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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 어떻게 높일 것인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7월23일 17시18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21시04분

작성자

  • 오성근
  •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메타정보

  • 31

본문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 어떻게 높일 것인가?

 

 국민연금은 지속가능한가? 크게 세 가지 위협요인이 있다. 저부담 고급여체계로 짜여있는 제도 자체의 문제, 출산율저하와 인구노령화로 인한 인구구조문제, 그리고 날로 커지고 있는 기금의 운용문제가 그것이다. 하나같이 모두 만만찮은 문제들이다. 이러한 도전과제들을 극복하지 못하면 지속가능성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모두 함께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애초 가입을 적극 유도할 목적으로 가입자에게 후하게 설계되었던 국민연금은  그간 ‘더 내고 덜 받고 천천히 받는’ 방향으로 두 차례 제도를 수정하였다. 재정안정화로 지속가능성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저항에 부딪혀 수용가능한 선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는 우리보다 앞선 다른 나라들도 보편적으로 취하는 고육지책이다. 어느 나라고간에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인구구조문제는 금방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만의 문제는 물론 아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범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자연현상인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간단하고 쉬운 문제가 아니다. 기금운용문제 또한 쉬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추가적인 제도개선검토와 함께 이 두 문제 모두 진지하게 해법을 모색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제도개선 여지는 충분한 편이다. 우리의 경우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가입자의 연금보험료 부담이 아직도 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또 같은 방향으로 수정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금수령액이 적어 용돈연금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다 노인빈곤이 심각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공무원연금개혁당시 국민연금과의 연계안이 불러왔던 혼란이 아직도 생생하다. 

 

국민연금은 세대 간 상호부조원칙으로 유지되는 제도이므로 가입자 모두의 역지사지가 요구된다. 모두 적게 내고 많이 받고 빨리 받으려고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래가지고는 지속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제도유지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 국민연금은 서로 돕고 상생하자고 만든 제도이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모두 한 발짝씩 뒤로 물러서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만 생각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현실은 우리를 멈추게 만든다.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 3백만 명이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고 있다.(노령인구=전인구*12%=6백만 명) 고독과 가난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노인자살률 세계 1등이다. 참혹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이 정도면 개인문제라고 할 수 없다. 사회문제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들 중 다수는 국민연금에도 가입하지 못한 사회소외계층이다. 기초연금이 그래서 도입됐지만 태부족이다. 아예 국민연금제도의 틀 자체를 바꿀 수는 없을까? 국민연금은 노령연금, 장애연금, 유족연금으로 지급된다. 이 중 80%가 노령연금으로 대부분이다. 어차피 용돈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불평이 많은 노령연금이다. 지속가능성을 늘리자고 지급액을 더 줄일 수 있을까?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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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구조문제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에 큰 문제를 던지고 있다. 연금납입자수가 줄어들고 수급자가 더 오래 연금을 수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출산율저하와 인구노령화가 지금 추세대로 이어진다면 우리나라는 장차 인구가 감소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구구조문제는 비단 국민연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용의주도한 종합대책이 절실하다. 

 

요즘 청년실업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인생출발점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괴감이 오죽할까?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들도 힘들다. 사회적 비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결혼도 늦어지고 있다. 이혼율도 높다. 세계 1등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고 책임감도 없는 것이다. 이것이 개인만의 문제일까? 경제구조 내지는 사회환경 문제가 아닐까?  

 

어설프지만 문제를 풀어갈 바탕이 되는 상식적인 처방을 열거해본다. 정치적으로는 뚜렷한 비젼을 제시하여 내일은 달라지겠다는 희망이 넘치게 한다. 경제적으로는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꾀하여 소득양극화를 좁혀간다. 사회적으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무한경쟁을 지양하고 서로 공감하고 소통케 한다. 문화적으로는 자기성찰로 자신의 모습을 아름답게 가꾸어나간다. 쉽지 않은 일들이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잃는 것이 더 많다면 안 될 일이다. 지금 우리는 조그만 것을 얻는 대가로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앞만 보고 치달려온 무한질주의 끝은 어디일까? 물질적인 풍요로움보다 정신적인 안온함이 더 높은 가치가 아닐까? 인구구조문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생각들이다. 근원적이고 총체적인 해법이 필요해 보인다.

기금운용문제 역시 오랫동안 논의만 거듭해왔지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세 가지 문제 모두 어느 것 하나 해결하기 쉬운 것이 없다. 제도개선이나 인구구조문제를 해결하기가 난감해서인지 요사이 기금운용에 대한 갑론을박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자칫 잘못하면 일을 크게 그르칠 수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청된다.

 

지금 기금은 500조를 육박하고 있다. 세계적인 규모다. 더구나 앞으로 30년 동안 계속 늘어나 2043년에는 물경 2500조에 달할 전망이다. 지금도 규모자체가 이미 커다란 리스크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금투자분산은 전 세계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고 투자환경은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갈수록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그만 논란을 그치고 속히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 

 

제도문제나 인구구조문제의 구체적 개선책에 관해서는 관계 전문가에게 맡기고, 필자는 기금운용으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여나갈 수 있는 몇 가지 평소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최선의 기금운용시스템을 모색해온지는 오래다. 10년도 더 되었고, 2007년 말에는 거의 문턱까지 갔다가 무산된 일도 있었다. 금년 들어 다시 기금운용공사설립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두 번이나 연기한 설립안을 산하기관 보건사회연구원의 입을 빌려 발표했다. 그러나 필자 생각은 다르다. 현재의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 개선하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새로운 시스템구축에 따른 여러 위험 때문이다. 활발한 토론이 이어져 이번에는 매듭지어졌으면 좋겠다.

