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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리는 한국 정치, 오리무중의 대통령 선거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9월20일 10시22분
  • 최종수정 2016년09월20일 14시00분

작성자

  • 김형준
  • 배제대학교 인문사회대학 석좌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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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한국 정치가 비틀거리고 있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인지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다. 정치의 최고 정점에 있어야 할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정치를 폄훼하고 무시하면서 행정독주적 사고에 빠져 정치로 풀어야할 일을 정치로 풀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각종 의혹에 휩싸인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여야 정치권은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들의 기득권을 챙기고 대선 승리를 위한 정치 공학에만 몰두하고 있다.

 

한국 정치는 ‘비정상의 고착화’​, 국회는 갈등과 대립의 장

집권 여당은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면서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당 대표는 “대통령에 맞서는 것은 정의가 아니고 여당 의원으로써의 자격이 없다”는 황당한 발언까지 했다.

 야당은 여전히 대안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에 주력하고 있다. 북한이 5차 핵 실험을 강행하고 핵탄두의 경량화, 다종화, 표준화에 성공했다고 자랑하고 있는데 여전히 사드 배치 반대 타령만 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에게 신뢰를 주지 않고 대화하지 않아서 북한이 도발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야당은 북한 도발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법을 제시하기 보다는 그저 판에 박힌 대화와 제재의 병행만을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 정치는 ‘비정상의 고착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회는 정치와 협치의 중심이 되지 못하고 갈등과 대립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20대 국회가 출범한지 석 달이 지났지만 역대 최악의 국회인 19대 국회와 비교해 별로 차이가 없다. 소수 독재를 정당화시키는 국회 선진화법은 여전히 작동중이고 각종 현안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둘러싸고 여야간의 대립은 일상화되고 있다. 국민의 혈세인 예산은 여야간의 추악한 흥정과 거래의 대상일 뿐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졌다는 것뿐이다. 여야는 20대 국회 시작 전 협치를 강조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여야 모두 내년 대선을 의식해 정체성과 선명성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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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3당 대표 국회연설에서 빠진 것​ '3 가지'

 

 여야 3당 대표들의 정기 국회 교섭단체 연설을 살펴보면 그 실체가 잘 드러나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국회 개혁,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민생경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첫 호남 출신 집권여당 대표인 이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김대중 대통령때 도와주지 못했던 걸 사과를 하면서 “호남과 화해하고 싶다”고 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연대를 통해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관측된다. 정치공세 중심이었던 과거 야당 대표의 국회 연설과는 달리 추 대표는 ‘경제’와 ‘민생’을 각각 67차례, 32차례씩 언급할 만큼 민생 경제에 연설을 집중했다. ‘신선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한편, 박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변하시면 정치가 바뀝니다. 정치가 바뀌면 국민이 행복해집니다“라면서 대통령의 변화를 요구했다. 대통령이 개헌과 남북정상회담에 나서고, 우병우 민정수석도 해임 할 것을 촉구했다. 세 대표의 연설은 언듯 듣기에는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아주 중요한 것들이 빠져있어 공허했다. 

 

 "자기 성찰이 없었다"

 첫째, 자기 성찰이 없었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을 국가에 해를 끼치는 국해(國害)의원으로 비하하면서 국회 개혁을 강조했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를 비판하고 야당의 문제 제기를 ‘발목잡기’로 규정한 것이 전부였다.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는 강조하면서 국회를 무시하는 대통령의 무소불위 권력에 대해선 침묵했다.

더 민주는 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판하기에 앞서 자신들은 그동안 무얼 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누군가가 경제 앞길 막은 야당이 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 라고 공격한다면 할 말이 없다. 민생 경제가 죽느냐 사느냐는 결국 경제 활성화에 달려있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구조 개혁에 매달리고 있지만 노동 개혁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 야당의 반대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 당 전 대표는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데 정작 국가 안위와 직결된 사드 배치에 대해선 국민의 당은 반대하고 있다. 

 

 "진정성이 없었다"

 둘째, 진정성이 없었다. 세 대표 모두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내 위원회 설치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회 70년 총정리 국민위원회’를 만들어 국민주도 정치 혁명을 이루자고 했다. 추 대표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뇌관인 1,257조를 넘어선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가계부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박 대표는 최근 잇따르는 법조 비리와 관련해 ’사법 개혁특별 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국회에 특별위원회가 없어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것이 아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도 능력도 의지도 없기 때문이다. 

