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맞춤형’ 보육정책은 반드시 정착되어야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6월26일 21시38분

작성자

메타정보

  • 42

본문

 

  정부가 금년 7월 1일부터 만0~2세 아동을 대상으로 ‘맞춤형’ 보육서비스를 시행하기로 한데 대하여 민간어린이집 원장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6월 23일과 24일 민간어린이집연합회에서는 집단휴원을 한다고 했다. 다행히 집단행동 첫날인 23일에 실제 문 닫은 민간어린이집이 그다지 많지 않아 한숨 놓였지만 다음 주에 다시 집단휴원을 예고하고 있어 언제까지 어린이집의 집단행동에 휘둘려야 하는지 걱정스럽다.  

 

  ‘맞춤형’ 보육서비스는 어린이집의 만0~2세반 아동을 대상으로 아이와 부모의 보육필요에 맞춰 보육서비스 이용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제도이다. 맞벌이 가정 등 장시간 어린이집 이용이 필요한 가구에게는 필요한 만큼 충분한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루 12시간)하여 일-가정양립을 지원하고, 가정 내 돌봄이 가능한 영아에게는 영아시기 건강한 성장발달을 지원하기 위해 적정시간(하루 6시간)의 보육서비스를 지원하여 아이와 부모의 애착관계 형성을 유도하고자 하는 취지이다.  이에 대해 어린이집 원장들이 반발을 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가정 내 돌봄이 가능한 아동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축소하면서 정부가 현재 보육료의 80% 수준만 지원하므로 수입이 줄어들어 어린이집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전업주부도 불만을 보이고 있는데 취업모에 비해 정부의 보육서비스 혜택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 논란에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보육의 대상인 아동, 특히 만0~2세 영아에게 어떤 서비스가 가장 필요한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아기는 부모와의 애착관계 형성이 중요한데, 가정에서 돌볼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데도 또래 친구와 선생님과의 교류가 부족하다며 시설에 종일반을 보내겠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일을 하느라 영아를 하루종일 시설에 맡겨야만 하는 워킹맘들이 집에서 아이를 돌 볼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는 하나의 아이러니라 아니 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의 발단은 2012년 3월 만0~2세 영아 무상보육 정책을 도입하면서 아이를 가정에서 낮 시간에 돌볼 수 있는지의 여부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데서 비롯된다.  OECD 발표를 보면 어머니의 취업 여부나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대상자에게 무료로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대표적 복지국가인 스웨덴도 워킹 맘에게는 주 40시간의 보육서비스를 보장하지만 전업 맘에게는 15시간만 보장하며 비용 부담도 소득에 따라 달라진다. 이웃 일본만 해도 부모가 맞벌이여야만 정부 인가를 받은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영아 무상보육정책은 여성의 일-가정 양립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저 출산 해소방안의 하나로 도입되었기 때문에 모든 아동에게 획일적으로 적용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지난 10 여 년간 엄청난 재정을 투여한 보육정책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전혀 높아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일-가정 양립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일터만이라도 안정적으로 지키려는 젊은 여성들의 비혼률만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어린이집 운영상황을 들여다보면 워킹맘 아이들이 더 불이익을 받고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늦게 보내고 일찍 데려가는 전업맘 아이들이 어린이집 운영에는 더 도움이 되겠으나 이로 인해 워킹맘들은 어린이집을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전업맘과 달리 퇴근 후 늦게야 아이를 찾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힘든 처지를 괴롭게 받아들이면서도 아무 항변도 못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의 어린이집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취업모 가정 영아들의 어린이집 평균 이용시간은 6시간 23분으로 나타났는데, 정부는 현재까지 이들을 위해 12시간의 보육서비스 비용을 지불해 온 셈이다.  획일적인 12시간 무상보육정책으로 엄청난 국가재정이 비효율적으로 낭비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영아 무상보육 시행 4년이 넘어서야 영아들의 성장발달을 고려하고 부모의 실질적 수요를 반영해 ‘맞춤형’ 보육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여 그나마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잘못 낀 첫 단추를 번거롭다고 그냥 둔다면 옷을 제대로 입을 수 없게 된다.  이번의 영아대상 ‘맞춤형’ 보육서비스 도입은 잘못 낀 첫 단추를 바로잡는 첫 단계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단계로는 일-가정 양립을 위해 보육서비스가 절실한 사람들에게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12시간 제공할 수 있도록 질적인 면에 치중해야 할 것이다.  영아 무상보육정책 도입이후 엄청나게 늘어난 어린이집들로 정원충족률이 많이 낮아졌는데, 이제는 서비스의 질 관리로 엄격하게 그 수를 통제해야 할 것이다. 아동학대가 발생하거나 회계부정 등이 발견되면 즉각 퇴출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들과 함께 보다 근본적으로는 부모가 함께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장시간 근로에서 벗어나 저녁시간에는 모든 가정이 자녀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근로시간 단축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누구나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 환경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출처: 조선일보 2016.6.23일자 

71ba2b16c202d62eeae30305b8f44279_1466944
 

42
  • 기사입력 2016년06월26일 21시38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