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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우화(寓話),권력게임을 보는 민심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9월15일 18시18분
  • 최종수정 2016년09월16일 06시37분

작성자

  • 유연채
  • 前 KBS정치부장,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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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여름 국민들을 무던히도 괴롭혔던 폭염이 가을바람에 밀려나고 있다. 어김없는 자연의 순환 속에 사람들은 세상의 이치를 또 한 번 깨닫는다. 기다리면 된다, 걱정하지마라, 그것은 약속이니까 지켜질 것이다. 여름이 지나면 반드시 가을이 오는 것처럼...


그런데 요즈음 사람들이 말한다.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고... 순리대로 돌아가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내일을 모르니 더 불안하다.

한반도가 불안하다. 북한이 또 핵실험을 했다. 5번째이고 올해엔 지난 1월에 이어 벌써 두 번째, 8개월만이다. 2, 3년 간격의 실험주기가 빨라졌다. 고도화, 경량화. 다종화, 언제 어느 때 어떤 종류의 핵 프로그램도 만들어 낼 수 있는 단계에 왔다고 북한은 주장한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됐다. 김정은 정권이 바뀌어야만 이른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만이 우리가 북핵 위협에서 벗어날  유일한 해법인지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15경축사를 통해 북한당국의 간부들과 북한주민들에게 통일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줄 것이라고 강조하며 김정은 체제에서 벗어나라는 분리(分離)전략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최근 태영호 공사 등 북한엘리트층의 탈북행렬을 북한내부의 심각한 분열징후로 해석했다.

대한민국은 사드로 갈라져 있다. 북핵과 미사일 도발을 막을 가장 효과적인 체계라는데 그것이 필요한 지부터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를  놓고 국론이 분열돼 있다. 북한 핵은 결국 사드때문이고, 햇볕정책을 포기했기 때문이란 말까지 나온다. 안보 이슈에도 이렇게 내부가 갈리니 설령 북한정권이 무너지는 비상사태가 온들 우리는 그럴 준비가 돼 있는가를 반문케 한다.


사드배치 결정의 공론화과정에서부터 허점을 드러낸 정부의 우왕좌왕은 지금 곳곳에 미치고 있다. 물류대란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한 한진해운 법정관리의 후폭풍은 기간산업의 뿌리까지 위협하고 있고, 가계부채를 잡겠다고 내놓은 부동산시장 공급축소 대책은 강남 집값만 올려놓는 잘못된 신호가 됐다.  지난 여름 기상청은 틀린 예보를 반복해 폭염보다 짜증을 더 돋구는 오보청, 허언청이 됐고, 전기료 누진제를 재편해야 한다는 여론에 귀 막았던 당국은 대통령 한마디에 적극 검토로 말을 바꿨다. 6,70년대 전염병으로 알았던 콜레라는 왜 갑자기 나타난 건지, 국내산인지 해외산인지, 질병관리본부가 아직도 분명한 진단을 못 내놓은 사이 횟집은 아우성이다.

 

1년3개월여를 남긴 정권의 복지부동이라면 남은 시간은 더 불안하다. 대통령만 동분서주 한다. 최근의 재난영화에서 보듯 국민들은 그저 무너진 터널 속에서 달리는 기차 안에서 각자도생해야 하는 위험사회의 시민일 뿐인가?

 

국가기강(國基)를 바로잡아야할 이때 사법부가 흔들리고 있다. 정의를 구현하고 국민인권보호의 첨병에 서야할 사법부가 참담하다. 스폰서 검사, 스폰서 판사사건이 또 터졌다. 이미 홍만표 진경준 사건으로 사법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터다. 정운호 게이트와 연루돼 돈 받고 자동차 받고 죄를 감해준 현직 부장판사 구속에 대해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검찰도 부장검사 스폰서 비리로 짝을 맞췄다. 고교 동창 사업가에게 술 사 달라 하고 돈 달라하고 그 돈으로 내연녀를 관리하고, 그 고마운 친구가 사기횡령죄에 걸리자 동료검사들 찾아다니며 구명요청을 했다. 실로 대한민국 검사인가를, 판사인가를 의심케 하는 행보에 국민들은 절망한다.


 더우기 대검찰청은  스폰서검사 사건을 감추고 축소 하려까지 했다. 현직 검사장 최초 구속이라는 진경준 사태 앞에 검찰이 자체개혁안을 내놓은 지 불과 닷새 만에 터진 일, 그러나 넉달 동안을 감춰온 일이었다. 언론취재가 시작되자 마지못해 실토를 했고 특별감찰에 착수한다는  발표를 내놨다. 진작 스폰서검사사건을 알았는데도 고백하지 않았고 그것을 감추고 '뼈를 깎는 각오' 운운하며 개혁안을 낸 셈이다.
검찰은 이제 자정능력을 상실했다는 비난들이 쏟아진다. 검찰의 개혁이 한 두 번이었던가? 늘 이렇게 구두선에 그치는 것은 제식구 감싸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사와 기소권 독점이라는 무한권력을 유지하려는 의지 때문이다.

