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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中 ‘전략적 共謀’와 한국군의 ‘대량응징보복’ 전략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9월25일 18시54분
  • 최종수정 2016년09월25일 18시55분

작성자

  • 김태우
  • 前 통일연구원 원장, 前 국방선진화추진위원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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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김정은 정권은 68주년 정권수립기념일인 2016년 9월 9일 다섯 번째의 핵실험을 강행했다. 기상청은 인공지진의 강도를 5.04로 발표했고, 외국의 지진센터들은 5.3으로 추정했다. 국방부는 기상청의 발표에 근거하여 폭발력을 제4차 핵실험의 두 배 규모인 10~12kt으로 추정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최대 64kt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평양정권에게 있어 핵실험을 금지한 다섯 개의 유엔안보리 결의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북한의 제5차 핵실험은 여러 측면에서 한국의 핵비상 사태를 의미한다. 우선, 북한이 무서운 속도로 핵탄두와 투발수단의 고도화를 진전시킴에 따라 한국의 일방적 취약성이 누적되고 있는데다, 북중 간 ‘전략적 공모(共謀)’로 인하여 국제제재를 통한 북핵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재확인되었다. 중국은 5차 핵실험 이후에도 겉으로는 유엔을 통한 대북제재 논의에 착수하면서도 “북한의 정권과 체제를 불안정하게 하는 조치는 반대 한다”는 이중플레이를 지속하고 있다. 밝은 곳에서는 화를 내는 척 하면서도 뒤로는 청신호를 깜빡거려주는 중국의 ‘주노야소(晝怒夜笑)’에 힘입어, 국경무역이 이루어지는 단동‧훈춘 루트는 북한을 오가는 트럭들로 분주하다. 답답한 것은 중국의 이중플레이가 근본적으로 동북아 신냉전 하에서 펼쳐지는 미중간 대결구도에서 비롯되는 것이어서 한국이 핵외교를 통해 개선할 여지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또한, 비핵의 한국이 핵무장 북한과 대치하는 상태에서 동맹 의존도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음에도 미국의 동맹정책은 점점 더 불투명해지고 있다. 미 대선만 보더라도 그렇다. 신고립주의 성향이 강한 샌더스 의원이 민주당에서 선전했고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는 등 미국사회 역시 뚜렷하게 고립주의 경향을 보인다. 이런 가운데서 미국은 한국의 핵능력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조건 가로 막고 보는 ‘단선적이고 순진한’ 동맹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사회 일각에서 요구하는 ‘전술핵 재반입’에 대해서도 외교적 카드로 활용할 생각마저 못하는지 ‘너무나 간명하게(?) ‘불가’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북핵에 대해 ‘반대와 묵인’을 교모하게 조화시키면서 러시아까지 가담시켜 사실상의 ‘삼각 핵 공모’를 이루고 있는 중국에 비해 확실히 ‘한 수 아래’인 동맹정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북한이 일체의 비핵화대화를 거부하고 중국이 국제제재를 사보타지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군사적 억제를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런 맥락에서 5차 핵실험 직후 국방부가 ‘대량응징보복 체계’ 구상을 밝힌 것은 매우 유의미하다. 9월 13일 국회 ‘핵포럼’에서 밝힌 국방부의 ‘3축’ 또는 ‘3K' 체제 구상에 따르면, 핵 발사 징후가 포착되면 제1축인 킬체인(Kill Chain)으로 미사일, 발사대, 지휘통제체계 등을 선제 파괴하고, 제2축인 KAMD로는 비래하는 핵미사일을 요격․파괴하며, 제3축인 대량응징보복(KMPR) 체계는 동시‧다량‧정밀 타격수단들과 특작부대 운용을 통해 북한 지휘부 등을 초토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구상은 세 가지 이유에서 평가받아 마땅하다. 첫째, 종전까지 거론되어 온 선제(킬체인)와 방어(KAMD)에 ‘대량응징’ 개념이 더해짐으로써 북핵 억제전략이 정도(正道)에 진입하게 되었다. 즉, 국방부가 그동안도 억제전략의 일부로서 응징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었음을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일부 전문가와 식자들이 응징은 핵공격을 받은 이후에 수행하는 것이어서 소용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다. 이는 응징전략의 주된 목적이 응징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강력한 응징보복 능력과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상대의 공격결정을 만류하는 억제전략이라는 사실, 공격을 받은 후의 응징도 제2파 공격을 억제한다는 사실, 냉전 동안 미소 간의 핵전쟁을 예방한 핵심적 전략도 바로 ‘대량응징’이었다는 사실 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오류이다. 국방부의 이번 조치로 이런 오류는 해소되어야 한다.

  둘째, 정밀타격 역량과 특수부대 작전을 통한 적 지휘부를 타격하거나 핵심요인을 제거하는 참수(斬首)작전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효과중심작전(EBO)의 개념이 충분히 적용되어 있다. 전쟁에 있어 최상의 선택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며, 전쟁 발발 후에는 파괴살상을 최소화하면서 신속하게 적의 전쟁의지를 꺾는 것이 최상이다. 이런 식의 효과중심 전쟁은 제1,2차 걸프전쟁에서 미군이 보여주었다.

  셋째, 한국군이 대량응징보복 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은 한국군이 ‘선제’와 ‘방어’를 그리고 미 핵우산이 ‘응징’을 담당하는 현 억제 체제에 한국군의 재래군사력이 응징에 가세하는 것이다. 이로서 한국은 북핵 억제력을 크게 높이고 동맹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증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재래군사력은 파괴력에 있어 핵무기의 상대가 못되지만 응징의 신뢰성 자체는 높기 때문에 이것이 미 핵우산과 합쳐짐으로써 북핵 억제효과는 크게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향후 과제도 분명해 보인다. ‘선제-방어-응징-방호’로 이어지는 핵억제 체계에서 ‘핵방호’는 여전히 실종상태에 있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하지만, 우선 다급한 것은 얼마나 신속하게 그리고 얼마나 강력한 '3K' 체제를 구축하느냐 라는 문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치권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다. 핵 비상사태를 정확하게 인지한다면, 지금쯤은 국회에서 ‘북핵 대비 특별예산’ 논의라도 시작하는 것이 옳다. 지금 전문가들이 ‘사드 백해무익론‘을 외치는 정치인들, 규탄 성명만 내면 안보 의무를 다하는 것으로 치부하는 정치인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도 한번 쯤 유념해볼 필요가 있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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