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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비율 40%,관리재정수지 –3%’의 진실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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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5월27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5월28일 16시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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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살림, 이렇게 헤프게 써도 괜찮나?

 

“2010년 이후 발간된 일련의 국가기관 보고서들에 의하면,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복지지출의 급속한 증가로 우리나라에 태풍과 쓰나미와 같은 재정위기가 2030년대 이후 몰려오고 있음을 분명하고도 명확하게 경고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임진왜란, 정묘호란, 한일합방, 한국전쟁, 외환위기 등을 대비하지 못한 선조들을 탓할 수 있는가!”

 

 위 내용은 지난해(2018년) 12월 21일 은행회관에서 건전재정포럼 주최로 열린 제29차 정책토론회에서 옥동석 인천대 교수(전 조세재정연구원장)가 발표한 ‘한국 재정운용 : 연혁과 과제’의 논문 서문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자세한 내용을 모두 소개하기는 어렵지만 결론은 “2000년대 이후 역대 정권들이 선진국의 수많은 제도개혁들을 모방하며 재정·정부개혁들을 자랑하듯이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재정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본질적이고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근본적인 재정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건전재정 관리 마지노선으로 제시되었다는 ‘국가채무비율 GDP대비 40%’ 논란 역시 이 보고서를 참고하면 그 논란의 핵심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보고서> 한국의 재정건전성, 이대로 괜찮은가?-옥동석

 

우선 사실부터 규명해보자. 지난 5월 16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채무비율 GDP대비 40%’ 기준을 놓고 적정여부에 대한 논란이 촉발됐는가? 정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재정건전성 관리의 마지노선으로 ‘국가채무비율 40%’를 제시했는가? 또 문재인 대통령은 그 과학적 근거를 따져 물었는가? 홍 부총리는 어떻게 답을 제시했는가? 과연 국가채무비율 40%의 기준은 근거가 있는 것인가? 꽤 시간이 지났지만 궁금증이 남는다. 이날의 상황을 전한 언론보도 내용을 보면 이렇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기자간담회… 재정수지 적자가 커진다는 점을 보고한 것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정건전성 관리의 마지노선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를 제시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이에 대한 근거를 따져 묻는 모습이 연출됐다. 경기부양을 위해 나라 곳간을 풀자는 청와대와 오랫동안 곳간을 지켜온 재정 당국 간의 ‘신경전’은 정치권ㆍ학계로 번져 ‘나랏빚 논쟁’으로 이어졌다.”<중앙일보 5월 23일자 종합5면>

 

홍 부총리는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채무비율 40% 논란이 있었다."며 "(대통령께) 국가채무가 GDP 대비 40%를 넘어서고 재정수지 적자도 커진다는 점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언론에서 40% 이내로 한다는 보도는 정확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2018∼2022년 재정운용계획에 따라 확인하더라도 2020년 40.2%를 이미 작년에 제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있었음은 분명하지만 재정당국으로서 재정수지적자를 걱정한 정도라고 해명한 셈이다. 


그렇다면 재정관리 마지노선이라는 ‘국가채무비율 GDP대비 40%, 관리재정수지 적자 3%이내’라는 기준은 어디서, 어떻게 나온 것인가? 

 

재정관리 마지노선 설정의 근거는?

 

우선 관리재정수지 적자부터 검토해보자. 중앙정부의 재정수지는 크게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로 나누어진다. 통합재정수지는 일반회계·특별회계 및 기금을 모두 포괄하는 수지로서, 중앙정부의 총수입과 총지출의 차이를 나타낸다. 관리재정수지란 이러한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사학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으로 구성된 사회보장성기금을 차감한 것으로 사회보장성기금 수입을 빼는 것은 사회보장성기금의 경우 장기적인 미래에 사용하기 위하여 거둬들인 것이기 때문에 당해 연도 재정활동의 결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보다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보다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대비 –0.6%에 그쳤다. 연도별로는 지난 2009년에 –3.8%를 기록했으나 대부분 GDP대비 1~2%의 적자를 보였고,2015년에 비교적 큰 –2.4%를 기록했다.

