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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북한 엘리트 계층의 탈북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8월18일 07시39분
  • 최종수정 2016년08월18일 08시03분

작성자

  • 김태우
  • 前 통일연구원 원장, 前 국방선진화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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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긴장조성이나 핵무력 고도화  재촉하는 변수 될 수 있다.

북한체제의 내구성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대응책 마련해야​

 

통일부는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주영 북한대사관의 서열 2위에 해당하는 태영호 공사가 가족과 함께 탈북, 국내에 입국했다고 확인했다. 지난 1997년 미국으로 망명한 주이집트 북한대사 장승길 형제 이후 최고위급 외교관의 망명으로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북한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북한을 탈출하여 한국으로 들어오는 탈북 현상에 유의미한 특징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북한주민이 한국으로 넘어오는 현상은 6.25 전쟁 이후에도 계속되었지만, 일 년에 세 자리 숫자의 탈북자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99년이었다. 이후에도 탈북은 꾸준히 증가하여 2002년부터는 매년 네 자리 숫자의 북한주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는 매년 평균 약 2,500명이 입국했고, 최고 기록은 2007년의 2,914명이었다. 이 숫자는 2011년 말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이후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평균 약 1,400명이었다. 그러다가 2016년에 들어오면서 탈북자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6월말 현재 815명이 입국했다. 이 수치는 2015년 상반기보다 15.6%가 증가한 것이다.

 

  물론, 김정은 정권 이후 탈북자 전체 숫자가 줄어든 것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었기 때문이 아니며, 주된 원인은 평양 정권이 탈북을 체제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단속과 처벌을 강화한 것이다. 북한은 2012년부터 두만강 일대에 철조망을 확대 설치하고 국경경비를 강화했으며, 체포된 탈북자들을 더욱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 단순한 생계형 탈북자는 노동단련대나 교화소에 보내지만 정치적 또는 사상적 동기가 밝혀지면 정치범수용소로 보내기도 한다. 북한 형법 제62조는 “조국을 배신하여 타국으로 도망한 죄”에 대해 사형을 언도할 수 있다.

 

  그런데도 2016년부터 탈북이 다시 증가하는 것에는 두 가지의 주된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북한의 경제가 다시 어려워지고 있다. 2010년 이후 완만하게나마 개선되던 북한의 식량 생산이 2015년부터 감소 추세로 돌아섰으며, 금년 1월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유엔안보리가 결의 2270호를 채택하고 세계 각국이 대북 제재를 가하고 있다. 북한의 무역은 위축되고 외화벌이 사업들도 어려움에 직면해야 했다. 여기에 더하여 2013년부터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북한의 주된 수출품목인 무연탄, 철광석 등 원자재의 국제가격이 하락했고, 주요 수입국인 중국이 유엔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 대중 수출도 위축되고 있다. 한국의 대북 제제도 북한에 압박이 되고 있다. 한국은 제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 노동자 5만 명을 고용하던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시켰으며, 해외 체류 한국인들에게 북한이 운영하는 식당에 출입하지 말도록 권고했다. 이로 인하여 한국인을 주요 고객으로 삼았던 해외의 북한 식당들은 경영난을 겪게 되었다.

 

  둘째, 북한 엘리트 계층의 탈북이 늘어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에 입국한 북한 이탈주민의 대부분은 먹고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난 ‘생계형 탈북자들’이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다수이고 출신지역으로는 비교적 용이하게 국경을 넘을 수 있는 함경도 출신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외교관, 군인, 예술인, 지식인 등 탈북자의 직업은 다양해지고 있는데, 이들은 ‘생계 이외의 동기’로 한국으로 탈출한 ‘기획형 탈북자들’이다. 

 

 금년 들어 주목할 만한 것은 해외에서 일하는 외화벌이 일꾼들의 탈북이 잦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에는 중국 저장성 닝보(寧波)시의 북한 식당에서 근무하던 종업원 13명이 그리고 5월에는 산시성의 북한 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 3명이 탈출하여 서울로 들어왔다. 6월에는 중국 라오닝성 동감(東港)시에서 북한의 여성노동자 8명이 탈출했고, 7월에는 몰타의 북한 식당에서 일하던 2명이 탈북했다. 

 

 최근에는 홍콩 과학기술대에서 열린 제57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참가했던 18세의 북한 영재 소년이 총영사관으로 들어와 망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중국에 체류하던 북한군 총정치국의 고위급 인사와 외교관들이 제3국행을 모색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급기야 태영호 공사의 망명을 정부가 공식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에서 ‘좋은 성분’이 아니면 고위공직자가 되거나 해외에 파견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들은 북한에서 특권계층에 속하는 사람이다. 이렇듯 기획형 탈북이 증가하면서 숙청이나 처벌을 피해 북한을 떠나는 공직자와 군인, 자유롭게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탈북한 가수, 넓은 세상에서 자식들을 가르치고 싶어서 자녀들을 데리고 넘어온 부모 등 다양한 북한 엘리트들이 자신들을 국민으로 받아들이는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엘리트 계층 탈북자의 증가는 북한 문제를 고민하는 국제사회와 한국에게 새로운 과제들을 던져주고 있다. 국제사회와 한국은 기획형 탈북 현상이 북한정권의 체제 위기감을 고조시켜 긴장조성이나 핵무력 고도화를 재촉하는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하며, 북한체제의 내구성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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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8월18일 07시39분
  • 최종수정 2016년08월18일 08시03분
  • 검색어 태그 #태영호#최고위급외교관 탈북#한국망명#북한체제#엘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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