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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편향 역사교과서의 반안보․반통일적 함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12월13일 21시04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7시48분

작성자

  • 김태우
  • 前 통일연구원 원장, 前 국방선진화추진위원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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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좌편향 역사교과서의 반안보․반통일적 함의

 

 중고(中高)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좌우 논쟁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2015년 11월 3일 황교안 총리는 2017년부터 역사교과서를 현행 검정교과서에서 국가가 편찬하는 국정교과서로 전환하겠다는 고시(告示)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10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에서 행한 2016년도 예산 시정연설을 통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방침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국정화를 위해 빠른 행보를 보이는 것과 비례하여 반대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교조를 위시한 진보성향 교사들이 ‘민주적 다양성 보장’과 ‘국정교과서의 독재 및 친일 미화 우려’를 앞세우고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천명한데 이어, 민노총,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일부 사제 등도 가세하고 있으며, 야당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국정교과서 문제를 정쟁화(政爭化)한 상태에 있다. 이에 보수성향의 단체들은 좌경화된 역사교과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므로 국정화에 찬성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여당도 내부적으로는 이견이 있지만 대체로 정부의 입장에 동조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여론조사의 결과 또한 엇갈리고 있다. 국정화에 대해서는 반대여론이 조금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기존의 좌편향 교과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찬성 여론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역사교과서 문제는 2016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국민을 둘로 쪼개는 민감한 정치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안보통일 차원에서 본다면 세 가지 이유에서 역사교과서의 좌편향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이미 나와 있었다. 첫째, 국정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민주주의적 다양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 제도를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민주주의적 다양성을 해치는 것이다. 둘째, 안보가 국가생존과 국리민복을 담보하는 지고(至高)의 당면과제인 나라에서 건전한 안보관을 잠식하는 역사교과서를 그대로 둔다는 것은 나라가 나라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으며, 셋째, 통일이 궁극적인 수퍼골(super-goal)일 수밖에 없는 나라에서 건전한 통일관을 해치고 국가적 통일역량 함양을 저해하는 역사교과서를 방치할 수는 없다. 

  

 검정교과서 체제의 비민주성  

  현재 고등학교에서 사용 중인 교과서는 교학사, 리베르스쿨, 지학사, 두산동아, 금성출판, 천재교육, 비상, 미래엔 등의 출판사가 제작한 8종이다. 2014년에 좌편향교과서대책위원회와 역사교과서대책범국민운동본부가 공동으로 실시한 비교 분석에 따르면, 교학사가 출판한 교과서가 ‘가장 안전한 교과서’로, 리베르스쿨과 지학사의 교과서가 ‘문제가 있지만 교정이 가능한 교과로’로 그리고 나머지 다섯 개 출판사의 교과서가 ‘헌법과 사실관계의 공정성을 무시하고 반대한민국적 계급투쟁 사관으로 기술되어 부분적 수정으로는 교정이 불가능한 교과서’로 분류되었다. 

  2014학년도 출판사별 교과서 채택현황을 보면, 현 검정제도 하에서 민주주의적 다양성이 오히려 훼손되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가 있다. 2014년 10월 기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취합한 ‘고교 한국사 선정 현황’에 따르면 고등학교들의 90%가 ‘교정이 불가능한 교과서’로 분류된 5개 교과서(금성, 두산동아, 미래엔, 비상교육, 천재교육)를 채택했다. 중도적 시각을 담은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10% 정도였으며,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3개교(0.3%)애 불과했다. 애초에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학교는 20여개였지만 대부분 채택을 취소했다. 이런 현상은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한 검정체제가 도입된 2003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데, 불공정한 영향력이 작용하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검정제도 하에서 각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가 후보 교과서들을 심의하여 우선 순위를 정하여 교장에게 보내면 교장이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학운위는 학부모, 교사, 지역인사 등으로 구성되는데, 심의과정에서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단결력을 발휘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들이 학교장의 최종 확정 과정에서 이런 저런 형태의 압력을 행사해온 것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2014년도에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가 취소한 20여개의 학교들의 경우, 특정 집단의 시위, 학교장에 대한 인신공격, 협박 등 집요한 외압 앞에 선택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편향성과 일방성은 집필진 구성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황교안 총리가 11월 3일 고시에서 밝혔듯 2013년에 한국사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37명중 28명이 2014년에도 집필에 참여했으며, 새누리당의 역사교과서개선특위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집필진의 약 65%가 ‘진보․좌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이었다. 말하자면, 출판사-집필진-교사-외부세력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좌파적 카르텔이 형성되어 기득권을 행사하는 관행이 정착된 것이다. 이런 구조 하에서 수정명령을 통해 올바른 교과서로 바꾸어보려고 했던 교육부의 시도는 처음부터 연목구어(緣木求魚)와 같았다. 2013년 10월 21일 교육부는 2013년 검정본에 대해 829건의 수정권고를 내렸으나 출판사와 집필진이 수용하지 않았거나 수정하는 흉내만 냈고, 이후 교육부가 내린 수정명령에 대해서도 수정명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수전명령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완강하게 저항했다. 이들은 1,2심에서 패했지만 2015년 10월 1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요약컨대, 현재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는 총 17종에 이르지만 민주사관에 젖은 역사학계와 좌편향 출판사 그리고 집필진의 배타적 기득권 행사로 말미암아 사실상 1종의 좌편향 교과서만 존재하는 비민주적 현상이 고착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민주주의적 다양성’을 내세우면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정부로 하여금 ‘국정화 전환’이라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을 들고 나오도록 강요한 것은 특정이념과 배타성으로 똘똘 뭉친 ‘좌파적 카르텔’을 구축하여 교과서 시장을 독점해온 그들 자신들이었다.    