이렇게 보면 ‘-3% 이내’라는 관리재정수지 목표설정 자체가 무척 너그러운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왜 ‘-3%’인가에 대해서는 EU의 관리기준을 참고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가진다. 유럽연합(EU)이 1992년 가입조건을 규정한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통해 ‘국가채무비율 60%, 관리재정수지 –3%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명시했다. 말하자면 이 정도는 돼야 건전재정이라고 볼 수 있고, EU에 가입해도 탈이 없을 것이라는 조건인 셈이다. 

 

그렇다면 국가채무비율은 무슨 근거로 40%를 관리대상수준으로 보았는가? 이것이 문대통령 질문의 핵심이기도 하다. 정부가 ‘국가채무비율 40%’를 처음 제시한 것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4일이다. 기획재정부는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 등 경제사회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정의 역할과 관리가 중요하다는 판단아래 재정전문가와 관련부처실무책임자들로 ‘민관합동 장기재정전망협의회’를 만들어 1년여에 걸쳐 5년 단위의 중기재정계획이 아닌  ‘2060년까지의 장기재정전망’을 입안하고 2015년 12월 4일 재정전략협의회에서 발표한 것이다. 

 

그 핵심내용이 재정준칙을 도입하고 사회보험개혁을 추진하는 등의 강력한 재정관리 강화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오는 2060년까지 국가채무비율을 40% 이내로 관리할 수 있다고 제시한 것이다. 만약 세출 구조조정 없이 경상경제성장률 수준으로 재정을 늘려 갈 경우 2060년의 국가채무비율은 60%를 훨씬 넘어갈 것이란 연구결과도 함께 대비해 제시했다.

 

2015년 12월 재정전략회의서 ‘40%이내 관리’ 제시…2016년 재정건전화법은 45% 예시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2016년 8월에는 정부가 ‘재정건전화법’을 만들어 입법예고까지 거쳤으나 법제화에는 실패했다. 당시 재정건전화법의 주요 내용은 재정준칙을 도입해 국가채무는 GDP대비 45%이내(5년마다 재검토)로 관리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3%이내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015년 말에 제시했던 국가채무비율은 조금 완화된 셈이다. 특히 당시 입법예고안에는 Pay-go 제도 강화(재정수반 법안 제출 시 재원조달방안 첨부 의무화) 와 사회보험 재정안정화 관리체계 강화 등이 포함돼있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국가채무를 어디까지 계산해야 하느냐이다. 우리나라는 부채통계를 국가채무(D1), 일반정부 부채(D2),공공부문 부채(D3)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관리하고 있다. 국가채무(D1)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직접 갚을 의무가 있는 채무를 말한다. 이 국가채무의 비율이 지난해(2018년)기준으로 38.2%였고, 현재 국회에 요청한 추경을 포함한 올해 예산을 기준으로 하면 39.5%에 이른다. 그래서 내년에는 예산규모가 50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면 국가채무비율이 40%를 훌쩍 넘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일반정부부채(D2)는 국가채무에 더해 정부가 소유한 비영리공공기관의 빚을 더한 것이다. 이것은 IMF나 OECD 등이 정부부채 국제비교를 할 때 이 기준을 적용한다. 2017년 결산자료에 따르면 D2는 대GDP비율이 42.5%를 기록했다. 가장 광범한 정의가 공공부문부채(D3)이다. 이것은 D2에 비금융공기업 부채를  더한 것이다. 비금융공기업 부채는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LH공사 등 공기업이 채무를 못 갚으면 정부가 보증을 섰으므로 대신 갚아야 하는 부채를 말한다. D3는 2017년 결산자료를 기준으로 대GDP비율은 60.4%에 이른다. 여기에는 금융공기업의 부채는 포함되지 않는다. 금융공기업의 경우 예금이나 신탁 등이 모두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너무 부풀려지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금융공기업이 도산할 경우를 가정한다면 이 또한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연금보험 적자와 공기업부채까지 더하면 국가채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 

 

