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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미봉책 그만하고 연착륙대책 세워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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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0월25일 17시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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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25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에도 불구하고 9월 가계대출은 6.1조원 증가했으며, 주택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청약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즉 정부는 가계부채의 과다 문제뿐만 아니라 주택시장의 과열이라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함으로 인하여 가계부채 문제는 훨씬 복잡해지고 위험해졌다. 

 

소득증가율 1%에 부채증가율 13%: 과연 관리 가능한가?

  금융위는 가계부채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다음 두 가지 입장을 견지해 왔다. 첫째, 가계부채 문제가 관리 가능한 범위에 있기 때문에 우려할 필요가 없다. 둘째, 가계부채의 구조가 장기분할 상환 등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가계부채가 정부의 관리 가능한 범위에 있는가?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증가율(전년동월대비)은 2015년 8월 7.8%에서 2016년 8월 13.0%로 높아졌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율은 7.5%에서 13.9%로 높아졌으며, 기타대출도 8.2%에서 11.5%로 높아졌다. 특히 은행보다 대출금리가 최소 3배 이상 높은 비은행기관들의 주담대 증가율은 15.6%, 기타 대출의 증가율은 15.8%에 달했다. 2015년 3분기 에서 2016년 2분기까지 4분기 평균 도시가계의 가처분소득증가율(전년동기대비)이 0.9%에 불과한 소득여건에 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고금리의 비은행 차입증가율이 16%에 달하는 상황을 “관리 가능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상식을 벗어나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그런 결과로 금융위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8월 25일 가계대출 억제대책을 발표했다.

 

가계대출: ‘온탕’에서 ‘냉탕’으로

  8월 25일 가계대출 대책은 2014년 8월 수도권의 LTV와 DTI 규제 완화조치이래 금리 인하와 더불어 사실상 대출 수요를 촉진해 왔던 정책에서 2년 만에 가계대출 억제로 정책을 전환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8.25 대책은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수단을 동원하지 않으면서도 금융기관들의 상환능력 심사 강화 등과 같이 시장기능을 통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25대책으로 인한 보금자리 론과 적격대출 등 주택담보 대출의 억제정책은 아파트 분양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서민들의 발목만 잡는다는 비난에 직면하여 대책의 진의를 시장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8.25 가계대출 억제대책으로 서울 강남의 재건축시장의 열기가 한풀 꺾이기는 했으나 주택분양시장의 열기가 여전히 달아오름에 따라 정부가 투기억제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8월 25일 이후 서울 강남의 재건축아파트매매가격은 4%, 강남 3구의 아파트매매가격은 2.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부동산 114 자료). 한편 KB국민은행 조사 결과로는 8월 25일 이후 서울 전체 주택가격은 1.2%, 강남구 1.7%, 서초구 1.7%, 송파구 1.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8.25 가계대출 대책이 주택시장의 과열을 진정시키는 데는 아직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파트평균 청약률은 작년 11.15대 1에서 금년 13.91로 역대 최고수준을 보이고 있어 아파트분양시장의 열기 정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8.25 가계대출 억제대책으로 인하여 보금자리 론과 적격대출이 사실상 중단되고 집단대출에 대한 은행들의 심사가 강화됨에 따라 주택시장이 지난 2년간의 ‘온탕’에서 ‘냉탕’으로 변화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위는 보금자리 론을 계속 공급하겠다고는 했으나,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 평균가격이 5억원을 넘는 상황에서 보금자리 론의 대상 주택가격을 3억원이하로, 대출한도를 1억원으로 낮춘 결과 사실상 보금자리 론은 제 역할을 하는 것이 거의 어렵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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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의존 경제의 고민 

  더 심각한 문제는 경기 문제다. 2011년 8월이후 국내 경기가 장장 5년간을 횡보하는 동안 우리 기업과 가계는 ‘부채’에 의존하여 버티어 왔다. 특히 작년 3분기에서 금년 2분기까지 4분기 간 건설투자의 평균 GDP 성장기여도는 무려 41%에 달하며, 건설투자 중 주택건설의 비중은 80%를 차지한다. 즉 우리 경제는 현재 가계부채를 에너지로 하는 주택건설과 서비스업의 주도로 그나마 2% 중반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가계대출을 억제할 경우, 주택건설과 서비스업이 동력을 잃고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우리 경제는 ‘경착륙’(hard-landing)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 위험으로 인하여 정부는 8.25 가계대출 억제대책의 진의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조차 못하고 있다. 정부가 주택분양시장의 과열을 진정시키고 주택공급 과잉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투기억제정책을 발표할 수도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의도한 바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 동안 가계대출과 주택분양시장이 ‘온탕’의 열기를 높여 왔듯이, 이번에도 정부가 의도한 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냉탕’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득이나 이미 2016~2018년간의 101만호 입주물량의 압력이 주택시장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주택시장의 냉각이 심각해져 경기의 경착륙 위험이 높아진다면, 이번에는 정부가 다시 가계대출과 주택시장에 ‘온탕’정책을 쓸 것인가? 아니면 ‘경착륙’을 감수할 것인가? 아마도 더 이상 ‘온탕’정책이 작용하기조차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경착륙’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가계부채, 연착륙대책을 세워라!

  이제는 정부가 아무리 ‘여전히 관리 가능하고, 잘 관리하고 있다’고 해도, 가계들 스스로 느끼는 가계부채의 압박과 위험이 이미 높아져 가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가계부채의 불편한 진실에 직면할 때가 되었다. 더 이상 금리를 낮출 수가 없는 만큼 남은 것은 금리가 오르는 것이다. 인상 속도가 여하 간에 금리가 상승국면에 접어들면, 가계는 부채의 고통을 더 심각하게 느낄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는 한국 경제의 안정을 위협할 것이다. 

  금융위는 내년에 보금자리론의 상품구조를 고치겠다고 한다. 금융위가 직면해야 할 문제의 진실은 그런 차원이 아니다. 금융위 차원이 아니라 범 정부차원에서 가계부채대책을 심각하게 검토할 시점이 되었다. 가계부채 문제는 이미 정권의 차원을 넘어서 한국 경제에 가장 심각한 위험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첫째로, 8.25 대책의 진의가 ‘더 이상 빚을 쉽게 쓸 수 있도록’ 할 수 없다는 데 있음을 분명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지난 수년간 빚에 중독된 사회가 빚에서 깨어나게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보금자리 론과 적격대출 중단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대표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대출 중단이 가져오는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출 이용의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해 가계대출을 무한정 확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둘째, 가계부채 문제의 연착륙을 도모하기 위한 장기 정책프로그램을 세우는 것이 절실하다. 부채증가율을 소득증가율의 범위 안으로 연착륙시켜야 비로소 ‘부채가 관리 가능한 상태’가 된다.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납득 가능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 국민들이 언제까지 어떤 고통을 견디어 내야 하는지 납듭 가능한 정책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국민과 시장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더 이상 ‘온탕’정책과 ‘냉탕’정책으로 단기에 국민들을 달래려고 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부채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한국경제가 성장괘도를 회복하는데 부채에 발목을 잡히지 않도록 ‘부채의 위험으로부터 장기연착륙 정책’을 세워서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자 시급한 대책이라고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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