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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금융과 국유화, 그리고 경제민주화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9월21일 16시51분
  • 최종수정 2016년09월21일 16시51분

작성자

  • 조대환
  • 법무법인 대오 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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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 관치금융의 폐해는 계속된다.

  “관치금융이란 정부가 금융을 지배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국가 주도의 경제 성장을 거듭하면서 정부가 금융기관을 장악해 왔다. 1961년 군사정부는 ‘금융기관에 대한 임시조치법’의 제정과 ‘한국은행법’, ‘은행법’의 개정을 통해 금융을 완전히 행정부에 예속시킴으로써 금리 결정, 대출 배분, 예산과 인사 등 금융의 모든 역할에 간여했다. 1980년대 이후 ‘금융기관에 대한 임시 조치법’이 폐지되고, 시중은행의 민영화가 이루어졌으나 감독권 등을 통해 여전히 정부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관치금융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진 것은 IMF 사태 이후다. 외환위기로부터 시작된 경제위기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했다. 또한 정경유착에 의한 자의적인 금융정책과 간섭이 경제회생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등 전면적인 금융개혁이 요구됐다. 이에 정부는 은행 인사와 대출에 관련된 사항을 자율화하는 등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금융정책을 펴 관치금융의 폐해를 없애기로 했다.” <매경시사용어사전>

 

  흔히 사람들은 관치금융은 1997. IMF 국가부도사태 이전에 횡행한 부조리이고 그 이후에는 정부와 관료에 의한 금융기관에 대한 간섭이 없어진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데 과연 그러한지 살펴보자.

 

  o 일단 IMF 부도사태 이전의 관치금융의 사례를 살펴보자. 

  

  제1사례, 국회 재경위원회 위원장직에 있는 피고인이 1996. 10.경 서울 중구 소재 호텔에서 모 그룹 회장으로부터 금융기관에 청탁하여 그룹 소속 주식회사의 시설자금 등을 원활하게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무렵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산업은행 총재에게 위 회사에 대한 대출을 적극 검토하여 달라는 취지로 청탁을 하여 산업은행으로부터 금 5백억 원의 지급보증을 받게 되자 위 위 회장으로부터 위 대출알선에 대한 사례금 명목으로 현금 2억 원을 교부받은 사실이 있다.(대법원 1997.12.26. 선고 97도2609 판결)

 

  제2사례, 1997. 11. 경 재정경제원 장관이 부하 금융정책실장으로부터 장관과 그룹 회장이 사돈관계인 진도그룹 임원들로부터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부탁이 들어 왔는데 챙겨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보고를 받고 부하 공무원들에게 대출을 지시하였다. 주거래은행의 은행장은 이미 진도그룹이 자본잠식 상태로 경영개선명령을 받아 자구계획을 시행하고 있는 단계여서 단기지급능력 악화 및 지급불능상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금 1,100억 원의 대출 신청을 거절한 바 있었음에도 재정경제원 간부들의 압력을 받자 태도를 변경하여 채권단 은행들을 설득하여  1,060억 원의 협조융자를 실시하였다.(대법원 2004.05.27. 선고 2002도6251 판결)

 

  o 불행하게도 관치금융은 IMF 부도사태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제1사례, 2000. 6. 김대중 대통령 방북을 앞두고 베이징 접촉에서 북한은 남한 박지원 특사에게 회담 대가로 10억 달러를 요구했다. 이후 양측은 흥정 끝에 5억 달러(정부 1억 달러, 현대측 현금 3,5억 달러 및 현물 0.5억 달러)에 합의했다. 박지원 특사, 임동원 국정원장, 이기호 대통령 경제수석은 정부 몫 1억 달러까지 현대에 안겼다. 현대가 돈이 없다고 하자 이 수석이 총대를 멨다. 그는 이근영 산업은행 총재에게 부실대출을 압박했다. 당시 현대상선은 그룹 ‘왕자의 난’에 휩싸여 구조조정 대상이었다. 부채만 5.7조원에 변제능력이 전혀 없고 금융권 동일인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하여 채권회수 대상이었으며 추가 담보 제공 없이는 새로운 대출은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므로 산업은행은 당초 추가 대출을 거절하였다. 그러나 결국 정권의 압력에 못 이겨 대출한도, 담보 같은 것은 전혀 따지지 않고 선박 매입 자금 대출인 양 서류를 꾸며 금 4,000억원을 대출해 주고 손실처리했다.(대법원 2004. 3. 26.선고 2003도7878판례 및 김진, 중앙일보)