이렇게 본다면 사실 이번에 논란이 된 ‘국가채무비율 40%, 관리재정수지 –3%’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문제의 핵심은 과연 정부가 지금과 같은 재정확대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갈 경우 유럽이나 남미의 여러 나라처럼 과연 “재정파탄은 없을 것인가?”,“국가경제가 위기를 맞는 것은 아닌가?”, “경제성장은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국회예산정책처(NABO)는 처음 장기재정전망을 하면서 사학연금이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의 적자를 모두 반영한다면 2060년에는 국가채무비율이 19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면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검정(Bohn의 검증방법)한 결과, 국가채무가 GDP 대비 70.6% 수준이 되는 2036년 이후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놓은 바 있다.(국회 예산정책처 ‘2016~2060 NABO 장기재정전망’, P,ⅹⅶ 참조) 이는 국가부도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좀 더 쉽게 설명을 들어보자. 옥동석 교수는 중앙일보(4월16일자)에 기고한 칼럼에서 재정의 확대정책을 주장하는 현 정부와 여당의 재정에 대한 3가지 잘못된 인식을 적시하고, 그 위험성을 강조했다. 요약해 보면 이렇다.

 

“진보진영의 정책적 신념을 뒷받침하는 재정에 대한 인식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한국의 재정 건전성은 OECD 국가 최고 수준이기에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는 인식이다. 둘째,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율은 OECD 평균보다 약 10%포인트 낮기에 복지 지출을 계속 늘려야 한다는 관점이다. 셋째, 한국의 GDP 대비 정부 규모는 OECD 평균보다 상당히 낮기에 정부와 공공부문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런가? “우선 한국의 재정 건전성은 과연 세계 최고 수준인가. 2017년 현재 앞서의 일반정부부채(D2)를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OECD 평균은 80.9%이고 한국은 44.5%로 36개 OECD 국가 중 아홉 번째로 양호하다. 그런데 OECD국가에는 여러 형태의 나라가 있다. 특히 기축통화국가인 미국이나 일본 유럽 영국 등을 제외하면 평균부채비율은 54.5%에 불과하다. 비기축통화 국가인 스웨덴·뉴질랜드·스위스·호주 등은 한국과 비슷하다.” 

최고수준이라고 우쭐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재정학자 옥동석 교수가 제시한 ‘재정에 대한 잘못된 인식 3가지’

 

 “두 번째 의문은 ‘한국의 현행 복지 지출 규모가 과연 작은가’이다. 지난해 GDP 대비 복지 지출 규모는 OECD 평균이 21.5%인데 한국은 11.1%에 불과하다. 여기에도 유의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OECD 선진국들은 이미 1950년대부터 인구 고령화를 겪으며 복지국가의 경험이 우리보다 2∼3세대 앞선다. 따라서 우리는 OECD 국가의 현재 상황보다는 이전의 경험과 통계를 비교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지난해 현재 한국의 노인부양률(경제활동인구 대비 노인 비율)은 19.6%인데, OECD 국가들이 이 비율에 도달했던 시기에 복지지출 비율이 얼마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위스(1980)·일본(1993)·그리스(1980)·포르투갈(1989)은 모두 1980~90년대 초반에 이 비율(19.6%)에 도달했다.” 

이 당시에는 이들국가들도 복지지출규모가 11%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가 작다고 말할 수 있는가?

 

세 번째 의문을 풀어보자. “ ‘한국은 정부와 공공부문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하는가?’.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정부 규모는 33.3%에 불과해 OECD 평균치 42.8%에 약 10%포인트 작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우리의 정부 규모가 작은 이유는 복지지출의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 규모에서 복지 지출을 제외한다면, 지난해 한국은 22.2%로 OECD 평균 21.4%보다 0.8%포인트 높다. 복지재정을 제외할 때 정부 규모는 일본(17.0)·호주(18.5)·독일(18.8)·미국(19.1)·영국(19.4)보다 더 크다.”

더구나 여타 어느 나라보다 거대한 공기업 비중을 고려하면 정부 규모는 우리가 훨씬 더 크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한 푼이라도 아껴 쓰려는 재정당국의 흔들림 없는 자세가 관건

 

국가재정은 이념의 문제를 떠나 정말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재정은 한 번 풀리면 다시 조일 수가 없어 확장적 지출이 가속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재정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돈이다. 선심 쓰듯 정부가 나눠줄 돈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 푼이라도 아껴 쓰는 재정당국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행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선심성 재정확대 정책을 구사하려 한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훗날 적폐청산의 멍에가 되돌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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