  

 좌편향 역사교과서의 반안보적 함의

  미군의 장교들에게는 장병들에게 애국심과 주적관을 가르치는 것을 주 임무로 하는 정훈(政訓) 병과가 없다. 굳이 유사한 것을 찾는다면 대외홍보 임무를 수행하는 PAO (Public Affairs Officers) 정도가 있을 뿐이다. 미국은 잊을만하면 인종문제가 불거지는 다인종 국가이지만 백인이든 흑인이든 또는 라틴계든 아시아계든 성조기 앞에서는 예외없이 하나가 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시절부터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성조기에 대한 예절을 교육하고 있어 군에서 애국심이나 주적관을 따로 가르칠 필요가 없다. 미국은 패권국가로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군사력을 투사하고 항시 전쟁을 수행하지만, 미군 장병들이 싸워야 하는 대상에 대한 의구심이나 탈영 등의 문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기본적으로 국민이 국가에 대한 자긍심과 충성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이런 전통은 많은 나라들에거 찾아볼 수 있다.

  국가에 대한 자긍심과 충성심은 국가안보의 기본토양이며,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은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든 나라들이 건국일을 최대 국경일로 지정하고 있는 것이나 많은 나라들이 ‘통치하지 않는 군주제’를 고수하는 이유도 국가에 대한 자긍심과 충성심을 고취하기 위한 상징과 명분을 찾기 위해서이다. 어느 나라든 수도에는 건국 공로자나 전쟁에서 공을 세운 사람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하고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없는 영웅도 만들어내려고 애쓴다. 이런 나라의 사람들이 한국에서 벌어지는 역사교과서 논쟁을 보면 매우 생뚱맞다는 생각을 금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생뚱맞게 보이는 선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스라엘, 대만 등과 함께 외부의 침략이나 도발위협에 직면해 있는 고위협군 국가인 한국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자신들을 조국을 ‘지켜야 할 가치가 없는 나라’인양 가르치는 것은 군의 정신전력(戰力)을 훼손하여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중대한 해국(害國)행위가 된다. 

  분단 이래 북한은 한국에 대해 무수한 무력도발을 자행해왔다. 그 중에서도 후세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12대 도발이 있는데, 6.25 전쟁(1950), 북한군 124군 부대의 청와대침투 사건(1968),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1968), 북한군의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1976), 아웅산 묘역 테러 사건(1983), 대한항공기 폭파사건(1987),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1996), 제1차 연평해전(1999), 제2차 연평해전(2001), 천안함 폭침(2010), 연평도 포격도발(2010), 2000년대 이후 빈발하고 있는 사이버 공격 및 전자전 등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역사교과서들은 이런 도발들에 대해 기술을 생략하거나 불충분한 기술 또는 왜곡․축소 기술로 일관하고 있다. 