 

  제2사례, 2003. 경 외환은행은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있고 정부의 감독을 받는 수출입은행이 대주주로 있으며 금융기관의 인수 업무는 정부의 인가사항이어서 외환은행 매각업무는 사실상 재정경제부와 은행감독위원회가 주도하는 것인데, 당시 재경부 주무 국장이 외환은행은 경영개선명령 대상에서 이미 해제되었고 부실금융기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도적으로 감독위 등을 지시하여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함과 동시에 인수자격이 없는 론스타펀드 자회사를 인수자격자로 수의계약하도록 하고 그 인수가격에 있어서도 헐값에 인수하게 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그 과정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공소가 제기되었다. 비록 재판결과 인수과정에서의 배임행위가 무죄(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도387), 뇌물수수도 무죄(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137)되었지만 아직도 금융기관은 정부와 관료의 강력한 통제 하에 있다는 점은 명백히 보여주었다.  

 

  제3사례, 2015. 10. 청와대 경제수석,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한국은행, 산업은행 관계자 등이 주로 참석하는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 가능성과 회생불가성을 파악하고도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4조 원대의 자금지원을 결정했다. 자금지원에 회의적인 금융기관을 설득하기 위하여 국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의 정상화 업무처리 과정에서 관련 기관 임직원에 대해 면책처리 결정까지 내렸다고 한다. 제대로 된 확인절차 하나 없이 국민의 혈세를 내어주었던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의 임원진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정부의 이런 억지스러운 국책금융기관을 통한 자금 투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 성동조선 사태 때에도 정부는 서별관 회의를 통해, 경영난을 겪는 중소 조선소들을 6년에 걸쳐 1조 8천억 원을 지원했다. STX조선해양도 2013. 서별관 회의를 통해 5조 원에 가까운 공적 자금을 지원받았다. 현재 위 회사들은 모두 자율협약과 법정관리 상태다. 다시 말해, 7조에 가까운 세금이 투입되고도 모조리 파산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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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진해운사태와 기간산업의 국유화

 

 o 정부에 의한 한진해운의 자금지원 중단(관치금융)

 

  2016. 9. 자금난에 빠진 한진해운에 대하여 채권단(산업은행, 하나은행, 농협)은 자율협약으로 지탱해오던 지원을 중단하고 신규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의했고 이때 정부는 “한진해운지배주주의 도덕적 해이, 자구노력 부족을 질책하고 어떤 기업이던 자구노력이 부족하면 한진해운과 같은 운명을 맞는다.”고 해 실제 자금지원 중단을 결정한 것은 정부임을 명백히 했고 금융위원장도 기업구조조정분과회의,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 등을 통해 충분히 논의 했다고 공언한데다가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보통 열흘에서 한 달 정도 소요되던 회생절차 개시를 이례적으로 법정관리 신청 하루 만에 결정하였는바 이러한 전광석화 같은 결정은 정부와의 사전 교감이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결정이었다.

 

  o 법정관리로 인한 기간산업의 마비

 

  위와 같은 법정관리결정으로 인하여 한진해운 선박이야 채권 회수 대상이지만 그 배에 실려 있는 화물은 또 다른 문제다. 지금 바다를 떠도는 한진해운 선박에는 15조원의 화물이 40여만 개의 컨테이너에 실려 있다. 가장 급한 것은 식품이다. 유통기한을 넘기면 폐기 처분해야 한다. 삼성전자 등의 부품도 적지 않다.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현지 공장 조립라인 전체를 멈춰야 한다. 그 화물의 90%는 외국인이 주인이다. 1700억원을 아끼려다 애꿎은 화주들이 수조원의 피해를 뒤집어쓰게 됐다. 오죽하면 삼성전자가 “돈은 우리가 댈 테니 화물부터 부려 달라”고 애걸하고 16대의 값비싼 전세기까지 투입하려 하겠는가. 이제 화물을 약속대로 수송해 주는 것은 한진해운을 넘어 대한민국이 책임져야 할 비상사태다.(이철호, 중앙일보) 이러한 운송계약 이행상의 문제점은 오히려 사소하다. 해운 자체가 국가기간산업으로 국내외 물류의 핵심을 이루므로 만약 해운이 마비될 경우 내수는 물론 수출산업에 극심한 타격이 가해져 국민경제생활이 불가능하게 될 뿐더러 전시에는 전략물자 수송 등 전쟁 수행에 필수적인 것이므로 결코 이를 마비시키거나 혹은 제3국에 양도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o 기간산업은 폐지할 수 없으므로 국유화해야 한다.

