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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들은 책임회피로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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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9월11일 18시51분
  • 최종수정 2016년09월12일 10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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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사태에 정부는 없었다”

  날이 갈수록 진정되기는커녕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한진해운 사태를 보면서 우울하다 못해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지금 존재하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결정에 앞서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기재부·산자부·해양수산부처리 등 정부 관계부처와 금융권, 그리고 해운회사들 과연 얼마나 긴밀하게 대응책을 논의했는지 묻고 싶다. 법정관리 결정이후 일어날 사태를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면 정부의 무능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진해운 물류사태는 한 마디로 공무원 사회의 복지부동과 책임 회피 행태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다. 충분한 의사소통과 준비도 없이 ‘설마 배를 째겠어?’ 하는 속셈으로 ‘배 째라!’고 나섰던 한진해운과 ‘더는 자금 지원을 할 수 없다’는 고려밖에 없었던 채권단의 충돌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러나 잠재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물류대란을 초래했다. 이 충돌 과정에서 정부는 없었다.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국민들의 비판을 의식한 듯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이행하고 있으며, 전체 관리조율은 경제부총리 주재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서울경제). 그런가 하면 금융위원회는 “위원장이 ‘물류대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발언을 한 바 없다”며, 6월말부터 관계기관 간 자료를 공유하고 여러 차례 대응방안을 논의해 왔으나 회사 측의 비협조로 대책에 한계가 있었다는 보도 자료를 낸 바 있다(9월 7일). 

 

‘컨트롤 타워’가 작동했어도, 이런 결과가 왔겠는가?

  정부에 ‘컨트롤 타워’도 있고, 대응 준비를 해왔다는 해명이다. 그렇다면 지금 나타난 참담한 피해는 어찌된 일인가? 한진해운 사태가 발생한 지 1주일이 지난 9일 현재, 한진해운의 압류선박은 4척, 85척은 입출항 거부, 항구에 정박을 못하고 바다에 떠돌고 있는 배는 73척(SBS), 지불해야 할 용선료·하역료 등은 총 6,100억 원, 수출기업들의 피해는 220건 피해액은 1000억원에 달한다(머니 투데이). 10일 현재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 400억원 추진과 미국 뉴저지 법원의 선박압류금리 명령 연장 승인으로 10일 8시부터 일부 항만의 하역이 재개된다는 것 외에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금감위의 보도자료 배포는 면피용으로 국민들을 더 실망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복지부동’은  박근혜 정부의 자업자득(?)

 여기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그 연원을 찾아보자. 

 우선 왜 공무원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가? 많은 국민들이 제기하는 의문이다. 전직과 현직 공무원들의 진단을 토대로 내린 결론은 ‘박근혜정부의 자업자득’이다. 각 부처의 고위직 인사권을 청와대에서 행사하다보니 공무원들은 맡은 일보다 ‘윗분’ 의중 살피기에 바빴을 것이다. 권한의 위임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결과로 윗분의 의중을 거슬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 적극 나서서 몸을 던지려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최근 국회에서 있었던 구조조정 청문회를 되돌아보자. 대우조선해양 지원문제를 다룬 국회청문회에서 최경환 전 부총리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은 증인채택에서 빠졌고, 증인으로 채택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혼자 출석해 고군분투했다. 최 전 부총리와 안 수석은 청문회에 나오지 않음으로 인하여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가? 개인적으로는 어려운 자리를 피해 다행이겠지만 대신 박근혜정부가 국민과 야당에게 크나 큰 빚을 지게 된 결과를 초래했다. 

 

‘실세’는 숨고, 국민들은 무시당하고..

  이번 구조조정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이것으로 끝난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문제와 산업은행 부실화 문제가 완전히 마무리 되지 않는 한 야당은 끈질기게 다시 출석을 요구할 것이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정부의 무거운 짐으로 남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 전 부총리와 안 수석은 증언을 피할 일이 아니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그러한 결정을 했던 이유를 당당하게 설명했어야 옳았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고민 끝에 내린 어려운 정책결정이었지, 사사로운 이익을 위한 부끄러운 결정이 아니었지 않는가?

 

  야당의 정략적 이유로 열린 청문회이기 때문에 출석할 수 없다고 했다면 국민을 무시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많은 국민들은 대우조선해양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기 전에 서별관 회의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붙기와 같았던 그런 결정을 왜 했는지, 책임 있는 결정권자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싶어 한다. ‘구름에 달 가 듯’수박겉핥기식 빤한 답변을 듣는다 해도 국민들은 그런 책임지는 고위공직자들의 답변과 당당한 자세를 보고 싶어 한다. 