  한반도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6.25 전쟁과 향후 또 다시 한반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북핵 문제에 대한 왜곡 또는 불충분한 기술이 가지는 문제점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매우 심각하다. 6.25 전쟁은 한국에게 군 사상자 62만 명, 민간인 사망자 24만 명, 북한군에 의한 학살 민간인 13만 명, 부상자 23 만  명, 피랍자 8만 5천 명 들의 인명손실을 강요하고 1천만 명의 이산가족을 발생시킨 남침 전쟁이었다. 그럼에도 금성출판, 두산동아, 미래엔 등의 교과서는 6.25 전쟁 직전 38선을 경계로 남북간 잦은 무력충돌이 자연스럽게 전쟁으로 이어진 것처럼 기술하고 있으며, 북한군에 의한 고의적인 대량학살보다는 한미군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고들을 조명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한국의 역사교과서들은 브루스 커밍스(Burce Cumings)의 이미 폐기된 수정주의적 이론(Revisionist Theory)을 흉내내면서 북한의 책임을 경감시키고자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 역시 비중에 비해 턱없이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으며 북한을 두둔하는 부분들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1994년 제네바핵합의가 사문화된 것을 대북 강경파인 부시 정권의 출범 때문인 것으로 기술한 부분, “1990년대 초반 경제적 어려움과 체제위기를 핵개발을 통해 극복하려 했다”는 부분등은 사실과 다르다. 북한은 제네바핵합의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인 1995년부터 농축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파키스탄과의 비밀접촉을 시작했고 보수파 부시 정권이 이를 간과하지 않았다. 또한, 북한의 핵개발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에 김일성 주석에 의해 기획되어 지금까지 중단된 적이 없는 반세기에 걸친 역사를 가진 사업이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개최된 6자회담을 통해서도 북한이 보여준 것도 ‘협상 따로, 핵개발 따로’라는 이중전략이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북핵을 체제방어용으로만 기술하고 있을 뿐, 대남용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조치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북핵은 핵그림자 효과(Nuclear Shadow Effect)라는 심리적 효과를 통해 남북관계를 지배하는데 유용하고, 대남 무력도발을 반복할 수 있는 배경이 되며, 나아가서는 한국의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을 무력화시키는 수단이 된다. 예를 들어,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은 전면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담한 도발이었는데, 핵보유가 대담성의 배경이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북핵이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의 최대 장애물이라는 사실 또한 매우 분명하다. 북한이 핵위협을 통해 대한민국에게 ‘갑(甲)질’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항구적 상생구도’ 요구나 인권개선, 민주화 등의 ‘변화’ 요구가 쉽게 먹혀들지 않음은 당연한 일이다. 40분의1에 불과한 경제력을 가진 북한이지만 핵위협을 앞세우고 남북관계를 지배하려 드는 것도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정리하면, 현재 한국의 역사 교과서들은 6.25 전쟁을 위시한 북한의 도발, 북핵 문제 등에 대해 민중사관적 왜곡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4만 명의 전사자를 내면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데 기여한 미군의 6.25 참전에 대해서도 부정적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분단의 책임을 미국에게 전가시키는 방향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런 기술들은 학생들의 국가관, 안보관, 대북관, 동맹관 등을 왜곡시키고 군의 정신전력을 훼손하는 토양이 되고 있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나라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절체절명의 안보과제인 한국에서 이런 역사교육이 실시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남북 군사력을 비교할 때 북한군의 양적 우위와 한국군의 질적 우위가 상쇄되고 있다는 평가에 공감하는 편이지만, 한국군의 정신전력이 무너진 상황에서는 이런 비교가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한국의 K-2 전차는 95억 원의 고가품으로 북한이 제작한 천리마 전차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자랑하지만, 전차를 운용하는 장병들이 대한민국을 반드시 지켜내야 할 조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또는 주적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라면, K-2 전차가 천리마를 이긴다는 논리는 전혀 성립하지 않는다. 

 

  좌편향 역사교과서의 반통일적 함의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함께 4대 국정기조를 발표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평화통일 기반 구축’이었다. 통일기반을 구축한다는 것은 한국 스스로의 통일역량 함양, 북한내부에서의 통일역량 축적, 친통일적 국제환경 등 3대 여건이 충족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한국 스스로의 통일역량이며, 이는 통일의 기회를 만들어나가는 국가적 역량과 통일의 기회가 도래하면 평화적으로 이를 성취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 한국은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서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통일역량 함양을 위해 핵심적으로 필요한 것이 국민적 합의인데, 이는 통일의 가치와 비전, 통일의 내용, 통일의 완성도, 통일의 속도 및 과정 등 통일관련 주요 주제들에 대한 합의된 정론(正論)을 중심으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정론이 존재하지 않고 서로 다른 주장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국민, 정치권, 전문가 등이 분열된 상태에서 상반된 주장들이 분출된다면 결코 통일역량을 함양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통일대박론은 통일의 가치와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통일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결론을 얻은 후에도 “어떤 통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주제들은 많다. 

