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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여장교와 한 달간 ‘동거’하며 배웠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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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1월22일 17시43분

작성자

  • 김동률
  • 서강대학교 교수. 매체경영. 전 KDI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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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냉기가 엄습하는 이른 겨울 아침, 앙칼진 구령 소리가 새벽 공기를 타고 울려 퍼진다. 뒷마당에서 디디가 열심히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다. 창틈으로 내다보니 땀을 뻘뻘 흘리며 태권도에 이어 총검술에 열심이다. 디디는 미 육군 소령이다. 병과는 법무. 90년대 후반, 미국 유학시절 나와 같이 공부한 로스쿨 클래스 매이트이다. 버지니아 대학 ROTC로 임관한 그녀는 미 국방부의 위탁으로 내가 다니던 대학의 로스쿨에서 JD( juris doctor, 법학전문학위)과정을 밟고 있었다. 당시 졸업을 앞둔 나는 가족을 먼저 한국에 보내고 호텔 방을 전전하며 박사논문 준비에 매달려 있었고 그런 나에게 선뜻 자신의 집에 들어와 지낼 것을 제안했다. 푸른 눈의 디디는 프랑스계 미국인으로 눈빛이 선한 아주 잘 생긴 여군 장교다. 

 

그녀의 집에 한 달간 지내며 내가 놀란 것은 우선 그렇게 같이 지내는 것 자체가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었다. 미국 단독 주택이란 대개 화장실이 두세 개 있고 공간이 널찍하다 보니 남녀가 같이 지내더라도 큰 불편함 점이 없다. 더구나 그녀가 가지고 있던 여분의 자동차를 빌려 준 덕분에 정말 편안하게 논문준비를 끝낼 수 있었다. 특히 “동거한” 한 달간 그녀와 나는 웬만하면 아침과 저녁 식사를 같이 했으며 정말 많은 얘기들을 주고받았다. 한국전에 참전한 예비역 대령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ROTC를 통해 군에 입문했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정말로 놀란 것은 군장교로서의 그녀의 생활이다. 알람 소리와 함께 아침 6시면 정확하게 일어나 뒷마당에 가서 군인으로 필요한 운동을 한다. 뒤이어 뻘뻘 흘리며 마을을 한 바퀴 돌아오는 구보를 포함해 한 시간 동안 훈련을 하루도 빠짐없이 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넌지시 물었다. 혹시 누가 암행 감찰이라도 하느냐고.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너무나 간단했다. 영외에 있건 영내에 있건 미합중국 장교는 누구나 그리고 당연히 부과된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디디를 통해 지구촌 최강의 군대라는 미군의 진면목을 알게 된 것이다. 실제로 군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군 장교는 가장 존경하는 직업군의 최상위에 올라 있다. 군보다 상위에 있는 직업군은 의사, 교수, 소방관 정도이고 경찰이나 변호사 등은 군보다는 한참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미 연방정부 공무원 4명 중 1명이 군 출신이라는 것도 단적인 예다. 좌충우돌 트럼프 정부의 중심을 잡아 꾸려가는 것도 군 출신 참모들이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물론이고 존 켈리 비서실장도 해병대 장성 출신이다. 맥 매스터 안보보좌관까지, 군 출신이 군과 행정부 요직을 죄다 꿰차고 있다. 제도적으로도 단연 눈에 띤다. 연방 공무원 채용시험 때 제대군인에게 5%, 상이군인에게 10%씩 가산점이 부여된다. 

 

연금 등등 보이지 않는 혜택이 더 많다. 채용에서부터 승진심사까지 군 출신은 우대를 받는다. 최악의 경우 정리해고가 있을 경우도 제대 군인은 순위가 뒤로 밀린다. 군 경험을 높이 평가하는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리더십 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주의 깊게 보면 더욱 놀란다. 탑승 순서가 어린이, 노약자에 이어 군인이다. 이는 미국인들이 얼마나 군을 사랑하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걸핏하면 군을 모욕하거나 군인의 희생을 우습게 아는 우리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나는 여대생 디디 소령을 몇 년간 옆에서 지켜보면서 미국인들이 군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대한민국 군은 어떤가?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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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1월22일 17시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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