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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기금의 주식투자, 어디까지 할 것인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8월25일 18시2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20시19분

작성자

  • 오성근
  •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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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국민연금기금의 주식투자, 어디까지 할 것인가?

 

 모든 투자에는 위험이 따른다. 국민연금기금(이하 기금)투자는 위험부담 순으로 채권투자 대체투자 주식투자로 구분된다. 채권은 만기보유가 원칙이지만 이자율변동 등에 따른 위험을 완화시키기 위해 중간에 조정하기도 한다. 주식도 5년 100% 수익이 평균목표지만 해당종목의 보유비중이 시장비중에 비해 지나치게 높거나 낮아지면 도중에 처분하기도 한다. 부동산 인프라 벤쳐사업 등에 투자하는 대체투자 역시 회임기간이 긴 편이지만 필요시 약정기간 전에 처분하기도 한다. 모두 안정성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투자위험관리활동이다.

 

장기안정수익확보가 목표인 기금운용의 핵심과제는 투자위험관리다. 투자위험관리가 결국 기금의 투자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안정성이 최우선인 기금으로서는 수익성확보만을 향해 돌진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웬일인지 요즘엔 기금을 알 만한 분들도 기금수익성만 거론한다. 안정성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압도적인 규모 때문인지 신문들도 기금수익률에 관한 것이라면 자세히 따져보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인다. 급기야는 현재의 운용시스템을 문제 삼기도 한다. 작년 말 2013년 세계 11대 연기금 중 기금운용실적 꼴등 보도이후의 일이다. 

 

결국 자산운용과 기금에 대한 무지 때문이다. 세 가지다. 우선 비교는 동류끼리 하는 것이다. 기금만 전 국민 대상 순수기초연금일 뿐 직역연금이나 국부펀드 등과 뒤섞여있다. 이해당사자의 수가 다르다. 운용결과가 미치는 영향의 폭과 깊이가 다르다. 운용목적 투자전략 자산구성이 다르다. 아마 규모만 따진 것 같다. 또한 기금은 우수한 단기실적보다 안정적인 장기실적이 중요하다. 어떤 나라에서도 시장평균과의 비교는 하지만 1년이고 몇 년이고 간에 다른 나라 연기금들과 우열비교를 한다는 말은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그들은 특히나 단기 평가하지 않는다. 위험한 주식투자를 하는 장기 포트폴리오를 단기 평가하는 것은 큰 의미도 없고, 이치에도 어긋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금간의 상대평가는 좋을 것이 없다. 비교는 경쟁을 부르고 경쟁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을 걸으며 가시에 찔리지 않으려면 자신의 발에 맞는 튼튼한 신발 한 켤레만 신으면 된다. 길을 온통 융단으로 덮을 일이 아니다. 각자의 포지션을 성실하게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자산운용의 기본이다. 무지 때문에 치러야 할 대가는 실로 측량하기 어렵다. 

 

생산기업의 투자가 이익창출로 이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그동안 기업환경은 끊임없이 변하기 마련이고 주가도 이를 반영해 오르내린다. 주식 투자를 단기 평가해서는 안 되는 근본이유다. 주식투자로 성과를 내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그들은 투자대상에 대한 믿음이 남아있는 한 투자자산 가격변동의 위험을 안고 기다린다. 가입자가 용인하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의 성과는 단기에 나지 않지만 오래 기다리면 채권투자에 비해 기대수익이 높다는 것을 모두 알기 때문이고,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기금수익성만 따지는 것은 결국 위험한 주식투자를 늘리라는 주문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우리도 그들처럼 준비되어있는가? 주식투자를 능수능란하게 처리할 수 있는 산전수전 다 겪은 자산운용전문가는 충분히 확보되어있는가? 주식투자로 인한 오르내리는 기금성과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고 최후의 성과만을 바라며 오랫동안 참고 기다릴 수 있는가? 의문이다. 아마 둘 다 아니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수익성을 앞세워 운용하다 시장이 뒤집히면 어떻게 될까? 아수라장 대혼란이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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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주식투자 증가로 기금수익률이 시황에 민감해지고 있다. 장기안정수익률 유지라는 기금운용목적을 되돌아보고 투자원칙을 재점검할 때다. 주식투자는 수익과 함께 위험(수익변동성)도 따른다. 주가결정요인은 수없이 많고 미래는 불확실하며 기업수익실현은 시간이 걸린다. 주식투자는 시간과의 싸움이며 불확실성과의 투쟁이고 시장과의 전쟁이다. 기금운용은 지구전이 될 수밖에 없다. 기금은 끝나는 날까지 매일 입출금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올바른 철학, 적정한 이론, 효과적인 실천지침의 단단한 갑옷을 입고 전장에 나서야 한다.