  우선, 통일은 무력사용의 유무에 따라 무력통일과 평화통일로 나눌 수 있으며, 통일의 내용을 기준으로 본다면 자유민주주의 통일, 적화통일, 양쪽 체제를 혼합한 중립통일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통일의 완성도를 놓고 본다면 완전통일과 이론상 완전통일 이전의 중간단계가 될 수 있는 연방제 통일이나 연합제가 있을 수 있다. 통일의 과정과 속도를 기준으로 본다면 북한의 점진적 변화에 이은 합의통일과 북한붕괴로 인한 흡수통일로 나눌 수 있다. 현재 한국은 이런 주제들과 관련한 국민적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혼란 상태에 있다. 헌법 제4조가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중립통일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진보’로 위장한 종북․친북 인사들이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폄훼하면서 은근히 북한주도의 통일을 두둔하는 논리들을 펼치고 있음도 사실이다. 통일의 완성도와 관련해서는 “남북이 하나가 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좋다”는 식의 감성론적 통일관을 표방거나 북한이 대남협상 차원에서 제안한 고려연방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 연방제는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명시한 헌법에 위배되며, 적대적인 두 체제를 묶는 연방제는 사례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북한이 주장해온 연방제는 “1 연방정부, 2 체제,” 즉, 수령독재 체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그대로 둔 채로 연방국가를 만들자는 것인데, 한쪽의 도발을 다른 쪽이 막아내야 하는 상황에서 억지로 두 체제를 한 울타리내로 묶자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전 주민과 군을 대상으로 “남조선혁명을 통한 적화통일 전략”을 고취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연방제 통일이란 한국의 안보장치들과 한미동맹을 해체하기 위한 명분, 즉 적화통일로 가기 위한 중간전략일 수밖에 없다. 

  통일의 과정과 속도에 관해서는 더 많은 혼란이 존재한다. 우선, “합의통일은 좋고 흡수통일은 나쁘다”는 논리가 가지는 문제점에 유의해야 한다. ‘합의통일’이라고 하면 북한이 인권개선, 민주화, 개혁개방 등을 받아들이면서 안정적인 변화를 지속하다가 합의에 의해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수용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북한체제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결과는 흡수통일이다. ‘흡수통일’이라고 하는 것은 북한의 붕괴하고 한국이 북한을 흡수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역시 결과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을 의미하기 때문에 헌법에 명시된 통일방안과 배치되지 않는다. 요컨대, ‘합의통일’이든 ‘흡수통일’이든 결과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흡수로 귀결되는 것이다. 여기서 한국이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남북관계를 악화시켜 통일정책과는 구분되는 대북정책의 중요한 목표인 ‘상생’을 해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논리가 북한이 붕괴하고 북한주민이 자결권 행사를 통해 한국주도의 통일을 갈망하고 국제사회가 이를 지지하는 상황에서도 흡수통일을 기피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서는 곤란하다. 때문에, 이 부분에서의 정론은 “합의통일을 추구하되 흡수통일에 대해서는 추구하지 않지만 조용히 그리고 철저하게 대비한다”라는 것이 되어야 한다. 정부가 원만한 남북관계와 상생을 위해 ‘흡수’라는 표현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음은 당연한 일이다. 경우가 이러함에도 흡수통일을 정말로 나쁜 통일인양 오도하는 세력들이 적지 않고, 이로 인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통일 관련 정론들이 정립되지 못하고 국민적 혼란이 지속되는 중에 좌편향 교과서들은 혼란을 가중시켜 국가의 통일역량 함양을 저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 교과서에는 대한민국 체제의 정통성을 폄훼하고 은근히 북한의 정통성을 두둔하는 표현들이 수없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1946년에 수립된 북조선 임시 인민위원회가 사실상 분단을 선도했음에도 1948년 단독정부를 수립한 이승만 대통령에게 분단 책임을 전가한 부분, 이승만에 의한 1948년 정부수립이 국민, 영토, 주권 등 3대 요건을 갖춘 대한민국의 건국임에도 이를 건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북한정권의 수립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건국’으로 인정한 부분, 북한이 토지개혁을 단행하면서 개인의 토지를 무상으로 몰수한 후 재분배하면서 소유권을 부인하고 경작권만을 주었음에도 이를 ‘무상 분배’로 미화한 부분, 주체사상에 대한 친절한 소개를 담은 경우, 김일성 주석보다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비난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한 부분, 박정희의 산업화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 부분, 북한의 인권 부재 상황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유독 한국의 독재와 인권 문제를 강조한 부분 등 편향적 기술들은 열거하기조차 힘들만큼 많다. 

