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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의 신뢰성을 높여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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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7월26일 09시49분
  • 최종수정 2016년07월26일 10시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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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추경은 ‘계륵’이다

  후한서(後漢書)》 양수전(楊修傳)에 조조의 막사에 부하 장수가 들어와 밤에 쓸 군호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 묻자, 마침 닭 갈비를 뜯고 있던 조조가 “계륵”이라고 답했다는 고사가 있다. 이 고사에 유래하여 ‘계륵’은 흔히 먹자니 별로 먹을 것이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을 빗된 말로 쓰이고 있다.

  이번 추경도 경기를 진작하는 효과로는 별로 효과가 크지 않고, 그렇다고 조선업 구조조정 등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내수 위축요인을 앞두고 추경을 하지 않고 그냥 있을 수도 없다는 점에서 ‘계륵’과 같다고 할 것이다. 

  왜 추경에 별로 먹을 것이 없다고 하는가? 총재정보강 규모는 28조원이지만, 일자리 창출과 민생안정에 직접 지출되는 예산은 1조 9천억원에 불과하며, 구조조정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다 포함해도 6조 1천억원에 그친다. 따라서 추경 내용만 두고 보면, 경기진작을 위한 추경이 필요해서라기보다 금년 예산에 반영하지 못한 과제(대표적으로 지방재정 보강 3조7천억원) 들을 기왕에 편성하는 추경의 규모를 확대하는데 포함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런 결과로 야당도 추경을 반대하지니 명분이 없고, 한편 경기진작 효과가 부족하다고 추경 규모를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추경의 효과에 대하여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타당성이 없다. 그러니 찬성과 반대, 그 어느 편도 제대로 못하고 다른 사안으로 시비를 가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추경의 특징   

  이번 추경에서 주목되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부채를 축소하는 추경이다. 추경이라면 예정에 없던 재정지출을 발생시키는 것이므로 당연히 재정적자를 예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추경의 경우 재원으로 금년의 초과세수 9조 8천억원과 세계잉여금(歲計剩餘金) 1조 2천억원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특히 추경으로 국채 1조 2천억원을 상환하여 국가채무비율을 기존 계획보다 0.8%p 낮출 계획이다. 작년에는 11.8조원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9.6조원을 국채 발행으로 편성했던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둘째, 경기진작을 위한 추경은 통상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SOC 사업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 왔으나, 이번 추경에서는 SOC 투자사업이 없다. 즉 사업의 타당성 없이 재정지출 자체를 위해 급조된 낭비성 투자사업은 없다는 것이다. 

  셋째, 추경 재정보강 규모(17조원)가 추경(11조원)보다 크다. 정책금융 지원(12.4조원)과 기금 여유 자금 활용(3.3조원) 등 재정지출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시장경로를 통하여 수요 진작 효과를 낼 수 있는 재정보강 수단으로 17조원을 투입한다. 작년 추경에서는 재정보강 수단으로 6.8조원을 공급하는 것과 비교하면 금년 추경에서는 재정보강 수단이 13.7조원으로 크게 강화되었다.

 

추경의 신뢰성 문제

  국내 경기 위축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작년에는 메르스의 충격, 금년에는 조선 구조조정 등 내수 경기를 위축시키는 충격요인이 거의 매년 발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추경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편성되었다. 기업 구조조정이 조선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만큼 이대로 간다면 내년에도 추경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민간소비 위축에 대응하는 추경 편성이 연례화 함에 따라 추경의 효과에 대하여 보다 신뢰성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작년 추경에 기재부는 금년 추경과 거의 같은 규모(11.8조원)의 추경을 포함하여 총 22조원의 재정보강의 효과로 6만6천개의 청년 일자리를 포함,  모두 12만4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고용효과와 2015년 0.3%p, 2016년 0.4%p의 성장률 제고 효과를 거둘 것으로 발표하였다. 반면에 금년 추경에 대해서 기재부는 작년보다 6조원이 더 많은 28조원의 총재정보강을 투입할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예상되는 일자리 창출은 작년 예상 일자리의 절반에 불과한 6만8천개에 그치고, 경제성장률 기여도도 올해와 내년에 각각 0.1%~0.2%p를 높이는데 그칠 것으로 발표하였다.

  추경 효과를 어떻게 추정했는지 알 수 없으나,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추경규모는 작년과 거의 같고 총재정보강 규모는 작년보다 6조원을 더 투입하고도 예상되는 일자리 창출 효과와 성장률 제고 효과가 작년의 절반수준에 그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작년 예상치가 과다한 것인가? 아니면 금년에 예상치를 과소평가한 것인가? 추경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기재부는 이 의문에 대해 국회와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마땅하다.

 

작년 추경의 효과 평가가 있어야 한다

  국회가 추경에 대하여 ‘계륵’처럼 어물적한 입장을 취하거나 다른 건으로 시간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차제에 추경의 틀을 제대로 정립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그것은 작년 추경의 효과에 대한 정부의 실증적 보고를 요구하는 것이다. 추경의 효과를 평가하지 않고 예산 전체에 대한 결산 속에 포함되어 슬쩍 넘어 가고, 또 다음 해에 추경을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국민소득계정 상으로 정부지출은 2014년 10.3조원이 증가하였으며, 성장기여도는 2014년 0.3%p였으나, 2015년에는 12.4조원이 증가하고 성장기여도는 0.7%p로 높아졌다. 과연 추경의 마중물 효과는 얼마나 되는가? 정부는 추경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는가? 국민은 궁금하다.

  추경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충격 등 추경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추경이 연례화 되어 가는 만큼 정부가 추경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내고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추경이 될 수 있도록 틀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추경이 갖추어야 할 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난 추경의 효과를 평가하여 어떤 지출이 어떤 효과를 거두었으며, 어떤 재원이 더 효율적인지 평가하여 국회와 국민들에게 보고함으로써 추경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높이는 것이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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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7월26일 09시49분
  • 최종수정 2016년07월26일 10시12분
  • 검색어 태그 #추경#효과검증#신뢰성#SOC#내수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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