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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에 PEF의 역할 기대하기 어렵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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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8월04일 18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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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경제와 금융시장의 최대의 화두는 단연 구조조정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논의 되고 있는데, 특히 사모펀드(PEF)가 나서서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과거 당국자들과 달리 업계의 의견을 적극 들으려 하고, 또 규제 완화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97년 시작된 외환 위기 당시 외국의 사모펀드들이 한국 금융기관들과 기업들의 경영권을 헐값에 인수해 비교적 짧은 기간에 막대한 투자 수익을 거두고 떠났다. 이 광경을 뼈아프게 지켜보며 우리도 토종 모험자본을 육성해야 한다는 컨센서스 아래 2004년 말 PEF 관련 법안을 만들었고, 현재 총 투자 약정 규모 60조의 시장으로 성장 함에 따라, PEF가 지금 같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에 일정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PEF의 속성과 제약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 까지 PEF들이 구조조정 참여해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그리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경기 방어적이고 안정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외식 산업에 집중하고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놀부, 버거킹, 할리스커피, 공차 등이 모두 PEF가 인수해 경영하는 사업들이다. 비교적 인수해서 가치를 올리기 쉬운 업종을 선호한다. PEF의 속성과 특히 한국 PEF들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왜 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지 이해를 할 수 있다. 먼저 매우 상식적 이야기이지만, PEF 운용사의 펀드 모집은 철저히 운용 수익률에 의해 결정 된다. 따라서 돈이 되지 않으면 정부시책, 시장의 기대 등 어떠한 이유이건 투자에 나설 수 없다. 그들의 투자 결정은 단기이냐 장기이냐의 문제이지 수익성 외에는 원천적으로 염두에 둘 수 없다. 그러지 않는다면 돈을 맡긴 투자금의 선관의무에도 배치 될 수 있다. 

 

한편 부실 기업 구조조정에 직접적인 경험은 없다 하더라도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바이아웃(Buy-out) 펀드들이 그나마 유사한 경험을 가진 곳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수는 불과 4,5개에 불과 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중 가장 규모가 큰 딜을 다루는 두 곳은 국내 운용사이기는 하나 대부분의 기초 투자금은 모두 해외 자본이다. 게다가 이런 펀드 운용사들은 대게 비교적 규모가 크고 자체 블라인드 펀드를 운용 하고 있는데, 기존 펀드 외에 따로 프로젝트 성 개별 펀드를 만들어 투자하는 것은 겸업 금지에 해당하게 되어 메인 펀드의 투자 성격에 맞지 않은 구조조정 딜 등을 하기 위해 별도로 프로젝트 펀드를 만들기 또한 어렵다. 

 

이외에 국내 연기금 등 토종 자본에 의존 하고 있는 여타 운용사들은 대게 구조화 딜(structured deal)에 집중하고 있다. 즉 사업 리스크는 대주주 경영자에게 맡기고,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자본과 부채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자산에 투자한다. 설사 시장에 몇 십조의 약정액이 있다고 해도 이 자금이 추구하는 딜이 그러하기에 사업 리스크를 끌어 안고 투자를 감행해야 하는 구조조정 딜에 나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현재 요구되는 구조조정은 과거의 그것과 매우 다르다

과거 외환위기 때에는 과도한 부채 비율 그리고 유동성이 문제의 중심이었기에 재무구조조정을 하고 시장의 정상화를 기다리면 되는 문제였지만, 지금의 기업 부실의 원천은 세계 경제 장기 침체와 글로벌 과잉 공급, 그리고 우리의 산업 구조의 문제에 기인한 매우 복잡한 이슈들과 얽혀있다. 재무구조가 나쁜 회사를 인수해 단순히 부채를 줄이거나 자본을 확충해서 될 일이 아니다. 재무구조조정을 넘어서 사업구조조정 아니 산업구조조정까지 염두에 두어야 할 진정함 모험 투자이다. 원금 손실이 나면 다시는 펀딩 시장에 발을 들여 놓기 어려운 우리 시장의 문화와, PEF자금의 원천인 연기금이 그들의 속성상 진정한 모험자본 성격의 투자금을 선뜻 내어 놓을 수 없는 우리 자본 시장의 현주소를 볼 때 현존 하는 토종 PEF들이 진정한 모험 자본으로 부실기업 인수에 나선다는 것은 기대 할 수 없다. 