 

"시대정신이 빠졌다"

 셋째, 시대정신이 빠졌다. 국가미래연구원과 동아일보가 정치-경제 전문가 5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7월 28일-8월 9일)에서,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일자리 창출’(41.8%)과 ‘공동체 회복’(18.4%)이 가장 많이 거론됐다. 3당 대표 연설에선 이런 시급한 과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과 대안 제시가 빈약했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센서스 분석에 따르면, 나 홀로 가구가 520만으로 전체 27.2%를 차지해 2인 가구(26.1%)를 제쳤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657만명으로 곧 유소년 인구보다 많아질 전망이다. 대한민국이 빨리 늙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와중에 중산층은 무너지고, 실버 파산은 넘쳐나고 있다. 양성 평등은 요원하다.

이런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는 무시한 채 그저 판에 박힌 ’국회 개혁, 민생 경제, 정치 정상화‘ 구호만을 외치는 대한민국 정치가 참으로 안쓰럽다. 

 

 한국 정치 정상화는 '이념적 양극화 해소'부터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에 의뢰해서 실시한 20대 국회의원 의식조사 결과, 19대 국회와 같이 이념적 양극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확인됐다. 의원들의 이념 분포가 진보 44.1%, 중도 17.6%, 보수 34.6%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당별로 는 더 민주 의원의 78.2%가 진보인 반면, 새누리당은 보수 비율이 70.5%였다. 최근 여야가 진영의 논리에 빠져 북핵, 사드 배치 등 국가 안보 이슈를 둘러싸고 극한 대립을 보이면서 초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의원들의 이념적 양극화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 정치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시급한 과제중의 하나는 이런 이념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진보와 보수가 자주 만나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 국가 현안을 둘러싸고 다른 점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공통점을 찾아 이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국가미래연구원이 중심이 되어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지식인과 연구 단체들이 함께 국가미래전략을 논의하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대선 가설과 논쟁,  ’반기문 대세론‘ 실체가 있나?

 

 정치는 이렇게 엉망인데 새 대통령을 뽑는 대선은 이제 1년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현 시점에서 대선을 둘러싸고 몇 가지 흥미로운 가설과 논쟁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반기문 대세론‘에 대한 실체가 화두다. 반 총장은 지난 5월 국내 행보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 총장이 지난 5월 “퇴임 후 국민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말을 함으로써 사실상 대권 행보를 기정사실화 했다. 반 총장은 최근 미국을 방문한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에게 “내년 1월에 귀국하겠다”면서 사실상 대선 도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반 총장이 4개월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근에 실시한 9월 조사(6일-8일) 결과, 반 총장의 지지율은 27%로 지난 6월 26%, 7·8월에 각각 27%와 28%를 기록한 것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9월 조사에선 18%로 지난 6월부터 8월 지지율인 16%보다 다소 상승해 2위 자리를 지켰다.

 

 한마디로 반기문․문재인 양강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반기문 대세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더구나, 4․13 총선후 새누리당내 권력 지형이 ‘친박 70%, 비박 30%’로 전환되었고, 새누리당 당 대표 경선에서 친박이 압승하면서 반기문 대망론이 확산되고 있다.

아래<표>는 92년부터 5차례 대선에서 집권당의 대선 성적표를 분석한 것이다. 3번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고, 2번은 실패했다. 여당의 재집권 모델에서 발견된 특징은 미래 권력의 중심인 당이 현직 대통령을 제치고 주도권을 행사할 때 가능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92년 대선과 2012년 대선에서 집권당의 김영삼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현직 노태우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압도했다.

 

현 대통령의 재집권 모델 가동, 성공할까?