 

장수가 내 몸 살기 바쁜데, 누가 몸을 던지겠는가?

  더구나 최 전 부총리와 안 수석은 박근혜정부를 만들어 낸 당사자들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던져 대통령과 정부를 지키려 앞장 서기 보다 대통령의 그늘 속에 숨어들어 박근혜정부의 정치적 빚을 키우고, 박 대통령에게 짐을 더해주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장수가 몸을 던져 성을 지키지 않고, 일신을 피하기에 급급해 한다면, 어느 병사가 장수를 대신하여 몸을 던져 성을 지키려 할 것인가? 박근혜정부의 ‘실세’인사들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내 한 몸 살자고 성을 버리고, 주군의 군막 속으로 피신하는 치졸한 장수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이 정권 ‘실세’들의 그러한 모습에서 직업공무원 출신 고위 공직자들은 몸을 사리는 빌미를 찾는다.‘실세’들도 몸을 숨기는데 ‘실세’도 아닌 ‘내’가 왜 앞에 나서서 총알받이가 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은 직위가 내려갈수록 더욱 현저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서별관회의 신드롬’에 방치된 한진해운 사태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정책 실세들의 당당하지 못한 태도가 ‘서별관 회의 신드롬’으로 발전되고, 이는 한진해운 사태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지원 건을 계기로 ‘서별관 회의’에서 있었던 정부 고위층의 비공식적 정책조정 과정에 대해 야당이 사후 책임 문제를 제기하면서 정부의 정책조정과정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지난 5월 현대상선의 경우 ‘법정관리’를 배수의 진으로 하여 현대상선과 채권단, 그리고 정부가 일치되고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선주들의 용선료 대폭 인하를 끌어내는 성공적인 협상 결과를 가져 왔다. 그런데 한진해운의 경우 불과 3개월여 만인데도 용선료를 인하하려는 노력도, 또 정부·채권단·한진해운 간의 의사소통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진해운의 운명은 고스란히 채권단의 결정에 맡겨졌으며, 채권단은 오직 금융차원에서 법정관리를 결정해 버렸다. 

 

  만약 ‘서별관 회의’와 같은 고위정책협의가 금융위·기재부·산자부·해양수산부 간에 있었다 하더라도 이런 사태가 일어났을까?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했더라도 이런 식의 황당한(?) 물류대란이 일어났을까? 필자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최소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와 같은 결정이 불가피했다고 하더라도 사후 문제에 대한 대응시나리오는 달랐을 것이고, 물류피해라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공직자들이여, 국민을 외면하지 말라!

  박근혜정부의 임기가 아직 1년 반이 남았다. 국가안보에서 보여주는 분명한 모습을 경제정책에서는 왜 보여 주지 못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남은 1년 반이라도 공직자들이 몸을 던져 민생에 대처한다면,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성공적인 정부로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세’라는 고위직부터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그래야만 직업공무원들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한진해운 사태’가 보여주는 모습, 이대로 1년 반을 간다면, 어떤 결과가 올 것인가?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가계부채 대책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급속하게 구조가 악화되어 가는 가계부채 문제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살얼음 위를 걷는 듯 어렵게 버텨 가는 경기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다음이며, 군주가 가장 가볍다”고 했다 (孟子 , 盡心 上).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을 주지 않아서, 또는 박근혜정권이 얼마 남지 않아서 몸을 던질 이유가 없다고 하자. 그래도   공직자들은 국민을 버려서는 안 된다. 일신의 안위보다 나라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헌신할 것을 맹세하고 그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대들의 책임 포기로 국민들도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문제에 대한 정책 부재와 무책임한 정책대응이 있다면, 그것은 정권을 떠나서 국민들의 삶에 고통을 가져다준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충성이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하더라도 고위공직자와 공무원들은 정부의 성공을 위해 몸을 던져 최선을 다해 주기를 간청한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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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9월11일 18시51분
  • 최종수정 2016년09월12일 10시30분
  • 검색어 태그 #한진해운#정부#서별관 신드롬#책임회피#정권실세

댓글목록

55님의 댓글

55

정말 비겁한 작자들이다. 뇌가 없는 인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