 

세상만사 희생과 고통이 따르는 법. 매사 대가를 치러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오늘 위험에 맞서 힘들여 싸워 이기고 나서야 내일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미인을 얻으려면 용기백배 전심전력해야 한다. 위험이 바로 수익의 원천이다. 내일의 수익은 오늘의 위험부담에 대한 보상Risk Premium인 것이다. 주식투자는 성공하기 어렵다. 주가변동에 현혹되어 자제력을 잃고 판단력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로 성공하려면 먼저 자금성격이 위험과의 싸움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가늠해보아야 한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투자해야 한다. 초장기기금을 단기 평가나 상대 평가하여 경쟁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감당할 수 없는 무리한 투자로 내몰려 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전후에는 해당기업 상황과 해당기업에 영향을 미칠만한 제반주변상황을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 나무와 숲을 함께 살펴야 하는 것이다. 개인 혼자서 이러한 일들을 모두 처리하기는 어렵다. 조직화해야 한다. 기관투자가가 유리한 이유다. 그러나 기관투자가의 과거실적통계(미국)는 조직집단의 허상과 전문가의 함정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의 경우도 대동소이하리라고 생각된다. 시장 종합지수보다 높은 운용실적을 기록한 것은 전체의 20%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80%는 시장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을 기록하였다. 전문가인데도 80%가 실패한 것이다. 원인이 무엇일까?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감당할 수 없는 투자로 노심초사 잠 못 이루며 에너지가 흩어져버린 것, 그리고 정작 중요한 일에 써야할 에너지를 중요하지 않은 일에 헛되이 낭비해버린 것이 그것이다. 이를테면 집중력이 흩어져버린 것이다. 집중력은 운용성과를 만들어내는 기초에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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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을 벗어나 쓸데없이 장시간 이어지는 수많은 회의, 운용성과에 오히려 해가 되는 것도 모르고 투자종목을 교체하고자 노력하는 수많은 분석검토 작업, 아집 독단 독선이 야기하는 조직원간의 갈등과 마찰 등 목적달성을 해치는 중요하지 않은 일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익숙한 풍경이 아닌가. 여기에서도 20만 집중하고 80은 낭비한다는 20대 80의 파레토법칙이 확인된다. 80의 낭비 없이는 20의 집중을 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라고나 할까. 어쩌면 이는 우리가 지금의 우리인 채로 머물러 있는 한 해결책이 없는 과제인지도 모른다. 

 

결과는 원인가운데 존재하는 법. 중요한 일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기금운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기금가입자보호 말고 달리 무엇이 있을까? 기금의 주식투자비중은 기금가입자보호라는 운용목적에 따라 정할 일이다. 위험하기도 하려니와 전문가도 실패하기 쉬운 것이 주식투자다. 제아무리 기대수익이 높더라도 끝까지 참고 기다릴 수도 없으면서 지급해야 할 부채인 기금을 위험이 따르는 주식투자에 지나치게 크게 투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안정성이 훼손되지 않을만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내의 주식투자가 상한선이다. 

 

기금운용의 지상과제는 장기안정수익확보로 기금가입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무위험채권투자로 장기안정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면 기금이 구태여 주식투자로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암울한 국내외 경제상황으로 기업생산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투자활력도 바닥이다. 저금리상황지속으로 싫어도 해야 하는 주식투자다. 싸워 이길 만큼만 투자해야 한다. 그래도 어려운 싸움이다. 오늘의 행위가 내일을 결정한다. 감당할 수 없는 투자로 화를 자초하지 않도록 항상 경계심을 늦추지 말 일이다. 큰 둑과 공든 탑이 저절로 무너지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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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8월25일 18시2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20시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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