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문재인 길들이기'와 '대미 새판짜기' > News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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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봄이 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FAZ)지(誌)에 기고를 통해 한 말이다. 과연 한반도에 봄은 왔는가?


문 대통령의 이 말이 무색하게 북한은 어제(9일) 또 다시 두번째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관영 언론매체들은 "시뻘건 불줄기들이 대지를 박차고 날아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4일 첫번째 발사이후 닷새만이다. 그런데 어제는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문 대통령의 당선 2주년이자 취임 2주년 기념 대담이 있는 날이었다. 김정은이 이 날짜에 맞춰 쏜 미사일의 타겟은 누구였을까? 그리고 어떤 전략전술을 담고 있는 것일까?

먼저 김정은이 문 대통령의 취임 2주년에 맞춰 쏜 두번째 단거리 미사일의 핵심 표적은 볼 것도 없이 문 대통령이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을 축하하는 불꽃놀이 축제의 축포(祝砲)를 쏜 것이 아니라, 취임 2주년에 재(災)를 뿌리는 미사일과 대포를 발사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나(김정은)는 당신(문 대통령)을 위해 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다 해줬는데, 당신(문 대통령)은 나(김정은)를 위해 한 게 무엇인가?’라는 강한 불만의 메시지를 문 대통령에게 보낸 것이다. 김정은의 이런 불만의 메시지는 그의 입장에서는 일견 타당할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김정은 자신이 문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를 극복해 준 ‘구세주’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완전히 실패했다. 딱히 이렇다할만하게 내세울 국정업적이 단 한 건도 안 보인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사실상 내치(內治)에 실패했다. 실패도 적당한 실패가 아니라 참담한 실패로 귀결됐다. 그 중에서도 가장 처참한 실패가 바로 경제부분이다. 이런 상황을 김정은이 모를 리 없다.

그러나 문 대통령에게 이런 실패로 인한 여론 악화와 지지율 하락을 극복할 수 있는 ‘비상탈출구’(exit)는 대북문제였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이었다. 그는 내치의 실패로 ‘이미 끝나버린 정권’이나 다름없는 위기 상황을 남북정상회담이란 비상구를 통해 탈출해 왔다. 그런데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키(key)를 누가 갖고 있는가? 바로 김정은이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만나 줌으로써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은이 더욱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연출했고 바로 이 무대에 문 대통령은 운 좋게도 올라탔을 뿐이다. 지금까지의 남북정상회담의 모든 주도권은 김정은이 쥐고 있었지, 문 대통령이 주도한 것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심지어 판문점 도보다리 무대 세팅만 하더라도 이는 김정은의 얼굴을 주인공으로 화면 정면에 띄웠을 뿐, 문 대통령의 모습은 뒷등이나 보여주는 엑스트라급 조연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남북정상회담이란 희대의 빅 이벤트를 기획, 연출해서 개최했을 때는 자신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와 보상을 기대했던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로 김정은이 기대한 보상과 대가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첫째,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의 비핵화를 인정받은 상태에서 대북제재를 풀어내어 북한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찾는 것이었다. 둘째, 이런 상황을 문 대통령이 해결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고, 그 결과 한국으로부터도 엄청난 경제적 지원과 원조를 받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문 대통령의 역량 있는 활동을 통해 이렇게만 되면, 김정은은 연초 신년사에서 밝혔던 ‘핵과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곧 자신의 40년 장기 집권체제의 큰 발판을 마련하는 역사적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기대는 허상이고 망상이었다. 김정은은 지금 헛된 꿈을 꾼 것처럼 허탈감에 빠져있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건으로 불릴 만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세 번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결과로 자신에게 돌아온 ‘보상과 대가’는 아무것도 없는 ‘맹탕’뿐이었다. 김정은은 결국 ‘내치의 실패자’인 문 대통령만 구원시켜준 결과만 안게 되었다. 성과 없는 남북정상회담으로 지금 김정은의 내부 권력기반은 침식되고 있다. 이는 아무런 결과 없는 북미정상회담으로 권력 기반이 부식되고 있는 것과 같다. 지금 김정은이 갖고 있는 허탈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김정은에게는 이 위기적 국면을 탈출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남, 대미관계를 이대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어 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기존의 판을 뒤집어 엎고 새판을 짜야한다는 것이다. 소위 김정은의 ‘새판짜기’ 시도인 것이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은 이제 역(逆)으로 문 대통령을 코너로 몰아가려는 역발상을 하고 있다. ‘내치의 실패자’ 문 대통령을 ‘대북정책의 실패자’로까지 만들어서 문 대통령을 더욱 깊은 수렁에 빠뜨릴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야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말을 더욱 잘 들을 것이란 고도의 대남전술이다. 내치의 실패자가 대북정책에서도 실패자로 공격받게 되면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상황을 맞게 된다. 그런 처지가 되면 문 대통령은 결국 보따리를 싸들고 김정은 자신에게 더욱 적극 매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략적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야 문 대통령이 북한의 지시를 지금보다는 훨씬 더 적극적으로 수행해 나갈 것이라는 김정은 나름의 복합적 계산이다. 이 복합적 계산의 끝은 결국 ‘문재인 길들이기’이다.

