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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은 불안을 키우고, 불안은 위기를 키운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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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1월10일 20시34분
  • 최종수정 2016년11월11일 14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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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를 블랙 홀로 몰아가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지도 길게는 한 달반, 폭발적으로는 대략 3주 정도 되었다. 그런 만큼 아직 이 사건의 충격이 경제에 미치고 있다고 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주목해야 양상들이 있다.

  첫째, 이 사건과는 별개로 이미 경제활동이 우려할 만큼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9월 소매 판매는 전년 동월대비 지난 5년 7개월 이래 가장 큰 폭인 4.5%가 감소하였다. 한편 제조업 가동률은 8월 70.2%로 7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10월 실업률은  3.4%로 2005년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며, 전년 동월 대비로 7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제조업 고용은 7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청년실업률은 1999년 이래 가장 높았다. 이와 같이 신기록 갱신 경쟁이라도 하듯이 경제지표들이 속속 악화되고 있다. 폭포가 가까워질수록 강물의 흐름이 빨라지듯이 경제지표들도 전환점에 가까워질수록 속도를 낸다.

​※ 1979년 10.26사태의 경우, 제조업생산지수(전년동월대비)는 1979년 9월 13% 증가에서 10월 2.4%, 11월 2.5%로 격감한 후 1980년 2월부터 감소세로 전환하여 1980년 1~9월중 7개월 감소세를 보인 후 10월에 들어서야 증가세로 전환하였다. 설비투자는 1979년 3분기 6% 증가에서 4분기 △16.8% 감소세를 전환하여 6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둘째, 산업생산은 제조업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업과 건설업의 주도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목되는 양상은 서비스업과 건설업이 9월 전월비 감소세로 전환하였으며, 전년 동월대비로도 상승세가 크게 약화되었다는 점이다. 이미 제조업이 침체 빠졌기 때문에 서비스업과 건설업마저 침체에 빠질 경우, 산업생산은 전반적으로 침체의 늪에 빠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서비스업 상승세에 대한 금융·보험과 부동산·임대업의 기여도는 9월 56%에 달한다. 즉 가계대출에 의해 서비스업의 상승세가 주도되고 있다. 따라서 가계대출의 증가가 위축되면, 금융·보험과 부동산·임대업의 활동이 위축되고, 그 결과 서비스업의 성장세가 위축되며, 최종적으로 산업활동 전반의 침체가 불가피하다. 가계대출의 증가는 물론 우려할 일이지만, 경기측면에서는 가계대출의 위축이 가져올 경기의 경착륙 가능성 또한 우려된다. 


  셋째, 「노컷 뉴스」는  “온 나라에 전염병처럼 ‘순실증’이 퍼져 있다”고 보도하고 있는 바와 같이,  대통령에 대한 신뢰의 상실이 가져온 허탈함, 최순실 일당의 국정 농단과 온갖 전횡에 대한 분노, 종편 중독증, 무기력 등등. 끙끙 앓다 못해 주말 거리로 나선 수십만 국민들의 촛불 시위. 이러한 어지러운 사회 분위기와 국정의 불확실성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사건 전개의 심각성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변수는 이런 불확실하고 불안한 상태가 얼마나 지속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넷째, 현재 청와대는 소위 ‘책임총리’의 지명을 국회에 요구하고 있고, 야당은 ‘책임총리’의 지명 자체를 거부하고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상당수 국민들의 정서는 이미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그 소리는 커져 가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박 대통령을 향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아직 하야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반면에, 야당은 대통령의 2선 후퇴 또는 하야를 요구하면서도 국정의 안정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책임총리’는 거부하는 한편 하야에 대비하여 국정 안정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의 이 상황이 정리되는데 정치적으로는 불확실성을 높일만한 더 심각한 상황의 전개가 있거나 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반면에 경제적으로는 이 불확실하고 불안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각하게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경제적으로 불확실성은 투자를 급격하게 위축시킬 것이며, ‘순실증’은 소비조차도 위축시킬 우려가 있으며, 이 불확실하고 불안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경제는 더욱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투자를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섯째, 정리해 보면 이미 회복의 역동성은 고사하고 경착륙의 위험을 내포하고 경제 흐름에 ‘최순실 게이트’의 폭풍우가 덮쳤을 뿐만 아니라 이 폭풍우가 얼마나 무서운 번개와 비를 내릴지 또한 얼마나 오래 갈지도 모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런 정치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이 전개될수록 경제적 불안은 증대되며, 그 결과는 경제의 경착륙 위험이 증대한다는 점이다. 이미 가계부채에 의존한 성장구조의 붕괴 위험과 2016~2018년간의 1백만호 입주의 압력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최순실 게이트’의 충격까지 가중하고 있다.

  정치권은 당면한 ‘최순실과 박근혜 게이트’를 어떻게 극복하고 국정의 안정을 도모하느냐에 따라 민생이 치러야 하는 경제적 고통의 크기와 심각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정국의 혼란이 장기화할수록 또한 불확실성을 키워 갈수록 민생의 불안은  더 커지고, 민생의 불안은 우리 경제 내부에서 자해성 경제위기의 위험을 키워 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하야를 거부하는 박 대통령도 책임총리의 지명을 거부하는 국회도 이러한 정국의 전개가 초래하는 민생의 고통을 주목해야 한다. 대통령의 2선 후퇴나 하야를 거부할수록 또한 국회가 책임총리 지명을 거부할수록 정국의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그럴수록 민생의 불안은 더 깊어지며, 결과적으로 경착륙 경제위기의 위험은 높아진다.

  맹자(孟子)는 “군주가 가장 가볍고, 다음이 사직(社稷)이며, 백성이 가장 중하다”(盡心 上)고 했다. 가장 가벼운 군주의 부당한 처신으로 가장 중한 국민이 고통 받고 있다. 또한 가벼운 당리적 선택으로 중한 민생이 고통 받고 있다. 당면한 어지러운 정국에서 박 대통령과 각 정당 지도자들 공히 각자의 선택이 가져오는 민생의 고통을 주목하고 국정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민생의 불안을 완화함으로써 다가오는 위기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결단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대내적 자해적 경제위기의 시한폭탄이 이미 시간을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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