 

검찰의 운명은 스폰서 검사사건을 어떻게 넘느냐에 달려 있고, 또 하나의 명운을 건 수사가 진행 중이다. 바로 우병우. 이석수, 송희영으로 이어지고 얽힌 권력의 3대 축, 청와대와 언론, 검찰이 맞서는 수사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특별감찰이 조사했고, 이 조사내용을 특감이 민정수석의 강남처가땅 매매의혹을 처음 제기한 특정언론사에 흘렸다. 이후 이 특정언론사의 편집인 주필이 청와대관계자와 새누리당 친박의원에 의해 부패기득권세력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마지막 퍼즐이 끼워졌다. 보수 언론사와 특감 간에 벌어진 감찰내용 누출사건은 국기문란이고,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로 밝혀진 기득권 부패언론이 좌파세력과 손을 잡고 식물정부를 만들기 위해 벌인 ‘정권 흔들기’란 것이 청와대의 시각이다.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만들어 심판을 시작했다. 수술대에 올라야 할 검찰이 동시에 칼을 쥔 집도의가 됐다. 국민들이 불안하게 이 특별한 수사를 불안하게 지켜보는 이유다. 대한민국 대표보수언론. 그 간판격인 송희영 주필의 등장은 영화 <내부자>의 세계를 현실로 일치시킨 화룡점정이었다. 권력의 파수꾼, 최후의 감시자인 언론이 스스로 권력의 자리로 올라타 호화여행과 향응접대를 받고 인사로비 청탁까지 했다니 충격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궁금하다. 그가 정말, 그가 몸담은 보수언론이, 이 보수정권을 흔들려 한 것인가? 이 정권에서 대통령공약으로 탄생한 특별감찰도 그 보수언론과 짝짜꿍이 돼 용납할 수 없는 국기문란을 일으킨 것인가? 일각의 해석처럼 과도한 프레임 전환을 시도한 것은 아닌가?
세상은 정말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일단은 검찰이 답을 줘야한다. 살아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느냐의 얘기가 나오지만 ‘나도 대한민국 검사다’라고 밝힌 특별수사팀장의 말이 어떻게 구현될지 지켜볼 뿐이다.


스폰서 검사비리로 이미 ‘공수처’ 신설에 대한 여론은 더 커지고 있다. 검찰의 독점권력을 제한하고 청와대와 고위공직자 비리를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조직을 국회입법을 통해 새로 만들자는 것이다. 검찰의 자정개혁은 믿을 수 없다는 데서 나온 것이니 검찰이 일련의 이번 수사에 명운을 걸어야할 이유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냐고 물을 때 대답을 줘야 할 정치는 지금 내년 대선만 바라보고 있다. 가장 큰 권력 대권(大權)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총선민의로 만들어진 여소야대국회에 기대한 민생과 협치는 말로만 모양내기일 뿐이고, 20대 국회는 여전히 절벽임이 초반부터 간파됐다. 친박(親朴)과 친문(親文)이 당권을 장악해 반기문 문재인 대세론이 조기에 가시화되자 대권잠룡들이 대선출마 시간표를 앞당기고 제3지대론이 부상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온통 권력게임으로 돌아가는 형국이다. 청와대와 언론, 검찰과 공수처, 여 와 야. 여기에 김정은 까지 핵카드를 흔들며 위험한 도박에 나서고 있다.

 

세상의 이치가 무엇인지를 구할 때 흔히 이솝우화를 떠올린다. 토기와 거북, 개미와 베짱이 ,여우와 두루미 등 의인화된 동물들의 이야기는 늘 승부를 담고 있다. 권선징악이라기보다는 웃기고 뒤틀고 뒤집고, 그래서 결국 우리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유로 들춰내고 교훈을 던진다. 토끼가 다 이긴 듯 했는데 오만 떨다 진 거북이와의 승부, 한 여름 노래로 지새다 추운 겨울 개미들을 찾아가 눈물 흘린 베짱이의 말로, 여우가 자신을 농락한 것을 되 갚은 두루미의 음식초대..., 지금 대한민국에서 쓰여 지고 있는 우화(㝢話)는 과연 어떤 결말과 교훈을 남기게 될까?

 

권력게임의 심판자는 결국 민심이 될 것이다. 민심은 모든 권력을 만들어내는 원천이기도 하고 게임에 직접 대결자로 나서는 승부사이기도 하다. 개혁도 대권도 민심과 함께 가지 않으면 허망하다. 민심 이기는 장사가 없다고 한다. 한가위 민심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궁금하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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