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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세계 경제, 수요 부족으로 저성장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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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10월19일 22시48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3시40분

작성자

  • 김영익
  •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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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세계 경제, 수요 부족으로 저성장

최근 각 연구기관이 2015년 경제전망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는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가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다. 여기서는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몇 가지 글로벌 이슈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로 미뤄보면 ‘2015년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10월 15일 한국은행이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각각 3.5%와 3.9%로 지난 7월 전망치보다 각각 0.3% 포인트, 0.1% 포인트씩 낮췄는데, 내년 경제성장률은 이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IMF,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 낮춰

국제통화기금(IMF)은 분기별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낸다. 최근 발표한 4분기 경제전망(2014.10.7)에서 IMF는 올해 세계경제가 3.3% 성장한 후, 내년에는 3.8% 성장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7월 전망치보다 각각 0.1% 포인트와 0.2% 포인트씩 낮춘 것이다.

 

IMF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은 미국 경제는 회복되고 있지만, 일본과 유로존 등 다른 선진국 경제에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심화되고 이머징마켓의 회복세도 더디기 때문이다. 특히 IMF를 포함한 많은 연구기관은 소비와 투자 등 유효수요 부족으로 세계경제가 장기간 침체되는 ‘수요 부족발 장기부진’(secular stagnation)을 우려하고 있다.

유효수요는 정부뿐만 아니라 가계와 기업이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직시하면 그 어떤 경제주체도 수요를 창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선 정부부터 살펴보자.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각국(특히 선진국) 정부가 지출을 늘리면서 경기를 부양했다. 이로 인해 경기는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정부가 부실해졌다. 2013년 일본의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25%에 이르렀고, 미국도 GDP의 100%(2013년 104%)를 넘어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이 110%일 정도로 다른 선진국 정부도 부실해졌다. 더 이상 정부가 수요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증거이다.

 

가계와 기업, 디레버리징 과정

가계도 유효수요를 창출하기에는 버거운 상태에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가계의 과소비였다. 예를 들면 미국의 가계 부채가 가처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에 80% 안팎이었으나, 2007년에는 130%까지 올라갔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정보통신혁명으로 생산성이 증가하면서 미국 경제가 고성장과 저물가를 동시에 달성했다. 이를 한 때 ‘신경제’라 표현했는데, 가계가 신경제를 지나치게 낙관하고 과소비를 했던 것이다. 현재 소득뿐만 아니라 미래 소득(은행 대출)을 앞당겨 파티를 즐겼던 미국 가계가 이제 부채를 줄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유로존과 일본의 소비는 더 침체되어 있다. 1995~2012년에 미국의 소비증가율이 분기평균 0.7% 증가했으나 2013~2014년 2분기에는 0.6%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동안 유로존의 소비 증가율도 0.3%에서 0.2%로 떨어졌고, 일본의 경우는 0.2%증가에서 0.4% 감소로 전환했다.

정부와 가계 이외의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경제주체는 기업이다. 세계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기업도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릴 상황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디플레이션 갭이란 실제 GDP와 잠재 GDP의 차이로 측정하는데, OECD는 2014년 선진국의 디플이션 갭을 마이너스(-) 2.3%로 추정하고 있다. 2009년 마이너스 3.8%에 비해 축소되었지만, 아직도 선진국 경제가 능력 이하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플레이션 갭이 해소되려면 수요가 증가하거나 공급 능력이 축소돼야 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정부와 가계 수요가 크게 늘어나기 힘들다. 그렇다면 공급 능력이 축소돼야 한다. 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투자지출을 늘리기는 힘들다. 1995~2012년에 세계 GDP에서 총저축과 총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3% 정도로 거의 같았다. 그러나 2013년 이후로는 총저축률이 투자율을 1% 포인트 정도 앞서가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 공급 과잉으로 기업이 투자를 상대적으로 줄이고 있다는 의미이다.