한편,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은 2001년 11월 새천년민주당 총재직을 내려놓고 대선 불개입을 선언하면서 대선 후보들에게 정치적 공간을 만들어줬다. 그후 故조세형 의원이 특대위 위원장을 맡아서 국민참여경선 제도를 도입해 전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영남 출신 노무현 후보를 선출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런데, 현재 박 대통령은 새로운 재집권 모델을 가동시키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까지 집권당을 완전히 장악해 정권 재창출에 나서려는 특이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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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런 정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 2012년 대선에서 보수는 처음으로 분열되지 않고 야권 후보 단일화에 맞서 재집권에 성공했다. 분열하지 않는 것이 보수의 미덕이라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대한민국 대선에서 ‘‘대세론’은 없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새누리당 신임 당 지도부가 ‘박근혜 친위대’로 변신해 노골적으로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면 2007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집권당인 열린 우리당의 길을 걸을지 모른다. 2007년 2월 집권당인 열린 우리당은 분열했다. 김한길, 강봉균 등이 탈당해 5월에 ‘중도개혁 통합신당’을 창당했고, 7월엔 ‘대통합 민주신당’이 창당됐다. 하지만 12월 대선에서 여당의 대통합 민주 신당 정동영 후보는 야당의 이명박 후보에게 530만 표의 차이로 대패했다. 여권발 정계개편이 대선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계 인사들이 탈당해 신당을 만들면 새누리당이 현재 대권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반기문을 총장을 영입하더라도 정권 재창출은 담보될 수 없다. TK와 충청만의 연대만으론 대선 승리를 이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대한민국 대선에서 ‘‘대세론’은 없다. 대세론은 허구라는 뜻이다. 현재의 대선 지지도는 언제 뒤바뀔지 모른다. 지난 2001년 11월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는 4%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2년 3월 광주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노풍이 점화되어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불어 닥친 ‘고건 현상’은 고 전 총리의 대선 출마 포기로 소리 없이 사라졌다. 한국 대선 판에서는 언제 어디서 무슨 바람이 불지 아무도 모른다.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 비리 의혹과 같은 예기치 않은 돌발 변수로 대선 판도가 요동칠 수 있다.

 

반기문이 넘어야 할 산 '박근혜' '지역주의' '조직 유혹'

그런 의미에서 반기문 총장이 공식적으로 대권 선언을 하고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몇 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첫째, 박근혜의 산이다. 박 대통령과 친박이 내미는 꽃가마를 타고 대권을 얻으려면 그것은 실패로 가는 길이다. 현재 반 총장이 얻고 있는 지지는 정치 변화에 대한 기대 요구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변화의 핵심은 친박 패권주의를 청산하는 것인데 친박의 도움을 받으면서 변화를 들먹이는 것은 국민을 감동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둘째, 지역주의의 산이다. 대통합을 거론하면서 ‘충청 대망론’에 기대는 것은 하책이다. 충청의 맹주인 김종필 전 총리는 “(반 총장을) 혼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그런데 국민 통합을 외치면서 충청 지역주의에 기대는 것은 자기 모순이다. 

 

 셋째, 조직 유혹의 산을 넘어야  한다. 반 총장은 국내 정치 경험이 적고 정치 조직이 취약한 약점을 갖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조급하게 조직을 만들고 반개혁적인 구태 인물에 둘러싸일 경우 제2의 이회창이 될 수 있다. 취약한 조직과 인물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시대정신에 맞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역 연대라는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야 하고 친박 패권주의를 과감히 청산해 통함과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제3지대론'은 가능한 시나리오인가?

반기문 대세론과 필적하는 또 다른 이슈는 제3지대론이다. 새누리당과 더 민주의 주류인 친박과 친문을 제외한 세력들이 차기 대선에 모여 정권을 창출하자는 것이 요체다. 사실 역대 대선에서 제3지대 후보는 늘 등장해왔다. 기존의 양당에서 후보가 되지 못하거나 제3당을 이끌던 주자들이 제3후보로 대선에 나섰다.

 1987년 대선에선 김대중 후보가 통민당을 탈당해 평민당을 창당해 제3후보로 출마했다. 1992년 대선에선 국민당의 정주영 후보, 97년 대선에선 한나라당을 탈당한 국민신당의 이인제 후보, 2002년 대선에선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 2007년 대선에선 한나라당을 탈당한 무소속의 이회창 후보, 2012년엔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가 등장했다. 그렇다면 내년 대선에서도 제3후보가 등장할 수 있을까. 안철수 국민의 당 전 대표는 “다음 대선은 양 극단 대 합리적 개혁 세력간의 대결이 될 것이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다음 대선은 정권교체를 넘어서 정치교체, 세대교체, 체제교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했다.

