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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부정재산 환수 특별법’ 제정과 관련하여 고려할 것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11월23일 11시06분
  • 최종수정 2016년11월23일 11시09분

작성자

  • 나승철
  • 법률사무소 리만 대표변호사, 前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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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검찰이 온 나라를 떠들썩 하게 했던 최순실을 구속기소 했다. 죄명은 직권남용, 강요, 강요미수, 사기미수이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뇌물죄는 죄명에서 빠졌다. 뇌물죄가 적용될 경우 몰수 규정에 의해 최순실이 취득한 금품 등을 몰수 할 수 있다. 뇌물죄가 아니면 최순실이 부정하게 모은 재산을 환수할 방법은 없다. 게다가 최순실의 막대한 재산은 아버지인 최태민이 부정축재한 돈을 물려받은 것이라는 의혹도 있다.

 

 

그래서 과거 ‘전두환 특별법’처럼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최태민과 최순실이 권력을 이용하여 부당하게 쌓아온 재산을 몰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채이배 의원은 최순실 부정재산 환수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최순실 부정재산 환수 특별법’을 만드는 데에는 헌법적으로 몇 가지 주의할 점들이 있다.

 

먼저, 최태민·최순실을 적용대상으로 하는 특별법이 ‘개별사건법률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개별사건법률금지의 원칙’은 법률은 일반적으로 적용되어야지 어떤 개별사건에만 적용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법원칙이다. 흔히 ‘처분적 법률 금지 원칙’이라고도 한다. ‘최순실 부정재산 환수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이는 최태민·최순실만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이기 때문에 개별사건법률에 해당될 소지가 매우 크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특정 규범이 개별사건법률에 해당한다 하여 곧바로 위헌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정당화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12·12 사건과 5·18 사건에만 적용되었던 5·18사건은 개별사건법률에 해당하지만 헌법재판소로부터 합헌 판단을 받았다. 

 

다음으로 소급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헌법 제13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만약 특별법을 제정하여 최순실의 재산을 몰수한다면 이는 소급입법에 해당될 수 있다. 물론 소급입법도 모든 소급입법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이미 개시되었지만 아직 완결되지 않고 진행과정에 있는 사실 또는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부진정소급입법은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과거에 이미 완성된 사실 또는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진정소급입법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소급입법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이 매우 중대한 경우에는 허용된다. 최순실이 권력을 이용하여 부정한 방법으로 모은 재산은, 지금 현재로서는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는 한 환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지만 이는 진정소급입법으로서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그러나 한편 최순실처럼 국가 권력을 이용하여 부당하게 모은 재산을 환수해야 할 필요성은 매우 크다. 그렇다면 ‘최순실 부정재산 환수 특별법’이 진정소급입법에 해당되더라도 소급입법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이 매우 중대한 경우에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태민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의 경우 이미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기 때문에 사실상 부정하게 모은 재산이라는 점을 입증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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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최태민·최순실로부터 재산을 취득했지만 그것이 부정하게 모은 재산이라는 것을 몰랐던 사람은 마땅히 보호해야 한다. ‘친일재산 귀속법’의 경우에도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을 규정하면서도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라고 하여 제3자 보호규정을 두고 있다. 제3자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부분이다.

 

한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매번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특별법을 제정하려 하지 말고, 아예 이번 기회에 권력을 이용하여 부당하게 축적한 재산을 환수할 수 있는 일반 법률을 제정해 두는 것이 어떨까 한다. 그동안은 친일파는 친일파대로, 전두환은 전두환대로 별개의 특별법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동안의 역사적 경험이 충분히 쌓였다고 본다. 따라서 그러한 경험을 활용하여 공소시효를 배제한다든지 혹은 재산을 환수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미리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매번 특별법을 제정할 때마다 발생하는 소모적인 논란을 피하고,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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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1월23일 11시06분
  • 최종수정 2016년11월23일 11시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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