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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농단(壟斷)한 민주공화국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10월28일 13시49분
  • 최종수정 2016년10월28일 19시28분

작성자

  • 유연채
  • 前 KBS정치부장,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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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정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가? 국민들이 묻는다.

이게 나라인가?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최순실이 농락했다.모든권력이 최순실로부터 나왔다. 최순실의, 최순실에의한, 최순실을 위한 나라,국정농단이다.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민주공화국에서 일어났다.국가의 모든 공적 영역을 일개 민간인이 산산조각 냈다.국민으로부터 어떤 권한도 위임받지 않은 그가 선출직도, 임명직도 아닌 그가 절차적 민주주의를 유린했다.지금 대한민국은 비선실세란 너울을 쓴 최순실에 갇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대통령 연설문을 미리받아보고, 고치고, 새로운 외교지평을 열었다는 드레스덴 선언문에도 손을대고, 청와대 비서실장이 교체되는 인사도 하루전에 알고, 박근혜 당선자와 이명박대통령의 비공개 단독면담 시나리오도 미리 입수하고 , 대통령 패션도 통제했다 .총체적 국정개입이다.'이게 나라냐'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가당치도 않다'고 비호하던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그렇게 버티더니 컴퓨터 파일 물증이 나온 뒤에야 손을 들었다.

 “어려운시절 도움을 주고 대선때도,취임이후까지도 일정기간 연설물,홍보물등에서 대통령을 도왔습니다, 선의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돼서 국민 앞에 죄송합니다”

 대통령의 실토에 미르,케이스포츠,최순실,정유라,차은택 그 낮선 이름들에 어리둥절했던 국민들도 비로소 알게 됐다. 최순실이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음을.

 그래서 가장 힘이 셌고, 그 힘을 이용해 청와대 조직을 동원하고, 돈을모으고, 상상도 못 할 일을 거침 없이 자행해 왔음을 깨닫게 됐다.대통령이 유승민,이석수,조응천을 보고 그렇게 배신의 정치,국기문란이라 내치더니 장본인은 정작 대통령을 언니라 부른다는 최순실이었다.대통령이 목숨처럼 여긴다는 원칙과 신뢰를 하루아침에 허망하게 무너뜨린 배신자요,국기문란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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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통령은 무슨동력으로 이 나라를 이끌까? 국정과 통치권의 위기다. 여론은 온갖 비난과 괴담을 확대재생산중이다.탄핵과 하야가 최상위 검색어로 오르고, 대학생과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진다.외신은 “불가사의한 여인”을 토픽으로 전한다.불가사의(mistery)한 대한민국이란 뜻일 게다.한류로 일궈온 국가브랜드, 최순실이 외쳐온 문화융성의 추락이다.무엇보다 신뢰의 위기다.

국민들은 이제 대통령도, 정치도, 검찰도 믿지않는다.무신불립 (無信不立),모두를 불신하는 가장 무서운 위기에 대한민국이 갇혀있다.

 

위기는 하루 아침에 오지않는다. 여러차례의 전조로 온다. 청와대와 대통령은 미르와 케이스포츠 의혹제기를 정권 흔들기,근거 없는 비방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민심은 밑바닥에서 서서히 데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화여대사태, 최순실,정유라 스캔들에 이르러 마그마가 끓기시작했다 .최순실 비선권력의 농단이 무엇인가를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의혹이 아니라 분노로 만들어진 각성(覺醒)이었다. 딸 정유라가 다니는 130년 사학의 입학전형과 학칙과 학점,지도교수 까지도 ‘순실 이대’는 오직 ‘유라 공주’ 한 사람을 위해 바꾸게 했다. 이를 주변이 비판하자 공주는 ‘돈도 실력이다’라고 비웃었다. 학생들이 일어서고, 교수들이 동참하고, 총장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화산이 폭발했다.국민들은 그제야 최순실의 실체를 확인했고, 국감장에서 겉돌던 미르와 케이스포츠의 내막, 그 중심에 최순실이 있다는 확신을 갖게됐다.케이스포츠가 정유라의 승마훈련을 지원하는 회사이며 결국 최씨모녀가 독일에 차린 회사로 재단돈이 흘러들어간 정황까지 폭로되면서 여론은 요동치고 대통령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레임덕 마지노선이라는 25%에 이를 즈음 대통령이 드디어 최순실과 관련한 한 마디를 했다.

“불법유용이 드러나면 엄단하겠다”

그러나 방점은 그게 아니었다. 재단설립을 건의하고 도와준 기업들에 감사를 표하며 좋은 뜻으로 시작했으니, 문화융성을 위한 기업들의 동참의지를 꺾지말라고 했다. 최순실 의혹제기 40일만의 첫 언급이었지만 최순실의 최자도 꺼내지않은데서 보듯 대통령의 상황인식은 그대로 였다.오히려 수사의 가이드란인을 줬다는 비난만 키웠다.

