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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판매 자유화 논의할 때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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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10월20일 16시31분
  • 최종수정 2016년10월20일 17시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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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소매 전기요금  

 

 지난 여름 극심한 무더위로 가정의 냉방용 전기소비가 급증하고, 이로 인해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수용가들이 현행 누진요금 체제의 조속한 개편을 촉구하고 니섰다. 우리나라의 킬로와트당 요금이 전기사용량에 따라 6단계로 나뉘어져 있는데, 다른 선진국에 비해 단계가 많고, 누진요금의 증가도 지나치게 가파르므로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책당국자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가 요금체제 개편 작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요금체제가 어느 정도 고쳐질지는 알 수는 없으나, 누진요금의 단계를 줄이고 단계간 요금 상승폭도 완화하는 쪽으로 개편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정책당국이 언제까지 소비자 전기요금을 직접 통제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그동안 전기요금에 큰 영향을 미친 요소는 전기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이었다. 유가변동 등에 따라 전기생산에 들어가는 석탄이나 LNG 등 연료의 가격이 변하는 것이 한전의 전기 소매요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 다시 말해 경제학에서 말하는 발전회사의 전기생산에 들어가는 ‘사적비용’이 전기요금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발전회사의 사적비용만을 고려할 수 없게 되었다. 최근 발전회사들의 배출권거레비용이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충족 비용, 지역자원시설세, 발전소주변지역 지원금 등 각종 정책비용이 급증하는 등 외부비용이 급증하고 있어 이것이 전기요금을 결정하는데 점점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외부비용이 발전회사의 사적비용으로 내부화되어 외부비용과 사적비용이 합쳐진 이른바 사회적 비용이 요금결정에 반영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한전이 수용가에게 판매하는 전기 소매요금에 이러한 발전사들의 외부비용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요금체제가 개편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발전회사는 물론이고 한전 스스의 경영상황도 중장기적으로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전기요금이나 전기소비량도 전력시장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되지 못하고 우리나라의 ‘과소요금과 과다 전기소비’ 현상도 제대로 시정될 수 없을 것이다.   전기소매시장에 한전 뿐 아니라 다른 민간 사업주체들도 다수 참여하도록 하면 소매요금 경쟁에 촉진되어 누진제 문제도 자동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8대 에너지 신산업  육성 정책도 시장원리에 입각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한전의 독점구조 지속돼선 곤란

 

 우리나라의 전력산업 구조는 크게 발전과 송배전, 판매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부문은 한전의 발전자회사와 민간 발전회사가 담당하고 있다. 발전회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해 도시 인근 변전소까지 보내는 송전과 변전소에서 전압을 낮춘 전기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배전부문은 한전이 맡고 있다. 소비자에게 전기를 판매하는 업무 역시 한전 소관이다. 한전은 경제이론에 비춰 표현하면 수요독점자(monopsony)이자 공급독점자(monopoly)이다. 발전부문은 공기업 형태의 발전자회사 뿐 아니라 수많은 민간발전사업자들이 경쟁체제가 형성돼 있지만 송배전과 판매 부문은 독점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전기요금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전력시장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판매시장에 경쟁원리를 도입해야 한다. 사실 정부는 2004년에 판매부문을 분리해 경쟁을 도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력산업이 이윤 동기에 따라 운영되면 과도한 요금 인상과 투자 부족에 따른 정전사태가 염려된다는 반대 여론 때문에 유보됐다. 하지만 발전과 판매부문에서 경쟁이 충분히 이뤄진다면 이러한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발전회사 간, 판매업체 간 가격경쟁이 이뤄지면 단기적으로 전력수급이 균형을 이루고, 장기적으로는 적정 발전설비 투자도 가능해진다. 현재는 발전설비가 여유가 있어 과소투자를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주요 선진국들도 발전경쟁 도입 후 단계적으로 도ㆍ소매 경쟁을 도입했다. 미국은 1996년부터 주별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착수해 현재 민간 판매회사가 전체 전력 판매량의 약 60%를 차지하게 됐다. 일본은 2000년 2000㎾ 이상의 수용가(전기를 공급받는 소비자)에 대해 소매 경쟁을 적용한 이후 2005년 50㎾ 이상 수용가로 범위를 확대했다. 올 4월부터는 소매판매 전면자유화를 단행했다. 현재 OECD 국가 중 판매경쟁을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과 멕시코, 이스라엘 뿐이다. 

