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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복이 자랑스러워야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1월12일 19시19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37분

작성자

  • 김낙회
  • 서강대 초빙교수, 前제일기획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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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복이 자랑스러워야
겨울 바람이 매섭다. 이 맘 때 쯤이면 어김없이 김장김치며 연탄을 들고 불우이웃과 독거노인을 찾아나서는 신문 기사가 눈에 많이 들어온다. 그런데 전방에서 고생하는 육군 병사들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내가 군 생활을 최전방 철책선에서 한 탓도 있겠지만 올해 유난히 크고 작은 사건들로 군의 사기가 떨어져있으니 마음인들 오죽 추우랴 싶은 측은지심이 발동한 것일 게다. 
 
얼마 전 SNS에 미국유학중인 한 젊은이가 올린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비행기가 뉴욕 공항에 도착 하자 ”이 비행기에는 이라크에서 전사한 000 사병의 유해가 실려 있으니 하차 수속에 협조를 바란다”는 기장의 안내 방송이 나왔다. 승객들은 질서정연하게 기다렸다 내리면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성조기로 둘러싸인 관 앞에 모여 묵념을 하거나 경례를 하는 장면을 보면서 이것이 미국임을 느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비행기에 타고 내릴 때 제복 입은 사람을 먼저 내리게 하고 일반인이 내린다고 할 정도로 예우를 해준다고 하지 않는가
큰 바위 얼굴이 새겨진 러시모어 산에는 여름이 되면 매일 밤 야간 행사가 열린다. 관광객들에게 독립전쟁 영화를 보여주고 영화가 끝날 때 쯤 링컨과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얼굴에 조명이 비추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하나 둘씩 일어나 미국 국가를 합창한다. 이어서 사회자가 무대에 올라와 관광객 중에서 참전 용사나 예비역 군인들을 무대위로 올라오게 하여 한명 한명 소개하고 이들의 애국심을 찬양해주는 멘트를 해준다. 보이스카웃 소년들이 성조기를 내리는 하강식을 끝으로 행사가 마무리 되는데 관광지에서 흔히 보는 이벤트쯤으로 여기기에는 너무나 다르다고 생각되었다. 인종이 다양한 미국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애국심을 고취할 수 있는 치밀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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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위기를 맞거나 시민이 안전에 위협을 받았을 때 자신을 희생하며 언제든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바로 군인, 경찰, 소방관인데 이들을 미국에서는 MIU(men in uniform)즉 제복 입은 대원들이라고 부른다. 몇 년 전 동아일보가 기획 기사로 다루었던 “제복이 존경 받는 사회” 시리즈에 소개 된 것을 보면 우리와는 너무나 차이가 있음을 볼 수 있다. 미국 전역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개막전에 군인 자녀들을 초청하고 시구를 마친 오바마 대통령이 군 자녀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다. 순직 경찰 장례 땐  대통령급에      준하는 에스코트를 하고, 매년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9/ 11 기념일에는 테러 당시 순직했던 소방관 343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러가며 영웅을 기린다. 그래서 미국 어린이들은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물으면 1순위로 소방관을 꼽는다고 한다. 2012년 미국의 여론 조사 기관 해리스폰의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직업 1위가 소방관이고 군장교는 5위 경찰관 7위라고 하니 우리하고는 사뭇 다르기만 하다.
 
우리는 어떤 가. 언제 무너질지도 모르는 섭씨 1,800도씨의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소방관들,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어선들을 단속하기 위해 격투를 벌이며 목숨을 거는 해양 경찰, 연평도 해전에서 그리고 천안함 피침에서 소리 없이 희생된 젊은 용사들! 그들을 우리정부와 국민들은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매년 7-8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부상당하는 화재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들의 평균 방화복 사용기간이 5-7년이라고 한다. 그래서 모 아파트 화재 진압 중 안전 장갑이 녹아 소방관이 손에 3도 화상을 입었다는 뉴스는 우리를 아프게 한다. 나라에 목숨을 바친 영웅들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불꽃”상징물을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세우려 던 계획도 아직 실현이 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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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은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가? 경찰과 소방관은 무엇 때문에 희생을 무릎 쓰고 위험한 곳을 향해 뛰어드는가? 제복 입은 공무원들은 사기를 먹고 산다고 한다. 옛말에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을 위해 얼굴을 꾸민다(士爲知己者死 女爲悦己者容)”고 하지 않는가.그 나라의 안전을 보면 그 나라의 품격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선진국 일수록 치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투자와 제복 입은 대원들에 대한 지원과 보상을 우선하고 있다. 제복 입은 자나 제복의 도움을 받는 자나 서로 제복에 대해 존중심을 가져야  비로소 희생과 감사가 공유되는 것이 아닐까. 사건이 터지면 지휘 책임을 묻고 대책을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어버리고! 이렇게 반복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보니 보다 근본적인 안전 마스터 플랜과 국민 안전 의식 고취가 절실한 시점이다. 마침 정부가 안전한 나라를 표방하면서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 제복이 사랑 받고 제복 입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나라, 그래서 군인들이 외출 시 자랑스럽게 정복 착용을 하고 다녔으면 좋겠다. 초 중 고 교과서에는 순직 소방영웅, 의로운 경찰, 용감한 국군 용사들의 얘기를 실어 건전한 국가관과 애국심을 고취했으면 얼마나 좋으랴. 크고 작은 행사에 제복 입은 공무원들을 초청하여 자연스럽게 의로운 영웅을 기리고 찬양하면 그들은 얼마나 신나 하겠는가. 마침 에스오일이 “영웅 소방관상” ”순직 소방관 자녀 장학금 수여”등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런 기업 활동들이 더욱 늘어났으면 좋겠다. 우리 어린이들이 너도나도 “멋진 제복을 입은 소방관이 될래요”를 외치는 그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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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1월12일 19시19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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