  정리하면, 현재의 역사교과서들은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평화통일에 대한 국민적 확신을 바탕으로 통일역량을 함양해야 하는 시기에 학생들에게 반한․친북 역사관을 주입시킴으로써 통일로 가는 길을 가로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음 세대의 주역이 될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의 체제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기보다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역사교과서들을 방치한다면,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향한 통일역량 함양이란 한낱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맺으며

  모든 것을 종합할 때, 현 좌편향 역사교과서들이 가진 반민주․반안보․반통일적 함의는 심각하다. 검정체제 하에서 구축된 좌파적 카르텔은 교과서의 집필, 제작, 판매 등을 독점하면서 그들 스스로가 주장하는 ‘민주주의적 다양성’을 묵살해왔고, 안보와 직결되는 이슈들에 대해 반한․반미․친북적 기술로 일관함으로써 군의 정신전력을 훼손하고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동시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경제성장을 폄하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위해 국민의 마음을 모아야 할 때에 오히려 국민적 혼란을 가중시키는 반통일적 역할도 수행해 왔다. 때문에 정부가 올바른 역사교과서 만들기에 나선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교과서를 수정하는 방법이 반드시 국정화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이런 반론은 제3의 대안들이 있다는 전제 하에 제기하는 것이 논리적일 것이다.    

  이번 논쟁을 계기로 지금까지 좌편향 교과서를 주도해온 역사학자, 출판사, 교사, 지원세력 등은 자신들을 향한 국민의 궁금증에 대답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유일하게 건국기념일이 없는 나라로 남아 있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이며 이것이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140여 개 나라 가운데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현대사의 기적을 이룬 나라는 오직 한국 뿐인데, 한국의 정통성을 깍아내리거나 북한의 체제보다 열등한 것으로 기술하는 것이 정직한 것인가. 조국에 대해 날카로은 비판을 표출하고 다녀야 근사하게 보일 것으로 믿는 것일까. 그토록 많은 장병들이 나라를 지키다가 희생되었고, 그리고 그토록 많은 기업들이 태극기를 앞세우고 메이드인 코리아의 위용을 세계만방에 떨쳐왔는데, 그리고 그토록 많은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따고 태극기를 흔들며 감격했는데, 아이들에게 대한민국과 태극기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인가. 모든 것을 떠나, 그들은 자신들이 누려온 카르텔도 안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가능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국정화 추진과정에서 노출된 정부의 문제점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교과서의 내용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적의 당위성보다는 ‘국정화’라는 수단이 논쟁의 핵심의제로 부각되게 한 것은 단순한 홍보상의 포지션잉(positioning) 실수라고 하더라도, 사전 노력의 부족, 적극성의  부족, 소통의 부족 등은 지적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교육부가 사전 노력을 통해 널리 학부모들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면, 전문가들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핵심이슈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기간을 가졌다면, 그리고 안보통일 프레임에서 편향된 역사교과서가 가지는 반안보․반통일적 함의와 그것이 의미하는 위험성을 제대로 홍보했더라면, 국민의 과반수가 교과서 내용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에는 찬성하면서도 국정화에는 반대하는 난해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좌편향 역사교과서를 개정하는 것은 남북대치라는 준엄한 현실 속에서 생존해나가야 하는 대한민국에게 있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운명적인 것이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여론의 향배에 따라 결정할 문제도 아니다. 어떤 역사교과서로 자라나는 아이들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문제는 국가생존 문제나 통일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볼 여력이 없는 또는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분석을 행할 전문성을 가지지 않은 일반국민들의 선호도 투표에 따라 결정할 사안은 결코 아니다. 안보가 최대의 국가적 당면과제이고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이 궁극적 목표인 이상, 정부는 여론의 향배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기보다는 사안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올바른 방향으로 여론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다져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육부는 ‘영혼이 없는 부처’라는 비난을 듣지 않도록 열과 성의를 다해 교과서 수정에 나서야 하며, 정치권도 선거를 의식한 여론 살피기에 연연하기보다는 안보통일 차원에서 하나로 뭉쳐 부질없는 논쟁을 종식시키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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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12월13일 21시04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7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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