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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호수에 외로운 백조(白鳥)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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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7월26일 20시47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21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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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호수에 외로운 백조(白鳥)

 

  무심한 바람에 무슨 마음이 있을까마는 태풍 ‘찬홈’은 ‘효자’라는 칭송을 얻었다. 긴 가뭄과 때 이른 무더위를 잠시 잊게 한 고마움 때문이다.

 

 자연의 태풍은 필리핀 근해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한국 정치기상학의 바람은 여의도를 중심으로 회전한다. 의회에서 바람이 인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증표이다. 다만 19대 국회의 바람은 주로 방향을 종잡기 어려운 광풍이어서 국운에 길(吉)하게 움직이지 않는 특성이 있다.

 

 여의도 바람이 북한산 남쪽 기슭 맞바람에 부딪치면 특급 태풍으로 증폭된다. 얼마 전 여당원내 대표의 언행은 보수진영입장에 보면 분명히 지탄받을 만한 ‘찻잔 속 바람’이었다. 그것을 본격적 태풍으로 키운 것은 맞바람이었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를 다시 보아야 한다. 두 달 전만해도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중론이 있었다. 보수원리주의가 지배하는 공화당은 고사하고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대통령 지지도가 낮았다. 이러한 의회를 상대로 끈질긴 물밑 작업 끝에 통상협상법안을 통과시켰다. 더구나 야당의 주도적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말이다. 오랜 숙제이던 쿠바와 국교를 정상화하고, 이란과 핵협상도 성사시켰다. 대법원 판결로 ‘오바마 의료법’도 법적 기초가 굳어졌다. 더구나 총기난사 추도식에서 그가 즉흥적으로 부른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인종의 벽을 넘어 심금을 울리는 감동이고 힐링이었다. 잔여 임기 1년 반 정도의 오바마는 역사상 긍정적으로 평가될 만한 치적을 차분히 쌓아가고 있다.

 

 잔여 임기 2년 반의 서울 정부는 어떠한가?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오해 살만한 이부자리 잇은 밖에 내다 걸지 말라는 격언을 잊고 있다. 마주앉아 담화 나누는 것과 공개적으로 내치는 것은 사뭇 다르다. 진심어린 승복을 받으려면 남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찬동하지 않더라도 들어주는 성의는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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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 위에 미끄러지는 백조의 모습은 우아하다. 백조의 멋진 모습은 물밑으로 물갈퀴 다리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기에 가능하다. 서울의 백조는 다리가 없거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리 공들여 일해도 항상 외롭다.

 

 행정부 수장과 여당 간부 간의 회동이 몇 달 만에 성사된다고 대서특필되거나 야당과 대화는 거의 단절되어있는 상황은 비정상이다. 그래서 헌법 제일조를 운운하며 사퇴하는 자가 인기 몰이할 수 있는 틈이 생긴다. 

 

 잔여 임기는 오바마 대통령보다는 길다. 물밑에서 열심히 일할 물갈퀴 인사들을 제대로 발탁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들에게 일할 유인을 주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오늘 날 꼬이고 꼬인 정국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국회 선진화법, 세종시 문제, 좌(左) 클릭 성향의 일부 대선공약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미운 오리새끼 시절을 돌이켜 자업자득을 반성해야 백조가 성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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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지않아 잠룡들이 기지개켜는 소리가 귓가에 울릴 것이다. 그래도 할 일 제대로 하고, 외로운 하산 길 채비를 챙겨야 한다. 바꾸고 버려야 한다. 진정 버릴 수 없는 것마저도 버려야 한다. 그것이 수첩이든 사람이든 불문하고 말이다. 고만고만한 인사들을 불러 모아 지시하고 고분고분한 응답을 듣는 상명하달(上命下達)분위기가 국민의 감동을 자아낼 수 없다. 역사상 위대한 지도자들은 아까운 것을 버리기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짧지만 시간은 아직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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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7월26일 20시47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21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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