 

반면에 사모펀드의 역사가 긴 외국 선진 시장의 경우 부실 기업 전문 바이아웃 펀드들도 있다. 이들은 경험이 풍부한 전직 경영자, 산업 전문가, 전략 컨설턴트 등 풍부한 이련 풀을 가지고 있고, 연관 사업도 영유 하는 경우 또한 있어 시너지 창출 도 가능하다. 하지만 론스타 트라우마가 가시지 않은 우리 시장에서 이들을 쌍수 들고 맞을 수는 없을 것이고, 특히 조선 해운 등 국가 전략 산업을 이들에게 선뜻 그것도 채무조정까지 해 줘가며 내어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PEF의 활용 방법은 아예 없는 것 인가?

먼저 PEF에 대한 기대치를 조금 낮출 필요가 있다. 60조가 약정 되었고 드라이 파우더 즉 투자 대기 자금이 20조가 넘지만, 위에 기술한 것처럼 이런 저런 제약과 경험 부족으로 인해 주도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에 나서기 쉽지 않다. 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SI (Strategic Investor, 전략적 투자자)들이 PEF의 자금을 활용케 하는 방안이 있다. 아무래도 동업종에 있는 기업이 부실 기업이라 하더라도 회생 가능성에 대한 판단도 있을 것이고 인수 후 시너지 창출 등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 복안도 있을 수 있다. 이들이 후순위 자본을 제공한다면 사안에 따라 국내 PEF들이 중순위 리스크를 걸고 투자가 가능해질 수 있다. 과거 산업 합리화 등의 인위적인 기업간 합종연횡이 부작용을 나은바 있지만, 채권단이 적절한 가격에 매각하고 PEF가 자금을 보태 준다면 시장 친화적으로 SI들을 부실 기업 인수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행의 자금도 끌어다 대고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도 해주는 마당에 이런 모험적 SI들에게 어느 정도의 세제 혜택 부여까지 연구해 볼 수는 없을까?

 

이번에 현대해상은 용선료와 채무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의 실마리를 잡았다. 그런데 그 뒤에 외환위기 당시 외채 협상을 담당했던 마크 워커 변호사와 미국의 채무 조정 전문 회사 밀스타인(Millstein & Co.)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아무래도 해외 선진 시장에는 우리보다 훨씬 부실기업 구조조정 경험이 풍부한 컨설팅 업체나 PEF펀드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기업 구조조정에 시중 은행들이 출자한 유암코를 앞세웠는데, 이런 해외 구조조정 전문 회사나 구조조정 펀드들과 힘을 합해 오는 국내 PEF들과 손을 잡고 국내외 투자금을 모아 보는 것은 어떨까? 원금 손실 리스크를 회피하는 국내 연기금이지만 이런 기업 구조조정에 전문성이 있는 업체나 펀드 운용사들이 나서고 유암코 같은 곳도 힘을 보태면, 국내 금융시장 안정과 괴리 되어 투자 수익을 낼 수 없는 연기금들도 일정 부분 모험 자본 참여에 나설 수 있는 명분과 실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와 같이 해보려 해도 누군가가 좀 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구조조정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가능 할 것이고, 외국자본과 기업의 투자에 대한 좀 더 개방적인 자세 또한 필요 할 것이다.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하고 구조적인 원인을 갖고 있기에, 그저 평상적인 방안들과 개념을 가지고 극복 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훨씬 더 기존의 틀을 깨는 일들을 과감히 저지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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