다른 하나는 문 대통령을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뜨려서 북한에 더욱 굽실거리게 길들인 다음, 이런 문 대통령을 이용해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흔들어서 결국 대미관계의 ‘새판짜기’로 나가겠다는 의도이다. 우선은 문 대통령을 쳐서 트럼프 대통령을 김정은이 원하는 핵협상 테이블로 끌어 들이려는 ‘대미 새판짜기 전략’인 것이다.

그럼 김정은은 왜 지금 이런 전략을 취하는 것일까? 그것은 두 가지 복선을 깔고 있다. 하나는 2020년 4월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총선거를 타겟으로 삼아 북한은 문 대통령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것이다. 우선, 김정은이 계속 대남 무력 도발을 강행할 경우, 내년 4월 총선에서 문 대통령은 헤어날 수 없는 나락(那落)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문 대통령의 정치적 앞날은 예측이 불가하다. 반면에, 문 대통령의 일정한 역할로 인해 북한이 지금과 같은 대남 무력도발을 중단하고 한반도를 평화 상태로 유지하는데 성공한다면, 내년 총선 결과는 지난 6.13 지방선거의 결과처럼 집권여당에 압승을 안겨 줄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김정은이 지금 시작하는 대남 무력도발은 결국 내년 총선을 타겟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년 총선의 중심변수는 김정은 자신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니 ‘살고 싶으면 어떻게 처신할지, 또 죽고 싶으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는 그 누구보다 문 대통령 자신이 가장 잘 알 테니 알아서 잘 처신하라‘는 압박성 포석을 깔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전략을 똑같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적용시키겠다는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현재 490만톤의 식량이 부족한 김정은이 6월 춘궁기를 맞아 무력도발을 통해 식량지원을 얻어 내려는 의도라고 분석한다. 그래서 이를  김정은의 대담한 선군정치에 굴복한 미국, 한국이 갖다받친 조공물(朝貢物)이자 전리품(戰利品)으로 선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김정은의 단계적 무력도발은 단순한 춘궁기의 곡기를 채우기 위한 식량원조목적을 넘어서서 대남, 대미 관계의 큰 판을 흔들어 협상판을 새로 짜기 위한 '새판짜기'의 시도인 것이다.