 

여론을 잠재우는데 실패하자 대통령의 승부수가 나왔다.블랙홀이라 건드리면 큰일난다던 개헌(改憲)이다.  정면돌파, 정국전환의 카드, 허를 찔린 야권은 최순실 덮기라고 반발했지만 국회의원 상당수가 환영하는 분위기속에 당황했고, 일대 혼돈의 프레임 전쟁이 예고됐다. 여권은 공수전환의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한나절을 버티지 못했다. 그날 저녁 최순실 엑스파일이 한 종편방송을 통해 공개된 것이다. 연설문 사전 열람과 첨삭 등 국정개입의 치명적 물증이 나온것이다.그리고 다음 날의 대국민 사과,국민들은 비로th 대통령의 입에서 처음으로 최순실이란 이름을 토설(吐舌)하는 장면을 목도했다.그러나 영혼없는 사과, 거짓사과 라는 비판 속에 후폭풍은 더 커지고 있다.

 

가을이 깊어간다.가을만큼 삶의 의미를 깊게 전하는 계절이 있을까? 거둬들이고, 또 버리는 시간, 한껏 푸르던 나무는 달콤한 열매와 화려한 단풍을 선물하고 낙옆으로 자신을 내려놓는다. 겨울을 견디고 봄의 부활을 준비하는 장엄한 의식, 가을은 죽음을 통한 생명의 순환을 가르쳐 준다. 이 가을 최순실의 나무도 지고 있다. 그러나 그녀에겐 인고의 겨울이 있을뿐 봄은 없을것이다. 언제나 홀로 푸르를 것처럼 욕망을 키운나무,내려놓고 버리고 비울 때를 알았더라면, 그래야 산다는 것을 깨달았더라면, 그도 한 그루의 의미있는 나무로 남았을 터이다 .대통령이 그 탐욕의 사슬을 끊어줬더라면, 그러나 오히려 신델레라를 키우듯 물주고 거름주고 추울세라 방한피까지 입히고 결국은 독사과를 맺게 하고 주인이 입에 문 셈이다. 독성이 퍼져 자칫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할 레임덕의 위기속에 거국중립내각을 외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순실은 대통령이 키운나무,지금의 위기는 대통령이 자초한일이다.  

 

통치리더십의 위기는 절체절명의 경제위기와 맞물리면서 국가의 운명을 절벽으로 모는 형국이 됐다.경제는 그야말로 퍼펙트스톰 거대한 태풍과 맞서있다.수출은 21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고 투자와 소비는 얼어붙고, 가계부채는 끝도 없이 늘어간다. 한국경제 버팀목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추락하고, 조선해운 구조조정 한파 속에 실업률은 역대 최고점을 찍고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2%도 안 될 수 있다는 비관론 속에 미국의 연말 금리인상이 예약돼 있고, 여기에 코앞에 닥친 미국대선 리스크, 이 틈을 노리는 북한 도발의 안보불안까지....

 

 이 엄중한 시기의 골든타임을 다 빼앗고 있는 최순실 블랙홀에서 하루 속히 빠져나와야 한다. 대통령이 결단해야 할 시간이다.최순실을 귀국시키고 본인도 특검 앞에 나설 각오로 임해야 한다.국민들이 동의하는 수준으로 청와대와 내각을 혁신해야 한다.다른 승부수는 이제는 통할 수 없을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대문에 다음 정권을 만들어 낼 내년 대선에 국민들의 마음이 더 가 있을 것이다. 하루 빨리 대한민국을 미몽에서 깨우고 위기에서 탈출시켜 달라는 갈망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대선주자들도 발걸음이 급해졌다. 저마다 내가 나라를 구할 적임자라며 대선열차에 올라타고 있다.

 

 문재인은 5백명이 넘는 싱크탱크와 함께 개문발차하듯 가장 먼저 1등칸으로 뛰어 올랐다. 대세론에 밀릴세라 남경필,안희정,김부겸 등 잠룡들이 앞다퉈 티켓을 예약하고 있다. 김무성 등 상당수는 열차 식당칸에 모여 최순실게이트는 대통령의 절대권력 체제가 만든 것이라며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일부는 바로 옆칸을 빌려 제3지대를 꾸릴태세인데 강진토굴을 나온 손학규가 7공화국 카드를 흔들며 안을 엿보고 있다. 안철수와 어느 칸에서 조우할지가 관심사다. 아직 한명의 유력주자는 열차에 오르지도 않았지만 새누리 친박들이 브이아이피(VIP)석을 예약해 놓은 상태다. 내년 1월 뉴욕서 온다는데 그가 예약석에 앉을 지는 장담 못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어느칸을 택할지, 누구와 악수할 지가 결정적 변수가 될것이다.

 

 대선열차는 최순실도 끌고가고 있다.최순실은 내년 대선의 변수다.정치변화를 갈망하는 시대정신을 일깨워 중도표심을 크게 흔들것이다.이 변화는 여권주자로 여겨지는 반기문의 선택을 망설이게 할수도 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이미 대선의 난기류를 만들고 있다.과연 대선열차는 어디로 향하게 될까? 국민의 희망을 안고 달리는 꿈의 열차일까?, 아귀처럼 사생결단으로 가는 좀비열차일까? 대한민국의 권력이 오롯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공화국, 2017년 12월 20일 누가 이 염원을 안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 종착역에 내릴지 궁금하다. 그때까지 대한민국은 무사해야 한다. 제발!<ifs p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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