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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온 나라가 최씨 일가와 관련된 일로 어수선하다. 몇몇의 분탕질로 인해 불거진 국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으며, 국정은 몇 주째 헛바퀴만 돌고 있다. 이러한 국가 위기 상황에서, 부가가치세 인상을 둘러싼 논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우리나라 조세체계가 보다 합리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두서없는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한다. 정치가 형편없다고 경제마저 이를 따라서는 안될 것 같기 때문이다. 

 

세금을 올려야한다는 주장은 사실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이는 대체로 우리경제의 취약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공공부문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함을 논거로 하고 있다. 시장기능을 활용하기 보다는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는 일종의 정부만능주의적 견해인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무엇을 한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정부가 더 많은 돈을 써야함’을 의미하며, 따라서 증세란 정부기능 확대를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증세’의 또 다른 이름은 ‘큰 정부’인 것이며, 이는 정부의 권한과 역할이 비대해지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증세주장은 처음에는 소득세로부터 시작했는데, 그 다음엔 법인세로 바뀌었다가, 최근에는 부가가치세까지 거론되고 있다. 소득세는 본디 개인의 지갑과 직결되는 문제라, 증세가 쉬운 세목이 아니다. 경기침체의 지속으로 벌이 역시 시원찮은데, 그 앞에 대고 세금을 더 내놓으라는 말은 정치적으로 쉬운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은 개인과 달리 투표권이 없으므로, 법인세 인상은 소득세 보다 편하게 주장할 수 있는 세목이다. 하지만 법인세는 다른 세금과는 달리 증세로 인한 경제적 부작용이 가장 큰 세목이라 세금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기업이 세부담 때문에 투자를 덜하게 되면, 일자리도 덜 생기고, 생산도 소비도 소득도 모두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소득세도, 법인세도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보니, 이제는 부가가치세를 올리자고 하는 것이다. 증세의 수단으로써 부가가치세 인상론이 제기된 배경이다. 

 

 하지만, 부가가치세 인상이 적절한지, 아니 보다 근본적으로, 지금 증세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면, 증세는 향후 선택의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즉 증세란 원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하는 문제로 닥칠 것이라는 말이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인구고령화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격한 인구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당장 내년부터 고령사회(aged society)에 진입하며, 그로부터 또 몇 년 후에는 초고령사회(post aged society)가 될 것이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고령화는 우리나라 경제‧사회에 걸쳐 여러 가지 심각한 영향을 발생시킬 것이다. 인구고령화란 돈을 벌어야할 경제활동인구는 감소하는데, 이들로부터 부양을 받아야하는 인구가 증가함을 뜻한다. 따라서 이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에 모아둔 돈이 수십 년 후가되면 죄다 없어져 버릴 것이라는 허탈한 예측도 사실 인구고령화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만약 연금이나 건강보험을 내줄 돈이 없어지면 어찌할 것인가? 파산선고를 하고 떼어먹을 것이 아니라면, 결국은 세금을 더 걷어서 운영하는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증세가 불가피한 두 번째 이유는 복지재원의 조달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고령화 등으로 인해 향후 복지수요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며, 이러한 요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정치의 속성을 생각하면, 향후 복지지출의 증가란 거의 확정된 것이라 보는 것이 옳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보다 앞서 나가고 있는 국가들의 일반적 경험을 살펴보면, 급격히 증가한 복지수요를 재정이 감당해나가도록 조정하는 과정에서 조세부담률(소득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게 되었다. 또한 이런 식으로 높아진 조세부담률은 대체로 많은 국가들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경향도 발견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나라 역시 앞서 나간 국가들의 경험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즉,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 역시, 향후에는 선진국 수준에 수렴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증세란 속도조절에 대한 선택만 있을 뿐, 피할 수는 없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복지를 위해 (미리부터) 세금을 올리자는 것은  그나마 가질 수 있는 속도조절이라는 선택마저 포기하자는 주장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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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 증세가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는 조세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비효율 때문이다. 조세의 비효율은 다양하게 설명할 수 있지만 쉽게 말하자면, 세금에는 그 자체로 낭비요인이 담겨있다는 의미이다. 사실 세금이란 정부가 돈을 쓰기 위해 개인과 기업의 손에 쥐어져 있는 돈을 가져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손이 바뀌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돈의 액수는 줄어들게 된다. 세금을 걷으려면 담당관서도 운영해야하고, 세금을 걷는 공무원들의 월급도 주어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세금을 통해 얻는 돈은 민간이 낸 세금액수 보다 반드시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와 같이 눈에 보이는 비용은, 사실 조세가 발생시키는 비효율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세금은 일하려는 사람들의 의욕도 저하시키고, 기업의 투자도 억제하며, 소비나 거래의 위축도 가져온다. 실제로 이렇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이 훨씬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세금은 본질적인 낭비요인을 안고 있는 것이다. 미리부터 증세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최근 최씨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공공의 돈이라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쓰이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얼토당토 않은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국가발전과 공익증진을 명분으로 국민의 세금이 펑펑 쓰인 것이다. 내가 낸 세금이 낭비하듯이 쓰여진다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가? 아니 보다 직설적으로, 내가 낸 세금이 최순실 같은 이의 배를 불리고, 그들의 사치와 축재에 쓰인다고 생각하면 어떠한 생각이 드시는가? 그래도 증세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무턱대고 세금부터 올리는 일 보다는, 세금이 꼭 필요한 곳에 알맞게 쓰여지는지, 혹시 낭비되는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선진국들에서 새로운 법까지 만들어가며 정부지출을 강제로라도 억제하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증세를 위한 명분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쓸 돈을 더 걷기전에 있는 돈을 더 잘쓰려는 노력이 선행되는 것이 일의 바른 순서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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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1-13 14: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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