9e0859cab1_1480317
 

금융완화에 의한 국제금리 인상충격 대응은 기대 곤란

 

 한국 금융시장의 장단기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없이도 이미 국제금리 인상추세를 반영하여 움직이고 있고 가계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PIX)금리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금년 9월말현재 약 1,300조원으로 추산되는 전체 가계대출잔액을 비롯한 과다한 민간부문 부채에 대한 원리금 상환부담문제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당면한 현상황하에서 일각에서는 한국은행도 글로벌금융위기 직후의 주요선진국이나 최근의 뉴질랜드처럼 보다 적극적인 금융완화정책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이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우선 첫째로 한국은 자본시장이 완전 개방된 소국이기 때문에 국제금리의 상승세에  반해 저금리를 유지하려고 할 경우 대내외 금리차의 확대에 의한 해외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투자의 유출 증대로 의해 금융시장이 크게 불안해 질 수 밖에 없다.  이때 원화 환율의 큰 폭 절하는 자본유출을 일시 억제하는데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환율절하 자체의 부정적 효과(수입물가 상승, 외채 상환부담 증가, 소비 억제 등) 때문에 중기적으로 바람직한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 

 금년 10월말 현재 한은이 보유한 외화보유액의 총규모는 3,752억달러로 세계 7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동월말현재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469조원)과 채권(92조원)을 합치면 총 561조원( 약 4,902억달러), 여기에 1,000억달러남짓 (금년 6월말기준)의 단기외채를 감안한다면 현재의 외환보유액이 넉넉한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 물론 한국이 보유한 대외준비를 포함한 총대외채권액은 6월말 현재 7,495억달러에 달하고 있고 대외준비자산에 대한 단기외채의 비율도 29%로 비교적 낮기 때문에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에 직면할 우려는 크지 않다. 하지만 현재 당면한 국내 정치 및 경제상황이 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정책운영에 있어서는 가장 나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원화의 가치가 해외로부터의 쇼크에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배경에는 주요 선진국이나 혹은 스위스와 같은 일부 선진개방소국들의 통화와 달리 원화의 국제적 활용도가 낮은 점이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GDP규모에서 세계 11위, 무역규모에서 8위를 기록하는 경제강국의 하나이지만 국제거래에 있어서 그 통화의 활용정도는 매우 낮다. 국제결제은행(BIS)이 3년마다 중앙은행들을 대상으로 국제외환시장 거래상황에 관한 보고서에 의하면 국제외환거래에 점하는 표시통화별 비중에 있어서 한국은 2016년 4월현재 15위에 머물고 있고 그 순위는 오히려 퇴보하는 추세이다. 2010년이전까지만해도 국제적 활용이 미미했던 중국 위안화는 중국정부의 위안화 국제화추진정책에 힘입어 그 비중이 2016년에는 4%로 늘어나면서 세계 8위통화로 뛰어 오르며 5~7위통화인 호주 달러, 캐다다 달러 및 스위스 프랑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점과 대조를 이룬다. 

 

c79db877d8a6a213e73aaa9e0859cab1_1480317
 

   기본적으로 일국의 통화가 국제적 통용성이 낮을 경우 비국제교환성통화가 갖는 근원적인 통화불안, 이른바 “원죄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외부의 충격이 있을  때마다 심한 가치 변동성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이상에서 언급한 한국자본시장의 개방성과 원화의 낮은 국제적통용성을 감안할 때 미국금리가 본격적인 상승모드로 전환될 경우 한국이 국내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있다하더라도 이러한 추세에 반하여 통화정책을 구사할 수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본격적인 국제금리인상에 대비하여 부채감축 및 부실기업 구조조정 적극 추진 필요

 

 과거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기의 경우를 보면 한국은행은 7개월~1년여의 시차를 두고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금리가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진입하기 전에 무엇보다 역점을 두어 처리해야 할 정책과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역설해 온 바와 같이 과중한 가계부채의 감축과 부실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는 일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고통감내는 불가피하다. 이것이 두려워 디레버징과 구조조정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시간을 허송하다가 막바지에 몰려 일시에 구조조정을 강요당하는 일이 결코 생겨 나서는 안된다. 따라서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운용도 필요한 디레버징과 구조조정을 꾸준히 유도하는 발행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을 위시한 주요 국제금리가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접어들면 지역내외의 여타국가들과의 통화금융협력을 통한 대응도 더욱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미국, 일본, 중국 등과의 양자간 통화협력은 물론 ASEAN+한·중·일 등 지역내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한 지역차원에서의 공동대응을 강화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ifs post>

45
  • 기사입력 2016년11월28일 16시25분
  • 최종수정 2016년11월28일 16시25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