지금 김정은은 2020년 있게 될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의 당락(當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과신(過信)하고 있다. 그래서 시간은 역시 자기편이라는 또 하나의 망상(妄想)을 하고 있다. 김정은은 자신이 무력 도발을 시도하니까 역시 미국이 화들짝 자신을 달래려 달려들고,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한국 방문을 통해 대북 식량원조에 시동을 걸며 온갖 부산을 떨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자신들이 의도한 방향대로 미국과 한국이 움직이고 있다는 오판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란이 핵무기 개발 의사를 내비춰 미국의 모든 역량이 중동으로 향하고 있는 지금이 ‘새판짜기’에 유리한 국면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시간은 김정은의 편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첫째, 북한의 무력 도발로 한국에 대한 위협이 커지면 이는 동맹국 한국에 방위비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되는 반면에 미국은 방위비를 절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방위비 절약을 경제적 이득으로 계산하여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미국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있다는 선전을 강화할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의 대남 무력도발은 일정 정도 자신의 국내 재선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계산할 것이다.

둘째, 북한의 대남 무력위협이 커지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 요구가 커질 것이며 그렇게 되면 자신은 가만 앉아서 엄청난 무기를 판매할 수 있고 이는 곧 미국의 군산복합체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고 유권자들에게 홍보할 것이다. 실제로 지난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 2분 정도의 정상회담을 하면서 최소 10조원으로 추산되는 무기 구매를 약속했다. 트럼프는 2분 만에 10조 원어치의 무기를 판매한 것이다, 이 모든 분위기를 김정은이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셋째, 트럼프는 내년 11월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고, 지금 북한 경제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시간을 질질 끌면서 북한이 의도한 대화를 조기에 응해 줄 필요가 없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이 큰 불장난만 치지 못하도록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만 잘 해 나가면 된다는 것을 단기적인 대북 전략으로 삼고 있다.

그 이유는 지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① 북한이 절대 핵포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② 북한 ‘핵공갈 정책’의 실체를 확실히 파악했으며, ③ 북한이란 나라는 대화를 통해 쉽게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란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시리아처럼 모든 핵시설을 폐기하고 반환하지 않는 한, 적절한 타협은 없다는 결심을 굳힌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하노이 회담을 통해 김정은에게 핵시설을 모두 반환하지 않으면 더 이상 회담은 필요 없다고 회담장을 박차고 나온 것이 자신의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야당인 민주당으로부터까지도 박수를 받았기 때문에 자신의 요구가 완결되는 그런 정상회담의 장(場)이 아니라면 더 이상 나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북한 비핵화의 아무런 실질적 성과가 없는 또 한 번의 ‘노딜’ 정상회담은 자신에 대한 국내 지지를 추락시키고, 이는 2020 대선 재선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김정은이 알아야 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하노이 요구 이하의 타협은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만일 그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여론으로부터 몰매 맞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고 이는 다가올 내년 11월 대선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이 있는 내년 상반기 전까지는 북한과 대화를 최대한 추구하는 전략을 취하다가 자신이 기대한 대화를 통한 핵포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이에 북한이 미국의 본토를 위협하는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트럼프 놀이’를 시도할 때, 북한의 핵시설을 폭격하는 것으로 대선 분위기의 주도권을 잡고 북한의 핵시설과 김정은을 재선 당선의 제물(scapegoat)로 삼을 전략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함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과 같은 발언의 행간을 통해서 읽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북한의 두 번째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매우 심각하게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소형 미사일이고 단거리 미사일”이라며 ‘미사일’로 단정했다. 그리고 “나는 그들(북한)이 협상을 원한다는 걸 알고 그들도 협상을 얘기하지만, 협상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둘 중 어느 하나(either) 

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한마디로 ‘대화냐 아니면 폭격이냐’라는 의미이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전략의 핵심은 이 말 속에 모두 압축되어 있다. 이는 북한이 의도한 협상 전략에 더 이상 말려들지 않고 시간을 내년까지 끌면서 가겠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대화를 통한 북한의 비핵화가 실패하면 내년 미국 대선이 임박할 즈음에 북핵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대선 전략의 효과적인 카드로 쓰겠다는 계산이다. 시간이 갈수록 김정은의 ‘트럼프 놀이’는 자신의 체제 운명을 재촉하는 무모한 모험으로 보이고 있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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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12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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