 

 세 갈래 전개방향을 짚어 보면

 

 향후 제3지대론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 '국민의당 중심'으로 뭉치는 것

 첫째, 국민의 당 중심으로 뭉치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더민주 전당대회 날(8월 27일) 1박 2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해서 사실상 대권 출마 선언을 했다. "정치를 바꾸고 국민의 삶을 바꾸고 시대를 바꾸라는 명령을,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반드시 정권 교체하라는 명령을 가슴 깊이 새기고 제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며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총선 의미를 잘 짚어보면 거대 양당에 대한 심판으로, 지난 총선에서 나타난 도도한 민심의 흐름이 내년 대선에서 폭발할 것"이라며 "투표율도 엄청나게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제3지대론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총선 민심이 저희를 세워주셨는데 이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은 총선 민심에 반한다"며 사실상 국민의당 중심의 새판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안 의원이 호남을 순회하는 동안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8월 27일 전남 강진을 찾아 손학규 더민주 전 상임고문을 만났다. 박 위원장은 "손 전 고문에게 새누리당은 친박, 더민주는 친문이지만 국민의 당은 열린 정당인 만큼 국민의당에 들어와 안 의원과 경선을 통해 정권 교체의 기틀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국민의 당을 중심으로 제3세력을 주축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헤쳐모여'-김종인 역할론(?)

 둘째, 국민의 당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헤쳐모이는 것이다. 더 민주의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가 중심적인 역할을 할지 모른다. 그는 최근 ”정계개편이 있을 수 있다“고 운을 때우면서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안희정 충남 지사 등과 잇따라 만났다. 손학규 더 민주 상임 고문과도 만나 정계 복귀를 강력히 요청했다. 새누리당의 남경필 지사와도 교감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개헌론을 고리로 문재인 전 대표에 맞설 인물들을 결집해 야권의 새 판짜기를 추진할 수도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친박계가 노골적으로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 설 경우, 김무성 전 대표를 포함한 비박계 대선 주자들을 당 바깥에서 세력화 할 가능성이 있다.

 여하튼 새누리당 '비박', '더 민주의 비문'계 대선 후보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헤쳐 모여 식 제3지대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분들이 당적을 내려놓고 나온다면 어떤 제안에도 모든 것을 열어놓고 공정하게 경쟁하겠다”고 했다. 이것은 아마도 손학규 전 고문을 염두에 두고 한 말로 들린다. 최근 안 의원은 손 고문과 두 차례 만났다. 손 전 고문에게 “명예를 지켜드리겠다. 공정하게 경쟁할 기반을 만들기 위한 어떤 제안도 그대로 따르겠다”고 했다. 만약 손․안연대가 이뤄지면 제3지대론은 급물살을 탈것으로 보인다. 

 

 여권 분열, 새로운 제3세력 부상

 셋째, 여권이 분열되면서 새로운 제3세력이 부상하는 것이다. 지역주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이 분열되어 3자 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경우 야권은 필패다. 더 민주가 호남의 지지를 받지 않고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호남 자민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 당이 중도를 통합해서 외연을 확대한다는 것 또한 용이한 것은 아니다. 지난 4․13총선에서 정당 득표율을 보면 새누리당 33.5%7,960,272표), 더민주 25.5%(6,069,744표), 국민의 당 26.7%(6,355,572표), 정의당 7.2%(1,719,891표)였다. 더 민주와 정의당이 연대를 할 경우, 32.7%로 새누리당과 거의 비슷해진다. 하지만 여전히 야권 통합이 무산되면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2%가 부족하다. 

 결국,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통합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추론이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야권 통합을 명분으로 정계에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 친박 지도부가 반기문을 추대하기 위해 대선 경선 방식을 변경하거나, 우병우 사태에서 보듯이 새누리당이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해 무기력과 무능이 심화 될 경우, 비박계가 김무성 전 대표를 중심으로 딴 살림을 차릴 수 있다. 비박 중도세력이 탈당 한후 '친박 고립' 전략을 구사할 도 있다. 친정인 새누리당에 복당하지 않고 '새한국의 비전'을 출범시킨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외부 개혁 보수 세력과 연대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늘푸른한국당' 창당을 추진 중인 과거 친이계의 좌장 이재오 전 의원은 최근 "보수의 주류가 무능하고 부패했으니까 대안세력을 만들겠다"면서 "중도개혁, 합리적 진보, 중도진보도 포함하는 폭넓은 나라의 개혁세력을 하나로 묶어서 나라의 틀을 바꿀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여권을 통틀어도 2007년 대선의 이명박 전 대통령, 2012년 대선의 박근혜 대통령처럼 강력한 대권 후보가 없다. 여도 야도 강력한 대권 후보가 없는 다극화된 상황에서 비박은 새누리당을 탈당해 일단 세를 모은 다음 대선 막판에 여권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수 있다. 김무성계의 한 인사는 "김 전 대표는 나중에 합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조직이 있기 때문에 당을 나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래야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는 상상력의 게임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는 창조의 예술이다. 오히려 중도 지대에 나선 김무성 전 대표가 반기문 총장에 대한 영입 시도를 함으로써 '창조적 파괴'가 이뤄질 수도 있다. 