 

우선 명확히 해야 할 사항이 있다. 국민연금기금의 관할부처 문제다. 원래 기획재정부 관할이었다가 1997년 IMF의 권고로 보건복지부로 이관되었다. 다른 나라 연기금의 예에 따른 권고였다. 그 후 기획재정부는 틈만 나면 기금운용관할권을 되찾으려 해왔고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는 시장에 떠도는 풍문으로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사실이라면 안 될 일이다. 

 

IMF 때문이 아니다. 국가 예산권을 가지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거대기금관할권도 가지게 되면 국가 전체적으로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금가입자 이익보호 이외의 다른 용도로 기금이 전용되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차단시켜야 한다. 결국 제 눈 찌르기고 누워 침 뱉기다. 염불에는 관심 없고 잿밥에만 눈먼 볼썽사나운 기금관할권 다툼을 그쳐야 한다. 

 

현재의 기금운용시스템을 그대로 유지 개선하는 것이 최선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최상위 의결기구 기금운용위원회부터 집행기구 기금운용본부에 이르기까지 지배구조 상하부를 공히 개선해야 한다. 개선 포인트는 기금운용지배구조의 위아래를 가지런히 전문화시켜 ‘전문가에 의한 전문가의 통제 및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직하는 것이다. 

 

먼저 기금운용 지배구조의 상부 기금운용위원회 문제다. 현재의 기금운용위원회가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지는 오래다. 대표성이 결여되지 않도록 하면서 전문성을 높이되 구성위원을 지금의 20명에서 반 정도로 줄여 의사결정의 집중력을 높여야 한다. 기금운용위원회 직속으로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다수 설치하여 전문성을 더욱 보강할 수도 있다.  

 

거대기금운용에 전문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부는 그런대로 전문화되어있으나 상부는 그렇지 못하다. 거대기금 운용시스템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우리 같은 데가 없다. 현재의 기금운용위원회로는 거대기금의 운용 콘트롤 타워 구실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운용능력도 딸리는데 기금만 커지고 있다. 한시바삐 개선해야 한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있다.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복지부장관이 맡는 것이 옳은가? 전문성측면에서 본다면 문제가 많아 보인다. 비전문가로서는 쉽지도 않고 복잡한 거대기금운용의 최고투자의사결정을 다른 일도 많은 장관이 올바르고 신속히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기금운용현장에서 매일 기금운용을 관리감독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게 위임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기금운용본부는 어떤가? 기금운용위원회와는 좀 다른 모습이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기금운용위원회의 결정사항을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조직 인력 등을 재정비해야 한다. 투자의 전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 관리할 수 있도록 조직을 전반적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일을 할 줄 아는’ 전문가들이 ‘일을 빨리 잘 할 수 있도록’ 조직해야 한다. 그러나 그전에 할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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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운용의 가치체계를 정립하는 일이다. 올바른 가치체계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기반이다. 주춧돌을 깊게 바로 놓지 않으면 사상누각이다. 모든 큰 일이 그러하듯 기금운용 역시 철학 이론 실천체계를 고루 갖춘 가치체계를 올바로 세우는 것이 최우선이다. 운용철학은 운용성과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데 두어야 한다. 가입자이익보호가 기금운용의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이다. 

 

운용철학 구현을 위한 이론이야 분산투자와 집중관리가 아닐까? 매사 큰 것은 나누어 관리하는 것이 동서고금의 원칙이고, 투자자산은 치밀하게 관리하여 성공적으로 회수해야하기 때문이다. 분산투자는 근본적으로 위험회피전략이며 거대기금의 기본운용전략이다. 관리 가능한 범위내의 적정 분산투자로 투자위험을 줄이고 투자자산을 집중관리하여 수익극대화를 도모해나가야 한다. 

 

실천지침은 철학과 이론에 따라 정하면 될 일이다. 세 가지를 권하고 싶다. 운용현장에서 마음에 새겨 잊지 말았으면 하는 것들이다. 1. 모르는 것은 하지 말 것. 지피지기 백전불태. 충분한 사전검토로 투자대상을 완벽하게 파악해야 한다. 정확히 알기도 전에 모른 채로 섣불리 일을 저지르면 안 된다. 탐욕이 앞서면 잘 알지도 못하는 것을 서둘러 하게 된다. 망하는 지름길이다. 

 

2. 눈앞의 작은 일을 정성들여 할 것. 물은 100도가 되지 않으면 끓지 않는 법.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반만 진지해서는 어떤 결과도 만들어낼 수 없다. 작은 일을 잘해야 큰일도 잘한다. 3. 주어진 시간 내에 신속히 일을 마칠 것. 일을 아무리 잘한들 무슨 소용이랴. 시간에 맞추지 못하면 소용없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바로 이 순간뿐이라는 생각으로 일해야 한다. 

 

누구나 일부러 악을 범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모두 자신이 선이라고 믿는 바를 행한다. 주관적인 판단으로 객관적인 오류를 범하면 안 된다. 자신만 옳다고 고집하면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 확보문제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있다면 해법도 있게 마련이다. 공통의 목적은 피보다 더 끈끈한 법. 어렵지만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치면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 

 

하루아침에 모두를 만족시킬 해결책을 찾아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완벽하게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제도문제나 인구구조문제, 그리고 기금운용문제 공히 마찬가지다.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보편타당한 최선의 해법을 하나하나 모색해나가야 한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 확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의무이고 예의이며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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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7월23일 17시18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21시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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