 

신흥시장에서 고성장의 후유증 나타나

선진국 경제가 수요 부족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신흥시장 경제도 고성장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한 단계 떨어지고 있다. 중국 경제는 지난 30여 년 동안 매년 10% 가깝게 성장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다음 해 세계경제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마이너스 성장(-3.5%)했으나, 중국 경제는 투자 중심으로 10%라는 매우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그러나 문제는 과잉투자의 문제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고정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이후 48%를 넘어서면서 경제 성장을 주도했으나, 수요 부족으로 투자를 많이 했던 기업이 부실해지고 있다. 기업이 부실해지면 뒤따라 기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도 부실해진다. 부실이 쌓이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부실을 처리한 적이 있었는데, 중국도 앞으로 3년 이내에 그런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경제는 1997년 2008년 국내외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높은 환율과 더불어 수출 중심으로 성장했다. 예를 들면 한국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에 35%였으나, 2012년에는 56%(2013년에는 54%로 하락했지만)까지 올라갔다. 이 기간에 한국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1%에서 26%까지 급등했다. 한국 경제가 중국이 높은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수출로 혜택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대중 수출의존도가 이렇게 높아진 만큼 중국 경제가 나빠지면 그만큼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경제성장률이 1% 포인트 하락할 경우 한국 전체 수출증가율 1.7% 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4% 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가치 하락도 한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

2012년 4분기 이후 엔화 가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2012년에 78엔까지 떨어졌던 엔/달러 환율이 최근에서 110엔을 넘보고 있다. 앞으로 미일 경제상황을 보면 엔화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분석해보면 엔/달러 환율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일본과 미국의 본원통화 상대 비율이었다.(**) 경제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올해 10월에 양적 완화를 종료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본 경제는 지난 20여 년 동안 지속된 디플레이션에 탈피하기 위해 돈을 더 찍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에 정착할 때까지 무한정 돈을 공급하겠다는 게 ‘아베노믹스’의 핵심이다. 2007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일/미 본원통화와 엔/달러 환율 사이에는 상관계수가 0.83으로 매우 높았는데, 앞으로 일본이 미국보다 돈을 더 풀면서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엔화 가치 하락은 1~2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한국 수출을 감소시켜왔다. 일본 기업은 엔 약세로 수출단가 인하와 더불어 물량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100엔 환율이 2014년 평균 990.7원에서 2015년 950원으로 하락할 때, 내년 한국의 총수출이 4.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100엔 환율이 이보다 더 떨어져 900원이 되었을 경우는 2015년 한국 수출은 8.8%나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미국 주가 거품 붕괴 가능성 높아

마지막으로 금융시장 여건 하나를 보자. 선진국 경제 중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나라는 미국이다. 2014년 2분기 현재 미국 GDP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2008년 2분기보다 7% 증가했다. 위기 동안 잃어버렸던 일자리도 다 찾았고, 한때 10%를 웃돌았던 실업률이 지난 9월에는 5.9%까지 떨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2009년부터 미국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주가가 경기에 비해 너무 빠르게 올랐다. 그래서 미국 주식시장에서 거품 논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미국 주가와 산업생산은 같은 방향으로 변동해왔다. 그러나 산책 나온 개(주가)가 주인(경기)에 너무 앞질러 가고 있다. 필자가 추정해보면 2014년 8월 현재 미국 주가는 산업생산에 비해 24%정도 과대평가 되었다. 미국 주가가 이 정도로 과대평가된 것은 정보통신혁명으로 거품이 발생했던 2000년대 초반 이후 처음이다. 연방기금금리를 거의 영(0) 퍼센트로 내리고 세 차례에 걸친 양적 완화로 풀렸던 대규모의 돈이 주식시장에 거품을 만들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속빈 물방울은 터질 것이다. 최근 미국 주가가 급락하고 있지만 서막에 불과하다, 2015년 하반기에는 미국 주가 거품이 본격적으로 붕괴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심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현대경제연구원, “2015년 한국 경제의 주요 특징과 경제전망”, 2014.10.2

(**) 김영익, “엔 약세와 한국의 금융시장”, 네이버 전문가 칼럼, 201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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