 

 뚜렷한 구심점 없는 제3지대론은 "회의적"

 그렇다면 제3지대론은 성공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근본 이유는 제3세력을 하나로 묶을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선의 역사는 제3후보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1987년 대선에서 야권은 선거 막판에 후보 단일화야 실패해서 통민당의 김영삼 후보와 평민당의 김대중 후보로 분열됐다. 결과적으로 집권당인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가 36.6%(8,282,738표)를 얻어 승리했다. 김영삼 후보는 28.0%(6,337,581표)로 2위, 김대중 후보는 27.0%(6,113,375표)로 3위를 차자했다. 신민주공화당의 김종필 후보는 8.1%(1,823,067표)를 얻어 4위였다.

1992년 대선에서는 현대 그룹의 정주영 회장이 국민당을 창당해서 제3후보로써 16.3%(3,880,067표)를 득표했다. 1위는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42.0%), 2위는 민주당의 김대중 후보(33.8%)가 차지했다. 4위는 신정치개혁당의 박찬종 후보가 6.4%(1,516,047표)를 차지했다. 1997년 대선에서는 집권당인 신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이인제가 탈당해 국민 신당을 창당해 제3후보로 대선에 참여했다. 19.2%(4,925,591표)로 3위를 차지했다. 1위는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와 내각제 개헌을 토대로 DJP 연대를 일궈낸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40.3%(10,326,275표), 2위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38.7%(9,935,718표)였다.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간의 득표수 차이는 에 불과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제3후보였던 이인제 후보가 당시 한나라당의 텃밭인 PK 지역에서 30%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2002년 대선에선 집권당인 새천년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 그리고 2002년 월드컵 열기를 얻고 정몽준 의원이 제3후보로 등장해 격돌했다. 정 의원은 2002년 11월에 국민통합21를 창당했지만 노 후보와 후보 단일화에서 패배했다. 노무현․정몽중 후보 단일화에 힘입어 노무현 후보 가 48.9%(12,014,277표)를 얻어 46.6% 득표에 그친 이회창 후보 46.6%(11,443,29711표)를 누르고 승리했다. 민주 노동당의 권영길 후보는 3.9% (957,148표)를 득표해 3위를 차지했다. 2007년 대선에선 이회창 총재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해 15.1%(3,559,681표)로 3위를 차지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48.7%(11,492,389표)를 얻어 26.1%에 그친 집권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6,174,963표)를 약 530만표 차이로 누르고 압승했다.

 

최근  인물 너무 많고 복잡​

유독 2012년 대선에선 진보와 보수가 분열되지 않은 채 양자 구도로 선거가 제3후보가 등장하지 않았다. 1987년 이후 한국 대선에서 의미 있는 제3후보는 대략 15%-27%까지 득표했다. 하지만 제3후보는 단 한 명도 승리하지 못했다. 대선이 막판으로 치달으면 유권자는 ‘진보 40%, 중도 20%, 보수 40%’의 양극단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누가 중도층을 흡수하는냐가 최대의 변수가 되겠지만 중도층을 대변하는 세력이 승리하긴 어렵다. 더구나, 역대 대선에서 제3후보는 나름대로 단일대오로 독자적인 세력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의 제3지대론에는 인물이 너무 많고 복잡하다.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민심을 정확하게 읽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그런데 민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직관이나 추측이 아니라 정교한 분석과 판단이 필요하다.  만약 대선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인과 관계를 찾아내면 그것은 바로 경험적 법칙이 된다.

 87년 민주화이후 치러진 6번의 한국 대선을 분석해보면 몇 가지 경험적 법칙들이 발견된다. 

