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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족한 「재정건전화법」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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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8월21일 19시47분
  • 최종수정 2016년08월21일 19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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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재정의 중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총 7장 17개 조문으로 구성된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 법은 부처 협의, 법제처 심사 등 입법과정을 거쳐 확정된 뒤 9월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주요 내용은 대략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채무준칙과 재정수지준칙으로 구성된 재정준칙을 도입하였다. 동 법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GDP 대비 45% 수준 이하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토록 규정하였다.

둘째, 페이고(Pay-go) 제도를 도입해 재정이 수반되는 법안 제출 시 재원조달방안을 첨부할 것을 의무화했다.

셋째, 국민연금 등을 포함해 각종 사회보험 추계에 사용되는 장기재정전망이 연금에 따라 시행주기, 절차, 시점 등이 일치하지 않았던 것을 통일하여 2018년을 기준으로 5년마다 장기재정전망을 추계토록 하였다. 아울러 장기재정전망 추계 제출 시 각 사회보험의 재정건전화 계획도 같이 제출토록 하였다.

넷째,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재정건전화 계획의 수립·이행·평가를 하도록 명시하였고 평가 결과는 제정전략위원회에 보고토록 하였다.

다섯째,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한 주요 정책사항 심의·의결을 위해 재정전략위원회를 구성 및 운영토록 하였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국가채무 수준은 GDP 대비 37.9%(590조)로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나라 살림살이의 건전성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아직은 매우 양호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향후 예상되는 구조적인 저성장, 고령화로 인해 재정을 꾸리기가 앞으로 매우 힘들어질 것이라 보고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재정학자의 한사람으로서 박수를 보낸다. 

이미 상당수의 OECD 국가들은 재정건전화를 법제화하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소 때 늦은 감은 있지만 이번 기획재정부의 「재정건전화법」은 우리나라 재정건전화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무엇보다 재정건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가 단순히 말로서가 아니라 구속력이 있는 법을 통해 천명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정건전화법」이 갖는 이런 의의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의미의 재정건전화를 이루기에는 9일 발표된 「재정건전화법」이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이런 느낌이 드는 이유를 몇 가지 적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무엇보다 불이행에 따른 제재조치가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아무리 재정준칙이 법제화 되었더라도 불이행에 따른 구체적인 제제조치가 없다면 재정준칙이 잘 준수될 수 있을 지는 불명확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OECD에서도 각 국이 사용하고 있는 재정준칙의 강도를 측정할 때 재정준칙 불이행시 제재조치나 자동교정장치가 법에 명시되어 있는지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둘째, 재정준칙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감시 및 감독할 독립적인 기관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재정전략위원회를 통해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한 주요 정책사항을 심의 및 의결 한다고는 하지만 위원장이 재정당국의 수장인 기획재정부 장관이기 때문에 감독기관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못한다. OECD가 회원국이 사용하고 있는 재정준칙의 강도 지수를 측정함에 있어 불이행시 제재조치가 법에 명시되어 있는 지 여부와 함께 최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 재정준칙 이행을 점검하기 위한 기관의 독립성이다. 재정건전성 컨트롤 타워가 생겼다는 점에서는 과거에 비해 분명 진일보하였지만 재정전략위원회가 OECD가 정한 독립적인 감시 및 감독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셋째,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성공적으로 재정건전화를 이룬 나라(예컨대 스웨덴, 독일)들을 보면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강력한 지출상한이 핵심인 지출통제 정책을, 지방정부 수준에서는 재정수지 적자 통제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정준칙으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지출상한과 같은 지출통제 정책을 사용하겠다는 언급은 전혀 없다.  

넷째, 재정준칙은 재정의 주요 기능 중의 하나인 경기 안정화 기능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경기 조정된 재정수지 적자를 관리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단순히 기초재정수지의 관점에서 목표치를 잡고 있어 재정준칙이 제 기능을 발휘할 경우 재정건전화는 달성할 수 있으나 재정준칙은 경기 역행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다섯째, 채무준칙이나 관리재정수지준칙 도입 시 예외 조항을 두고 있고 이 예외 조항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 어떤 법이든 예외조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항상 존재한다. 예컨대 일본에서 국채는 건설 투자외의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발행치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예외 조항 때문에 정부의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여섯째, 최근 OECD에서 회원국들에게 재정건전화 강화를 위해 권장하고 있는정책 수단중 하나가 실효성 있는 「중장기재정운영계획」 도입 및 운영이다. OECD는 「중장기재정운영계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 중 2가지 정도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하나는 재정준칙이 「중장기재정운영계획」의 큰 테두리 안에서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중장기재정운영계획」 작성 시 경제 성장률 예측이 수입 및 지출 규모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재정당국이 아닌 독립적인 기관으로부터 성장률이 예측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일 발표된 「재정건전화법」에서는 어떤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는 말은 했지만 중장기재정운영계획에 해당되는 5년 단위의 「국가재정운영계획」과 연계해서 어떻게 운영할 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중장기재정운영계획 시 사용되는 성장률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가 산정하고 있어 과대 평가된 성장률이 사용될 소지가 있다. 

 

  재정준칙이 처음으로 법제화되었다는 것은 분명 재정건전화를 위해 매우 바람직하다. 또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아직은 2% 부족한 재정건전화법이 본연의 기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보완이 되길 바란다.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나라에서 최후의 보루는 든든한 국가재정임을 당국자는 잊지 말길 바란다. 정치권의 눈치 보기로 재정준칙이 전혀 도입되지 못해 세계 최고 채무 국가가 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면 좋겠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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