 

일본의 사례 주목해야

 

 일본에서는 올 4월 1일부터 전력소매 전면자유화가 시행됐다. 공장, 중소형빌딩 등 대규모 전력수용가에 대해서는 2000년 이후 3단계에 걸쳐 소매자유화가 단행됐는데, 이번에 전력수요의 40%가량을 차지하는 편의점이나 일반가정 등도 포함됨으로써 모든 수용가가 자유화 대상이 됐다. 종전에는 이를테면 도쿄에 있는 가정은 도쿄전력, 오사카에 있는 가정은 간사이전력 등 지역별로 10개로 나눠진 전력회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대규모 전력회사의 지역독점이 완전히 깨지고 새롭게 소매판매에 뛰어드는 회사를 포함해 회사간 판매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게 됐다. 고객들은 이제 판매회사나 그들이 제시하는 요금메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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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매 전면자유화 이후 도쿄가스나 오사카가스 등 가스회사, 소프트방크나 KDDI 등 통신회사, 도큐전철과 같은 철도회사, 석유회사, 종합상사, 건설사 등 다종다양한 135개의 사업주체가 판매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이에 따라 도쿄전력이나 간사이전력 등 기존의 대규모 전력회사로부터 고객 이탈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판매자유화가 과연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을까. 판매자유화의 목적은 전국 단위의 광역 전력융통을 촉진해 전력의 안정공급을 확보하고, 판매회사간 경쟁을 통해 전기요금을 억제하는 것이다. 지난 6월말 현재 전력구매 계약처 전환건수는 자유화 대상자의 2%에 해당하는 120만건을 넘었다. 이는 앞서 전면자유화를 단행한 미국의 계약처 전환 비율 10~20%보다 낮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며, 특히 기존 전력회사의 규제요금 메뉴가 잠정적으로 지속되는 2020년 이후에는 상승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아직까지 계약처를 바꾼 고객의 60%와 25%가 각각 도쿄전력과 간사이전력 관내였고, 다른 지역에서는 계약처 전환이 거의 없는 지역편중 현상은 있다.

 전기요금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가스 석탄 등 연료비 상승과 신재생에너지발전촉진부과금을 제외하면 32% 하락한 것으로 일본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 총괄원가방식의 요금규제가 철폐되고, 시간대별 요금이나 실시간요금 제도가 도입되면 고객 유치를 위한 전력회사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이는 전기요금 인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판매지유화의 또 다른 목적은 사업자의 사업기회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종전에는 전력회사는 전기, 열공급회사는 열, 가스회사는 가스, 정유회사는 석유제품 등을 각기 공급해 왔으나 이제는 종합에너지 기업을 지향하게 됐다. 서로의 사업영역에 교차진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업자들이 서로 다른 영역간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된 것이다. 

 전기와 통신요금, 전기와 가스요금을 묶어서 할인을 하는 등 새로운 결합서비스가 탄생했으며, 전력 회원제 Web서비스나 포인트 서비스 등을 개시하고 있다. 이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기를 넓혀 후생증대에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도 전력판매 자유화 본격 논의를 

 

 일본이 전력판매 자유화를 완성하는데까지는 20년 이상의 준비기간을 거쳤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부터 자유화 논의를 본격 시작한다 하더라도 앞으로 상당기간이 지나야 그것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는 전력판대자유화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노조 등 이해당사자들의 반발도 거세게 일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크게 바뀌고 있다. 전력정책도 이제는 더 이상 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받아서는 곤란한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일본에서 전력자유화를 앞장서서 추진한 주체는 정부관료와 정치인들이었다. 우리 정부관료와 국회의원들이 이를 주목해야 한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이 전기 판매자유화에 대하여 요금인상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자유화가 늦으면 늦을수록 시장왜곡은 더욱 심해지고, 에너지 신산업 발전도 늦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가의 지상과제인 성장잠재력 확충과 일자리 창출도 한낱 구호에 그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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