 

87년이후 대선의  4대 경험칙 시대정신·중도외연확대·전향적 투표·연대의 법칙

 우선, 시대정신의 법칙이다.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고 이를 반영하는 이슈를 선점한 후보가 승리한다. 과거 대선에서 제시된 문민정부 수립, 수평적 정권 교체, 낡은 정치 청산 등이 이에 해당된다. 

 

 둘째, 중도 외연 확대의 법칙이다. 대선 막판에 통상 유권자의 이념 지형이 ‘진보 40%, 중도 20%, 보수 40%’의 양극단으로 분포되기 때문에 결국 중도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승리한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보수의 박근혜 후보가 경제 민주화, 맞춤형 복지를 제기한 것도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었다. 

 

 셋째, ‘전향적(prospective) 투표‘의 법칙이다. 총선에선 ’부패정권 심판론‘과 같이 정부 실정을 비판하는 후보가 유리하다. 하지만 대선에선 ’특권과 차별이 없는 세상’과 같이 미래 가치를 강조하는 후보가 승리한다. 

 

 넷째, 연대의 법칙이다. 특히,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정치 실험을 한 후보가 승리한다. 97년 대선에서 이뤄진 DJP 연대가 이를 입증해준다. 다섯째, 이슈 선점의 법칙이다. 수도 이전, 무상 급식과 같이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갈리는 대립 쟁점을 제기한 후보가 승리한다. 

 

 이런 대선 법칙의 관점에서 보면 내년 대선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절대 강자도 없고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만한 ‘킬러 어젠다(이슈)도 없다. 안철수 의원은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구태 정치의 표상이라면서 거부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대세론도 제3지대론도 탄력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잠룡들이 지켜야 할 3계명​

<정치공학적 포퓰리즘 이슈 제기는 안된다>

<자신들의 삶과 부합되는 언행은 필수>

<허황된 연대 정치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

 

 그런데, 여야 대권 잠룡들은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런 대선 법칙들이 작동되는 원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우선, 시대정신이 반영되지 않는 단순히 관심을 끌기 위한 정치 공학적 차원에서의 포퓰리즘 이슈를 제기해선 안 된다. 최근 정치권에 뜬금없이 제기된 모병제 도입 이슈가 대표적인 사례다.

 둘째, 잠룡들은 아무리 급해도 자신들의 삶과 부합되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한다. 정치 금수저 출신 대권 잠룡들이 정의를 내세우고 격차 해소를 언급하면 어색하고 공감하기도 어렵다.

셋째, 허황된 연대 정치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킹이 아니라 킹 메이커가 되기 위해 대선에 나서는 것은 결국 국허황된 연대정치민과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자신이 상황을 주도하지 못하고 일관성과 확장성이 없으면 깨끗이 물러나는 것이 용기 있는 행동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잠룡들의 세 불리기 경쟁이 조기에 점화되는 분위기다. 

 

인물 연대·지역 연대는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구태

 문제는 더 이상 조직과 세가 승리를 담보하진 못한다. 인물 연대, 지역 연대는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구태다. 잠룡들은 대한민국이 만나야 할 미래 가치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연대해야 한다. 그것이 시대정신이다. 민주주의는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중요하다. 대통령의 성공 여부는 집권 후 얼마나 통치를 잘 하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대선에서 승리하느냐도 중요하다. 앞으로 대선 판도는 수 차례 요동칠 것이다. 따라서 허황돈 대세론에 도취되어서도 안되고 구시대적인 후보 단일화 에 올인해서도 안된다. 현재 권력은 미래 권력을 만들려는 나쁜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들도 '결코 어리석지 않다'는 것을 투표로 입증해야

 좋은 지도자를 선출하고 선거의 질을 높이는 것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아무리 대선이 한치 앞도 내다볼수 없을 정도로 혼전 양상을 보이더라도 유권자들은 ’우리가 남이가“라는 지역주의 투표와 ‘미워도 다시한번”과 같은 감성 투표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유권자의 잘못된 선택으로 민주주의도 좋은 지도자도 소리없이 사라질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가 향후 책임지는 않는 행동을 해도 되는 뒤틀리고 왜곡된 후진 정치를 이제 종식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유권자들은 대선 후보자들을 혹독하게 검증하고 자신이 던진 한표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더 나아가 자신들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는 것을 투표로 입증해야 한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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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9월20일 10시22분
  • 최종수정 2016년09월20일 14시00분
  • 검색어 태그 #대선#잠룡#제3지대#박근혜#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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