 

  기간산업은 지배주주, 경영진의 무능력, 도덕적 해이, 범죄행위로 인해 도산 위험에 빠질지라도 도산시켜서는 안 된다. 금융기관의 도산의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이유 역시 국가기간 산업이기 때문이다. 

 

  공적자금을 투입하되 기존 지배주주의 소유권을 빼앗고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을 국유화라 한다. 한진해운 역시 국유화가 정답인데 회사 자체를 폐지하는 수준으로 몰고 갔으니 국가와 정부는 안보를 포기한 것이다. 

 

  국유화는 다음 백과사전에 의하면 “'공용징수' 혹은 '수용권' 보다 다소 늦게 발전된 개념으로, 수용권과는 동기와 정도에 있어서도 차이가 난다. 수용권이란 국가가 공익을 목적으로 개인의 재산을 강제징수하는 권한으로서 통상 보상이 따르게 된다. 국유화에는 3가지 양상이 있다. 첫번째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정부에서 흔히 나타나는데, 1918년 이후 소련정부가 제조업·금융업·보험업을 국유화한 것과 1945~50년 영국과 프랑스에서 석탄·전기·가스·운수산업을 국유화한 것이 그 예이다. 2번째는 멕시코(1938)와 이란(1951)의 석유산업 국유화와 1960년 쿠바가 외국기업을 국유화한 경우인데, 한 국가의 기간산업을 외세가 지배하는 데 대한 국민적 반발의 결과였다. 3번째는 최근 몇몇 개발도상국가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자본시장의 발달이 미약하고 사기업의 경영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잠시 기업의 운영을 맡아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유화란 사인의 소유 관리 하에 있던 회사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하게 일단 국가가 자금을 투입하여 국가가 소유 관리하다가 사인에게 경영을 맡겨도 될 상황으로 호전이 되면 다시 사인에게 매도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싶다. 즉 국유화에는 회사의 자산을 국가에 이전하는 경우와, 국가의 관리하에 회사경영은 계속하되 그 주식자본을 국가에 넘기는 경우도 포함된다.(장하준)

 

  o 구체적 국유화 사례

 

  이와 같은 의미의 국유화조치는 세계적으로 그 사례가 대단히 많다. 

 

  즉 스웨덴의 조선산업은 1970년대 말 파산에 이르렀는데  당시 44년 만에 처음으로 정권을 장악한 우파 정부의 국유화 조치에 의해 구제되었다. 그런데 이 우파 정부는 국가 규모 축소를 공약으로 내걸고 집권한 정부였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는 1980년대 초 위기에 직면했지만 당시 신자유주의적 시장개척의 선봉에 섰던 레이건 공화당 정부에 의해 구제되었다. 

 

  1960년대 와 1970년대 들어 산업이 쇠퇴하자 영국에서는 노동당 정부 보수당 정부 할 것 없이 주요 기업들을 국유화했다. 보수당 정부 때인 1971년 롤스로이스, 노동당 정부 때인 1977년 브리티시 레일랜드와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가 그에 해당한다.(장하준)

 

3. 국유화와 경제민주화

 

  헌법 제126조는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 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정부와 관료들은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사영기업조차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으로 위 헌법은 국방상, 국민경제상 필요가 있는 한진해운 같은 경우에도 정부나 관료는 책임지지 않기의 복지부동 차원인지는 모르겠지만 국유화를 해야 함에도 영업 폐지의 막다른 길로 몰아갔다.

 

  도대체, 정부와 관료의 사영기업에 대한 통제와 관리의 근거와 한계는 무엇일까? 

 

  헌법 제119조 제2항은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국민경제의 균형있는...안정(이라는)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헌법 조항에서 그 근거를 찾아야 한다고 본다.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안정이라는 목표를 위해 국가가 나서는 것이야 말로 경제민주화이다. 해운과 같은 국가기간산업은 “국민경제의 안정”을 위해 국가가 통제 또는 관리를 해야 하며, 다만 “균형있는 안정”을 위해 국가는 기업을 국유화함에 있어 합당하고도 충분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이 국가기간산업에 해당하고 이를 폐지하면 국가안보 및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여야 한다. 또 기업 지배주주에게 회생을 위한 최대한의 기회를 부여하고도 더 이상 기업을 영위할 의지나 능력이 없을 때 비로소 소유권과 경영권을 박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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