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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의 블랙홀 : 단기부동자금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7월25일 18시25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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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 유례없는 박근혜 정부의 완화적 통화공급정책

 

박근혜 정부 들어 단기부동자금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5월 말 현재 단기부동자금은 약 959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15조 이상 늘어났고 2016년 1-5월 동안에만 26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현재 단기부동자금을 항목별로 들여다보면 ① 수시입출 저축성예금 454조3천억, ② 요구불예금 188조6천억 ③ 현금 80조 ④ 머니마켓펀드(MMF) 70조, ⑤양도성예금증서(CD) 20조 2천억, ⑥종합자산관리계좌(CMA) 44조4천억 기타 101조 5천억원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결국 단기부동자금의 약 절반(454조원)은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임을 알 수 있다. 단기부동자금은 2009년과 2012년 사이 3년 동안은 650조 전후에서 크게 변동이 없었으나 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부터 부동자금이 폭증했다. 2012년 부동자금은 666조 3천억원이었으나 매년 50조원 이상이 늘어났으며 특히 2015년 1년 동안에는 무려 137조원이나 급증했다. 이는 2009년 서브-프라임위기 당시의 단기부동자금 증가액(107조 6천억)을 훨씬 능가하는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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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드러나는 완화적 통화정책의 한계 : 회전율의 하락과 통화승수의 하락

 

금융권의 단기부동자금이 급증한다는 것은 ① 한은이 시중에 통화공급(현금 및 지불준비예치금)을 늘였다는 점과 ② 시중은행에 요구불예금 및 저축성예금이 늘어났다는 점과 ③ 제2금융권의 예치금 등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중요한 것은 한국은행의 완화적 통화공급정책이 활발하게 기업과 경제영역으로 스며들지 않고 금융권에만 정체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정책당국이 자금을 확대공급해도 기업 등 실물부문으로 흘러들어 가기보다 대기성 자금으로 정체된다는 점이다. 이를 가장 잘 드러내 주는 통계가 요구불예금 회전율의 하락이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이란 일정 기간 동안의 요구불예금인출액이 그 기간 평균잔액에 대비하여 얼마나 되는가 하는 것을 나타내는 비율이다. 예를 들어 일정기간 동안 인출액이 100억 원이고 그 기간 평균예금잔액이 20억원이었다면 회전율은 5(=100억/20억)이 된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요구불회전율은 2010년 34.8배에서 지속적으로 떨어져 2015년에는 24.3을 기록했다. 회전율이 떨어진 근본원인은 인출증가폭보다 예금증가폭이 훨씬 높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즉, 요구불예금은 들어오기만 할 뿐 나가는 것이 매우 더디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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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풀린 자금이 얼마나 잘 도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통계로 통화승수가 있다. 통화승수란 통화를 본원통화로 나눈 값인데 M2승수의 경우 금년 5월은 17.0배로 2015년 5월 통화승수 18.5배보다 급격히 떨어지면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3) 명백한 통화정책의 한계 : 통화정책의 블랙-홀(Black-Hole)

 

요구불예금의 회전율과 통화승수의 추세적 하락은 결국 한국은행의 완화적 통화공급정책이 적어도 지금까지는 아무런 실물경제에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 채 금융기관의 저장고안에 쌓여 가기만 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음을 말해준다. 시중에 자금을 무한정으로 풀고 초저금리를 적용해도 기업의 생산이나 투자확대나 가계의 소비를 늘이지는 못한 채 예금형태로 잠기기만 하는 ‘통화정책의 블랙-홀(Black-Hole)현상이 지속될 뿐이다.

 

이제 더 이상 효능이 없는 양적 통화완화정책은 접어야 한다. 양적 완화 정책 대신에 질적 완화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첫째로,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그동안 과도하게 풀린 본원통화의적절한 회수가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조심스럽게 한국판 양적회수정책을 시작해야 한다. 둘째, 정책자금공급이 금융권이 아니라 기업과 같은 자금수요자에게 직접 닿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밀턴 프리드만이 1969년 제안한 ‘헬리콥터-머니’ 통화공급의 정신은 다시 한 번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끝으로, 실물경제의 위축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확장적 재정정책과 함께 추진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확장적 재정정책 또한 소수의 기업에게만 혜택이 가고 대다수 중소기업과 서민이 소외되는 확장적 재정정책이라면 무슨 실물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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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7월25일 18시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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